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 마을 만들기

[주주서한] 프로토콜 마을 시즌1 회고

프로토콜 마을 이해관계자 분들께 전하는 말씀

2026.04.16 | 조회 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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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야기 순서

1. 나는 도대체 왜 프로토콜 마을을 만들었나?

2. 사람들은 도대체 왜 프로토콜 마을에 찾아왔나?

3. 다녀간 사람들의 피드백

4. 내가 프로토콜 마을 시즌1을 하며 배운 점

5. 그래서 그다음은요?

뒷동산이 예뻐서 팝업 마을을 열었던 건데 왜 팝업을 열었냐고 물어보신다면.. (photo by IntrepidXBT)
뒷동산이 예뻐서 팝업 마을을 열었던 건데 왜 팝업을 열었냐고 물어보신다면.. (photo by IntrepidXBT)


1. 나는 도대체 왜 프로토콜 마을을 만들었나?

블록체인 노마드들은 '이벤트 주기'에 따라 무리 지어 이동한다. 각 나라 각 도시마다 그곳을 대표하는 블록체인 이벤트가 열리고, 대부분이 원격으로 근무하는 블록체인 철새들은 그 이벤트가 열리는 시기에 맞춰 우르르 몰려다닌다.

서울이 가장 예쁠 때는 언제일까? 4월, 9월. 서울에서 블록체인 이벤트가 열리는 때도 바로 그 때다. 전 세계 블록체인 철새들이 한국으로 날아드는 때다. 블록체인 이벤트만 돌아다녀도 세계 주요 도시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나 또한 한 마리 블록체인 철새였다. 그러나 나는 철새 이전에 로컬병 환자였다. 언젠가부터 블록체인 이벤트들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왜 죄다 외국인이야? 여기 현지인은 한 명도 없는 거야? 내가 여기까지 와서 외국인들끼리 놀다 가야 해?

노마드는 영원한 손님이야? 걸어 다니는 ATM 말고 다른 기능은 없는 거야? 해커톤 우리한테만 중요해?

왜 다 남자..? (이건 테크 전반의 문제 이긴 함)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월드컵 보며 흥분하는 조기축구회 아조씨마냥 '아이고 내가 해도 저거보다 잘하겠다' 하며 일단 웹사이트부터 뽑았다. 마음 맞는 동료들도 찾았겠다. 무서울 게 없었다.

www.protoville.xyz/ko
www.protoville.xyz/ko


2. 사람들은 도대체 왜 프로토콜 마을에 찾아왔나? 다녀간 후기?

팝업마을 참여자들은 호스트의 DM공격에 못 이겨 반도의 남쪽 끝 두모마을까지 찾아왔다. 다행히 지원서나 단체방 자기소개에는 그렇게 얘기하지 않고 체면치레를 해 주었다.

.. 자세한 얘기는 노트북 LM으로 대신합니다. 한글 말 안 되게 깨지는 건 척하면 척 알아맞혀 주세요.

첨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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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오픈소스 >>> 비영리

프로토콜 마을 홈페이지에 보면 아래에 아주 작은 글씨로 '우리 비영리예요!'라고 쓰여있다. 도대체 비영리란 무엇인가? 기부금 세액 공제 덕분에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는 뜻인가? 비영리라고 해도 직원 월급은 남겨야 할 것 아닌가.

주말에 프로토콜 마을에 들른 나의 애인은 '이렇게 열심히 종교활동 하니 네가 충만해 보여 좋다'라고 했다. (교회가 돈을 얼마나 잘 버는지 다행히 모르는 듯하다... 아닌가 비꼬아 말한 건가? 몇 번 꼰 거지?)

"프로토콜 마을 왜 더 안 해요?"라는 질문에 "아 돈이 안 돼서요"라는 대답은 얼마나 가오 떨어지는가. 그것만은 안된다! 영리던 비영리던, 언젠가 아시아의 시골에서 천 개의 팝업마을이 피어나는 것 이 프로토콜 마을의 존재 이유다. 비영리라고 적었던 취지는 오히려 팝업마을 준비와 운영에 관련된 숫자들과 관련 자료를 전부 공개하는 것으로 더 잘 충족될 것 같다.

시즌1은 정보 공개에 대해 관계자들의 동의를 구하고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여기서 대강 요약정리만 하겠다.

  • 참여자 수: 23명 (호스트 두 명 포함)
  • 참여자들이 낸 돈 합계: 4,516,485 원 +a (막판에 신청한 사람들 금액 까먹음. 호스트들도 정가 지불)
  • 팜프라(숙박) 및 강사님들 비용: 4,440,000 원
  • 기타 지출 (유자 웰컴 드링크, 쑥떡, 마을회관 뇌물용 마가레트 등):???
  • 아무튼 잔액: 442,572 원

잔액은 프로토콜 마을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데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해관계자 여러분! 다음번에는 좀 더 투명하게 공유할게요!

트레일 러닝 강사님과 나머지 참여자들의 에너지 레벨 차이
트레일 러닝 강사님과 나머지 참여자들의 에너지 레벨 차이


4. 내가 프로토콜 마을 시즌1을 하며 배운 점

나 팝업 호스트 졸라 못한다. 나는 원래부터가 '밥을 언제 뭘 먹는지, 이부자리는 편안한지, 오늘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거기까지 가는 길은 평탄한지' 같은 것에 관심이 없다. 그래서 내가 뭘 못하고 있는지도 알지 못했다.

