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보러가기 "거인의 벽 앞에서, 우리는 묻는다.")
그는 어떻게 끝까지 살아남았는가?
진격의 거인 속 많은 캐릭터들이 싸웠고, 죽어갔다. 누군가는 부조리를 없애려 했고, 누군가는 그것을 피하려 했으며, 또 누군가는 그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 했다.
그러나, 리바이 병장은 달랐다. 그는 세계의 부조리를 없애려 하지도, 의미를 찾으려 하지도 않았다. 그는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는 그저 살아남았다. 동료가 죽어나가는 전장 속에서도, 절망이 가득한 세계 속에서도, 그는 오직 살아남아야 한다는 본능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그가 끝까지 싸운 이유는 단순히 생존만이 아니었다.
카뮈는 반항하는 인간을 부당하거나 억압적인 상황에 맞서며, 동시에 인간적인 연대와 공동체의 가치를 추구하는 존재로 묘사한다. 리바이 병장은 동료들이 바친 심장을 잊지 않았다. 그는 조사병단의 전사들이 남기고 간 마지막 의지와 신념을 잊지 않고 지키려 했다. 끝없이 무너지는 전장 속에서도, 리바이는 그 심장을 위해 싸웠다. 끝내 남겨진 자로서, 살아남은 자로서,묵묵히 칼을 쥔 인간.
그 모습은, 카뮈가 말한 ‘반항하는 인간’ 의 얼굴과 닮아 있었다.
더불어, 그는 엘빈 스미스가 남긴 마지막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그에게 싸움은 단순한 신념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가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던 의무이자, 반항이었다. 그렇다면, 리바이 병장은 실존주의 철학에서 말하는 ‘반항하는 인간’이었을까? 이제, 그의 삶을 통해 ‘반항하는 인간’의 의미를 탐구해보자.
1. 부조리를 깨닫고도, 끝까지 싸운 인간
📖 “이 더러운 세상에서 무언가를 지키고 싶다면, 손을 더럽힐 각오는 해야 한다.”
— 리바이 아커만
리바이 병장은 이 세계의 부조리함과 잔혹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수많은 동료와 부하를 잃었고, 끊임없는 전투 속에서 살아남았다. 그럼에도 그는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세계의 부조리를 부정하거나 없애려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다.
반면, 에렌은 부조리를 인정하지 않고 세계를 바꾸려고 했다. 지크는 극단적 논리에 따라 철학적 자살을 시도했다.
그러나 리바이는?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조리한 세계 속에서 살아남았다. 그것이야말로 카뮈가 말한 '반항하는 인간'의 태도였다.
2. 신념이 아니라, 행동을 선택한 인간
📖 “자신의 힘을 믿어도, 신뢰할 수 있는 동료의 선택을 믿어도, 결과는 아무도 몰랐어. 그러니까, 후회가 남지 않는 쪽을 스스로 선택해.”
— 리바이 아커만
그는 어떤 '절대적인 신념'도 따르지 않았다. 그는 절대적인 옳음을 좇으려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자신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을 선택했다.
카뮈의 '반항'은 단순히 신념을 위해 죽는 것이 아니라, 부조리한 세계 속에서 의미를 창조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의 싸움은 운명도, 이상도 아니었다. 그는 세계의 부조리를 바꾸기 위해 싸운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끝까지 살아남으려 한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의 몸이 부서지고, 동료가 전부 죽어도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그것이야말로 카뮈가 말한 ‘반항하는 인간’의 본질적인 태도였다.
3. 죽음을 선택하지 않은 인간
계속 반복하지만, 카뮈에게 반항은 삶의 부조리를 인식하면서도 그것에 굴복하지 않고 계속해서 살아가는 태도이다.
리바이는 전장에서 누구보다 많은 죽음을 봤고, 누구보다 많은 상실을 경험했다. 그럼에도, 그는 죽지 않았다. 다리가 부러지고, 한쪽 눈을 잃고, 모든 동료가 떠난 후에도 살아남았다.
