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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구조정보를 통한 진본성의 유지에 관한 단상

초기 도가사상과 불교사상의 간략한 비교

2026.01.06 | 조회 6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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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과 사회

기록에 대한 모든 이야기

·고교 시절, 나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려 노력했다. 학업 스트레스가 크던 시기에 《노자》와 《장자》로 대표되는 도가사상은 당시 내가 직면한 현실과는 반대되는, 온전한 자유를 설파하는 사상으로 느껴졌다. 다른 한편으로는 학교와 사회에서 주입되어 내재화된 가치와 욕망에 집착하는 나 자신의 경향성을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대학에 입학한 이후 제자백가 사상을 공부할 기회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너무도 단순하지만 가장 놀라웠던 사실은 《노자》가 노자가 쓴 책이 아니고, 《장자》가 장자가 쓴 책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마찬가지로 《논어》 역시 공자가 직접 저술한 책이 아니며, 《맹자》와 《순자》 또한 책 이름의 인물들이 직접 집필한 저작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더 나아가, 이들 책의 저자로 알려진 인물들이 실제로 존재했는지조차 불분명하며, 해당 문헌들의 내용은 오랜 시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수정되고, 누락되거나 추가되면서 변화해 왔다는 점도 함께 배웠다.

내가 고등학생 시절 읽었던 《노자》와 《장자》 역시 2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학자들에 의해 해석되고 편집되며 내용이 변화해 온 결과물이었다. 내가 읽었던 판본은 그 중에서도 가장 대중화되어 오늘날까지 정착된 형태의 텍스트였다.

도가사상과 비슷한 시기에 성립된 불교사상은 이와는 다른 방식으로 전승되어 왔다. 석가모니의 열반 이후 불교 교단은결집(結集)’이라는 과정을 통해 붓다의 설법을 확인하고 확정하였다. 결집이란 붓다의 입멸 후 그 가르침을 정리하고 보존하기 위해 개최된 불교 집회를 의미한다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78266). 이 과정에서 석가모니의 대표 제자가 스승의 말씀을 기억하여 암송하면, 나머지 제자들이 그 내용을 청중으로서 확인하고 검증하였다. 단 한 명의 반대도 없이 만장일치로 동의가 이루어졌을 경우에만, 해당 설법은 진정한 붓다의 가르침으로 확정되었다. 초기 불교 사상은 이와 같은 구전 방식의 결집 과정을 거쳐 정립되었으며, 이후 문자를 사용한 문헌 형태로 기록되었다. 이들 초기 불경은 팔리어로 전승된 니까야(Nikāya)와 한문으로 번역된 아함경(阿含經)이라는 이름으로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아래에 그 일부인 《잡아함경》의 원문과 그에 대한 해석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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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함경(雜阿含經)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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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색()은 무상하다고 관찰하라. 이렇게 관찰하면 그것은 바른 관찰[正觀]이니라. 바르게 관찰하면 곧 싫어하여 떠날 마음이 생기고, 싫어하여 떠날 마음이 생기면 기뻐하고 탐하는 마음이 없어지며, 기뻐하고 탐하는 마음이 없어지면 이것을 심해탈(心解脫)이라 하느니라.

이와 같이 수()ㆍ상()ㆍ행()ㆍ식()도 또한 무상하다고 관찰하라. 이렇게 관찰하면 그것은 바른 관찰이니라. 바르게 관찰하면 싫어하여 떠날 마음이 생기고, 싫어하여 떠날 마음이 생기면 기뻐하고 탐하는 마음이 없어지며, 기뻐하고 탐하는 마음이 없어지면 이것을 심해탈이라 하느니라.

이와 같이 비구들아, 마음이 해탈한 사람은 만일 스스로 증득하고자 하면 곧 스스로 증득할 수 있으니, 이른바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아느니라. ‘무상하다[無常]’고 관찰한 것과 같이, ‘그것들은 괴로움[]이요, 공하며[], 나가 아니다[非我]’라고 관찰하는 것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https://kabc.dongguk.edu/m/content/view?cate=&upPath=&itemId=ABC_IT&dataId=ABC_IT_K0650_T_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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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함경은 붓다의 다양한 설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설법들은 공통적으로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라는 어구로 시작하며, 이어서 설법이 이루어진 시점과 장소가 제시된다. 말미에는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와 같은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니까야와 아함경은 서로 다른 지역에서, 서로 다른 언어로 성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동일한 구성과 구조적 반복 형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초기 불교 경전들은 구전 결집 과정을 거쳐 문자로 기록된 이후, 비교적 큰 변화 없이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반면 《노자》와 《장자》는 이러한 반복적 구조를 갖지 않는 비정형적 구성의 문헌이다. 또한 이들 텍스트의 초기 판본은 상당한 변화를 거치며 현재에 이르렀다. 예컨대 기원전 3세기경 제작된 죽간본 《노자》와, 기원후 3세기경 왕필이 주석을 붙인 《노자》를 비교해 보면, 내용 구성과 해석의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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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간본 <<노자>>

