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26년 병오년, 적토마의 해에 첫 네트워크 마을 소식지를 열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공기를 골라 쉬는 팝업마을
작년 이맘때쯤 샌프란시스코에 있었습니다. 공기 중에 AI가 녹아있었습니다. 숨만 쉬어도 최전선이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 일 년이 지난 지금, AI에 대한 저의 지식과 감각이 그 때와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충격이었습니다. 공기를 바꿔야 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까지 갈 순 없습니다. 저와 같은 공기를 숨 쉬고 싶은 사람을 모으면 어떨까요? 한국 일본에 AI 공기를 마시고 싶은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동방의 AI 부족과 같은 공기를 마시고자 멀리서 날아들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그들끼리 모여 살면 공기가 바뀝니다. 혼자서 AI 공부하겠다고 아무리 용을 써도 숨쉬기에 비할 바가 못됩니다.
바야흐로 바이브코딩
바이브코딩은 제게 글쓰기의 연장입니다. 혼자 구석에 틀어박혀 이렇게도 써봤다가, 지우고 다시 타닥타닥, 가볍고 빠르게, 제 머릿속에 떠다니는 것들을 정리해서 다른 사람과 나누는 방식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아무 반응도 이끌어내지 못한 채 먼지가 쌓입니다. 때로는 지구 반대편에 떨어진 동포들과 눈물겨운 이산가족 상봉 자리를 마련해주기도 합니다. 싸게싸게 찍어낼 수 있는데 비해 효과는(은) 강력합니다!
코딩도 글쓰기입니다. 다만 인간 언어 꽤나 한다는 사람들에게도 컴퓨터 언어는 난해합니다. 하지만 지금이 어느 때입니까! 바야흐로 바이브코딩의 시대, 인간 언어로 글을 쓰면 머릿속에 떠다니는 것들을 디지털화할 수 있습니다. 준비 중인 팝업 프로토콜 마을 웹사이트도 뚝딱뚝딱, 어맛, 이걸 내가 만들었다고? (아님 클로드 코드가 만들었음) 초보 바이브코더를 취하게 합니다. 저 같은 하고재비들 살맛 나는 세상입니다.
두 개의 프로젝트를 제 노예들이 굴리고 있습니다
1. 프로토콜 마을 (ProtoVille.xyz)
봄날의 남해, 두모마을에서 일주일간 반짝 열리는 팝업 마을입니다. 세 개의 기둥으로 세워집니다.
1. 기본소득 관찰 (UBI-watching, Universal Basic Income)
2. 고요한 자연 (Deep Nature)
3. 함께 만들어가기 (Co-creation)
함께하는 사람들
AI 랑만 일하면 무슨 재민교?
1. 팜프라! '판타지 촌라이프를 위한 인프라' 전문가들
제가 다녀온 몇 안 되는 팝업 마을에서 공통적으로 아쉬웠던 건 '로컬과의 연결'이었습니다. 그 난제를 한큐에 해결해 주신 팜프라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2. 디스코드에서 만난 현실 친구. 웬만한 한국인보다 한국 워케이션 더 많이 다닌 노마드입니다. 팝업마을 같이 해볼래? 했는데 고맙게도 흔쾌히 그러마고 해주었습니다. 워케이션에서 아쉬웠던 점, 글로벌 노마드 팝업에서 아쉬웠던 점을 프로토콜 마을에서 함께 풀어보려고 합니다
3. 카이트 서핑으로 유명한 베트남 무이네, 그 동네 팝업 마을 호스트들
리트릿 증명(Proof of Retreat)이라는, 한 번 들어서 알아듣기 어렵지만 한 번 들어놓으면 까먹기도 어려운 이름의 팝업 마을의 호스트들과 (제 뉴스레터를 통해) 인연이 닿았습니다. 각자의 팝업마을에 대해 폭풍 수다를 떨기로 '우리 내일 이 시간에 콜 하자~' 신나서 약속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 그들은 뚝딱뚝딱 빌리지 테크(villedge.tech)라는 앱을 만들었습니다. 다음 날 우리는 자기소개도 잊은 채 이 하룻강아지 앱에 대해 폭풍 수다를 떨었습니다. 팝업 마을을 굴리다 '이거 어떻게 자동화 안되나' 하며 만든 앱이었습니다. [1] 팝업 마을 운영 체제(OS)를 공짜로 뿌려준다니! 덥석 집사봇부터 하나 들였습니다.
4. 서강대 2A수준의 한국어를 구사하는 스코틀랜드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자기의 꿈은 언젠가 한국의 노년 인구 건강 관련 정책 만드는데 이바지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한국어도 배우고 있는데 한국에 가본 적은 없다는 친구입니다. '엥? 그럼 우리 같이 기본소득 팝업마을 만들래?' 했더니 고맙게도 흔쾌히 그러마고 해주었습니다.
