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믿고 싶은 것’만 믿을까?

칼 세이건이 남긴 또 하나의 책,《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이 경계한 유사 과학의 힘

2025.09.10 | 조회 2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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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유사 과학의 유혹과 과학적 사고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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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세이건 = 코스모스.”

아마 대부분 이렇게 기억하실 겁니다. 하지만 정작 세이건의 책을 끝까지 읽어본 사람은 드뭅니다. 그리고 오늘 소개할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은 《코스모스》보다 훨씬 덜 알려져 있지만, 지금 우리 시대에도 놀라울 만큼 생생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습니다. 세이건은 어린 시절 유대교 교육을 받았지만, 성인이 된 이후에는 특정 종교를 믿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을 “무신론자”라기보다는 불가지론자(agnostic)에 가깝다고 정의했습니다. 신의 존재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고 보았고, 종교 교리에는 회의적이었죠. 그러나 동시에 종교가 지닌 문화적·철학적 가치를 존중하려 했습니다. 즉, 적대적 무신론자가 아니라, “증거를 중시하는 회의적 태도”를 유지한 사람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이 책을 읽을 때 이 지점을 기억해둔다면, 세이건이 말하고자 한 과학적 사고의 중요성이 훨씬 선명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칼 세이건
칼 세이건

그리고 바로 여기서, 세이건이 특별히 경계했던 것이 있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믿음이 과학의 자리를 차지할 때 벌어지는 위험입니다. 세이건은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에서 단순히 종교적 신념을 넘어서, 점성술이나 타로, 초능력, 음모론 같은 ‘유사 과학’이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드는지를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은 자연스럽게 이렇게 이어집니다. 유사 과학, 왜 우리를 유혹할까요?

 

오늘의 책 📕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출처: 사이언스북스)
(출처: 사이언스북스)

 

유사 과학, 왜 우리를 유혹할까요?


“사주가 미래를 알려준다”

“끌어당김의 법칙으로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

“이 약만 먹으면 한 달 만에 10kg 감량!”

누구나 한 번쯤 혹한 적 있을 겁니다. 세이건은 이런 현상을 단순히 ‘미신’으로 치부하지 않습니다. 왜 인간이 그렇게 쉽게 끌리는지, 본능과 사회 구조 속에서 그 이유를 파헤칩니다.

점성술
점성술

1. 확실성의 매혹: 과학은 종종 “아직 모른다”고 답합니다. 하지만 유사 과학은 언제나 “정답”을 줍니다.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 확실한 답은 늘 매력적이죠.

2. 통제감의 환상: 우리는 미래를 통제하고 싶어 합니다. 사주나 타로가 미래를 알려준다고 말할 때, 그 불안이 잠시나마 사라집니다.

3. 개인 맞춤 의미: 과학은 보편 법칙을 찾지만, 유사 과학은 언제나 “당신”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합니다.

요즘 SNS를 휩쓰는 ‘성공 공식’ 콘텐츠도 같은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이 3가지만 하면 부자 된다”는 단순한 처방은 구조적 문제를 지워버리고, 개인의 노력만으로 모든 걸 설명할 수 있다는 착각을 줍니다.

 

과학 문해력과 민주주의


과학과 민주주의는 닮았습니다. 둘 다 회의, 증거, 성실성이 없으면 금세 무너집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가요? 기자회견에서 감정적 호소가 팩트보다 먼저 퍼지고, 유튜브 음모론 영상이 정책 보고서보다 더 신뢰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과학적 사고는 거창하지 않습니다. 일상에서

  • “이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가?”
  • “다른 가능성은 없는가?”
  • “출처는 신뢰할 수 있는가?”

이 세 가지 질문을 습관처럼 던지는 것, 바로 거기서 시작됩니다. 결국 시민이 이런 질문을 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는 정보가 아닌 선동에 의해 움직이게 됩니다. 근거 없는 믿음이 여론을 장악하면, 과학적 사실보다 감정과 정치적 이해가 우선하게 되죠.

