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해보고 싶었던 것
- 부산이라는 대도시
-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되는 곳. [1] 노인과 바다. 메트로폴리탄 도시 인프라와 이를 사용하지 않는 노령층. 조무래기 아이들 까부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 적막한 도시. 이것이 한국의 미래인가. 팝업 마을과 썩 잘 어울리는걸
- 몰리는 곳에만 몰리는 외국인 관광객
- 외국인들 부산 왜 가냐? 물어보면 이유는 없고 그냥 간다. 가는 곳만 간다. 부산역에 내려 동네 축구 하듯 우르르 몰려다닌다. 부산 예쁜 곳 많은데. 두유노 통도사? 노 용궁사 노노
- 부산의 소비자는 외국인. 저잣거리 호떡 아줌마가 3개국어로 쏼라쏼라. 영어 중국어 한국어.
-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도시를 돌아다니자. 하루는 영도, 하루는 광안리, 하루는 망미동. 부산은 천의 얼굴. 산도 있고 바다도 있다. 이웃사촌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서로 다른 동네들이 해안선으로 한데 묶여 있다. 대중교통도 잘 되어 있고! (프로토빌 두모에서 나의 주 업무는 호스트가 아니라 운전기사였다)
- 저물어가는 대도시에서 외쿡인들과 뭘 해볼까?
- 코리아 노마드 페스티벌[2]. 아냐 노마드는 그 나물에 그 밥. 부산에는 이미 아기자기한 로컬, 비한국인 커뮤니티들이 있다. 갬성 카페 비건 레스토랑 사장님들, 아티스트 레지던시, 코워킹(커뮤니티가 있는!) 사장님, 라틴 댄서, 요가 선생님.
- 그들을 잇는, 그들과 한국인들을 잇는 키워드… 크리에이터? [3] 부산 크리에이터 위크? 로컬 커뮤니티들을 한곳에 모아만 놔도, 서로의 존재만 알게 되어도 성공이다.
- 코리빙 없이 가보자. 코호스트들은 한 호텔에 머무르고, 참가자들에게도 그 주변 숙소를 추천한다. 어차피 동네별 코워킹 공간은 확정해 두었으니.
- 코호스트 네 명 어떤데! 1/4 엔빵하면 쉬엄쉬엄 할 일도 없겠네!
- 워케이션 프로그램 활용해볼까? 1박에 5만 원 돈을 꽂아준다는데!
실험 결과 요약
- 부산보다 작은 도시가 좋겠다.
- 나는 마을을 만드려는가? 그렇다면 더 휴먼스케일. 자연에 더 가까이.
- 지난 4월, 남해군 두모마을에서 연 프로토빌 두모의 슬로건은 ‘전원의 미래(Prototyping Rural Futures)’였다. 이번에는 부산으로 장소를 정하고, 슬로건도 급하게 ‘도시살이의 미래(Prototyping Post-Growth Urban Futures)’로 바꿨다. 그래서 도시살이에 대해 어떤 실험을 했나?
- 두모에서는 도시 밖의 삶을 꿈꾸던 젊은이들이 시골살이를 구체적으로 그리게 되었다. 테마로 내걸었던 ‘기본소득(UBI)’보다 오히려 이 부분의 반응이 좋았다. 부산 팝업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 물리적 팝업 마을에는 물리적 구심점이 필요하다. 도시를 돌아다니면 길에 버리는 시간도 길어지고, 팝업 주민들의 참여도 흩어진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친해지는 기회(serendipity)도 적다. 이 말은 즉슨, 호스트가 그 모든 빈틈을 커버 쳐 줘야 한다는 것. 적어도 코워킹 거점은 필수! (코리빙 운영자를 로컬 파트너로 삼으면 운영 비용을 줄일 수 있겠다)
- ‘부산 크리에이터 위크’는 팝업 일정을 10일에서 5일로 줄이면서 흐지부지됐다. 일정 단축은 내가 제안했다. 내가 보기에는 코호스트 모두에게, 특히 나에게 팝업의 우선순위가 낮아져 있었다. 다만 일정을 줄이자는 결정 자체가 서로에게 어떤 신호를 보냈는지는 모르겠다. 그 결정이 이후의 조율을 더 어렵게 만든 건 아닐까.
- 워케이션? 할많하않. 정부 돈을 받는다는 건 고객이 정부라는 것. 더 이상 팝업 주민이 고객이 아니게 된다. 하지만 바야흐로 지자체에 예산이 흘러넘치는 시대, 한 번쯤은 본격 B2G 실험 어떤데?
팝업 주민 프로필 및 후기 요약
은 AI 담당!

