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계속해서 올라가는 지구의 체온
"작년 9월까지 이어졌던 무더위를 기억하시나요?" 2024년엔 폭염이 이례적으로 9월까지 이어졌고, 연간 열대야 일수는 역대 가장 많았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여름 수준의 더위가 4월부터 11월까지 이어진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기상청에서 발표한 '2025년 여름 기후전망'에 따르면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2015년 파리 협정에서는 기후 변화의 위험성을 억제하기 위해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하였습니다. 하지만 2024년, 세계적으로 평균 기온이 약 1.6도 상승하며 목표 온도를 초과했습니다. 어쩌면 앞으로의 날들 중 오늘이 가장 시원한 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끝없는 기온 상승으로 인해 앞으로 우리가 맞이하게 될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지구온난화를 넘어서 끓고 있는 지구(Global Boiling)의 모습을 『폭염 살인』과 함께 살펴보려고 합니다.
📕 오늘의 책 『폭염 살인』, 제프 구델
기후 저널리스트인 제프 구델은 남극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오가며 취재한 현장을 바탕으로 폭염의 위기를 경고하고 살인적인 폭염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합니다. 그는 지구 온난화가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임을 강조하며, 우리가 직면한 위기의 실체를 생생하게 전합니다.
소리도 형체도 없는 살인자, “폭염”
'더위'는 서서히 우리를 옥죄어 오는 존재입니다. 지구 대기 공간에 이산화탄소의 밀도가 증가하며 우리를 숨 막히게 합니다.
온도 상승으로 에어컨 사용이 증가하고, 이는 더 많은 전기 소비와 화석연료 사용으로 이어집니다. 결국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나 기온이 더 상승하는 악순환이 발생합니다. 저자는 이를 "에어컨의 안락함에 중독되어 시원한 경계를 치고 있다"고 표현하지만, 극심한 더위 속에서 에어컨을 포기하기는 어려운 딜레마입니다.
기온 상승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 안정적 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시스템 전체가 위협 받습니다. 장시간 정전 시 병원의 환자들은 생명이 위험해지고, 학교와 공공기관은 기능을 멈추며, 상점들은 문을 닫게 됩니다. 이렇게 소리 없이 올라가는 온도는 형체도 없이 우리의 목을 옥죄어 옵니다.
폭염으로 인한 식량 위기, <설국열차>의 바퀴벌레 양갱이 현실로?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밀 가격이 폭등했던 일을 기억하시나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밀 공급을 차단하면서 전 세계의 밀 생산량 약 8억 5,000만 톤 중 2,000만 톤의 공급이 사라졌습니다. 이는 약 2%밖에 안 되는 양임에도 밀 가격은 60퍼센트 가까이 폭등하였고, 전 세계적 식량 위기에 불을 지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식량 위기는 앞으로 폭염으로 인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급격한 온도 상승을 버티지 못한 작물들이 더위에 말라 죽고, 이는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것입니다. 생산량 감소는 식품 가격 상승을 불러올 것이고 세계에 여러 혼란과 불안정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작물 생산량 감소로 가축이 먹을 수 있는 식량도 감소하는 데다가, 소나 닭 같은 가축들은 더위에 취약합니다. 우리가 지금 향유하던 육식 소비 문화를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반면에 곤충들은 생애 주기가 짧아 기후 변화에 적응하며 진화하는 속도가 빠릅니다. 저자는 메뚜기 같은 곤충을 갈아서 밀가루로 만들거나 튀기는 등 곤충으로 만든 요리로 단백질을 섭취하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어쩌면 영화 <설국열차>의 바퀴벌레 양갱이 머지 않은 '열국열차'의 식량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공상과학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닌, 우리가 마주할 수 있는 미래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문학 속에서 엿보는 미래: 『꿀벌의 예언』
어릴 때 흥얼거리던 '숫자 송'에서는 인구가 60억 명이었는데, 어느새 전 세계 인구는 80억 명을 웃돌고 있습니다. 그런데 2050년이면 이 숫자는 100억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꿀벌의 예언』에 나온 미래 모습과 겹쳐 보입니다. 주인공 르네는 최면을 통해 2053년, 폭발적인 인구 증가와 온도 상승으로 인해 위기를 맞은 인류의 미래를 보고 옵니다.
지구 온난화가 심해져 계절은 겨울인데도 기온은 43도를 웃돌고, 인구 수는 150억 명에 달해서 길가는 발 디딜 틈 없이 빽빽합니다. 사람들은 높은 인구 밀도와 무더위로 인해 무기력에 빠져있거나 항상 짜증을 띠고 있습니다. 르네는 이런 끔찍한 미래를 막을 해결책이 담긴 '꿀벌의 예언'을 찾아 나섭니다.
지금과 같은 온도 상승이 지속되면 2050년에는 인간과 생태계가 직면할 위험이 커진다는 예측과 닮아있는 듯합니다. 과연 꿀벌의 예언서에는 미래를 위한 어떤 해결책이 담겨 있을까요? 소설 속 상상이 현실이 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우리는 왜, 기후변화가 와닿지 않을까?
