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X에서 한 MIT 대학원생이 NotebookLM을 활용해 한 학기 수업을 압축한 방법이 이목을 끌었다. 이 학생은 동일한 방법으로 한 번도 공부한 적 없는 과목의 자격시험을 통과하기도 했는데, 방법은 의외로 단순했다.
먼저, 한 학기 수업에 활용된 교재 6권, 논문 15편, 강의 녹취록 등 관련 자료를 전부 NotebookLM에 넣었다. 그리고 첫 번째 질문을 던졌다.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공유하는 5가지 핵심 멘탈 모델은 뭐야?” 단순히 “요약해줘” 또는 “설명해줘”가 아닌 교수들이 수년간의 연구 끝에 체화하는 멘탈 모델, 즉 사고방식을 먼저 물어봤다.
두 번째 질문은 더욱 구체적이다. “이 분야에서 전문가들끼리 근본적으로 의견이 갈리는 3가지 지점과, 각 측의 가장 강력한 논거를 보여줘.” 이 질문 하나로 지적 지형도가 빠르게 드러났다. 어떤 것에 합의가 있고, 어디서 논쟁이 벌어지고,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가 무엇인지.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 논쟁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만 한 학기를 쓰지만, 이 학생은 목적지도 모른 채 출발하는 대신, 전체 경로를 먼저 설계한 뒤 움직이는 방식을 택했다.
마지막으로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이 분야를 깊이 이해한 사람과 단순 암기한 사람을 구별할 수 있는 질문 10개를 만들어줘.” 그리고 6시간 동안 그 질문들에 직접 답하면서 틀릴 때마다 “왜 틀렸는지, 내가 놓치고 있는 게 무엇인지 설명해줘.”라고 물으며 그 분야를 깊이 탐구한 사람의 사고 방식을 체득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NotebookLM을 형광펜처럼 사용한다. 중요한 내용을 밑줄치고 정리하는 데 그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학생은 NotebookLM을 해당 분야의 자료를 모두 읽은 개인 과외 선생님처럼 활용했다. 정리된 답을 받는 대신, 질문을 통해 사고를 끌어내고 스스로 검증하는 과정에 활용한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내용을 단순히 암기하는 학습에서 벗어나, 전체 구조를 먼저 파악하고 의미를 구성해 나가는 탐구 중심 학습으로 전환시킨다. 그 결과 공부는 단순한 습득이 아니라 이해의 과정으로 바뀐다.
NotebookLM의 최대 장점인 주어진 소스 내에서 근거를 잘 뽑아내는 속성을 최대한으로 활용한 최적의 공부법으로 보였다. 뉴스레터 소재를 찾던 중 독자들에게 AI 도구를 활용한 흥미로운 프롬프트를 소개하면서, 기록관리 분야에 동일한 질문을 적용한 결과까지 공유하면 좋을 것 같아 시도해 보았다.
원글 출처: https://x.com/ihtesham2005/status/2030214970353602806?s=20
나는 그동안 NotebookLM을 무료 버전으로만 몇 번 사용해 보았는데, 무료 계정은 소스(자료)를 최대 50개까지만 등록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아무래도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소스가 조금 더 필요해서 이참에 유료 버전을 구독해 보았다. 소스는 최종적으로 <기록학연구> 80호~87호, <한국기록관리학회지> 25권 1호~26권 1호에 게재된 가장 최근 논문을 43개, 52개씩 총 95개를 등록했다.
과연 이 기록학 논문 소스로 MIT 대학원생과 동일한 질문을 던지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1) 우리나라 기록관리 전문가들이 공유하는 5가지 핵심 사고 원칙, 2) 현재 기록학계에서 뜨거운 3가지 쟁점, 3) 단순 암기가 아닌 기록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10가지 날카로운 질문에 대한 NotebookLM의 답변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본다.
Q1. 이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기록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5가지 핵심 멘탈 모델(사고 원칙)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말해줘.
- 설명책임성(Accountability)의 보증: 기록은 단순히 정보를 담는 그릇이 아니라, 조직이나 개인이 법적 의무를 이행하거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위의 증거‘라고 믿습니다. 기록이 없으면 행정의 정당성을 증명할 수 없고, 책임 소재도 가릴 수 없기에, 기록관리는 곧 민주적 책임성을 지탱하는 인프라로 인식됩니다.
