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 공지사항

A-1.

대통령 파면 이후, 기록의 전쟁 : 제20대 대통령기록물 이관 단상

2025.06.27 | 조회 449 |
0
|
from.
SST
기록과 사회의 프로필 이미지

기록과 사회

기록에 대한 모든 이야기

Amazing Monster 님의 글입니다.


들어가며 

윤 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인 2025년 4월 4일부터 6월 3일까지 두 달의 기간. 이제는 과거이자 또 하나의 역사가 되어버린 그 두 달은 대한민국 국민들 각자에게 저마다의 느낌과 무게로 다가왔을 것이다. ‘기록’의 눈으로 이 두 달을 지내야 했던 나는 수많은 감정의 변화를 겪었다. 초반에는 ‘두 달 동안 대통령기록물이 잘 이관돼야 할텐데, 잘 될 수 있을까?’ 하는 염려 섞인 기대감, 그리고 잘 되기를 바라는 응원의 마음이 있었다면, 점차 대통령기록관이 대통령기록물 이관에 큰 의지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며 당황스러움과 걱정이,  이관을 일주일 앞두고는 ‘역시, 아직 우리는 안 되는 것인가’ 하는 깊은 패배감과 무력감이 몰려들었다. 

일상의 시계가 무심히 돌아가는 동안, 우리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후대에게 남겨줘야 하는 2025년 대한민국의 역사가 사라지고 있었을지 모른다. 채상병 사망 사건, 이태원 참사, 김건희 명품백 수수, 12.3 비상계엄 관련 중요 기록들이 지정기록물이라는 이름으로 ‘봉인’되어 버렸을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 누군가의 무지에 의해, 누군가의 안일과 무능에 의해…. 

도대체 대통령기록의 이관을 둘러싸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속시원히 알 길은 없이 언론 매체를 통해서만 결과성의 기사를 접하며, 마치 ‘눈뜨고 코베이는’ 그런 참담하고도 씁쓸한 심정이었다. 왜 대한민국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게 되었을까.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나가야 할까. 마냥 좌절해만 있을 것이 아니라 이제 추스르고 일어서야 되겠는데, 내 작은 계란을 들어 치게 될 바위가 상당히 견고하고 거대해 보인다. 계란으로라도 바위를 쳐야 한다면 기꺼이 칠 것이지만, 먼저 ‘무엇을, 왜, 어떻게 쳐야하는지’를 정확히 짚어볼 때이다. 글에서는 이번 대통령기록물 이관을 바라보며 들었던 몇 가지 단상들을 적어본다. 

 

1. 법은 있으나 작동하지 않았다: 「대통령기록물법」의 한계

1) 기록이 사라지는 동안, 대통령기록관은 무엇을 했나?

대통령 궐위 시에 대통령기록물 생산기관이 해야 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법률에 규정되어 있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20조의 2 대통령이 궐위된 경우, 대통령기록물생산기관의 장은 즉시 이관 대상 대통령기록물을 확인하여 목록을 작성하는 등 이관에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며, 차기 대통령의 임기가 개시되기 전까지 이관을 완료하여야 한다. 또한, 대통령기록관의 장은 대통령기록물생산기관에 대하여 대통령기록물의 이동이나 재분류 등의 금지를 요구하고 현장점검을 하는 등 즉시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대통령기록물생산기관의 장은 이에 적극 협조하여야 한다.

현실에서는 이 법 조항이 과연 얼마나 작동했을까. 대통령기록관장은 대통령기록물생산기관(이하 ‘생산기관’)에 대해 대통령기록물의 이동이나 재분류 등에 대한 금지를 요구하고, 현장점검을 하는 등 즉시 필요한 조치를 하였는가? 생산기관은 이관 대상 대통령기록물을 즉시 확인하고 목록을 작성하며 이관에 필요한 조치를 하였는가? 또한, 대통령기록관장의 지시에 적극 협조하였는가?