어떻게 만난 사이냐고요? 제 글을 읽고 연락한 사람이 소개해준 사람의 동료가 소개해줬습니다.
5. 레게 머리 잘 받는, 코딩 싫어하는 AI 개발자. 팝업마을 굿즈로 ??? 을 생각하고 있는데 (h/t SeoulBound), 지난주에 만난 사람이 자기 지금 하는 일 때려치우고 ??? 일을 하고 싶다길래, 배에 힘을 주고 한번 외쳐보았습니다.
너, 내 동료가 돼라!

몇 년 전 AI 부트캠프를 하며 울적했습니다. "AI 팀원들과 일을 하다 보니 문득, 내가 창업을 하더라도 아무도 동고동락하지 않을 거라는 걸 깨달았다. 왜인지 마음이 허전했다. 나에게 창업이란 루피의 원피스 같은 것이었나 보다." 라는 감성 젖은 글도 남겼습니다.
너, 내 동료가 돼라! 짤을 좋아합니다. 바이브코딩의 시대, 오히려 더 자주 씁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고마운 인연들이 이어질지 모른다, 그 사람들과 함께 마을을 만든다 생각하면 싱글벙글 입꼬리에 미소가 걸립니다.
인터넷의 진짜 힘을 이제야 확인합니다. 글과 바이브코딩, 인터넷이 불러온 우연 혹은 필연입니다. 월드 와이드 힘숨찐! 앞으로 더 잘 누려보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3월 한 달 동안은 이걸 해보려고요)
봄날의 남해에서 열리는 일주일간의 팝업 마을 같이 만들어갈 사람을 찾습니다.
마케터 절찬리 모집 중!
2. 로컬노마드
저는 로컬병 환자입니다. 한국 떠나서 라면 찾지 않는다, 외국인들만 사는 동네에 숙소 잡지 않는다는 자부심으로 여행을 다닙니다. 태국 치앙마이를 사랑하지만 그곳에서 사귄 태국인 친구가 0명이라는 것에 마음이 아파 차마 다시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한국의 노마드 커뮤니티에 가보니 한국인이 0명이었습니다. 혹은 전부 한국인이었습니다.
어? 이게 아닌데?
노마드가 로컬이 되고, 로컬이 노마드가 되고, 그 경계가 점점 희미해진다는 것에 베팅했습니다. 스포츠토토 내기에서 이기기 위해 직접 경기에 뛰어들었습니다.
더 많은 원격 근무자들이 더 오래 한국에 머물게 하기
이를 방해하는 문제들을 사업적으로 해결하기!
'원격 근무자(Remote Worker)' 보다 더 적절한 단어를 찾고 있습니다. 국경을 초월한 생산자들(transnational creator/builder)? 멀티 로컬(multi-local)?
엣지 시티(Edge City)라는 팝업 마을의 인재상은 '호기심 많고, 착하고, 주도적인(curious, kind, high-agency)'입니다.

깔때기(Funnel) 작업
로컬노마드는 프로토콜 마을의 깔때기입니다. 밑밥 사전 작업입니다. 한국을 찾는 사람이 많아야 그중에 섞여있는 동포들도 많아집니다. 한국이 그렇게 좋다더라, 꼭 가봐야 한다더라, 외쿡인(expat) 눌러앉기 그리 편하다더라 유명세를 떨쳐줘야 제가 부족 사람들을 초대하기도 수월합니다.
일본은 이미 세계인의 워너비 관광지입니다. 한국은 빠르게 부상 중입니다. 앞길을 가로막는 모든 것들을 사업적으로 부숴버리겠습니다. 근데 그게 한국 정부
한국에 왜 아직도 노마드 페스티벌이 없는 걸까요? 올 가을에 하나 장만해 드려야겠습니다.
다음 여행지를 고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노마드 대상 연구 설문에서 빠지지 않는 질문입니다. 저의 기준은 단순합니다. 친구가 사는 곳으로 갑니다. 맞습니다 무전취식을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로컬한 경험을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같은 도시에 가더라도, 현지에 아는 친구가 있을 때와 없을 때 하는 경험은 다릅니다.
제가 로컬인 서울에 비한국인 친구들이 오면 제가 도와줄 차례입니다. [2] 겁도 없이 한국에서 부동산 계약을 하겠다는 프랑스 친구들이 있어서 같이 부동산에 다녀왔습니다. '얘네는 나 없으면 어떻게 하려던 거지?' '한국인 친구 없는 외쿡인들은 다 고시원 사는건가? 호텔 아님 에어비앤비?'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그 밖에도 통신사, 은행, 비자 등 외쿡인 입장에서 보니 어찌나 일관되게 불편한 경험이던지, 이 정도면 지갑이 열릴 기회입니다.