- 맥락(Context) 중심의 접근: 기록의 본질적 가치는 내용 그 자체보다 ’누가, 왜, 어떤 업무 과정에서’ 생산했는지라는 맥락 정보에 의해 결정된다고 봅니다. 맥락이 유실된 기록은 진본성을 잃은 데이터 조각에 불과하며, 생산자와 업무 간의 관계망이 유지되어야만 증거적 가치가 살아난다고 판단합니다.
- 시민 권리 보호의 무기고: 기록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 시민의 재산권, 신분권, 인권 등을 입증하고 보호하는 실질적인 도구입니다. 국가기록원 이용자의 다수가 권리구제 관련 기록을 찾는다는 사실은 기록이 시민의 삶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임을 뒷받침합니다.
- 디지털 연속성과 필수보존속성 유지: 전자기록은 매체 변환이나 시스템 이관 과정에서 형태가 변할 수밖에 없으므로, 단순한 기술적 사양보다 진본성, 신뢰성, 무결성, 이용가능성을 보장하는 ‘필수보존속성(Significant Properties)‘의 관리가 핵심이라고 인식합니다.
- 사회적 기억의 구성과 재현: 기록은 자연적으로 쌓이는 퇴적물이 아니라, 무엇을 남길 것인지에 대한 전문가의 의지가 반영된 사회적 구성물입니다. 전문가들은 기록을 통해 공동체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소외된 목소리를 담아내는 ‘대항기억’의 실천자로서의 역할을 공유합니다.
Q2. 기록학 분야의 전문가들끼리 근본적으로 의견이 갈리는 3가지 쟁점이 뭐야? 각 측의 가장 강력한 법적/이론적 논거를 대조해서 보여줘.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본래 질문의 의도와는 다르게 기록학 분야 내외 전문가들의 입장까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 기록의 성립 요건: ‘결재설‘ vs ‘업무용 정보설’
- 결재설(사법부/현행 실물): 기록을 결재권자의 승인이 완료되어 공식적인 효력을 갖춘 시점에 성립된다고 봅니다. 법원은 주로 이 입장에서 기록을 무단 폐기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하며, 이는 죄형법정주의와도 연결됩니다.
- 업무용 정보설(학계/혁신파): 결제 요구와 관계없이 업무 과정에서 공유된 타인, 이메일, 메신저, 메모 등도 행정의 투명성과 설명책임성을 위해 기록으로 관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2. 디지털 시대의 평가 원칙: ‘선별 보존’ vs ‘전량 보존‘
- 선별 보존: 기록이 방대해질수록 가치 있는 것을 고르는 ‘평가’ 기능이 더 중요해지며, 무분별한 저장은 정보 검색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정보 쓰레기’를 양산한다고 봅니다.
- 전량 보존: 디지털 저장 비용의 급감으로 인해 선별에 드는 인적, 물적 비용보다 모든 것을 저장했을 때의 빅데이터적 가치나 잠재적 이익이 더 크므로, 주관적 평가를 배제하고 전량 보유해야 한다는 시각입니다.
3. 중앙기록물관리기관의 위상: ‘행정 부처 소속‘ vs ‘독립 헌법기관화‘
- 정부 부처 소속(현행): 행정부 내에서의 업무 효율성과 지원 체계를 고려하여 행정안전부 산하 조직으로서 실무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현실론입니다.
- 독립 헌법기관화(강력한 중립성):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기록의 생산과 보존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감사원, 선거관리위원회처럼 정권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 기구로 격상되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Q3. 기록관리 법령과 표준을 단순 암기한 사람과, 기록의 본질적 가치를 깊이 이해한 사람을 구별할 수 있는 날카로운 질문 10개와, 그에 대한 우수 답변을 만들어줘.