📖 “우리가 싸우는 이유는 단 하나다. 살아남기 위해서다. ”
— 리바이 아커만
그는 이유를 찾지 않았고, 목표조차 남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살아남았다. 그것이야말로, 카뮈가 말한 ‘반항하는 인간’의 태도였다.
📖 “우리는 시지프를 행복한 것으로 상상해야 한다.”
— 알베르 카뮈 <시지프 신화>
부조리 앞에서도 멈추지 않고, 그냥 ‘사는 것’ 자체로 의미를 만들어낸 인간. 리바이는, 그런 인간이었다.
결론: 리바이, 부조리한 세상에 굴복하지 않은 영혼
어린 리바이가 얼마나 슬펐을까ㅠㅠㅠㅠㅠㅠㅠㅠ
리바이 병장은 '반항하는 인간'이었다.
그의 삶은 태초부터 가혹한 부조리의 연속이었다. 지하도시의 어둠 속, 창녀였던 어머니의 품에서 태어난 리바이. 아버지의 얼굴조차 모른 채, 병마에 쓰러진 어머니가 숨을 거두자 어린 그는 차가운 시신 곁에 홀로 남겨졌다.
절망의 순간, 그의 삶에 빛처럼 나타난 외삼촌 케니 아커만.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기술과 싸움의 방법을 가르쳐주었지만, 리바이가 성인 남자를 제압할 만큼 강해지자 그마저 단 한 마디 작별 없이 사라져버렸다. 리바이의 가슴에는 또 다른 상처, 또 하나의 버려짐이 새겨졌다. 그에게 세상은 다시 한번 잔인한 부조리의 얼굴을 드러냈다.
지하도시의 끝없는 어둠에서 벗어나고자 조사병단에 발을 들인 그는 처음으로 동료들과 함께 희망을 그렸다. 하지만 그 소중한 인연마저 거인들의 발아래 처참히 짓밟혔고, 리바이는 또다시 홀로 남겨졌다.
그러나 그는 복수의 칼날을 들지 않았다. 세상을 증오로 물들이지 않았고, 인류의 안락사라는 극단적 신념에도 몸을 던지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그러나 결코 굴복하지 않고 현실에 맞서 싸웠다. 수없이 버려지고, 셀 수 없이 잃어가면서도 절망의 심연 속에서 그의 칼날은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오열.......ㅠㅠㅠㅠ)
카뮈가 말한 '반항하는 인간'은 세상의 부조리를 직시하면서도, 그 안에서 결코 멈추지 않고 싸우는 영혼이다.
리바이 병장은,
✔︎ 세상의 부조리를 외면하거나 부정하지 않았다.
✔︎ 그 현실 속에서 자신의 싸움을 묵묵히 이어갔다.
✔︎ 끝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탈출구를 찾지 않았다.
그는 잔인한 운명 앞에 결코 무릎을 꿇지 않았고, 맹목적인 신념에 자신의 영혼을 팔지도 않았다. 오직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그가 모든 절망과 상실 끝에도 살아남았다는 사실. 바로 그것이, 그가 진정한 반항하는 인간이었음을 증명한다.
우리는 바위를 영원히 밀어 올리는 시지프를 행복한 존재로 상상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리바이를, 부조리한 세상 속에서도 결코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싸워 살아남은 불꺼지지 않는 영혼으로 기억해야 한다.
🕊️ 살아남은 자, 떠나간 자, 그리고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름들
🕊️ 사랑했던 나의 리바이 병장, 그리고 모든 조사병단들.
끝없이 싸웠고, 너무나도 많은 것을 잃어야만 했던 이들. 그럼에도 끝까지 살아남아야 했던, 살아남고 싶었던, 살아남을 수밖에 없었던 모든 이들에게.
에렌 예거, 네가 원했던 자유는 결국 어디에 있었을까.
라이너 브라운, 그 오랜 싸움의 끝에서, 너는 진정한 평화를 찾았을까.
아르민 알레르트, 끝까지 인류를 위해 싸운 너는, 마지막에 무엇을 보았을까.
엘빈 스미스, 끝내 벽 밖의 진실을 보지 못한 너는, 그곳에서는 답을 찾았을까.
