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20일 수요일, 미국 대통령기록물법(Presidential Records Act, 이하 PRA) 관련 판결이 발표되었고, 대통령기록물법(PRA)의 합헌성을 약화시키고자 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예비적 금지명령(preliminary injunction)이 발령되었다.
이 글에서는 아래의 외신 기사를 바탕으로 해당 사건을 시간 순으로 검토하고, 그 핵심 쟁점에 대하여 논하고자 한다.
- Washington Post — 연방 판사, 대통령기록물법 준수를 백악관 부처들에 명령¹
- CBS News — 연방 판사, DOJ가 ‘위헌’이라 주장한 대통령기록물법 준수를 백악관 직원들에게 명령²
- American Oversight / AHA — 판사, 트럼프 행정부의 대통령기록물법 무력화 차단하는 긴급명령 발령³
대통령기록물법(Presidential Records Act) 제정

미국은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1978년 대통령기록물법(PRA)을 제정하여 대통령기록물이 대통령 개인이 아닌 미합중국 정부에 귀속되며 반드시 보존되어야 함을 규정하였다. 이 법은 대부분의 대통령 문서를 임기 종료 시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 이관할 것을 의무화하고, 재임 중 및 퇴임 후 정보의 관리·접근·보존에 관한 요건을 정하고 있다. 법의 적용 대상은 대통령, 부통령, 그리고 NSC 등 대통령 행정실의 특정 부서로써 극히 사적이거나 비공적 성격의 대통령 개인 기록물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⁴
트럼프 정부의 기록 반출과 정치적 보복

트럼프 대통령은 첫 번째 임기 종료 시점인 2021년 초 기밀문서로 분류된 수천 건의 문서를 자신의 플로리다 사저인 마러라고(Mar-a-Lago)에 보관하다 FBI의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⁵ 대통령기록물법(PRA)에 따라 기록물 보존을 담당하는 NARA는 해당 문서의 반환을 위해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트럼프 정부가 두 번째 임기로 복귀하자 FBI는 마러라고 수사에 관여한 요원들을 해임했고, 법무부도 관련 직원들을 배제시켰다. 이와 같은 정치보복은 당시 국립기록관리청장이었던 콜린 쇼건(Colleen Shogan)의 퇴임으로 이어졌고, NARA의 고위 직원 다수도 기관에서 퇴출되었다.

법무부 법률자문실(OLC, Office of Legal Counsel)의 성명서 발표
한편 2026년 4월 법무부 법률자문실(OLC)은 PRA가 의회의 권한 범위를 초과하며, 대통령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이라는 의견서를 발표했고, 그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이 법을 준수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⁶ 이후 백악관 법률팀은 기존의 안전 장치들이 약화된 새로운 대통령기록물 수집 지침을 발표했다. 임기 만료인 2029년 1월 대통령기록물 반출의 위험성이 또다시 제기된 것이다.
관련 단체의 소송
워싱턴 윤리·책임 시민단체(CREW), 아메리칸 오버사이트(American Oversight), 미국역사학회(American Historical Association, AHA), 언론자유재단(Freedom of the Press Foundation)은 OLC 의견서를 무효화하기 위해 연방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신청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이 명백히 위법이며, 대통령기록물 보존 및 궁극적인 공개 의무에 대한 의회의 권한을 인정한 연방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제시했다. 또한 OLC 의견서가 사실상 어떠한 법적 선례 없이 PRA 전체를 위헌으로 선언하려 하고 있으며, 이는 연방대법원이 워터게이트 이후 PRA 전신인 법안의 합헌성을 검토하면서 명확히 기각한 결론임을 강조했다. 이들은 행정부가 OLC의 승인 하에 PRA를 무시하는 것이 가능해진 상황에서 공식 행위를 기록하는 기록물이 영구적으로 유실될 위험에 직면했다고 경고하며, 행정부에 대한 PRA 준수, 모든 대통령기록물의 보존, 소송이 진행기간 동안의 자료 훼손·유실 방지를 요청했다.
승소
존 베이츠(John D. Bates) 연방판사는 2026년 5월 20일 수요일, 예비적 금지명령(preliminary injunction)을 발령하여 PRA를 약화시키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시도를 저지했다. 5월 26일 오전 9시부터 효력을 발휘하는 명령서의 구체적 준수 의무 사항은 다음과 같다.
