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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은 무엇이며, 기록관만이 할 수 있는 것

웨스 앤더스의 시선에서 바라본 기초자치단체의 기록의 정의 및 기록관의 역할 / 7.14. '기초지자체 기록관 발전연구모임(기기모) 제5회 연구공유회' 후기

2026.07.21 | 조회 3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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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모

김상영(강원특별자치도 고성군청 기록연구사)

 

“지나온 적 없는 어제의 세계들에 대한 근원적 노스텔지어”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대한 한줄평

2026년 7월 14일 ‘기기모’의 주제는 “기록이 흐르는 계절, 지역을 담는 기록관”이었습니다. 발표는 익산시의 시민역사기록관, 부산진구 기록관의 사례에 대한 설명과 토론 그리고 참석자들의 토의로 이루어졌습니다.

각 발표마다 현실에 안주하는 기초자치단체 기록연구사로서 혹은 스스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기록연구사의 부끄럼을 느끼며 해당 발표 내용을 그대로 흡수하기 바빴습니다. 현실에 던져진 기록연구사로 김미주 선생님, 김언희 선생님의 노력과 애정이 담긴 ‘기록관’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의 채찍처럼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채찍은 부끄러운 흉터 자국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이 흉터 자국을 원동력으로 삼아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2026. 7. 14. 20:05~21:52까지 일어난 기기모 모임에 대한 제 개인의 느낌과 사견이 오롯이 담긴 글입니다. 혹여 읽는 독자분들께서는 마음속에 걸리는 부분이 있더라도 너그러이 용서를 구합니다. 이 글에서는 특히 기록에 대한 개인적 정의와 기록관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주관적 견해가 담겼습니다.

“기록이란 지나온 적 없는 세계를 그리워하며, 떠올리게 하고, 나아가 감정적 동요를 일으키는 유무형 형태의 모든 매체”라고 저는 정의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의를 가장 잘 영상화하고 예술로 표현한 건 웨스 앤더슨 감독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두에 적은 이동진 평론가의 한줄평처럼 하나의 매체가 지나온 적 없는 어제(즉,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 바로 이 점이 기록전문가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두 발표에 대한 제 개인적인 견해를 남기겠습니다.

첨부 이미지

 

[1] 익산시민역사기록관 설립 및 운영(발표: 김미주 익산시 기록연구사)

  • 기록행정의 패러다임 쉬프트(행정에서 민간으로)
  • 발표 내용 요약: 기록행정이 기존 ‘관’ 중심에서 ‘민간’으로 전환시키며, 생활사 및 로컬리티 보존을 위한 민간 기록관리체계 확립기

 

먼저 익산시 시민역사기록관 관련 내용은 실제 민간의 기록을 어떻게 수집하고, 활용하며, 보존할 것인가에 대한 매뉴얼을 보여주었습니다. 기초자치단체에서 업무를 하면서 특정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수반되어야 할 첫 번째 과업은 “조례” 제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쁜 표현일 수도 있지만 공무원은 법이 정한 범위에서 업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따라서 하나의 조례를 제정함으로써 하나의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쌓는 것이죠.

그리고 본격적으로 사업이 진행되었습니다. 초기 예산 등의 문제로 작게 진행되는 사업은 ‘공모사업’이라는 기회를 통해 해결되었고, 실제 수집된 민간기록물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끝으로 나아가 익산시민역사기록관이 2024년 12월 개관하게 된 것입니다.

특히 발표 중에 놀란 점이 있습니다. 기록공모전을 단순히 시민들이 자신들의 기록을 공모전에 제출하는 방식이 아닌 “직접 현장을 찾아가 수집”하는 능동적 자세였습니다. 이러한 능동적이고 현장 중심 행정이, 겉으로 멋있게 드러나는 익산시민역사기록관의 성과의 배경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2] 부산진구 기록관 운영 및 서비스(발표: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민원여권과 김언희)

  • 효율적인 기록문화 확산 방안
  • 발표 내용 요약: 진구를 기록하기 위한 노력과 기록문화의 정착

 

