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생산재'에서 '소비재'로의 전환

이제 국가 명령은 통하지 않습니다

2025.04.02 | 조회 2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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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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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해 뉴스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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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보건사회부 및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제작한 가족계획 홍보 포스터
출처: 보건사회부 및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제작한 가족계획 홍보 포스터

들어가며: 이제 국가 명령은 통하지 않습니다


한때, 아이를 낳는 일은 국가의 명령일 때가 있었습니다. 특히 전쟁이 끝난 직후였죠. 우리나라에선 6.25 전쟁 이후 인구 회복과 국가 재건을 위해 '많이 낳아 잘 기르자'는 구호가 울려 퍼졌습니다.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대약진운동과 대기근 이후 인구 회복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죠.

하지만 이러한 기조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전쟁 직후 출산율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60년대, 한국은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문구로 대표되는 '산아제한정책'을 시행하게 됩니다. 높은 출산율이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쉽게 말하면 "먹을 게 부족하니 그만 좀 낳아라"라는 뜻이었죠. 이 시기에도 국가는 '경제 성장'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국민의 자율성을 철저히 배제했습니다.

"혁명을 위해 늦게 결혼하고 계획생육을 합시다!" (출처: 나무위키) 

중국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1958년 이후 마오쩌둥은 "인구가 많을수록 좋다"는 정책을 펼쳤고, 이전에 간헐적으로 진행되던 가족계획 노력은 1966년 문화대혁명 시작과 함께 중단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1970년 중국의 출산율은 여성 1명당 5.8명에 달했고, 인구는 이미 1969년에 8억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러한 폭발적 인구 증가로 인해 덩샤오핑 시대에 들어서며 중국은 1979년부터 강력한 가족계획 정책(일명 '한 자녀 정책')을 시행하게 됩니다.

하지만 OECD 국가 중 출산율 최저를 찍고 있는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에게 이런 이야기는 낯설고 의아하게 다가옵니다. 이제는 아이를 낳는 일이 온전히 개인의 선택이 되었습니다. 국가가 아이를 낳아달라고 사정사정해도, 사람들은 더 이상 그 말을 귀담아듣지 않죠. 특히 최근 국민연금 개혁안을 둘러싸고 '부담은 현세대 청년이, 혜택은 기성세대가 가져간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저출산 문제 해결에 더 큰 장벽이 생기고 있습니다.

"고통은 청년에, 혜택은 기성세대에" 
(출처: 한국일보 youtube)

오늘은 현대 사회와는 정반대인, '너무 많이 낳아 문제가 되던 시대'를 담은 소설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중국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모옌의 작품인 『개구리』를 통해 그 당시의 "계확생육정책"과 현대 사회 이슈를 같이 고민해 보겠습니다.

 

오늘의 책 📕 모옌, <개구리>


(출처: 민음사)
(출처: 민음사)

 

생명의 상징, 개구리 


(출처: ChatGPT Plus)
(출처: ChatGPT Plus)

소설 제목인 '개구리'는 작품에서 다양한 상징성을 지닙니다. 중국어로 개구리의 발음 '와'는 갓난아기를 의미하는 '와와'와 동일합니다. 작중 등장인물 스쯔는 개구리와 인간의 발생학적 유사성을 강조하며 말합니다:

"올챙이랑 사람 정자랑 모습도 비슷하고, 사람 난자랑 개구리 난자도 별반 차이 없어요. 그리고 당신 삼 개월 된 태아 표본 본 적 있어요? 긴 꼬리를 늘어뜨린 모습이 변태기 개구리의 모습과 거의 똑같다고요."

모옌, <개구리>

소설 속에서 개구리는 생명의 탄생과 연결되며, 동시에 억압된 영혼들의 울음소리로 표현됩니다. 강제 낙태로 잃어버린 생명들의 영혼이 개구리의 울음소리로 되살아나는 장면은 독자의 가슴을 저미게 합니다.

 

국가의 이름으로 생명을 통제하던 시대


모옌의 소설 『개구리』는 계획생육 정책이라는 거대한 틀 속에서 개인이 얼마나 작아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소설에서 개구리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생명 자체의 상징으로 등장합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와샨의 고모는 산부인과 의사로, 처음에는 누구보다도 아이의 탄생을 위해 헌신해온 인물입니다. 당시 여자 아이는 남자 아이에 비해 환영받지 못했지만, 고모는 차별 없이 모든 생명을 존중하며 뛰어난 실력으로 아이를 받아주었습니다.