어느새 저녁 시간이 다가오고, '뭘 먹지?' 하다가 '우리 다 같이 요리해 먹자!' 했다. 다른 사람들도 좋다고 했다. 여러 숙소 중 부엌과 식탁이 가장 큰 숙소에서 모이기로 했다. 그런데 아차, 그 숙소에는 조리도구도 식기도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숙소에서 그릇과 냄비를 나르기 시작했다.

정신없던 와중에 한눈에 봐도 J 가 분명한 한 팝업마을 주민이 나에게 다가왔다.

"아까 장 본 게 이게 다인가요?"

"네"

"지금 바로 저랑 다시 장 보러 가시죠"

그리고 가는 길에 치킨집에 전화를 걸어 메뉴별로 한 마리씩 주문하셨다.

'아, 이런 사람이 팝업 마을을 호스트 해야 하는구나! 치킨 메뉴 이름을 외우시다니!' 깨달았다. 그분 덕분에 우리는 밤 9시에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간헐적 단식! 팝업마을에 바이오해킹이 빠질 수 있나요? 최고의 저속노화 식단은 아무것도 안 먹는 거라던데!

그래서 다음에도 팝업을 연다면, J가 분명한 '호스피텔리티' 사람과 함께 열거나, 아니면..

 

5. 그래서 그다음은요?

호스트가 팝업마을 주민들을 얼마나 잘 챙겨줬는가 와는 별개로, 프로토콜 마을은 성황리에 끝났다. 그 이유는 1) 남해의 매력 2) 함께한 사람들의 매력 덕분이다. 1번을 드러내주는 것은 결국 로컬 커뮤니티다. (물론 남해의 봄날이 끝장나게 예뻤던 것도 중요하다!) 프로토콜 마을을 호스트 한 건 사실 내가 아니라 남해 두모마을에서 10년 가까이 존버중인 팜프라다. 칭찬 일색이었던 로컬 활동들, 탐조, 트레일 러닝, 로컬 셰프님 초청 저녁, 막걸리 만들기 모두 팜프라의 인맥이었고, 심지어 숙소와 코워킹 건물은 팜프라가 손수 만든 '모듈러 주택'이다. 이럴 거면 내가 아니라 팜프라가 팝업 마을 호스트 하는 게 낫지 않나?

2번 '다른 참여자들의 매력'은 전부 지인 혹은 지인의 지인이었기 때문에 쉬웠다. 다음 팝업에서 규모를 더 키우고 싶을 경우, '큐레이션'이라는 게 얼마나 어떻게 필요할지는 실험이 필요하다. '지인의 지인' 방식을 이어갈 것인가, 인스타그램 멋지게 뽑은 김에 광고를 돌려볼 것인가?

묻고 더블로 갈 두 가지

  • 로컬 커뮤니티
  • 시골 (읍/면/리)과 자연

그 외에는 전부 갈아엎어도 좋겠다. (기본 소득 일기장보다 시골살이 일기장을, 그리고 저녁마다 같이 그 일기를 쓰는 루틴을 잡아봐도 좋겠다)

난 더 이상 팝업을 호스트 하지 않겠다. 팝업 호스팅은 팜프라가 훨씬 잘할 거다. 나의 강점은 한국어를 잘하고 한국에 네트워크가 좋은 노마드라는 점이다 (아임 코리안 노마드 아임퐈인 땡큐앤유). 나는 호스트 도와주는 걸 잘할 수 있다. 나의 다음 할 일은 팜프라가 직접 팝업마을을 호스팅 하도록 설득하고 도와주는 것이다. 그리고 팜프라 같은 뿌리 깊은 로컬 커뮤니티를 찾아 걸어 다니는 ATM들 한 번 호구잡아 보라고 설득하는 것이다.

팝업을 준비하며 힘들었던 점은 수요 예측이다. 특히, '아 정말 너무너무 가고 싶은데 나 그때 다른 나라에서 일정이 있어'라는 말을 들을 때 정말 아쉬웠다. 해당 팝업의 주제에 격공 한다거나, 거기 오는 그 사람을 꼭 만나고 싶다거나, 그런데 일정이 안 맞는 경우에는 애초에 일정을 조율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선 주문 후 제작 방식으로 만들 수 있는 게 바로 팝업의 장점 아닌가?

그래서 나는 팝업 마을을 위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읍/면/리의 로컬 커뮤니티들을 온보딩 한 후에는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한 예비 팝업마을 주민들의 프로필과 소셜 그래프를 통해서 간단한 소개와 참여 동기를 확인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결국에 멤버십이 파는 건 다른 멤버들이기 때문에. '참여 의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베트남의 Proof of Retreat이라는 팝업에서 한 수 배웠다.

그리고 다음 팝업은 일본에서 열고 싶다. 한국은 일본의 사회 문제를 10년 뒤에 똑같이 겪는다고들 한다. 그것도 더 심하게(고령화 속도 일본에게 지고 싶지 않아!). 그런데 '이것이 우리 모두 힘을 합쳐서 해결해야 할 국가적 문제다'라는 전 사회적 합의에 이르는 속도도 일본이 한국보다 훨씬 빠른 것 같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고민하는 국가 단위의 문제는 이미 한참 전에 일본이 고민해 보고 여러 방면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도 해 봤다는 점이다.

그래서 일본에서 한 수 배우고 싶다. 일본어 공부 앱 추천받아요.

그리고 다시 한번,

 

떠돌이 테크 부족을 초대해 줄 로컬 커뮤니티 찾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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