- [초안의 가치] 최종 결재 문서와 그 문서가 확정되기까지의 수많은 수정안(Draft) 중, 역사적 진실 규명을 위한 ‘행정 결정의 맥락’을 더 잘 설명하는 것은 어느 쪽입니까?: 아카이브적 관점에서는 수정 초안들이 행정 결정의 맥락을 훨씬 더 풍부하게 설명합니다. 최종 결재 문서는 확정된 ’결과’만을 보여주지만, 초안은 논의의 흐름, 삭제된 의견, 정책의 변경 이유 등 의사결정의 과정적 증거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설명책임성(Accountability)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결재 문서뿐만 아니라 초안과 같은 ’작업 파일’도 기록으로 성립되어야 합니다.
- [평가의 본질] 만약 디지털 저장 공간이 무한하고 비용이 0원이라 모든 데이터를 남길 수 있다면, 기록관리 전문가의 ‘평가 및 선별’ 직무는 사라져야 합니까?: 아니요, 평가 및 선별은 더욱 중요해지며 ’가치 중심의 큐레이션’으로 의미가 변화합니다. 저장 공간이 무한하더라도 무분별한 저장은 필요한 정보를 찾기 어렵게 만드는 ’정보 쓰레기‘ 현상을 야기합니다. 미래의 평가는 단순히 버리는 작업이 아니라,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증거적 가치와 활용성이 높은 기록을 식별하여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전략적 활동이 될 것입니다.
- [맥락 vs 내용] 기록의 ‘내용’은 완벽하게 읽을 수 있지만 ‘생산자 정보’와 ’관련 업무 정보‘가 유실된 기록이 있다면, 이 기록은 여전히 증거로서의 가치가 있습니까?: 내용만 남은 기록은 단순한 ’정보’나 ‘사료‘가 될 수 있으나, 법적, 행정적 ‘행위의 증거‘로서의 생명력은 잃게 됩니다. 기록은 내용(Content), 구조(Structure), 맥락(Context)이 결합되었을 때 비로소 진본성을 가집니다. 생산자와 업무 간의 관계망(맥락)이 사라진 기록은 그 기록이 ‘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증명할 수 없으므로 신뢰할 수 있는 증거가 될 수 없습니다.
- [필수보존속성] 기록물을 디지털화할 때, 해상도를 높이는 기술적 작업과 ‘필수보존속성’을 식별하는 작업 중 무엇이 사본의 ‘원본 지위’를 보장하는 데 더 결정적입니까?: 필수보존속성(Significant Properties)의 식별과 보존이 더 결정적입니다. 고해상도는 기술적 품질일 뿐이지만, 필수보존속성은 디지털화된 사본이 ‘원본과 동등한 지위’를 가짐을 보증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외관, 구조, 내용, 맥락 등 원본의 본질적 특징이 유지되어야만 매체가 변해도 기록의 진본성과 무결성이 보장됩니다.
- [권리의 충돌] 역사적 진실 규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록에 개인의 민감한 사생활 정보가 포함되어 있을 때, ’알 권리‘와 ’잊힐 권리’ 사이에서 전문가로서 어떤 우선순위를 적용하시겠습니까?: 기록 전문가는 ‘보존의 의무’를 최우선으로 하되, ‘접근의 제어’를 통해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잊힐 권리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공익적 보존 목적이 있는 공공기록의 무결성을 훼손(삭제)해서는 안 됩니다. 대신 개인정보 비식별화 기술을 적용하거나 공개 유예 기간을 설정하는 등, 기록의 원형은 보존하면서 사생활을 보호하는 기술적, 정책적 조치를 우선시해야 합니다.
- [AI와 책임성]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기록을 생산할 때, 전문가가 검증해야 할 ‘설명책임성‘의 대상은 결과물입니까, 아니면 알고리즘입니까?: 전문가는 결과물뿐만 아니라 ‘알고리즘의 논리와 학습 데이터의 맥락’을 검증해야 합니다. AI의 결정은 블랙박스와 같아서 결과만으로는 정당성을 입증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AI가 어떤 데이터를 근거로 학습했는지, 판단 로직에 편향은 없는지라는 ‘과정의 투명성’을 기록화하고 감시하는 것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설명책임성입니다.
