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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마치 도라에몽 같은 AI

진구처럼 되지 않으려면..

2026.03.24 | 조회 5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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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oil l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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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AI는 마치 도라에몽의 마법 주머니와도 같다. 사용자가 프롬프트를 입력하기만 하면 그에 맞는 정보와 결과물을 즉각적으로 내어 놓는 모습이 무엇이든 꺼내주는 도라에몽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오히려 주목해야 할 지점은 도라에몽이 아니라 진구이다. 작중에서는 다양한 패턴을 보여주지만, 보통은 한치 앞을 보지 못하고 당장의 욕구나 문제해결을 위해 도라에몽에게 의지한다. 그래서 당장에는 원하는 것을 얻은 것처럼,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일이 꼬이고,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늘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뒤늦게 깨닫고 만다사용자가 자신의 문제를 충분히 정의하지 않은 채, 단순히 즉각적인 정답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AI를 사용할 경우, 그 결과는 일시적인 편의에 그칠 뿐 근본적인 해결로 이어지지 않는다. 결국 AI의 성과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활용하는 사용자의 문제 인식과 설계 능력에 달려 있다.

 

기록관리에 AI를 활용한다면, 어디에?

 

  기록관리 분야에서 AI의 활용 가능성은 분명 존재하지만, 모든 영역에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업무의 성격에 따라 효과가 크게 갈릴 수 있다. 우선 AI 적용의 효용이 제한적인 영역은 기록물의 물리적 보존과 관리 영역이다. 비전자기록물의 온·습도 관, 보존·복원 처리와 같은 업무는 여전히 물리적 환경과 전문 인력에 크게 의존한다. 물론 센서 기반 모니터링이나 자동화 설비와 같은 기술적 보조는 가능하지만, 이는 AI의 핵심 역량이라기보다는 시설 관리의 영역에 가깝다. 따라서 이러한 분야에서 AI가 가져올 변화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 대량의 데이터 처리와 분석이 중심이 되는 영역에서는 AI의 활용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대표적으로 공개재분류, 기록물 분류 및 정리·기술, 평가·선별 등의 업무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업무는 일정한 기준과 규칙에 따라 반복적으로 수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AI를 활용하여 자동화하거나 보조할 경우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공개 여부 판단과 관련하여 유사한 기록 사례를 학습한 AI가 초안을 제시하고, 이를 담당자가 검토하는 방식은 현실적인 적용 모델이 될 수 있다. 또한 기록물의 분류나 메타데이터 생성 과정에서도 AI는 패턴 인식과 자동 태깅을 통해 작업 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기록물 검색 영역 역시 AI 적용의 유망한 분야로 평가된다. 특히 RAG(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기술의 도입은 기존 검색 방식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기존의 키워드 기반 검색은 사용자가 정확한 용어나 구조를 알고 있어야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었지만, RAG를 활용할 경우 방대한 기록 데이터베이스에서 관련 정보를 검색한 뒤 이를 기반으로 자연어 형태의 응답을 생성할 수 있다. 이는 이용자가 무엇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를 명확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보다 직관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다만 이 역시 기록 데이터의 구조화와 품질이 전제되지 않을 경우, 부정확하거나 왜곡된 결과를 생성할 위험이 존재한다. 결국 기록관리에서 AI 활용은 어디에 쓰느냐보다 어떤 데이터 위에서 쓰느냐에 의해 성패가 좌우된다. 물리적 보존과 같은 영역에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지만, 규칙 기반 데이터 처리와 검색·활용 영역에서는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다. 다만 이를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기록을 단순한 문서가 아니라, 구조화되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로 재구성하는 선행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겪은 시사점

 

  몇 해 전부터 디지털 전환(DX)을 넘어 이제는 인공지능 전환(AX)의 시대라는 식의 이야기가 왕왕 보이곤 한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인공지능 전환에 앞서 디지털 전환은 제대로 된 것인지 반문하게 된다물론 공공행정의 디지털 전환은 전자정부 구축을 중심으로 비교적 성과를 거두어 왔다. 전자문서의 도입과 온라인 민원 서비스의 확대를 통해 행정의 효율성과 접근성은 크게 향상되었으며, 시스템 기반의 업무 처리 환경도 빠르게 정착되었다. 기록관리 분야 역시 전자문서 생산과 기록관리시스템 도입을 통해 전자적 기록관리 기반을 마련하는 데에는 일정 부분 성과를 이루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전환은 구조적인 한계를 드러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디지털 기술이 도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업무 방식과 사고방식은 여전히 아날로그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전자문서는 종이문서를 단순히 파일 형태로 바꾼 수준에 그쳤고, 기록은 여전히 업무 종료 이후에 작성되는 결과물로 인식되었다. 이로 인해 데이터는 축적되었지만, 실제 행정 의사결정이나 정책 개선에 활용되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되었다.

  이러한 경험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디지털 전환이든 AI 전환이든 기술 도입만으로는 완성되지 않으며, 업무 프로세스와 데이터 구조의 근본적인 재설계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 시스템 구축보다 데이터의 표준화와 연계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셋째, 기록을 단순한 보존 대상이 아니라 행정의 핵심 자원으로 인식하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결국 디지털 전환의 한계는 곧 AI 전환에서 반복될 수 있는 위험 요소이기도 하다.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기술만을 도입할 경우, AI 역시 실질적인 변화 없이 기존 구조를 보완하는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공공행정과 기록관리 분야는 디지털 전환의 경험을 단순한 성과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를 재인식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맺으며, 

 

  공공기록관리는 디지털 전환을 거치며 일정 수준의 전자적 기록관리 기반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문서 중심의 구조와 아날로그적 업무 방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AI 전환이 새로운 해법처럼 제시되고 있으나,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변화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이는 도라에몽의 도구를 반복적으로 꺼내 쓰면서도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했던 진구의 모습과도 유사하다.

  결국 AI 전환의 성패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이 작동할 수 있는 기반을 얼마나 충실히 마련하느냐에 달려 있다. , 활용 가능한 형태로 데이터를 정비하고, 업무 과정에서 데이터가 자연스럽게 생성·연결되도록 프로세스를 재설계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기록 역시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행정 전반을 구성하는 데이터로서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의 기록관리는 새로운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도입하느냐보다, 기존 데이터를 얼마나 정제하고 표준화할 것인지, 그리고 업무 방식을 어떻게 데이터 중심으로 전환할 것인지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 한다. 기술은 언제든 도입할 수 있지만, 데이터와 프로세스는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공공기록관리는 AI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기반을 다지는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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