一胎上环,二胎结扎。超怀又引又扎,超生又扎又罚。첫째를 낳으면 피임기구(루프)를 넣고, 둘째를 낳으면 불임수술을 해라. 초과 임신하면 낙태하고 불임수술하고, 초과 출산하면 불임수술하고 벌금까지 부과한다.(출처: 바이두)
一胎上环,二胎结扎。超怀又引又扎,超生又扎又罚。
첫째를 낳으면 피임기구(루프)를 넣고, 둘째를 낳으면 불임수술을 해라.
초과 임신하면 낙태하고 불임수술하고, 초과 출산하면 불임수술하고 벌금까지 부과한다.
(출처: 바이두)

하지만 덩샤오핑 시대의 강력한 계획생육 정책이 시행되면서 그녀의 삶은 송두리째 바뀝니다. 국가의 명령 아래, 이젠 정반대의 역할 — 낙태를 종용하고 끝까지 추적해 낙태를 집행하는 일을 맡게 됩니다.아이를 세상에 보내던 손으로 이제는 생명을 거둬들이는 역할을 하게 된 고모는 결국 국가의 도구가 되어갑니다.

그 과정 속에서 그녀의 내면은 점점 무너지고, 자신이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잃었는지 뒤늦게 깨닫고 씻을 수 없는 후회를 안고 살아갑니다. 소설은 독자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생명을 통제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이며, 그 책임은 어디까지일까요?

 

과거의 '대리모'에서 현대의 '선택적 출산'으로


그 시절, 출산은 개인의 결정이 아니라 국가의 지시였습니다. 아이는 가문의 명예였고, 노동력이었으며, 노후를 책임져줄 존재였습니다. 『개구리』가 보여주는 중국의 계획생육 시대와 비교할 때, 오늘날 우리는 전혀 다른 생식 환경에 살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여성들이 독립적으로 자신의 아이를 갖기 위해 '정자뱅크'를 이용하는 현상이 늘고 있습니다. 이는 생식에 대한 통제권이 국가나 가부장적 가족 구조에서 개인, 특히 여성 개인에게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정자 기증과 같은 생식 기술의 발전은 여성들에게 전통적인 가족 구조 없이도 모성을 실현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합니다.

결혼 NO! 출산 YES! 혼자서 부모가 된 사람들 (뉴스토리 / SBS)(출처:https://www.youtube.com/live/FkMeQi7jHyk?si=u7MOoXOu7vJCFrbR)
결혼 NO! 출산 YES! 혼자서 부모가 된 사람들 (뉴스토리 / SBS)
(출처:https://www.youtube.com/live/FkMeQi7jHyk?si=u7MOoXOu7vJCFrbR)

하지만, 선택의 자유는 넓어졌지만, 그 선택을 둘러싼 시선과 질문은 여전히 무겁습니다.

"혼자서 아이를 키울 수 있겠어?"

"왜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으려 해?"

이러한 현상들은 과거 국가 정책과 관습이 남긴 유산과도 연결됩니다. 한국과 중국은 모두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한 성비 불균형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중국의 남초 인구는 3000만-3500만 명 정도로 추정되며, 한국 역시 1990년대 초에는 일부 도시에서 출생 성비가 125:100까지 치솟는 심각한 성비 불균형을 겪었습니다. 이처럼 출산과 관련된 정책은 수십 년이 지난 후에도 사회에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는 이제 질문해 봐야 합니다. 국가가 개인의 출산을 통제했던 과거와, 개인이 출산을 선택하지 않는 현재 사이에서, 우리 사회는 어떤 균형점을 찾아야 할까요?

 

아이: '생산재'에서 '소비재'로의 전환


(출처: 마이크임팩트 youtube)

오은영 박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생산재가 아니라 소비재입니다.”

오은영 박사가 현대 사회의 아이들에 대해 언급한 관점은 모옌의 소설과 흥미로운 대비를 이룹니다:

"요즘 아이들은 '생산재'가 아니라 '소비재'예요. 옛날 농경 사회에서는 아이는 낳으면 낳을수록 더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농사를 지을 노동력이 되었고, 나를 부양해줄 재원이 되었죠. 그러나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이는 끊임없이 지원을 해줘야 하는 소비재로 바뀌었죠." 

 — 오은영 박사

 

이러한 시각은 『개구리』에서 중국 농촌의 상황과 대조됩니다. 소설 속에서 아이들, 특히 아들은 여전히 '생산재'로서의 가치를 지닙니다:

"자고로 아이를 낳는 일은 엄연한 자연의 이치예요. 한나라 때는 황제가 조서를 내려 민간 여자들은 만 13세가 되면 반드시 결혼해야 했지요. 결혼하지 않으면 여자의 보호자를 불러 문초했다던데! 여자가 아이를 낳지 않으면 나라는 어디서 징병을 합니까?"