하얗게 눈이 내려앉은 삼림 사진이 '대만'이라는 게 믿기시나요? 올해 2월 대만에서는 이례적인 한파로 하루 만에 70명 이상이 숨졌습니다. 아열대 기후인 대만은 겨울철 평균 기온이 15도인데, 올해는 갑자기 5도까지 떨어진 것입니다. 한겨울에 영하 20도까지도 경험하는 우리에게는 의아하게 들리겠지만, 대만은 한겨울에도 기온이 10도 아래로 거의 떨어지지 않아 난방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가정이 많습니다.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기후는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기후변화를 잘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원래도 4계절이 뚜렷한 나라로서 여름의 냉방 기구와 겨울의 난방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후변화가 단순히 봄과 가을이 짧아지는 정도로만 느껴질 뿐, 직접적인 생존의 위협으로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나라도 매년 폭염과 열대야 일수의 기록을 경신하고 있으며, 집중호우와 가뭄의 빈도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는 소리 없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킵니다. 서서히 끓는 물 속의 개구리처럼, 우리는 변화하는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 아닐까요?
나가며: 지구의 체온을 낮출 수 있을까?
1974년 과학자들이 프레온가스가 오존층을 파괴한다는 연구를 발표하였고 그로부터 약 10년 후, 실제로 남극의 대기에 구멍이 뚫린 것이 관찰되었습니다.
그 후, 프레온 가스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이자는 내용의 몬트리올 의정서가 발효되었고, 현재 오존층은 성공적으로 회복되고 있으며 남극의 오존층은 2066년이면 거의 원상태를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이는 전 지구적 합의가 큰 힘을 발휘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온도를 한순간에 낮출 수 없다면 여기서 더 급격하게 온도가 올라가는 것은 막아야 합니다. 비록 파리 협정에서 제시한 1.5도를 넘었다고 해서 온도가 끝없이 올라가도록 손을 놓고 있는 것만이 정답은 아닐 것입니다.
『폭염 살인』은 우리에게 경각심을 주면서도, 현실적인 대응 방안을 직시하도록 합니다. 인류는 이전에도 환경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으며, 지금의 위기도 함께 해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시작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변화를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요?
✍️ 작성자: 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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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50년, 여러분이 상상하는 지구의 모습은 어떤가요?
- 여러분은 기후 변화의 영향을 일상에서 체감하고 계신가요? 어떤 변화가 가장 눈에 띄게 느껴지시나요?
- 기후 위기에 대한 여러분의 입장은 어떠신가요? 인류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아니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지났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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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잉
최근 커피원두 가격이 점점 오르고 있다고 들었는데, 이 원인도 기후변화로 인해 원두 최대 생산국인 브라질과 베트남의 생산량이 줄어서라고 들었어요. 한국도 사과 재배지역이 점점 윗지방으로 올라가고 있다고 들었는데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문제가 점점 가시화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란 책에서 데이터센터로 인해서 환경파괴가 발생한다고 들었는데 강대국간의 기술 전쟁이 심해져서 환경파괴가 멈출 기미가 안보이지만 책에서는 이메일함을 비우는거나 데이터 저장량을 낮추는 것만으로 데이터센터의 열 발생량이 줄어든다고 보았습니다. 환경파괴가 국가단위의 노력이 필요한 것을 알지만 개개인의 작은 노력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기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도 좋은 뉴스레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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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탈
2050년, 인간은 여전히 존재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을 요즘 자주 떠올립니다. 그저 막연한 상상이 아니라, 꽤 진지한 고민입니다. 2030년을 기점으로 세상이 한 번 크게 요동칠 거라는 예감도 있습니다. 오늘 서울의 낮 기온은 25도였습니다. 3월의 끝자락에서 이런 기온은 익숙하지 않습니다. 작년 이맘때를 떠올리면, 겨울의 끝자락이 아직 남아 있었는데요. 이제 겨울은 12월, 1월, 2월, 고작 세 달로 압축된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변화를 상상도 못 했죠. 한국의 겨울은 시베리아 같았고, 여름은 동남아 같았으니까요. 그런데 이제는 자연이 스스로의 균형을 잃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는지도 모릅니다. 편리함을 포기할 사람은 없습니다. 결국, 지구는 더 큰 속도로 무너질 것이고, 우리는 그 안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겁니다. 꿀벌의 예언 책도 진짜 읽어보고 싶네요! 이번 주말,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생각해보려 합니다. 올해는 얼마나 더울지, <폭염 살인> 이 책 읽으며 미리 대비해야겠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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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
아놔... 기어이... 기어이...!!! 마의 1.5도를 넘고야 말았군요... 우리는 2024년에 1.5도를 넘지 말았어야 합니다. 원래 예상했던 시기보다 최소 5년은 더 빨리 넘어서 버렸어요... 이 말인즉슨, 앞으로 온도가 높아지는 것은 더 빨리, 더 극심하게 다가올 거란 뜻이기도 합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전쟁과 현실로 맞닥뜨린 기후 위기라니... 말세네요, 진짜... 그런 얘기도 들었습니다. 동해 바다 수온이 높아져서 오징어가 잘 안 잡힌다구요. 분식집에서 오징어 튀김이 잘 안 나오는 건 어쩌면 기후 위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내 오징어 내놔... 이 기후 위기야...) 폭염은 그저 '여름이 좀 덥네?'에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지구가 더워지면 빙하가 녹을 것이고, 빙하가 녹으면 수온이 높아져 땅이 잠길 것이고, 땅이 잠기면 기후 난민이 생기겠죠. 이미 자카르타는 2050년 절반 이상 잠길 예정인데요,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는 수도를 옮기고 있습니다. 줄어드는 땅과 늘어나는 난민과 부족해지는 식수와 이로 인해 생기는 국제 갈등과 먹고 살 길이 침침한 대한민국의 미래라니,,, 하... 우리에게 너무 많은 과제가 한 번에 몰아치고 있어요... 제발... 멈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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