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AI 선생님이라고?
지금 내 코가 석자인데 뭔 소리여. 밥 먹고 AI 만 들여다봐도 못 쫓아가겠구먼.
..어쩌다 AI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시작은 이 질문이었습니다. '디지털 노마드, 혹은 떠돌이 테크 부족은 어떻게 로컬이 되는가? 어떻게 걸어다니는 ATM 만년 손님을 벗어날 수 있을까? 우리가 로컬에 기여할 수 있는 건 뭘까?'
지난 4월, 준비한 팝업 마을 날짜는 다가오는데 여전히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기여 면피'를 찾다가 당시 유행하던 바이브코딩이 떠올랐습니다. 남해 청년센터와 '말하는 대로, 바이브코딩' 세션을 진행했습니다.
모집 첫날 정원 마감되고, 출석률도 100%였습니다. 러버블에서 크레딧을 지원받아 각자 만들고 싶은 것, 예를 들면 탐조하며 찍은 사진 분류하고 새 이름 찾아주는 앱이나 명상 앱 등등을 만들었습니다. 저도 재밌었고, 와주신 분들도 두 시간 꼼짝 않고 열중하는 모습에 '이거 더 해봐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남해 두모마을 팝업을 마치고, 다음 팝업마을 부지(?)로 눈여겨보던 경북 청도 마을분께 문자를 넣었습니다. '남해에서 팝업을 잘 마쳤다. 이러이러한 활동들을 했고, 청년센터에서 바이브코딩 세션을 했는데 그게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바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우리도 그거 하고 싶어요"
'그거'는 팝업마을이 아니었습니다. AI 수업이었습니다.
AI 친해지길 바래
청도에서는 이틀 동안 6시간짜리 세션을 준비했습니다. 아무래도 나 같은 코흘리개가 AI를 가르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았습니다. AI 엔지니어 두 분을 어렵게 모셨습니다. AI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계신 분들이었는데, 역시나 일타 강사였습니다.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감탄을 자아내는 강의!
그런데 중간에 한 분이 나가셨습니다. 너무 어려워서 못 알아듣겠다고 하셨습니다.


수업 후기에도 어려웠다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기초반 수업에서 강사의 역량은 전문성이 아니라 눈높이 교육이라는 걸 배웠습니다.
그럼에도 '이거 더 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 대기업이 AX를 하면 사람들이 잘려나가고 에이전트 팀이 남는다. 소상공인이 AX를 하면 에이전트 팀이 생긴다. 결국 둘이 체급이 같아지는 마법.
- AI 발전 속도, 어차피 인간이 못 쫓아간다. 인간 안에서 (가)속도 차이도 어마어마하다. 속도 아비트라지에 있어서 귀중한 데이터는 '인간이 AI에 적응하는 시행착오 데이터'가 아닐까? 내가 수집해 보자.
- 수도권 밖에는 사람은 없고 돈은 있다. 정부는 소외지역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돈줄은 다 말라버리고 정부만 살아남을지도? AI 커뮤니티는 공공이 투자할만한 인프라다.
무엇보다, 저는 해커톤이 싫어요! 저에게 해커톤은 '아직 이 기술 어디에 쓸지 못 찾았어요'를 광고하는 씁쓸한 곳입니다.
비수도권 지역에서 1, 2차 산업에 종사하는 4050 사장님들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주 명확합니다. 산더미처럼 쌓여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AI는 그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AI 야학
판을 키워서, 청도에서 7월 한 달 동안 <AI 야학>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 매주 수요일 저녁 본 수업
- 매주 화요일 저녁 보충 수업 (청도 AI 커뮤니티 친목 모임으로 자라나길!)
- 카카오 오픈채팅방 상시 질의응답 (청도 AI 커뮤니티 단체방으로 자라나길!)
- 20차시 온라인 튜토리얼 (수준별 분반 수업이 어려우니, 각자 필요한 부분만 실습해보고 질문 주세요!)
주중 4일은 청도에서, 주말 3일은 서울에서 보내는 4촌 3도 생활을 했습니다.
그 생활이 그리워서라도 <AI 야학> 시리즈는 계속하고 싶습니다.
7월 첫 수업 시간, 권위 없는 강사[1]는 긴장하고 있었습니다. 첫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이거 컴퓨터가 안 돼요"
멘탈에서 '뽀각'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두 번째 질문은 "제가 컴맹인데 AI 할 수 있을까요?"였습니다. 이미 멘탈이 빠개진 상황이라 충격은 없었습니다.
시간은 흘러 흘러 어느새 마지막 수업 날. 수강생 분들이 각자 한 달 동안 만든 걸 공유해 주셨습니다. 숙박업소 사장님은 네이버/에어비앤비/스테이폴리오 등 따로따로 있는 예약 관리 페이지를 통합해 주는 앱을 만드셨습니다. '배달 송장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앱'을 유료로 구독하고 계시던 표고버섯 사장님은 구독을 해지, 직접 그 앱을 만들고, 주문 데이터 분석하는 기능까지 추가하셨습니다. 카페 재고 관리 앱, 베이킹 레시피 앱, 신제품 소개 페이지 등등. 저는 어마어마한 감동을 받고 말았습니다.
7월 AI 야학 이후에는 대구와 순천에서 초초기초반 수업을 했습니다. 통틀어 회고하자면
이상 AI 야학 시즌1 회고를 마칩니다. 시즌2는 11월에 다시 시작합니다.
그전까지 뭐 하냐고요?
AI로 자격 시험 해킹하기!
그리고 노마드 마을 만들기! 다음 주 부산에서 만나요!
각주
[1] AI 처럼 변화무쌍한 분야에서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권위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찾지 못한 채 저 혼자 한 달 수업을 책임지기로 했습니다
[2] 8/27 AI 친해지길 바래 슬라이드. 피드백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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