荊門市博物館 編, 郭店楚墓竹簡 p111, p3 (北京: 文物出版社,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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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필 주석의 <<노자>>

老子道德經, 李耳() ; 王弼() , p15, 會文堂書局, 民國661977

 

이 두 가지 《노자》 판본은 한눈에 보기에도 서로 다른 인상을 준다. 실제로 두 판본 사이에서는 대략적인 사상적 유사성을 찾을 수 있으나, 죽간본은 왕필 주석본에 비해 분량이 약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며, 전체적인 구성과 장의 배열 순서 또한 판이하게 다르다. 더 나아가 왕필 주석본은 죽간본에 비해 유교 사상에 대한 비판적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드러난다.

현대 기록관리는 ISO 15489 표준에 따라 기록의 진본성 확보와 유지를 필수적인 요소로 간주한다. 이 표준에서 정의하는 진본성은 공신력 있는 기록이 갖추어야 할 핵심 특성 중 하나로 이해된다. 진본 기록이란 다음의 사항을 입증할 수 있는 기록을 의미한다. 첫째, 해당 기록이 표방하는 바 그대로의 기록인지 여부, 둘째, 기록을 생산하거나 발송한 것으로 되어 있는 바로 그 행위주체가 실제로 이를 생산하거나 발송했는지 여부, 셋째, 기록에 명시된 시점에 실제로 생산되었거나 발송되었는지 여부이다(KS X ISO 15489-1, https://www.standard.go.kr/streamdocs/view/sd;streamdocsId=72622311532151033).

기록을 구성하는 정보 요소는 일반적으로 맥락정보, 내용정보, 구조정보의 세 가지로 구분된다. 맥락정보는 기록이 어떠한 행위와 업무, 조직적·제도적 환경 속에서 생성·접수·관리되었는지를 설명하는 정보이다. 현대 기록관리 이론에서 진본성 판단 시 맥락정보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간주된다. 그러나 현대적 기록관리 방법론이 정립되기 이전의 시기, 즉 앞서 살펴본 초기 도가사상과 불교사상이 형성되던 시대, 다시 말해 문자의 발명 이전 또는 문자 사용 초기의 기록 전통을 살펴보면, 맥락정보보다 구조정보가 진본성과 기록의 지속성을 떠받치는 핵심 요소로 기능했을 가능성을 생각하게 된다.

우선 그 시대의 진본성 개념은 현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적용될 수밖에 없었다. 현대 기록관리 방법론이 성립되기 이전의 고대 문헌은 불가피하게 서지학적 관점에서 이해될 수밖에 없으며, 이때 진본이란 저자의 원래 의도와 사상이 가장 훼손 없이 담긴 문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구전과 필사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나 첨삭을 걷어내고, 저자의 원래 사상이나 저술 의도에 가장 가까운 상태일수록 높은 진본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고문헌의 진본성 개념은 현대 기록관리에서 말하는 진본성의 의미를 포함함은 물론, ·변조가 없음을 뜻하는 무결성, 저자의 의도와 사상을 충실히 드러내는 신뢰성, 그리고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이용 가능성까지 포괄한다고 볼 수 있다.

현대 기록관리에서 구조정보는 기록의 형식, 배열, 구성 요소 간의 관계, 그리고 기술적 표현 방식을 의미하며, 특히 전자기록 환경에서 진본성을 판단하기 위한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기록은 생산 당시의 형식과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야 하며, 해당 조직이나 시스템에서 통상적으로 사용되던 문서 형식과도 부합해야 한다. 비정상적인 구조는 기록이 사후에 조작되었을 가능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또한 제목, 본문, 첨부물, 메타데이터, 서명 또는 인증 요소 등 구성 요소 간의 관계가 원래의 상태로 유지되어야 하며, 일부 요소가 분리되거나 재배열된 경우 기록의 무결성과 진본성은 훼손될 수 있다. 나아가 구조정보는 기술적 무결성을 보장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전자기록의 경우, 해시값, 전자서명, 시스템 로그 등과 같은 구조적·기술적 장치를 통해 기록이 생성 이후 변경되지 않았음을 입증함으로써 진본성을 유지한다. 이처럼 구조정보는 진본성 판단에 직접적으로 관여한다.