안타깝게도 가장 대표적이고도 중요한 생산기관인 대통령실은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 한 달이 지난 시점까지도 어떤 자료를 보유하고 있는지조차 공개하지 않았다.^1 이런 상황에 대통령기록관은 과연 어떤 기록물이 얼마나 이관될지 가늠하고 준비할 수 있었겠으며, 중요 자료가 빠짐없이 이관된다는 것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를 대하는 대통령기록관의 입장이다. 대통령기록관 관계자가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할 기록물을 선정하는 것은 생산기관의 몫이지 대통령기록관은 해당 기록물이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는지 판단하지 않는다. 생산기관이 주는대로 이관받을 뿐’이라 했다니,^2 충격적이면서도 힘이 빠지는 소리다. 다른 기관은 기록의 중요성과 가치를 몰라서 그럴 수 있다 하자. 그런데 왜 대통령기록관까지도 스스로의 입지와 역할을 이렇게밖에 규정하지 못하는 것인가? 

또, 대통령기록관은 법에 나와 있는 지침대로 28개 생산기관을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단순히 전자기록 정비, 이관 준비 절차, 종이문서 유형 확인, 편철・정리 방식 등 이관에 대한 ‘안내’를 한 것에 불과할 뿐, 기록물 누락 여부 등에 대한 ‘점검’은 부재했다.^3 대통령기록관이 일주일의 현장점검 결과로 내놓은 입장은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탄핵으로 파면된 대통령실과 생산기관을 점검했는데 정말 특이사항이 없었을까? 비상계엄 당일 국무회의 회의록의 작성 여부나 이른바 ‘쪽지’로 불리고 있는 윤 전 대통령 지시사항을 기록했는지에 대해서도 점검한 것인가? 비화폰 서버 기록이나 대통령실 CCTV 기록 등이 행정정보 데이터세트 또는 시청각기록물로 관리되고 있는지도 점검했는가? ^4

법에 제시된 대로 현장에서 점검했다면 할 말은 없다. 법을 어긴 것은 아니다. 그런데 단지 법을 어기지 않는 수준으로 일을 한다면 그것은 ‘요식행위’에 불과한 것이다. 현장점검도 한 번만이 아니라 여러 번 찾아가서 하고, 표면적인 안내가 아닌 기록 자체를 들여다보는 점검다운 점검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이러한 수동적인 태도, 행정의 무사안일주의는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며, 설령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역사 앞에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다. 없어진 기록은 돌아오지 않는다.  

2) 대통령기록 인멸의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가?

한편, 윤 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2024년 12월 14일, 대통령 부속실이 PC를 교체하고 휴대전화를 전자레인지에 넣어 파기하려고 했다고 한다.^5 대통령실 수석비서실에는 PC 자료 파기와 개인용 컴퓨터 초기화에 대한 지시가 내려왔다고 한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실 PC 초기화는 PC 잔존 전자기록물 정리를 위해 실시한 것으로, 인수인계에 필요한 자료는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6 이 말처럼 인수인계에 필요한 자료가 정말 차질없이 전달되었을까? 또 대통령실 홈페이지가 윤 전 대통령 파면이 선고된 6시간 뒤부터 접속이 차단됐다가 25일 만에 다시 열렸는데,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데이터에서 김건희의 사진이 지워졌다고 하는데 이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이번 이관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난 것은, 법은 있지만 현실의 위반(자) 또한 있다는 것이다. 법이 입법취지대로 작동하려면 무엇이 더 필요할까. 

 

2.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 개정 및 입법 필요 사항 

1) 파면된 대통령에게 권한을 주어야 하는가?

대통령이 파면되는 것은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기 때문이다(「대한민국헌법」 제65조). 이는 국가의 예외적인 긴급 상황이다. 「대통령기록물법」의 취지는 대통령기록물의 보호・보존 및 활용 등 대통령기록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함인데, 정상적으로 5년의 임기를 마친 대통령과 파면된 대통령에게 동일하게 이 법을 적용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파면된 대통령에 대한 조항이 법률에 따로 신설되어야 한다. 

