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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전문가

아카이브 전문가, 진화할 수 있을까요?

2025.12.23 | 조회 745 |
1
|
from.
tole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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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아픈 자가진단

 

솔직히 인정해야 합니다. 현재 대한민국 아키비스트의 AI・디지털 리터러시는 낮습니다.

 

기록관리 전문가들 사이에서 AI 이야기가 나오면 분위기가 묘해집니다. '그거 어렵지 않아?', '개발자가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우리 일이랑 무슨 상관이야?' '꼭 필요하긴 한데 너무 어려워' 이런 반응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솔직히 저도 그랬습니다.

 

이건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우리는 기록학을 공부했지, 컴퓨터 공학을 공부하지 않았습니다. 코딩보다 맥락을 읽는 훈련을 받았습니다. 그게 우리의 '한 우물만 파는' 전문성이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바뀐 세상에서 기존 전문성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도구를 알아야 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죠. AI를 사용할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LLM이 무엇인지 모르면 어디에 쓸 수 있는지 상상조차 못합니다. 벡터 검색이 뭔지 모르면 시맨틱 검색의 가능성을 놓칩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모르면 AI에게 제대로 된 질문조차 던지지 못합니다.

 

세상이 매주, 매일 단위로 새로운 도구를 세상에 내놓는데 아는 것이 없으면 뭐가 변했는지조차 알 수가 없습니다. 도구를 알아야 도구를 씁니다. 모르면 쓸 수 없습니다. 이건 정말 단순한 진리입니다.

 

AI 리터러시는 개발자만의 영역이 아닙니다. 기록관리 전문가가 AI의 강점과 한계를 이해하고, 어떤 작업에 적합한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코드를 직접 짜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무엇이 가능한지는 알아야 합니다.

 

'비개발자인데... AI를 제대로 쓸 수 있나요?' 이런 질문을 많이 듣습니다. 당연히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개발 경력이 없어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만, 저절로 되지는 않습니다. 배우려는 의지,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해서 다시 책상 앞에 앉는 노력, 허무한 릴스와 숏츠로 새벽을 보내는 대신 관심 있는 AI 툴에 대한 동영상을 찾아 보는 것. 그런 학습에 들이는 시간과 애씀, 즉 학습 비용을 반드시 들여야만 합니다.

 

 


 

판단력은 우리의 강점

 

다행히 우리에게는 이미 가진 것이 많습니다. AI가 아무리 똑똑해도 그 결과가 옳은지 판단하는 건 인간의 몫입니다. 이 기록이 왜 중요한지, 어떤 맥락에서 해석해야 하는지, 누구에게 어떻게 제공해야 하는지. 이런 판단은 현장 경험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까지 현장에서 일해왔습니다. 수천 건의 기록을 분류하고, 이용자의 질문에 답하고, 보존과 폐기의 기로에서 결정을 내려왔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셀 수도 없는 경우의 수가 쏟아져나오는 현장 한가운데서 그때그때 빠르게 결정하지 않으면, 수많은 기록물 더미가 나를 덮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현장에서의 노련한 판단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복합적인 상황과 조건에 따라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자리에서 아키비스트들은 데이터와 종이와 짐과 사람들 사이에서 씨름해 왔습니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AI는 패턴을 찾습니다. 하지만 그 패턴이 맥락에 맞는지, 이 상황에서 적절한지 판단하는 건 우리가 더 잘합니다. 기록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 AI의 결과물을 검증할 때 비로소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옵니다. 리터러시는 배우면 됩니다. 판단력은 이미 있습니다. 둘을 결합하면 됩니다.

 

 


 

작은 것부터 시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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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하게 시작할 필요 없습니다. 아니, 거창하게 시작할 수 없다고 해야 할까요. 처음부터 RAG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AI 에이전트를 만들려고 하면 지칩니다.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상상하는 영역은 내가 아는 세계 그 이상이 될 수 없습니다. 작은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 그것을 조금씩 부풀려나가는 것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ChatGPT에게 메타데이터 초안을 요청해봅니다. Claude에게 기록물 전사를 부탁해봅니다. Google Gemini에서 HWP 파일을 읽어봅니다.


작은 성공이 쌓이면 자신감이 생깁니다. 자신감이 생기면 더 큰 프로젝트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메타데이터 자동 생성에서 시작해 기록물 관계망 시각화로, 거기서 다시 조직 전체의 지식 관리 시스템으로, 단계적으로 확장해나가면 됩니다.

 

예를 들어 메타데이터 자동 생성기나 챗봇 같은 자동화 도구는 이미 다양한 툴을 사용해 구현하기 용이합니다. 구글처럼 AI, 노코드 및 로우코드 툴이 수직계열화 되어 있는 상용 서비스를 주변에서 쉽게 찾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례 1. 메타데이터 추출 미니 웹앱

비용: 무료(구글 AI 스튜디오 무료 바우처 사용, 구글 드라이브 무료플랜 사용)

제작 총 소요시간: 3시간

링크

툴 스택

  • 기획: Claude
  • AI API: Google Gemini 2.0 Flash
  • Application: Google Apps Script
  • Files: Google Drive (folder & SpreadShe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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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2. AI 챗봇

비용: 무료(구글 AI 스튜디오 무료 바우처 사용, 스트림릿 무료플랜 이용)

제작 총 소요시간: 5시간 30분

링크

툴 스택

  • 기획: Claude Code
  • 데이터 수집: Obsidian Web Clipper
  • API: Google Gemini 2.5 Flash (File Search)
  • Application: Streamlit
  • 배포: Streamlit Cloud
  • 그외 제미나이 나노바나나로 기록이 동생 끼록이를 탄생시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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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아도 됩니다. 중요한 건 시작하는 것입니다. 함께 배워가는 것입니다. AI 시대의 전문가는 모든 걸 아는 사람이 아닙니다. 계속 배우는 사람입니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새로운 도구를 익히며, 기존 강점과 결합하는 사람입니다.

 

배움을 멈추면 반복적인 작업만 하다 결국 AI에게 대체될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충분히 불안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배움과 결합, 그에 대한 성과를 계속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진화합니다. 선택은 우리의 몫입니다.

 

 

 

 


본편은 2025년 12월 19일에 발행한 브런치스토리 <아카이브 AI 패러다임 1> 29화 <다시 시작하는 전문가>를 일부 수정한 글입니다. 저작권은 브런치스토리 작가 아키비스트J 및 기록과 사회 필자 tolerance 모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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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gre의 프로필 이미지

    igre

    1
    3달 전

    완전 공감합니다!!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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