모옌, <개구리>

산업화와 디지털 시대의 도래로 인간의 경제적 가치 인식이 변화한 것은 출산과 양육에 대한 우리의 태도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사회구조가 변화하면서 아이는 가족 경제에 기여하는 '생산재'로서의 가치보다 양육과 교육에 많은 투자가 필요한 '소비재'로 인식되는 경향이 커졌고, 이에 따라 출산에 대한 경제적 동기는 점점 약해지고 있습니다.

 

기술 발전 속에서 비효율이 되어가는 인간


(출처:BridgeEconomy youtube, 엔디비아와 디즈니가 협력해서 만든 엔디비아 로봇 ‘블루’)

산업혁명은 인간의 손발보다 기계가 빠르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사고보다 AI가 더 정확하고 생산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죠. 이제 인간은 효율의 기준으로는 점점 밀려나고 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기술 발전이 가속화될수록 인간 생명의 '경제적 가치'는 하락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알고리즘이 인간보다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리고, 로봇이 더 빠르게 일을 처리하며, AI가 창의적인 작업까지 수행하는 시대에, 우리는 인간에게 어떤 가치를 부여해야 할까요? 사고, 창의성, 감정 등 우리가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고유한 가치조차 언젠가는 '비효율'이라는 이름 아래 평가받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중요한 질문과 마주하게 됩니다. 효율과 생산성의 관점에서 점점 '비효율적'이 되어가는 인간의 가치를 어떻게 재정의해야 할까요? 그리고 이러한 기술 발전의 시대에, 아이를 낳고 기르는 행위의 의미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요? 모옌의 『개구리』가 국가의 출산 통제를 비판했다면, 우리 시대에는 기술에 의한 인간 가치의 재평가라는 새로운 도전 앞에 서 있는지도 모릅니다.

 

나가며: 생명의 자율성과 윤리


(출처: unsplash)
(출처: unsplash)

모옌의 『개구리』는 출산과 생명에 관한 국가 정책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생명의 자율성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생식 기술의 발전과 새로운 가족 형태의 등장은 이러한 질문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개구리』는 단순한 소설을 넘어, 인간의 생명과 출산에 관한 깊은 철학적 사유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국가 정책과 개인의 자유, 전통과 현대, 그리고 무엇보다 생명의 가치에 대한 심오한 성찰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해 볼 수 있습니다.

인간 생명의 가치와 의미는 누가 결정하는 것이며, 개인의 자율성과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균형점을 찾아야 할까요?

 


✍️ 작성자: 에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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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러분은 출산과 양육에 대한 사회적 압박을 느끼신 적이 있나요? 어떤 형태로 경험하셨나요?
  • 아이를 '생산재'에서 '소비재'로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현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가치가 '비효율'로 평가받는다는 의견에 동의하시나요? 미래 사회에서 인간 고유의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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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키의 프로필 이미지

    키키

    0
    7 days 전

    생산력이 떨어지는 인간과 소비력이 떨어지는 인간을 사회는 쓸모없는 존재라고 인식할 수도 있겠네요. 마르크스의 유물론이 맞는 말처럼 느껴집니다. 경제적 토대 위에 인식이 형성되어 있다는 말이 와닿거든요. 지금 당장 떠오르는 ‘인간의 쓸모’조차 생산과 소비로만 귀결되고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 체제를 바꾸면 될까요? 마르크스는 역사를 계급 투쟁의 반복으로 보았고, 궁극적으로는 계급이 사라지는 공산주의로 나아갈 것이라 예언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공산주의는 과거 몇몇 국가들이 취했던 형태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마르크스가 말한 공산주의는 자본주의가 끝까지 발전한 뒤에야 비로소 실현될 수 있는, 역사의 최종 단계입니다. 계급이 사라지고, 사적 소유가 폐지되며, 인간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사는 사회이지요. 여기서 ‘사적 소유의 폐지’란 내가 가진 물건 같은 것이 아니라, 생산수단(공장, 기업, 토지 등)을 뜻합니다. 생산수단이 모두에게 속하고, 공공의 것이 되는 것입니다. 지난번 뉴스레터에서 다뤘던 <부의 제한선>이라는 책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지요. 부를 일정 수준에서 제한하고, 남는 이윤을 모두 나눈다면 모두가 잘 먹고 잘살 수 있다고 말입니다. 다분히 이상주의적으로 보이는 이 사회가, 상상으로만 가능한 유토피아가 현실이 된다면, 그때야 비로소 인간이 인간다운 대우를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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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채