먼저, 대통령이 파면될 경우, 생산기관에서 이관할 기록을 정리해서 대통령기록관에 전달하는 기본적인 이관 절차를 따를 것이 아니라, 파면 즉시 대통령기록물을 확보해야 한다. 왜냐하면 파면된 쪽에서는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행위와 관련된 기록을 없애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촌각을 다투는 시기이기 때문에, 기록에 대한 어떠한 결정권도 권한도 주어서는 안 된다. 기록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강제력이라도 동원해야 한다. 

또한, 파면된 대통령의 기록물이 ‘대통령지정기록물(이하 ‘지정기록물’)’이라는 이름으로 봉인되어 버리는 일이 일어나서도 안 된다. 「대통령기록물법」 제17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거나 경제정책 또는 인사(人事)에 관련된 기록에 해당하는 대통령기록물 등에 대해 열람이나 사본제작 등을 허용하지 않거나, 자료제출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 있는 보호기간을 15년의 범위 이내에서 정할 수 있고, 사생활과 관련된 기록의 보호기간은 30년의 범위 이내로 하고 있다. 이처럼 지정기록을 보호하는 것은 대통령기록물이 외압이나 정쟁의 영향 없이 최대한 생산되고 보존될 수 있도록 대통령을 배려하는 제도라 볼 수 있다.^7 그런데 이 제도를 파면된 대통령에게도 열어준다면 범죄의 증거가 되는 기록을 은폐해도 누구의 제재도 받지 않게 된다. 제도의 본래 취지와는 전혀 다르게 악용될 수 있다. 

파면된 대통령의 기록관리와 관련한 이러한 법률이 부재한 현재 상황에서 법률 개정 또는 입법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윤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중요 사건과 관련한 기록물에 대해서 지정기록물로 지정하지 못하게 하는 등의 특별법이라도 있었어야 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어버렸다. 

2) 대통령 궐위 시 지정기록물의 지정 주체는 누구인가?

대통령이 사망 또는 파면으로 궐위되었을 경우, 누가 지정기록물을 지정해야 하는가? 현재는 대통령 궐위 시 지정기록물 지정 주체에 관한 규정은 없다. 입법이 필요하다. 기록은 기록이 생산된 맥락이 중요하기 때문에, 단지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이유로 그 맥락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대통령과 관련된 기록들을 지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 특히나, 길게는 15년간 봉인되는 지정기록물을 지정하는 것은 해당 조건을 무겁게 적용해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함에도, 권한대행이 지정기록물을 지정하는 것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파면 이후,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이 세월호 참사 당일과 관련한 문서들을 지정기록물로 지정해버린 바람에 11년이 지난 지금도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진실 확인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17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정한 지정기록물의 봉인지 작성 모습(MBC 뉴스투데이 2017.4.16.)
2017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정한 지정기록물의 봉인지 작성 모습(MBC 뉴스투데이 2017.4.16.)

그런데 이번 대통령지정기록물을 지정한 주체가 권한대행인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라니, 그때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는 것과 다름 아니다. 어떤 과정에 의해 무슨 근거로 누가 지정 주체를 이렇게 결정한 것인지, 행위들은 있으나 책임질 사람은 없다니.

3) 파면된 대통령의 기록에 관한 법개정의 움직임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로 「대통령기록물법」에 관련한 일부개정법률안이 총 여덟 건 발의되었고, 현재 모두 소관 상임위원회에 접수된 상태이다.^8 이 중 다섯 건이 지정기록물과 관련한 것인데, 특히, 위성곤 의원 등 13인이 발의한 개정안은 ‘대통령이 헌법상 탄핵결정으로 파면된 경우, 탄핵 사유 및 수사・재판과 중대한 관련이 있는 기록물에 대해서는 보호기간을 지정할 수 없도록 하고, 대통령기록관이 이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고, 이해식 의원 등 11인이 발의한 개정안은 ‘대통령이 탄핵에 의하여 궐위된 경우 탄핵 사유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된 대통령기록물에 대해서는 보호기간을 설정할 수 없도록 한다’는 내용, 전현희 의원 등 13인이 발의한 개정안은 ‘대통령이 탄핵결정에 따라 파면된 경우, 파면된 자에 대한 수사기관의 범죄수사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된 대통령기록물에 대해서는 보호기간을 설정할 수 없도록 하고, 대통령기록관장이 해당 대통령기록물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용혜인 의원 등 14인은 ‘대통령 궐위 시 지정권자 등을 법률로 규정해 지정기록물의 투명성을 제고하자’는 법률안을 발의했다. 