잘한 것
- 환대. 그러나 우리가 파는 것은 환대인가?
- 숙박을 포함하지 않은 것. 운영 업무가 크게 줄었다
- 오리엔테이션을 시도한 것. 다음번에는 사전 온라인 미팅까지 추가하자
- 인스타 콘텐츠 제작. 다음 팝업 때는 인스타 광고 돌려볼 수 있겠지!
- 수익이 남았는데 그렇게 많이 남지도 않은 것
- 가까스로 숙박비와 교통비를 남겼다. (숙박 지원금 1박에 5만 원, 야호.) 지난 팝업 때는 호스트 숙박비와 교통비까지 다 내돈내산이었으니 장족의 발전이다. 그렇다고 수익화 엔진을 부릉부릉 돌리고 싶지는 않다. 실험을 계속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
- 20명 규모. 스케일업은 인원수가 아니라 실험 횟수.
아쉬운 것, 다음에는 이렇게
- 실험 설계. 이번 회고를 쓰려고 지난 팝업 회고를 다시 읽었다. “아차, 내가 다음번엔 이런 실험을 하려고 했었지! 하나도 상관없는 걸 해부렀네!” 아차차. 다음에는 지난 실험에서 이어가자. 이번에는 무엇을 시험할지, 어떤 테마로 모일지 충분히 이야기하지 못했다.
- 두모 회고에서 묻고 더블로 가려던 것은 로컬 커뮤니티와 자연이었다.
- 네 명의 코호스트 간 비전 공유 부재, R&R 설정 및 기대치 관리 실패. 첫 세 번의 미팅 동안 "나는 왜 팝업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것만으로는 정렬(alignment) 맞추기 부족했다.
- 다음번에는 코호스트끼리 1박으로 워크숍을 가도 좋겠다. 사전 답사도 할 겸
- 비전을 맞추고, 역할을 나누고 나면, 그것이 탈중앙화 자율 조직?!!?!?
- 나는 다른 사람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걸 싫어한다. 그런데 이래라저래라 없이 팝업을 호스팅하려니 지친다. 그럼에도 ‘탈중앙화 자율 조직’에는 여전히 로망이 있다. 비전을 맞추고 역할을 나누면, 그것이 탈중앙화 자율 조직?!!?!? 어쩌면 다오가 ‘실험적인 마을 만들기라는 실험’에 어울리는 방식일까? [4]
- 호스트라는 역할을 쪼개서, 호스트, 로컬 커뮤니티와 파트너, 프로그램에 기여하는 코크리에이터, 그리고 참여자.
- 코크리에이터: 지원서 제출 단계에서 '어떤 걸 기여할 수 있나요' 물어보고 30% 할인 제공. 로컬 패스도 여기 포함
- 프로그램을 너무 많이 넣었다. 참가자들 자체 세션은 둘째 치고, 몰입해서 일할 시간도 부족하다. 주중 딥워크 사수.
- 또 친구 초대한 것. 친구 찬스 고마해라 마이무따아이가. 아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면 팝업 운영을 시스템화할 이유가 없다. 주먹구구 몸으로 때우니 팝업 호스팅이 힘들다. 다음번에는 AI 몸빵 도전
- 새로운 도전에는 주변 사람들의 지지와 응원이 큰 힘이 된다. 두 번이나 넘치게 받았다. (고마워 얘들아. 스페셜 땡스 투는 나중에 유명해져서 시상식 올라가거나 책 쓰거나 할 때 남길게. 지금은 잔챙이라 민망하구나.)
- 한국 밖에서 팝업하면 설마 또 친구 초대하진 않겠지
- 텔레그램 메신저 온보딩. 이제 그만. 다음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단체방은 왓츠앱!
남아 있는 질문들
- 타깃 참여자와 그에 맞는 상품 구성
- 호스트끼리 협업하는 방식. 기대치 관리는 어떻게?
- 티켓은 어떻게 나누고 가격은 어떻게 붙일까? 전체 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만 받을까?
- 친구들과 부산 놀러 가는 것과 '프로토빌 부산'은 어떻게 다른가?
- cf) 프로토빌 두모의 세 가지 기둥: 깊은 몰입, 깊은 자연, 함께 만들기 (Deep Work, Deep Nature, Co-Create)
- 팝업의 정체성. 테마? ‘실험적인 마을 만들기라는 실험’은 나의 괴상한 취미다. 어떻게 하면 남들도 하고 싶어 하는 일이 될까? <톰 소여의 다 함께 뺑끼치기>처럼 포장하는 방법?