한지 조에, 거인으로 돌진하며 장렬히 죽는 너는 정말 행복했을까.
미카사 아커만, 가장 사랑하는 이를 자신의 손으로 보내야 했던 너의 마지막 선택은 옳았을까.
🕊️ 그리고, 끝까지 살아남은 자.
리바이 아커만.
모두를 구할만큼 가장 강했지만, 끝내 누구도 지켜내지 못한 리바이.
항상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하라고 말하던 사람.
늘 선택에 정답은 없다고 했던 사람.
그럼에도, 동료들이 바친 심장을 위해 싸운 사람.
어쩌면 태어난 그 순간부터, 삶의 부조리를 끊임없이 마주쳐야 했던 사람.
그 누구보다 많은 것을 잃고도,
그 누구보다 오래 살아남아야 했던 당신.
이제는 부디, 가벼운 마음으로 쉴 수 있기를.
마지막으로, 진심을 담아.
心臓を捧げよ.
🍪쿠키레터: 다음 이야기! (이건 언젠가.. 쓰겠죠…? 하반기쯤..?)
쓰다 보니 어느새 헌사처럼 되어버린 것 같네요. 진격의 거인을 좋아하시는 분들,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사실 엘빈, 사샤, 코니, 장 등 저도 무척 아끼는 캐릭터들의 이야기도 나누고 싶었는데요. 기회가 된다면, 또 한 번 재미있는 쿠키레터로 가져와 보겠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진격의 거인 속에 담긴 실존주의 철학을 따로 한 편 깊이 다뤄보고 싶습니다. 그때는 한 권의 책을 바탕으로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저만의 시선으로, 더 천천히 풀어보는 글이 될 수도 있겠죠..!
혹시 관심 있으시다면, 댓글과 하트로 알려주세요. 저의 애정 가득한 쿠키레터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
✍️ 작성자: 에이미
📮 오늘의 뉴스레터는 어떠셨나요?
아래 댓글에서 여러분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 오늘의 질문
- 여러분이 리바이였다면, 끝까지 싸우고 살아남는 길을 선택했을까요? 아니면 다른 선택을 했을까요? (저였다면 뇌창 맞았을 때 그냥 한지랑 숨어서 살았을지도....)
- 실존주의 철학과 <진격의 거인>을 풀어낸 이야기, 어떠셨나요?
- 이번 쿠키레터를 읽고, 새롭게 생각하게 된 점이나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저의 덕후력을 칭찬하는 댓글은 사양합니다 하하)
🙋🏻♀️ 진격의 거인 덕후라면?! 여러분의 의견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신조오 사사게요❤️🔥
의견을 남겨주세요
잉혀니즘
리바이 병장은 너무 멋있어서 얄미울 정도라 에렌과 라이너에게 감정 이입하며 봤는데, 뉴스레터를 읽고 나니 리바이와 에렌이 결국 사랑하는 사람을 지킨다는 같은 목적을 가졌지만, 그 방식을 완전히 다르게 선택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리바이는 에렌과 달리 행복했던 과거가 없었기에, 거인이 아니라 세상의 부조리함을 일찍 깨닫고 그 속에서 살아남기로 선택한 게 아닐까 싶어요. 반면, 에렌은 자신의 행복을 빼앗아간 ‘거인’이라는 구체적인 부조리함을 목표로 삼고, 그것을 무너뜨리는 것이 자기 삶보다 더 중요해졌다고 생각해요. 결국 리바이는 모두를 떠나보내고 살아남았고, 에렌은 죽음을 택하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남겼습니다. 진정한 용기란 무엇이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네요. 저 역시 너무나 사랑했던 에렌과 조사병단에게 바칩니다. 신조오 사사게요!