박근혜 대통령 파면 당시에도 이러한 고민을 똑같이 했었지만, 그 후로 미비점을 보완하지 못했다. 10년이 채 되지 않아 설마 대통령이 또 파면되리라는 것을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면 안되겠지만, 다시는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준비가 필요하다.  

 

3. 국가의 것은 국가에게로

1) 비화폰, 대통령의 것이 아니다 

비상계엄 사태 당시 윤 전 대통령 및 사건 관계자들이 사용한 비화폰을 둘러싸고도 갑론을박이 많았다. 12.3 계엄의 전과 후의 정황을 확인하고, 자료로 남길 수 있기 때문에 기록의 관점에서도 비화폰 서버 기록 확보는 절대적이고 필수적이다. 더 나아가 비화폰 자체를 대통령기록물로 봐야 한다. 「대통령기록물법」 제2조와 제3조에 의하면, 대통령기록물이란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생산・접수한 기록물 및 물품이며, 그 소유권은 국가에 있다. 비화폰은 대통령이 공적인 직무수행을 위해 사용한 물품이며, 그로 인한 여러 기록들은 대통령 자신이 생산한 것이다. 그러므로 비화폰은 개인의 사적 소유물이 아닌 국가의 공적 기록물로 봐야 하며, 그 소유권은 국가에 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비화폰이 계엄을 위해 보급된 것은 아니라고 했다는데, 계엄을 위해 보급되었든 아니든, 그리고 여타 정치적인 입장을 떠나, 기록의 측면에서 봤을 때 대통령기록물이라면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되어야 한다. 

2) 대통령기록 확보를 위해 필요한 것들

역사에 반드시 남겨야 할 기록이라면 선택의 문제가 아니며, 법적 강제력을 동원해서라도 확보해야 한다. 대통령실이나 경호처 등의 비협조는 충분히 예상되기 때문에, 이와 같은 비상사태에 있어서 만이라도, 그리고 기록에 있어서만이라도 국가기록원과 대통령기록관에 강력한 권한을 부여해줘야 한다. 

국가기록원에는 그래도 법적 권한이 있다. 국가기록원이 '긴급 폐기 금지 조치'를 시행하면 정부와 군, 경찰 등은 즉시 관련 기록을 보존해야 하며, 이를 어길 시 7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10 그런데 문제는 국가기록원의 태도였다. 오히려 공수처가 나서서 국가기록원에 기록물 폐기 금지 조치를 시행할 것을 요청했지만, 국가기록원 측에서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다가 국가기록원 홈페이지에 폐기 금지를 고시했다. 가장 중요한 기록들을 확보해야 할 골든 타임을 스스로 놓쳐버린 셈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가기록원은 홈페이지에 세 개의 기록물 폐기 금지 고시를 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가기록원은 홈페이지에 세 개의 기록물 폐기 금지 고시를 했다.

긴급 폐기 금지 조치와 관련하여, ‘일반적인 기록물의 폐기 금지에 대하여는 국가기록원장이 그 필요성을 인정하는 경우에 결정하더라도, 대통령기록물의 폐기 금지에 있어서는 대통령기록관의 장이 즉시 폐기 금지 및 현장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자’는 것이 채현일 의원 등 14인이 발의한 개정안이다.^10 대통령기록물의 보호와 안전한 이관을 위해 대통령기록관에 제도적으로 강력한 통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사회적으로도 이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국민들의 합의와 기록에 대한 선진적인 의식 수준이 전제되어야 한다. 