- 동법이 정의하는 모든 대통령 및 부통령 기록물의 보존
- 기록물 보존을 위해 공식 계정을 수신인에 포함하지 않는 한 문자 메시지나 임시 메시지 계정을 통한 대통령·부통령 기록물의 작성 또는 전송 금지
- PRA를 전면 준수하는 기록 보존 정책의 유지
적용 대상에는 수지 와일스(Susie Wiles) 비서실장, 스티븐 밀러(Stephen Miller) 비서실 부실장, 국가안보회의(NSC), 경제자문위원회(CEA), 대통령 행정실(EOP) 소속 직원들이 포함됐으나 트럼프 대통령, 밴스 부통령,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국가기록관리청장, 법무부, 법무장관은 제외됐다. 베이츠 판사는 법원이 “일반적으로 대통령이 공식 직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금지명령을 내릴 수 없지만 대통령이 작성하여 대통령 행정실(EOP) 직원들에게 전달·이관한 기록물은 여전히 해당 직원들의 법적 의무를 발생시킨다.”는 점을 명시했다.
또한 “정부의 주장처럼 이 법이 위헌이라 본다면, 의회와 미래의 대통령들이 경험으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대통령직은 더없이 중요한 기관이지만, 그 무게감이 합리적인 제약으로부터 면제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정부의 각 부문은 국민이 부여한 신뢰로부터 권위를 얻으며, 의회는 대통령과 그 보좌관들의 활동에 일정한 빛을 비춤으로써 그 신뢰를 유지하는 데 이 법이 기여한다.”고 판단했다. 베이츠 판사는 닉슨 대통령 이후 워터게이트 수준의 스캔들이 다시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는 “기록물법이라는 햇빛 소독제가 의도한 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법원도, 법률자문실도, 백악관도, 시민들이 대리인들의 이름으로 수행된 대통령 활동 기록에 궁극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회의 합법적 판단을 재단할 권한이 없다.”고 덧붙였다.
원고들의 입장
아메리칸 오버사이트의 치오마 추쿠(Chioma Chukwu) 사무국장은 이 소송이 “처음부터 기록 관리를 넘어서는 더 큰 문제에 관한 것이었다.”고 강조하며, “대통령이 정부 기록물을 개인 재산으로 취급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 즉 무엇이 보존되고 무엇이 공개되며 무엇이 단순히 폐기되어도 되는지를 대통령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가의 문제”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법원 결정은 미국 국민이, 백악관이 아닌 바로 그들이, 대통령직의 역사적 기록에 대한 소유권을 유지하도록 보장하는 데 기여한다. 이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대통령은 역사가 무엇을 기억하고 국민이 무엇을 영원히 볼 수 없게 만들지를 일방적으로 결정할 권한이 없다.”며, “오늘 판결은 대통령 책임성 확보와 수십 년간의 법률·관행이 이미 확립한 대통령기록물법의 합헌성을 재확인하는 중요한 승리로써 행정부가 오랜 연방법을 폐기하고 이를 대통령의 재량과 공공 신뢰에 의존하는 체계로 대체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심각한 위험을 내포하는지 인식했다”고 강조했다.
미국역사학회의 사라 바이크셀(Sarah Weicksel)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이번 판결의 핵심이 대통령기록물이 “어느 한 개인의 것이 아닌 미국 국민의 것”임을 재확인했다고 논평했다. 또한 “역사학자들과, 우리가 쓰고 큐레이팅한 역사를 접하고 그로부터 배우는 일반 시민들은 역사 기록의 온전성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 시민들은 자신들의 역사 전체를 이해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대통령기록물법에 대한 지속적인 준수를 요구함으로써, 이번 예비적 금지명령은 우리 국가의 역사를 담은 문서들이 미래 세대를 위해 보존되도록 보장하는 중요한 진전이다.”라고 평가했다.
사건의 핵심
해당 소송은 본질적으로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통령기록물이 누구의 것인가?”, “대통령의 권력이 기록에 대한 통제권을 어디까지 행사할 수 있는가?”에 관한 법적 해석과 기록관리 제도 간의 충돌을 다루고 있다.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제정된 PRA는 대통령기록물을 대통령 개인의 사유물이 아닌 미합중국의 공적 자산으로 규정하였다. 이는 대통령 권한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역사적 책임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장치였다. 특히 법은 대통령기록을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 이관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기록의 생산·보존·공개를 대통령 개인 의지에서 분리하고 제도화하려 했다.⁷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OLC 의견서를 바탕으로 PRA 자체를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대통령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강조했고, 기록 보존 의무를 대통령의 재량권 하에 포괄시키고자 시도하였다. 이는 단순한 법률 해석 논쟁이 아니라, 대통령 권력을 기록관리 체계 위에 두려는 정치적 야망을 드러낸다.