- [출처주의의 한계] 여러 부처가 협업하여 하나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범정부적 업무’ 환경에서, 전통적인 ‘단일 출처의 원칙(Provenance)’은 어떻게 재해석되어야 합니까?: 전통적인 기관별 단일 출처를 넘어 ‘관계 중심의 다원적 출처(Multi-provenance)’로 재해석되어야 합니다. 현대의 행정은 부처 간 경계가 모호하므로, 기록을 물리적 소속기관이 아닌 ‘업무 기능과 행위자들의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파악해야 합니다. RiC(Records in Contexts) 모델처럼 기록과 관련된 다양한 주체와 사건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기술하는 방식이 요구됩니다.
- [기록과 기억] 기록을 ’죽어 있는 물적 자산‘으로 보는 관리와 ‘살아 있는 사회적 관계의 재현‘으로 보는 관점은 실무(기술, 평가 등)에서 어떤 차이를 만듭니까?: 이 관점은 실무에서 ‘이용자와 소외된 목소리에 대한 포용성’을 강화합니다. 기록을 죽어있는 물건으로 보면 관리와 보존에 치중하지만, 살아있는 관계로 보면 기록되지 못한 소수자의 기억을 발굴하는 ‘대항기억’ 아카이빙이나 공동체와 소통하는 서비스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이는 기록 전문가를 기술직이 아닌 사회적 가치의 조정자로 만듭니다.
- [기술의 목적] 기록물 기술(Description)의 최종 목적이 단순한 ’검색 효율성‘ 입니까, 아니면 이용자에게 ‘증거적 가치’를 입증하는 것입니까?: 단순한 서지 정보를 넘어 ‘기록 간의 연결 고리와 생산 이력’ 기술에 주력해야 합니다. 이용자가 기록을 검색하는 것을 넘어, 그 기록이 어떤 업무 절차를 거쳤고 누구의 판단에 의해 관리되었는지라는 관리 맥락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서는 시스템 로그와 변경이력 자체가 증거의 일부러 포함되어야 합니다.
- [실패의 기록화] 정부가 추진했다가 실패하여 폐기된 사업의 기록을 남기는 것이 ’조직의 효율성’ 측면에서는 손해일 수 있는데, 그럼에도 기록 전문가가 이를 보존해야 하는 근거는 무엇입니까?: 실패의 기록은 ‘공공의 학습 자산’이자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투자이기 때문입니다. 기록이 없으면 동일한 실패가 반복되고 예산이 낭비되지만, 기록을 통해 실패를 성찰하면 조직의 지능이 향상됩니다. 또한, 실패 과정에서의 의사결정을 투명하게 밝히는 것은 결과와 상관없이 국민에 대한 행정의 정직함과 책임성을 보여주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입니다.
이처럼 NotebookLM을 활용한 학습법은 단순히 정보를 요약하는 단계를 넘어, 특정 분야의 지적 지형도를 단숨에 파악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공부법에도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AI는 주어진 소스 내에서 가장 논리적인 연결고리를 찾아내지만, 기록되지 않은 ‘현장의 맥락‘까지는 포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AI가 제시한 멘탈 모델이 자칫 학습자의 사고를 특정 틀에 가두는 ‘확증 편향’의 도구가 될 위험도 간과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방법은 기록학 연구에 있어 매우 유의미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논문 연구주제를 찾는 대학원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방대한 선행연구를 일일이 따라가는 대신, 해당 분야의 핵심 쟁점과 사고 구조를 먼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록학 분야 내외 전문가들 간의 논쟁 지점을 중심으로 접근할 경우, 자연스럽게 연구의 공백을 발견하고 새로운 질문을 설정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이는 단순히 논문을 빠르게 읽는 기술을 넘어, 연구자처럼 사고하는 방식을 훈련하는 과정에 가깝다. 같은 자료를 보더라도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얻는 것이다.
정보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인간의 물리적 한계로는 더 이상 전체를 조망하기 힘들다. 이때 MIT 학생이 보여준 것처럼, “요약해줘”라는 수동적 요청 대신 “전문가들의 사고방식을 추출해줘”라는 능동적 프롬프트를 던질 때, AI는 비로소 인간을 능가하는 통찰력을 보여주는 훌륭한 파트너가 된다. 기록을 다루는 우리에게도 이미 AI라는 거대한 흐름은 시작되었다. 더 많은 기록인들이 AI라는 불가분의 도구를 통해 미지의 세계를 즐겁게 항해해 나갔으면 좋겠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