부산진구 기록관 운영과 관련해서는 특히 눈에 띄었던 것이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많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얼마 없는 예산을 쪼개고, 나누어 공모전을 진행하며 그 속에서 성과를 이룬 것을 보며 현실에 안주하는 순간에 스스로 노력은 했는가라는 반성을 먼저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한정된 자원을 활용하는 것과 관련해 놀랐던 점이 RMS의 활용이었습니다. RMS를 실물로 보기 전인 대학원 시기부터 RMS를 욕하기 바빴고, 실제 업무를 진행하며 욕했던 과거가 맞았다고 느낄 정도로 한계가 명확한 시스템, 특히나 종이 기반으로 설계되어 행정박물은 활용하기 어려운 시스템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럼에도 진구에서는 이 RMS를 활용하여 박물들을 관리하고 있고, 기관 내 직원들이 실제로 RMS를 통해 박물의 행방을 찾는 등의 사례는 꽤 많은 생각이 들게끔 했습니다. 조직 내 인식 개선 혹은 조직 내 기록문화 확산은 결국 필요할 때 찾고, 활용하는 것에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두 발표 사례 모두 제게 있어서는 마음의 한켠에 두고 소중하게 간직해야 할 사례입니다. 그럼에도 의문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각 발표가 끝난 뒤 토론에서도 나온 이야기이지만 가장 큰 의문은 “‘기록관’은 과연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과는 무엇이 다른가? 그리고 우리가 관리하는 기록은 도서, 박물, 예술품과는 어떻게 구분이 될까?”

이러한 의문에 대해 서두에서 언급한 ‘웨스 앤더스’의 작품을 언급해야 합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입니다. 영화의 상세한 이야기는 제쳐두고 영화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 영화의 시작은 한 소녀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라는 소설을 보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그 소설을 집필한 작가가 나와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을 어떻게 집필하게 되었는지 설명합니다. 그리곤 다시 영화는 젊은 작가의 모습을 보여주며 우연한 계기로 소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실제 주인공을 만나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듣게 됩니다.

즉, 이야기의 큰 틀은 극 중 소설가가 이야기의 주인공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듣게 되며, 극에 상당수는 소설 속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액자식 구성이 대표적인 모습이죠. 그런데 여기서 제가 판단하는 기록은 바로 작가의 ‘소설’입니다. 독자에게 있어서 소설은 항상 경험하지 못한 과거일 수밖에 없습니다.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매개이며,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를 담는 것입니다.

발표 사례에 언급되었던 ‘일기’, ‘졸업앨범’이 대표적입니다. ‘도서관’이 수집하지 않는 것, ‘미술관’이 보유하지 않는 예술작품, ‘박물관’이 전시하지 않는 모든 박물들이 어쩌면 ‘기록’이라는 큰 틀의 범주 안에 있으며, 평균적으로 너무나 흔해 작품이나 예술품에 담기지 않는 ‘일상’이 바로 기록이 된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특히나 이 지점에서 기초자치단체 기록관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이며, 기기모 회원들이 필사적으로 연구하고, 교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도서관, 미술관, 박물관’은 어쩌면 우리의 고려 대상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해당 문화기관들은 각자의 정체성으로 존재하면 그뿐이며, 우리는 지금 현재 우리가 딛고 선 ‘지역’이라는 범주와 ‘지역민’의 어제를 남기고, 그들의 소소한 일상을 언제든 받아줄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고, 기록관은 이 모든 것들을 수집하고 관리하며, 활용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웨스 앤더슨의 영화가 그러하듯 누군가가 남긴 메모 조각, 이미 세상을 떠난이의 사진을 보며 경험하지 못한 어제 혹은 누군가를 사무치게 그리워하게 한다면 우리가 기록전문가로서 주어진 사명을 어느 정도 해낸 것입니다.

 

마음속에 떠오른 의문을 이렇게 정리하며 다시 한번 발표하신 두 분 선생님께 존경한다고 남기고 싶습니다. 누군가의 소중한 기록을 받기 위해 숱한 출장 다니던 김미주 선생님, 한정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기관 내 기록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주저가 없었던 김언희 선생님. 두 분의 발표를 듣고 현실에 대한 불만만 가득한 기록연구사가 다시 놓았던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담고 싶었던 얘기가 많았고, 스스로 정리가 안되어 두서가 없는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이만 글을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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