해당 판결을 통해 기록관리 제도가 민주주의의 핵심 통제 장치임이 다시 한 번 선언되었다. 베이츠 판사가 언급한 “햇빛 소독제(sunlight disinfectant)”라는 표현은 법률가 루이스 브랜다이스(Louis Brandeis)의 “햇빛이 최고의 소독제이다.(sunlight is the best disinfectant).”라는 말에서 유래됐다. 공개와 투명성이 부패와 권력 남용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며, 행정 투명성을 실현하기 위한 최고의 소독제가 기록임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실제로 법원은 PRA가 대통령을 제약하기 위한 불필요한 규제가 아니라, 국민이 대통령의 활동을 사후적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판단했다. 특히 “대통령은 역사가 무엇을 기억할지를 일방적으로 결정할 권한이 없다”는 원고 측 주장은 기록이 가진 공공성과 역사적 책임성을 명확하게 드러냈다. 기록은 단순한 과거의 자료가 아니라 미래 세대가 국가 권력의 행위를 평가하고 민주주의의 경험을 학습하기 위한 사회적 기억이라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이번 사건을 통해 “대통령기록물이 누구의 것인가”에 대한 민주주의적 원칙을 재확인하게 되었다. 대통령기록은 특정 권력자의 사적 자산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공적 기록이며, 국민의 선출을 통해 확보한 권력은 기록을 통해 사후적으로 검증받아야 한다. 따라서 기록관리 제도는 권력을 통제하고 권력자들이 지닌 역사적 책임성을 보장하는 민주주의의 핵심 도구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판결은 기록관리 제도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정치 권력으로부터 얼마나 중요하게 보호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며, 동시에 기록 공개와 보존이 시민의 알 권리와 민주주의 유지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시켜줬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또한 이 사건은 디지털 시대 대통령기록 관리의 취약성도 보여준다. 트럼프 행정부는 소송 과정 동안 개인 기기에 저장된 기록이나 암호화된 메시징 플랫폼을 통해 주고받은 기록을 포함한 모든 대통령 기록을 보존하겠다는 약속을 지속적으로 거부해왔다. 문자메시지, 임시메신저, 비공식 계정 사용 등은 기록 생산·보존 체계를 쉽게 우회할 수 있으며, 의도적으로 기록을 남기지 않거나 폐기할 위험도 증가한다.
법원은 공식 계정을 수신인에 포함하지 않은 메시지 사용의 제한, PRA를 전면 준수하는 기록 보존 정책 유지 등을 명령하였다. 이는 오늘날 기록관리의 핵심 과제가 단순한 물리적 보존이 아니라 디지털 환경에서 기록의 진본성·무결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사회 전 분야에 AI 기술 적용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기록관리 제도가 기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통제 원리와 법적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각주
¹ Federal judge orders White House offices to comply with Presidential Records Act.(2026.05.20). https://www.washingtonpost.com/politics/2026/05/20/federal-judge-orders-white-house-offices-comply-with-presidential-records-act/
² Judge orders White House staff to comply with presidential records law that DOJ calls unconstitutional (2026.05.20). https://www.cbsnews.com/news/presidential-records-act-judge-white-house-justice-department/
³ Judge Grants Emergency Order Blocking Trump Administration From Disregarding Presidential Records Act (2026.05.20). https://americanoversight.org/emergency-order-presidential-records-act/
⁴ Presidential Records Act, 44 U.S.C. § 2201.
⁵ Trump Kept Over 700 Pages of Classified Documents, Letter Says(2022.08.22)
Trump Flouted Rules About Presidential Records. That’s Not How It Usually Works.(2022.08.22.) https://www.nytimes.com/2022/08/23/us/politics/trump-presidential-records.html?searchResultPosition=1
⁶ Constitutionality of the Presidential Records Act (April 1, 2026) https://www.justice.gov/olc/media/1434131/dl?inline
⁷ Presidential Records Act, 44 U.S.C. § 2203.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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