구조정보는 고문헌의 진본성 판단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앞서 초기 도가사상과 불교사상을 대표하는 두 문헌, 즉 《노자》와 아함경 일부를 비교해 보았다. 단편적인 비교이기는 하나, 2천 년 전의 기록들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진본성을 확립하고 유지해 온 과정의 차이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문헌과 판본의 변천 과정을 살펴볼 때, 《노자》에는 상대적으로 부족하지만 아함경과 니까야에는 분명히 존재하는 요소들이 기록의 진본성을 보다 안정적으로 부여하고 유지하는 데 기여했음을 알 수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록 전반에 걸쳐 반복되는 특정한 구조이다. 붓다 사후에 이루어진 결집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듯, 이러한 구조는 입에서 입으로 정보가 전달되던 구전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난다는 붓다의 설법을 암송했고, 다른 제자들은 이를 듣고 검증했다. 이 과정은 단순한 개인적 회상이 아니라 공동체 차원의 합의 형성이었다. 설법의 진위는 특정 개인의 기억이 아니라, 다수의 동의와 확인을 통해 확정되었다. 이러한 방식은 구전 사회의 정보 전달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으로, 공동체 전체가 참여하는 검증 구조를 형성한다.

이러한 특징은 아함경과 니까야가동일 정보의 분산이라는 성격을 갖도록 만들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알고, 함께 말하며, 함께 기억하는 구조 속에서 정보는 특정 개인에게 독점되지 않았다. 이 집단적 암송의 구조, 저술의 구조, 그리고 기억의 구조는 정보의 신뢰를 보장하는 핵심 장치였다. 누군가 이야기를 바꾸어 말하면 즉시 차이가 드러났고, 공동체는 그 변형을 수정하거나 배제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 것은 결국 구조정보였다. 구전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들은 대체로 단순하고 반복적인 구조를 가지며, 정형화된 서두와 일부 본문과 결말, 일정한 리듬, 반복되는 어구와 서사 단위는 기억을 돕는 동시에 오류를 탐지하는 기준으로 기능했다. 문자 기록이 이미 존재하던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불교 교단이 오랫동안 구전 암송을 중시했던 이유 역시, 단순한 기술적 한계가 아니라 구조를 통한 집단 검증이 진본성 확보에 더욱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구조는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기억을 가능하게 하고 진본성을 유지하는 기술이었다.

2천 년이 지난 현대에 이르러 우리는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구조 중심의 신뢰 논리와 동일 정보의 분산 관리를 디지털 환경에서 구현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블록체인에서 중요한 것은 개별 트랜잭션의 의미나 맥락이 아니라, 블록의 구조가 규칙에 맞게 연결되어 있는지, 해시 체인이 끊어지지 않았는지 여부이다. 내용정보와 무관하게 정보의 구조가 유지되면 블록체인 시스템은 이를 정상 상태로 간주한다. 반대로 단 하나의 블록이라도 구조 규칙을 위반할 경우, 시스템은 즉시 이상 상황을 감지한다. 이는 고대 사회에서 구성원 개개인의 동일한 기억과 암송 속에서 구조가 어긋난 이야기가 곧바로다른 이야기로 인식되던 방식과 유사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블록체인은 새로운 기술임과 동시에 아주 오래된 진본성 유지 원리를 전자적으로 재현한 실험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진본성은 단순히 전통이나 권위로부터 자동적으로 부여되는 경우도 있었다. 예컨대 천재 학자 왕필이 주석한 《노자》라는 이유만으로 해당 판본이 더 높은 진본성을 가진다고 보기도 했다. 실제로 천 년 이상 왕필 주석본이 사실상의 진본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하지만 그보다 더 이전에, 원래의 《노자》가 성립된 시점에 더 가까운 시대에 제작된 죽간본 《노자》와 비교하면 두 판본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 어느 판본이 더 진본에 가깝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반면 아함경과 니까야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진본성은 중앙에서 상속된 권위나 전통이 아니라, 구성원 또는 구성 요소 간에 합의된 구조와 반복적인 검토, 확정 과정을 통해서도 유지될 수 있다.

현대 기록관리가 맥락정보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현대 기록학의 관점에서 기록은 생산 맥락과 기능 속에서 이해되어야 하며, 개별 기록은 기록군과 시리즈 속에서 의미를 가진다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은 비교적 안정적인 제도와 시스템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정보기술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며, 암호화폐와 같은 일부 정보는 분산되고 탈중앙화된 디지털 환경 속에서 생산·관리된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기록정보의 맥락이 쉽게 분절되거나 소실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 지점에서 기록의 진본성과 무결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다시 제기된다. 초기 도가 및 불교 사상의 문헌, 구전과 암송 문화, 그리고 블록체인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적절하게 합의된 구조정보가 기록의 맥락이 약화된 환경에서도 진본성을 지탱하는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구조정보는 단순한 기술적 메타데이터를 넘어, 진본 기록을 생산하고 관리하며 검증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 요소임을 고대 문헌의 사례를 통해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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