    0
    7 days 전

    현대 사회에서 아이를 생산재에서 소비재로 인식하고 있지만 국민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젊은층들은 반대로 젊은층이 생산재, 노년층을 소비재라고 인식하고 있는 듯하여 아이러니하게 느껴지네요!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가치가 '비효율'로 평가되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ai가 더 방대한 자료들을 가지고 더 빠른 답을 내놓으니 '효율성' 측면에서 본다면 인간은 기계에 비하면 가치가 적은 것처럼 보이겠네요. 하지만 가치를 측정하는 것에 있어서 '효율성'만을 보면 안 될 것입니다. 사실 가치를 따지는 기준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인간만이 가지는 모순, 모순을 행하면서도 다시 그걸 반복하는 모습들, 실수, 틈 이런 것들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산아제한정책과 '개구리'가 무슨 연관이 있을까 궁금했는데 아이와 개구리의 중국어 발음이 비슷하다는 것과 그 안의 의미들이 흥미롭네요! 오늘도 흥미로운 뉴스레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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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잉

    0
    7 days 전

    새로운 생명의 탄생은 언제나 축복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출산을 생산재와 소비재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이야기는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개인화된 사회 속에서 출산은 점점 더 복잡한 문제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출산과 양육이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으로 존중받아야 함에도, 아직도 한국 사회에는 그런 선택에 대해 손가락질하는 문화가 남아 있다고 느껴요.
낮아진 출산율은 단순히 사람들이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낳을 수 없는 환경과 낳기 두려운 사회가 만든 구조적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뉴스레터에서 소개해주신 블루 같은 로봇을 보면서, 관계조차 기술로 대체될 수 있는 시대에 ‘출산이 정말 필요한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 같아요.
아이를 낳지 않아도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는 대체재가 많아졌다는 점도 더는 간과할 수 없구요. 결국 중요한 건 “왜 출산이 어려운가”를 묻는 사회적 감수성이고, 국가는 단순히 출산을 장려하기보다 신뢰할 수 있는 출산, 양육 시스템과 사회 구조의 개선에 먼저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때 국민에게 출산을 제한하던 국가가 이제는 출산과 양육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이번 주제도 정말 생각할 거리가 많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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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잉혀니즘의 프로필 이미지

    잉혀니즘

    0
    7 days 전

    오은영 박사의 주장은 비판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의 변화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일부 타당한 측면이 있을 수 있지만,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가치관 변화가 아니라 유아 사망률 감소와 평균 수명 연장이라는 점이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습니다. 이는 출산율이 높은 아프리카 지역에서 의료 지원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출산율이 0.75명 수준까지 떨어진 현상을 단순히 가치 변화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먼저 산업화를 이룬 서구 국가들보다도 훨씬 낮은 수치이며 경제적 관점에서도 사회는 생산재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소비재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수도권 과밀화, 경제적 안정화에 이르는 평균 연령 상승, 그리고 가계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높은 비율이 더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 생각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 오은영 박사는 유아심리학 분야의 전문가이지만, 인구사회학적 분석이 주요 연구 분야는 아닙니다. ‘아이는 생산재에서 소비재로 변화했다’는 주장은 출산율 문제의 본질을 흐리거나, 실질적인 해결책보다는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위험이 있습니다. 책의 주제로 돌아가 이야기해 보자면, '인간은 자유로우며 존엄하다'는 가치는 너무나 멋지고 명확하며 반박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데 왜 인간만 존엄할까요? 소와 돼지는 존엄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인간이 사회를 구성하고 문화와 도덕적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부족, 국가, 사상 간 끊임없는 대립이 있었고 사회의 필요에 맞춰 남성과 여성의 신체적 차이에서 비롯된 역할을 강제하며 이를 옳은 가치로 주입해 왔습니다. 제 주장은 사회가 존재하기에 인간의 존엄도 유지될 수 있는 것인데, 개구리의 이야기처럼 사회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때 우리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인간을 존엄하게 하는 사회가 먼저일까요? 존엄한 인간 그 자체가 먼저일까요? 사실, 저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다만, 과거에는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사회에서 배척당하지 않기 위해 옳고 그름을 따질 여유조차 없었을텐데, 이제 그런 질문을 던지고 고민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는 점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지만, 어떻게든 나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좋은 뉴스레터 감사합니다.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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