오드리해 뉴스레터
말씀하신 부분에 전부 다 공감합니다.. 특히 "에렌은 자신의 행복을 빼앗아간 ‘거인’이라는 구체적인 부조리함을 목표로 삼고, 그것을 무너뜨리는 것"이 문장이 진짜 핵심이네요, 진정한 부조리한 인간의 '정복자' 모습이 아니었을지..!! 공감 댓글과 함께 커피 정말 감사합니다 잉혀니즘님🩵
의견을 남겨주세요
두잉
리바이 병장... 진짜 작중 그 누구보다 인간적인 리바이 병장은 너무나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그가 처음부터 "반항하는 인간"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진격의 거인 특전판 OVA 0.5화의 <후회없는 선택> 에피소드에서 그가 조사병단의 따끈따끈한 신입일 때 실패하고 좌절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 그는 엘빈에게 "후회하지 마라. 후회의 기억은 다음 결단을 망설이게 만든다. 그러다 결국 남에게 결단을 떠넘기게 되겠지. 그렇게 되면 남는 것은 죽음뿐, 결과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하나의 결단은 다음 결단의 밑거름이 됐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그 이후 그는 선택과 결과에 대해 배우게 되고 엘빈을 따라가게 됩니다. 이 에피소드 제목인 "후회없는 선택"은 이후 그의 철학적인 사상으로 남아 작중에서 끊임없이 행동으로 보여줍니다. 정말 알베르 카뮈가 말하는 "반항하는 인간" 그 자체가 되어버렸죠... 모든 상황이 끝나고, 거인의 힘이 사라져 장애를 가졌음에도 빈민촌에서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며 선행을 베푸는 것을 보면 그에게 삶은 "반항" 그 자체가 아닌가 싶네요. 진격의 거인은 제 인생작 중 하나로 실존주의 철학을 모르고 봐도 재밌고, 실존주의 철학을 알고 또 봐도 재밌고,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 신화를 보고 3번째로 봐도 재밌는 작품입니다. 혹시나 안보신 분이 있다면 뉴스레터를 보고 꼭 보셨으면 좋겠네요 ㅎㅎㅎ 정말 강추 드립니다!
오드리해 뉴스레터
후... 후회없는 선택에서 리바이 병장님의 극대노 씬은 잊을 수가 없죠.... 제 기준 리바이 병장님은 태어나자마자 너무 부조리한 삶을 마주하며 평생을 부조리함과 맞서 싸운 진정한 '반항하는 인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신조오 사사게요.........ㅠㅠㅠ
의견을 남겨주세요
금채
애니메이션을 고전과 철학으로 풀어냈다는 점이 너무 흥미로웠습니다. 그래서 진격의 거인과 시지프 신화를 모두 보지 않았음에도 두 작품을 모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리바이 병장에 대해 자세히 써주신 내용들을 보니 일상에서 마주치는 혹은 당장 제 곁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생각보다 세상에는 리바이 병장 같은 사람이 많은 것 같고 그들이 세상을 돌아가도록 지탱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부조리를 알고 있음에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 세상의 수많는 리바이 병장들을 응원하게 되고 나는 세상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두 작품을 통해 생각해보고 싶게 합니다. 쿠키레터를 통해 주말을 마무리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
오드리해 뉴스레터
즐겁게 봐주셨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
의견을 남겨주세요
키키
아니,,, 리바이 병장,,, 초면입니다만,,, 뉴스레터 보고 나니 더 알고 싶어 졌어요... 뭐야 뭔진 모르겠지만 왜케 멋있는 거 같죠? 살짝 키아누 리브스 느낌도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진격의 거인,,, 커다란 거인들이 인간 세계를 활개치며 다 부셔버리는 내용이겠거니 했는데 생각보다 심오하고,,, 엄청난 이야기네요??? 와오... 내용 하나도 모르는데, 이 뉴스레터만 읽고도 뭔가 벅차 오르네요... 뭐지 뭘까,,, 진격의 거인이 날 부르는 소리인가... 이거 10년치 이야기라고 하셨나요..? 지금부터 본다고 해도 다 볼 수 있을까... 어음... 음... 이미 다 보신 분들 부럽네요...
오드리해 뉴스레터
하... 진격의 거인 안보신 분의 눈을 사고 싶어요 .......... ㅠㅠ 그저 부럽습니다... 같이 탑승하시죠 진격의 거인..!!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