공지
(●'◡'●) 공지사항

기록으로 완성하는 의회 민주주의를 논하다

- '2026 한국기록관리학회 춘계학술대회'를 다녀오다 -

2026.06.03 | 조회 327 |
0
|
from.
아싸가오리
첨부 이미지

지난 529, 이화여자대학교 포스코관에서 한국기록관리학회와 국회기록원이 공동으로 주관한 '2026 한국기록관리학회 춘계학술대회'가 전국의 기록관리 전문가, 학계 연구자, 대학원생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이번 학술대회는 지난 112일 국가적 기대 속에 국회기록원법이 시행되면서 공식 출범한 국회기록원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향후 마주할 과제들을 체계적으로 짚어보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이날 학술대회는 '기록으로 완성하는 의회 민주주의, 국회기록원 설립의 역사적 의미와 과제'라는 대주제 아래, 오전과 오후 세션으로 나뉘어 열띤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오전 세션에서는 미래 기록관리 학계를 이끌어갈 신진연구자 및 대학원생 14명이 발표자로 나서 다양한 기록관리 관련 주제로 자유발표를 진행하며 학술적 열기를 고조시켰다. 이어진 오후 세션에서는 곽건홍 국회기록원장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국회기록원의 핵심 비전과 정책 과제를 다룬 본격적인 주제 발표와 종합토론이 진행되어 참석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첨부 이미지

 

■ 단순 보존 넘어 '기록의 OS'로…AI 네이티브 아카이브 패러다임

 

이날 발표 세션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국회기록원이 핵심 미래 비전으로 제시한 'AI 네이티브 아카이브(AI Native Archive)' 개념이었다. 기존의 기록관이 기술을 사후에 도입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이번에 제안된 비전은 기록의 생산부터 서비스에 이르는 전 과정을 AI 환경에 맞추어 완전히 재설계하겠다는 혁신적인 청사진이다.

 

1'국회기록원 설립 경과 및 의의'의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양인호 한남대학교 교수는 '국회기록원 설립의 의미와 재해석: 아카이브의 패러다임 전환의 관점에서'를 주제로 단상에 올랐다. 양 교수는 기존 기록관리 패러다임의 한계를 정면으로 지적하며 아카이브를 단순한 '보존 기관'이 아닌 '기록의 운영체제(OS)'로 재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기존의 기록관은 기록을 안전하게 '수집하고 보존'하는 물리적·사후적 관리에 치중해 왔다. 사람이 직접 검색하고, 분류하며, 평가하는 방식이었기에 기록은 그저 정적인 저장 결과물에 머물렀다는 지적이다. 반면 국회기록원이 추진하는 'AI 네이티브 아카이브'는 기록의 생산 단계부터 최종 활용에 이르기까지 AI를 기반으로 전 과정을 재설계한다. 이를 통해 기록을 스스로 구조화하고, 연관 데이터를 연결하며, 사용자 맞춤형으로 추천·서비스하는 '지능형 시스템'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기록관은 단순한 서고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의정활동 지원, 그리고 국가 지식서비스를 떠받치는 핵심 지능형 인프라로 진화한다는 것이 양 교수의 설명이다.

 

이어 두 번째 발표를 맡은 이재윤 국회의장실 기록관리비서관은 '국회기록원 설립에 대한 경험적 고찰'을 통해 의정활동기록의 공공성과 민주적 가치를 재조명했다. 이 비서관은 국회의 입법, 심의, 정부 감시 과정과 정치적 책임성을 증명하는 가장 핵심적인 공적 기록이 바로 '의정활동기록'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제도적인 기록관리 대상에서 장기간 배제되어 왔던 현실을 깊이 있게 짚어냈다

또한 국회기록원을 단순 보존기관이 아닌 ‘민주적 아카이브’로 규정하며, 정치적 의사결정의 맥락을 구조화·설명하는 역할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AI·빅데이터 시대에는 기록을 기계가독형 데이터로 전환하고, AI 판단의 근거와 출처를 추적 가능한 기록 인프라 구축이 새로운 설명책임성의 핵심 과제라고 주장하였다.

 

■ 제도적 기반 정비와 AI 아카이브 구현을 위한 전략

 

2'국회기록관리 당면 과제와 발전 방향'에서는 국회기록원이 안고 있는 당면 과제들과 구체적인 기술 실현 방안이 체계적으로 가시화되었다.

 

박도원 국회기록원 기록연구사는 '국회기록관리 정책 이슈와 향후 과제' 발표를 통해 국회기록원법및 관련 규정의 구체적인 개정 방향을 전격 제시했다. 박 연구사는 국회 아카이브의 대내외적 위상 강화, 현행 기록관리 체계의 혁신적 개선, 디지털 기록관리로의 전면적 전환을 골자로 하는 과제를 내놓았다.

주요 내용에 따르면, 국회기록물을 AI와 데이터 기반의 고부가가치 지식정보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국회기록관리위원회의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영구기록물관리기관으로서의 고유 업무를 법령에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회 특성에 맞는 기록관리 표준을 직접 제·개정할 수 있는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고 보았다. 특히 투명성 강화를 위해 비공개회의록의 관리를 한층 엄격히 하고, 무단 폐기를 막기 위한 '기록물 폐기금지 및 보존·복원 의무'를 신설하는 한편, 국회의원실의 의정활동기록물을 체계적으로 수집·관리하는 범국회적 체계 구축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디지털 분야에서는 행정정보데이터세트의 체계적 관리, 전자기록의 장기보존 및 재난 복구체계 수립, 전자기록생산시스템 구축 시 사전협의제 도입, 그리고 AI 기반 지능형 아카이브 운영을 위한 윤리기준 마련 등 촘촘한 제도적 그물망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마지막 발표자인 한능우 (재)한국아카이브재단 사무총장은 '국회기록원의 AI 네이티브 아카이브 구축 방향 제안'을 통해 앞서 논의된 지능형 아카이브의 실제 구현 전략을 구체적인 업무 변화 모델로 설명했다. 한 사무총장은 이 변화의 흐름에 대해 기록의 데이터화 상향식 기술(Description) 자동화 의정기록 수집 지능화 개방형 기록 지식 서비스 인간-AI 협업 아카이브 등을 적용 사례를 들어 설명하였다.