한국에 중장기로 머무는 30대 외쿡인 고객 원하는 부동산 어디 없나요?
한국 정착에 가장 큰 장벽은 부동산입니다. 현재 외쿡인 주거 시장은 고시원 아니면 럭셔리 코리빙입니다. (에어비앤비는 비싸기도 하고 매물도 적습니다) 중장기로 머물고자 하는 30대 노마드들은 주로 제1 세계 시민들로 지불 능력이 있고 체력 이슈로 광란의 파티를 즐기지 않는 조용한 공간을 원하는 모범 임차인입니다. 하지만 이들을 고객으로 보는 부동산도 집주인도 찾기 어렵습니다.
시장의 쩍벌 빈틈을 함께 채울 공인중개사 분들을 찾습니다. 서울에서 외국인 중장기 체류 시장의 가능성을 보는 중개인이나 집주인이 있다면 연결해 주세요!
적토마의 해에 고민해 볼 질문들
- '기본소득' 같은 테마가 꼭 필요한가? 아니면 테마 없이 팝업마을의 본업인 부족 집회 큐레이션 (혹은 공장/재수학원 기숙사)에 충실하는 게 좋을까? 팝업은 형식일 뿐이고, 형식은 목적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팝업을 위한 팝업'은 껍데기를 위한 껍데기일 뿐이며, 존재 이유가 없기 때문에 '참가자 수' 같은 텅 빈 KPI 만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형식을 갖추는 게 말이 되는 주제를 찾아다녔다. 마침 남해를 비롯한 10여 개의 지역에서 농어촌 기본소득 실험을 시작한다길래 덜컥 기본소득을 주제로 삼았다. 과도한 설계(over-engineering) 냄새가 난다.
- 마을 단위 노마딩 vs 로컬과의 신뢰 쌓기.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팝업 마을을 만드는 게 좋을까? 한국과 일본에서 기본소득 실험을 하는 마을들을 찾아다니면 재밌을 것 같은데. 하지만 이러다 영원한 이방인들의 마을이 되는 게 아닐까?
한해 또 나이를 먹어 좋은 점은 중구남방으로 살아온 지난 시간이 서서히 하나의 별자리를 만들기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제 별자취는 네트워크 마을과 국경을 초월한 생산자들의 커뮤니티 만들기인것 같습니다.
그럼 다음 달에 또 만나요. 모두 마음의 평정이 가득한 한 해 보내세요!
유티미아 Euthymia, 마음의 평정
너 자신을 믿기, 스스로의 길을 믿기.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온 사방으로 헤매는 혼잡한 발자국을 따라 자신을 잃지 않기 (Tranquility 평온함으로 번역되기도 함)
- 세네카

각주
[1] 네트워크 국가(Network State), 네트워크 사회(Network Societies) 앱/툴링이라고 하면, 언젠가 올 장밋빛 미래를 준비하느라 (혹은 경제특구 SEZ 같은 규제 공백을 파고드느라) 정작 과도기인 보잘것없는 지금 현재 필요한 기능은 뒷전인 경우가 왕왕입니다. 골드러시에는 직접 곡괭이를 들고 고된 노동을 하기보다 몰려드는 광부들을 대상으로 '청바지 장사'를 하는 게 더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커뮤니티 만든답시고 맨땅에 박치기해보지 않고 팝업 마을에게 진짜 필요한 기능을 만들기는 꽤 어렵습니다.
[2] 친구들이 서울에 오면 이번에는 제가 신세를 갚을 차례입니다. 집구석 소파를 펼쳐 침대를 만들어줍니다. (짜잔!) 요즘 같은 날씨에는 찜질방에 한국인보다 외쿡인이 많습니다. 로컬노마드는 외쿡인 청정구역에만 갑니다. 강화도 구석에 있는 불가마에 데려갑니다. 장작을 실어 나르는 포클레인을 피해 허름한 입구를 통과합니다. 나눠주는 옷은 긴팔 긴바지, 양말 벗지 말라고 신신당부가 이어집니다. 화덕 안으로 들어가면 토종 한국인 입에서도 헉소리가 납니다. 양머리는 없습니다. 나눠준 수건은 물에 적셔 머리에 뒤집어쓰기 바쁩니다. 씻고 나와 석모도에서 노을을 보며 바비큐에 화요 한잔 꼴깍 때리면 진짜 기절할 수도 있습니다. (위험하니 따라 하지 마세요)
처음에는 제가 하려는 사업을 관광업으로 정의했습니다. 제가 대상으로 할 수 있는 전체 시장 파이는(TAM, Total Addressable Market) 해외여행 다니는 관광객이니까요. 하지만 관광업은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인스타 너무 어려워요. 마케터 찾습니다.) 우선은 부동산 문제에 집중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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