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스마트폰 규제, 필요한가 아니면 자유 침해인가

식당이나 카페에서 어린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을 마주하면, 부모가 식사하는 동안 아이들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아이들은 말과 글보다 전자기기를 먼저 접하는 세대가 되었습니다.
청소년기 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과 도파민 중독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청소년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조례가 통과되었고, 세계 곳곳에서 청소년의 SNS 사용 규제 논의가 활발합니다. 반면 이것이 청소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과도한 스마트폰의 사용은 비단 청소년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전자기기 사용이 정말로 뇌 발달을 방해하는 걸까요? 『독서의 뇌과학』은 이 질문에 대한 과학적 답을 제시합니다.
오늘의 책 📗 『독서의 뇌과학』, 가와시마 류타

책을 읽을 때 뇌는 어떻게 움직일까?

우리가 책을 읽을 때 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 배외측 전전두엽: 뇌의 앞부분, 그중에서도 측면 영역. 무언가를 생각하거나 배울 때 혹은 창조적인 작업을 할 때 활동. 일명, ‘사고하는 뇌'.
- 후두엽: 뇌 뒤쪽.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역할.
- 측두엽 하현: 뇌 뒤쪽 아래 영역. 어휘를 포함한 기억 저장.
흔히 좌뇌가 언어를 담당하니 독서할 때도 왼쪽 뇌만 사용한다고 여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오해입니다. 신문 기사를 읽는 동안 뇌 활동을 측정한 실험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활자를 읽자 뇌의 거의 전 영역이 활성화된 것입니다. 독서는 말 그대로 뇌의 전신운동과 같았습니다.
어떤 책을 읽어야 뇌가 깨어날까?

그렇다면 어떤 책을 읽어야 뇌를 효과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을까요? 책의 주제나 장르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활자의 밀도'입니다. 소설이나 신문 기사처럼 문자 중심의 글을 읽을 때, 전전두엽을 포함한 뇌 전체가 고루 활동한다는 사실이 실험으로 입증되었습니다.
반대로 사진이나 그림, 만화가 주를 이루는 책을 읽을 때는 사고하는 뇌가 그다지 활발하게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왜일까요? 글을 읽다가 이미지로 시선이 자주 옮겨가는 '스위칭' 현상 때문입니다. 같은 문장이라도 바로 옆에 큰 사진이나 그림이 있으면 문장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주의가 분산됩니다. 결과적으로 뇌 활동이 둔화되는 것입니다.
종이책 vs 전자책

전자기기로 책을 읽거나 사고를 요하는 활동을 하면 뇌를 활성화할 수 있지는 않을까요?
심리학 연구 결과는 말합니다. 디지털 기기보다 종이책으로 읽었을 때 어휘 습득, 문장 이해, 응용력이 확연히 우수했습니다. 그 이유는 디지털 기기가 가진 다양한 기능에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독서하다가 메신저 알람이 울리면 즉시 주의가 흐트러집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화면 크기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작은 화면일수록 뇌의 반응이 약해졌고, 스마트폰 사용 시 전전두엽은 거의 활동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멍하니 있을 때보다도 뇌 활성도가 낮았습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으로 영상 대신 긴 글을 작성하면 어떨까요? 논리적 사고가 필요하니 사고하는 뇌가 활성화될 것 같지만, 실험 결과는 달랐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무슨 작업을 하든 전전두엽의 활동은 억제되었고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같은 단어를 몇 번이고 검색하는 경험을 해본 적 있을 겁니다. '아, 이 단어 저번에도 찾아봤던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든다면, 이전에 그 단어를 검색할 때 당신의 뇌는 거의 활동하지 않는 상태였던 것입니다.
정보를 단순히 보존하고 검색하는 관점에서는 디지털 기기가 효율적입니다. 하지만 이런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뇌 활동이 줄어들고, 결국 머릿속에 남는 정보가 사라진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나가며: 인공지능 시대, 독서가 더욱 중요한 이유

이제는 AI를 넘어 AGI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인간처럼 다양한 문제를 이해하고 스스로 학습하며 새로운 상황에도 적응할 수 있는 인공지능 말이죠. 그런데 인공지능이든 기존 검색 엔진이든, 원하는 정보를 얻으려면 결국 인간이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질 줄 알아야 합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우리에게 필요한 능력은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적절한 질문과 명령을 던지고 그 결과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명령어를 입력해야 할까? 출력된 정보는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AI를 다루는 지혜를 키우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고민은 바로 이런 것들입니다. 그리고 이 고민에 대한 대답 중 하나는 바로 독서입니다. 스스로 책을 찾아 읽고, 그 내용을 머릿속에서 정리하며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과정은 뇌를 활성화시키고 정보를 다루는 힘을 길러줍니다.
인공지능 시대이기에 오히려 독서가 더 중요합니다. 어떤 기술이든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두뇌를 단련하고 지혜를 쌓아가는 일이 필수적입니다. 깊어지는 가을 날씨를 만끽하며 잠시 스마트폰 화면을 내려놓고 종이책 한 권을 펼쳐보는 건 어떨까요?
✍️ 작성자: 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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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질문
- 전자기기 사용이 정보 습득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느끼시나요?
- 종이책, e북리더기, 태블릿 pc 등 어떤 매체로 읽느냐에 따라 집중력이 달라진다고 느껴본 적 있으신가요?
- 인공지능과 독서, 어떻게 하면 적절히 함께 활용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만의 방법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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