나가며 

이상에서 대통령기록물 이관 과정을 보며 생각했던 몇 가지 이슈들을 다뤄보았다. 먼저, 법 조항이라는 이름으로 글자들은 있으나 현실에서 작동하고 있지 않는 「대통령기록물법」에 대해, 대통령기록물과 관련하여 개정과 입법이 필요한 사항들에 대해, 대통령기록물은 사적 재산이 아니며 그 소유권이 국가에 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법을 절대 어기지는 않으나 수동적이고 방관자적인 태도를 보이는 국가기록원 및 대통령기록관과, 단순히 비협조적인 것을 넘어서 기록을 손상・은닉・멸실하는 데 발빠르고 적극적인 대통령실을 보았다.

이번 두 달을 보내면서 자꾸만 오버랩되는 스토리가 있었다. 「조선왕조실록」이 오늘의 우리 손에 전해지기까지 실록을 지키려고 했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임진왜란으로 세 개의 사고(史庫)가 모두 불타고, 유일하게 전주사고만이 남았을 때, 안의와 손홍록은 일본의 침입이 닿지 않을 내장산으로 실록을 옮겼다. 무려 370일 간. 당시 이들은 이름도 없던 그저 평범한 선비였으나, 단순한 책이 아닌 조선의 역사를 지켜내야겠다는 마음에서 목숨을 걸고 희생도 불사했을 것이다. 

그때는 외세의 침략에 맞서 기록을 지켰다면, 안타깝게도 오늘날은 ‘대한민국 내부의 적들’로부터 기록을 지켜내야 한다. 대통령기록을 둘러싸고, 기록을 없애려는 자들과 기록을 남기려는 자들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바위는 상당히 견고하고 거대하다. 아주 고되고 지난한 과정일 수 있으나, 기록을 지키는 쪽에 뜻을 세운 이들은 저마다 자신의 계란을 들고, 바위를 쳐 나갈 것이다. 기록은 한번 없어지면 되돌릴 수 없다. 안의와 손홍록의 정신과 용기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혼신을 담은 계란은 바위도 뚫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참고자료 

^1. MBC 뉴스, 이해선 기자, 「대통령기록물 통보 미루는 대통령실‥'디올백'은 어디로?」(2025. 5. 9) https://imnews.imbc.com/replay/2025/nwdesk/article/6714522_36799.html  

^2. 한겨레, 장수경 기자, 「“주는 대로 받는다”…기록물 확보 의지 없는 대통령기록관」(2025. 4. 22) https://www.hani.co.kr/arti/area/capital/1193716.html  

^3. 뉴시스, 강지은 기자, 「대통령기록관, 尹기록물 이관 현장점검 완료…"특이사항 없어"」(2025. 4. 17)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0417_0003143916 

^4.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7조(기록관리기준표 등) 제6항 공공기관의 장은 행정정보 데이터세트에 대해서 행정정보 데이터세트 관리기준표를 작성・운영해야 하며, 행정정보 데이터세트 관리기준표는 관리기관정보, 법령정보, 시스템정보, 데이터정보, 업무정보 및 기록관리정보를 포함해야 한다. 

^5. JTBC, 윤샘이나 기자, 「"전자레인지에 휴대폰 돌리다 불꽃이.." 윤 탄핵안 가결 직전 '부속실 소란'」(2025. 4. 18) https://news.jtbc.co.kr/article/NB12243382 

^6. 뉴스1, 김정률 기자, 「대통령실, 민주 '용산 알박기' 주장에 "공무원 부처 복귀"」(2025. 5. 19) https://www.news1.kr/politics/assembly/5787378 

^7. 정상우(2013),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개선방안 연구」, 『공법연구』 제42권 2호, p.133 

^8. 의안정보시스템 > 의안명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으로 검색(2025. 6. 21 검색) https://likms.assembly.go.kr/bill/BillSearchResult.do 

^9.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27조의 3 기록물의 폐기 금지, 제50조 벌칙

^10. 의안정보시스템 > 의안번호 2208152 (2025. 6. 22 검색) https://likms.assembly.go.kr/bill/billDetail.do?billId=PRC_Q2X5Y0X2V1V3U1V0C1D0B2A2A4Y3Z9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기록과 사회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다른 뉴스레터

© 2025 기록과 사회

기록에 대한 모든 이야기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뉴스레터 광고 문의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