출처: 네이버 뉴스
출처: 네이버 뉴스

실제로 최근 기사에서는 대학 입시가 다가오자 학부모들이 사주 상담가에게 지원 전략을 묻는 풍경이 보도되었습니다. 입시라는 인생의 중요한 선택조차 과학적 근거나 데이터가 아닌 운세와 점괘에 기대어 결정하는 모습은, 세이건이 경계했던 ‘유사 과학의 매혹’이 얼마나 일상 깊숙이 침투했는지를 보여줍니다.

기후위기, 백신, 인공지능 윤리처럼 복잡한 문제일수록 냉철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만약 사회가 과학적 사고를 외면한다면 민주주의는 스스로의 토대를 잃어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믿음과 권력의 위험한 결합


마녀로 판명된 여인을 화형시키는 장면을 묘사한 삽화.
마녀로 판명된 여인을 화형시키는 장면을 묘사한 삽화.

세이건은 역사 속에서 믿음과 권력이 결합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났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마녀재판, 악마 숭배 열풍, 소련의 리센코주의 같은 사례는 검증되지 않은 신념이 어떻게 사회 전체를 옥죄는지를 잘 보여주죠.

정치가 특정한 믿음이나 이데올로기와 맞물리면 비판적 사고는 금세 억압됩니다. 의문은 ‘불경’으로, 검증은 ‘배신’으로 낙인찍히죠. 책 결정이 과학적 근거가 아니라 점술가의 조언이나 확증 편향적 신념에 의해 좌우될 때, 사회는 합리성을 잃습니다.

그리고 제도가 투명성을 잃을수록 사람들은 공식 설명보다 음모론에 더 귀 기울이게 됩니다. “정부가 진실을 숨기고 있다”는 생각은 단순한 편견이 아니라, 불신이 누적될 때 자연스럽게 강화되는 현상입니다. 세이건이 경계한 건 바로 이 지점이었습니다.

 

우리는 왜 ‘믿고 싶은 것’만 믿을까요?


(출처:unsplash)
(출처:unsplash)

인간은 불확실성과 고통을 견디기 어려워합니다. 그래서 종종 불편한 진실보다 달콤한 거짓을 선택하죠. 세이건은 사후세계, 외계인의 메시지, 인공지능이 신이 될 거라는 예언 같은 믿음들이 사실상 현대판 종교로 작동한다고 지적합니다. 현실이 고통스러울수록 대체 현실에 대한 욕구는 더 커집니다. 경제 불안, 기후 위기, 팬데믹 같은 불확실성은 이런 믿음을 더욱 부추깁니다.

물론 과학은 우리에게 위안을 주지 않습니다. 과학은 세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해줄 뿐,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은 내놓지 않죠. 그 공백을 메우는 것은 철학, 예술, 때로는 종교의 몫입니다. 그러나 그 믿음이 검증 가능한 현실과 충돌한다면, 결국 우리를 해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나가며: “불확실성을 견디는 힘”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은 단순히 유사 과학을 비판하는 책이 아닙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 불확실성을 견디는 힘, 끊임없이 질문하는 태도를 가르쳐주는 책입니다. 우리는 모두 확실성과 위안을 원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을 직시하는 능력을 희생시켜서는 안 됩니다. 확실성 대신 질문을, 달콤한 거짓 대신 불편한 진실을 선택하는 것. 그것이 세이건이 남긴 가장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지금 이 불확실한 시대에,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꼭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 작성자: 에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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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확실한 시대에 ‘위안이 되는 믿음’과 ‘검증된 사실’ 사이에서, 당신은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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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우노의 프로필 이미지

    하우노

    0
    3 months 전

    저는 검증된 사실을 선택할 거에요. 검증된 사실. 불편한 진실이 결국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거라 생각하니깐요. 그리고 사람들이 과학적 사고를 하지 않는 건. 그게 많은 에너지가 들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니 여러 번 생각하기 보다는 바로 반응한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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