그는 "AI 네이티브 아카이브는 단순히 기존 서류를 스캔하는 OCR 기술을 도입하거나, 검색창을 조금 고도화하고 인공지능 챗봇을 붙이는 수준의 단편적인 사업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는 기록이 태어나는 생산 단계부터, 구조화, 아키비스트의 기술 업무, 수집 기법, 대국민 서비스, 그리고 전문직으로서 아키비스트의 정체성에 이르기까지 아카이브 생태계 전체를 AI 환경에 맞게 완전히 새판을 짜는 거대한 패러다임 시프트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였다.

 

첨부 이미지

 

■ 학계와 현장의 치열한 공방…기술보다 '인간과 맥락'이 먼저

 

주제 발표 이후 윤정훈 디아키비스트 대표가 좌장을 맡아 진행한 종합토론에서는 현장 전문가와 학계의 날카로운 조언과 현실적인 우려가 쏟아지며 대회의 열기를 더했다. 토론자들은 국회기록원의 화려한 청사진 뒤에 숨겨진 제도적·기술적·문화적 걸림돌을 과감하게 지적했다.

 

김장환 부산대학교 교수는 조직 문화의 혁신 없는 기술 도입은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국회기록원이 성공적으로 AI 네이티브 아카이브로 전환하려면 외부 기술 도입보다 조직 내부 전문가(일명 어공, 늘공)들의 역할 변화와 부서 간 협업 문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기록연구직과 기존 공무원 조직의 암묵지와 경험을 존중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샌드박스 문화'와 직원들의 '심리적 안전감' 조성을 제안했다. 더불어 AI가 데이터를 오염시키지 않도록 강력한 데이터 표준화와 메타데이터 통제를 포함한 철저한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 확립을 주문했다.

 

현장 실무를 담당하는 홍원기 국회기록원 기록연구관은 현실적인 경계와 인프라 문제를 짚었다. 홍 연구관은 "AI 네이티브 아카이브라는 거대한 혁신을 추진하는 와중에도, 정작 아카이브의 근간이 되는 정당기록물, 헌정자료, 의정활동기록의 구체적인 법적 범위와 개념 정의가 여전히 불명확하다"며 기초 다지기의 중요성을 환기시켰다. 또한 향후 세종시에 건립될 국회기록원 설립 계획을 언급하며, 향후 맞이할 '서울-세종 이원화 체계'에 대응해 장기적으로 기록관리 정책, 보존, 복원, 수집 등의 고유 기능을 어떻게 유기적으로 분산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세밀한 전략적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홍하늘 국회의장실 기록관리비서관은 '인간 중심의 네트워크'를 강조했다. 홍 비서관은 "국회기록원이 의정활동기록을 성공적으로 수집하기 위해서는 법적인 강제 이관 방식을 넘어서야 한다""실제 기록을 생산하는 의원실과 보좌진이 기록 제도의 효용성을 체감하고 자발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신뢰 관계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AI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결국 핵심은 기록 생산 주체들과의 긴밀하고 유기적인 '협력적 거버넌스'라는 실무적 통찰을 제시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AI 기술의 본질적 리스크를 지적한 박도영 국회기록원 기록연구사의 토론도 주목할만 했다. 박 연구사는 "AI 네이티브 아카이브가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록을 데이터 단위로 잘게 분해하는 과정에서, 기록이 가진 본연의 가치인 '생산 맥락''기록 간의 유기적 연계성'이 자칫 완전히 해체되거나 왜곡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AI가 자동으로 생성한 메타데이터와 요약본, 기술(Description) 결과물을 과연 인간인 아키비스트의 사후 검수만으로 온전히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인공지능의 고질적 한계인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환각 현상)'과 데이터 편향성 문제를 통제할 수 있는 구체적인 검증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 대전환기의 이정표…기록의 본질을 향한 여정

 

이번 '2026 한국기록관리학회 춘계학술대회'는 막 출범한 국회기록원이 급변하는 AI 시대 속에서 민주주의의 산실인 입법부의 기억을 어떻게 영구히 제도화하고, 설명책임성을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학계와 현장의 치열한 고민이 응축된 자리였다.

다양한 정책적 대안과 화려한 AI 기술 청사진이 제시되었으나, 이날 모인 전문가들이 도달한 최종 결론은 결국 하나로 수렴되었다.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 기술 그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디지털 대전환 속에서도 기록이 가진 본래의 '맥락'과 의회 민주주의의 '공공적 가치'를 어떻게 온전하게 수호해 낼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이다.

국회기록원법 시행으로 첫발을 뗀 국회기록원의 이번 학술적 공론화가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국회기록원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물론 대한민국 기록관리 학계와 현장의 미래를 밝히는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첨부 이미지

※ 학술대회 발표문과 토론문, 행사 사진은 한국기록관리학회 홈페이지(https://ras.jams.or.kr)에서 다운로드 받아 볼 수 있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기록과 사회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다른 뉴스레터

© 2026 기록과 사회

기록에 대한 모든 이야기

메일리 로고

도움말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채팅으로 문의하기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광장로 199, 5층 501-8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