- 남들 다 하는 AI 이벤트보다 네트워크 국가나 사회, 혹은 ‘일과 놀이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세션을 해볼까? 리딩클럽을 하면 사람들이 읽고 올까?
- 어떻게 해야 프로토빌을 함께 만들자고 설득할 수 있을까? 프로토빌 남해 이후, 프로토빌을 주인 없는 브랜드(Headless Brand)로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느긋하게 탈중앙화해야지. 안 그러면 체한다.
- 모쪼록 프로토빌 (호스팅에) 관심 있는 사람, 단체방 들어오기!
- 가족이 함께 오는 마을도 만들어보고 싶다. 난이도는 확 올라가겠지만, 오히려 아이 있는 사람들이야말로 마을을 만들 준비가 된 사람들일지도. 그러려면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 호스트로 함께해야 한다. 아니면 내가 애를
질문이 늘어만 가니, 실험이 잘 되고 있나 보다. 다음 주에는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치앙마이 팝업 마을에 갔다가 ColiveFukuoka에 간다. 언젠가 우리 모두 이 마을 저 마을 뛰어다니게 될까?
“이 소설은 틀림없이 실패작이 될 것이다. 모든 책이 실패했다. 하지만 내가 어떤 책을 쓰고 싶은지만큼은 나는 명확히 알고 있다.”
조지 오웰, 「나는 왜 쓰는가」, 1946
각주
[1] 지하철을 탔다. 객실칸 반 이상이 노약자석이어야 했다. 버스를 탔다. 영어 광고가 들려왔다. 보름쯤 부산에 머물렀다. 꼬마 아이들을 3명쯤 보았다. 관련 기사 링크
[2] 일본이 부러웠던 점
- ColiveFukuoka라는 대형 프랜차이즈 이벤트가 전 세계 노마드를 일본으로 쑥 빨아들인다. 날 좋은 날 10월. 대부분의 노마드가 90일 관광 비자를 받는다.
- 일본은 도시로 떠났던 청년들이 고향에 돌아와 코리빙 코워킹 사업을 한다. 정부 지원이 빵빵하다. 내가 시골의 코리빙 코워킹 사장님이다? 지역 재생이 내 밥벌이다. 준공무원 작은 코리빙 사장님들은 작은 팝업 마을을 연다. 작지만은 않다. 오리엔탈리즘 만세 옆동네 코리빙 사장님들도 서로서로 팝업 놀러 오고 간다. 그리고 다 같이 ColiveFukuoka 간다
- ColiveFukuoka를 시작으로 팝업 마을 릴레이가 이어진다. 코리빙 사장님들과 전 세계 노마드들은 행사 동안 이미 친해졌다. 이거 끝나고 어디 가? 우리 동네 놀러 올래? 그다음은 쟤네 동네? 일본인들은 코디네이션(Coordination) 장인들이다.
한국은 왜 이런 거 없는데?
- ColiveFukuoka 한 번도 안 가보고 어그로 끌었다. 올해 처음으로 간다. 'Anywhere, but Where?'라는 제목으로 45분 세션도 한다. 많관부! ColiveFuk 주최자인 Ryo는 올해까지만 하겠다고, 내년부터는 초기 ColiveFuk처럼 20명 규모의, 좀 더 깊은 대화가 가능한 형태로 돌아가고 싶다고. 뒷이야기가 궁금하다.
한때 '한국 디지털노마드 협회' 사단법인도 같이 만들어보려 뽀짝였던 팀이 올해 '코리아 노마드 페스트'를 한다. 야호! 정부 주도 노마드 페스트는 과연 어떨지, 가서 확인해봐야겠다.
[3] 키워드를 아직 못 찾았다. 노마드는 아닌데. 크리에이터?도 아니고. 멀티로컬(MultiLocal)?은 끼워 맞춘 느낌. 단어 추천 받아요!
[4] 빡빡이 수험생은 매일 아침 도서관에 갑니다. 도서관에 갇혀있으면 별게 다 흥미롭습니다. 오늘은 신간도서 코너를 살펴봤습니다. 최신 GPT 사용법을 가르쳐주는 책이 있었습니다. 최신 GPT-4o에 대한 실전 사용 팁이 수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최신? GPT-6 말인가?
AI 최신 사용법이 궁금하다면, 책을 통해 배우기는 가장 안 좋은 방법 중 하나일지도요.
그렇다면 동아시아에서 실험적인 마을을 만드는 일은 어떨까요? '실험적인 마을 만들기라는 실험'을 하기에 적절한 방식은 뭘까요? 지금까지 꽤 유용했던 스타트업 방식은 적절치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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