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여행은 어디로 향하고 있나요?

긴 연휴 앞에서 발견해보는 여행의 의미

2025.10.01 | 조회 1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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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추석 연휴


  지난달 8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이 여행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출처:중앙일보]
  지난달 8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이 여행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출처:중앙일보]

이번 추석 연휴, 어디론가 떠날 계획을 세우고 계신가요? 10월 3일부터 9일까지, 일주일이라는 긴 추석 연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10일에 개인 휴가를 사용하면 무려 열흘을 쉴 수 있습니다. 근로자라면 올해 초부터 이 흔치 않은 연휴를 손꼽아 기다려왔을 겁니다. 실제로 성인 2명 중 1명은 올 추석 연휴에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한국에서 해외여행이 본격적으로 자유화된 건 1989년입니다. 불과 40년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우리 삶에는 큰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어느새 여행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습니다. '취미'가 여행인 사람들이 늘어났고, 이제는 '해외여행 가봤어?'보다 '어느 나라 가봤어?'라는 질문이 더 익숙해졌습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훌쩍 떠나고 싶어하는 걸까요? 무엇이 우리를 낯선 곳으로 이끄는 걸까요? 오늘은 그 이유를 『여행의 이유』와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오늘의 책 📙 『여행의 이유』, 김영하


출처: 복복서가
출처: 복복서가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유


연휴가 조금만 길어져도 어디 떠날 만한 곳이 없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왜 우리는 이렇게 자꾸 일상을 벗어나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할까요?

출처: Unsplash
출처: Unsplash

저자는 『여행의 이유』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집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오랫동안 살아온 집에는 단순히 가구와 물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울 수 없는 기억들이 함께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가족 간의 갈등, 서로에게 상처를 준 순간들, 마음 아팠던 대화들 등 일상의 상처를 담은 기억들이 벽지의 지워지지 않는 얼룩처럼 집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여행지의 호텔방에는 그런 흔적이 없습니다. 새하얀 침대 시트 위에 누웠을 때, 마치 마음이 가벼워지는 기분을 느끼곤 하나요? 그곳에는 우리의 상처와 기억이 묻어 있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고, 우리는 그곳에서 '슬픔이 배어든 물건들'로부터 완벽하게 해방됩니다. 게다가 여행지에서는 일상에서의 의무를 벗어던지고 ‘아무것도 아닌 자’가 될 수 있는 것이죠.

 

인간이 이동하고 싶어하는 이유


(좌) MBC 여행 프로그램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4> , (우) 여행 유튜브 채널 <원지의 하루>
(좌) MBC 여행 프로그램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4> , (우) 여행 유튜브 채널 <원지의 하루>

여행 브이로그부터 VR체험까지, 인터넷과 기술이 발달하면서 직접 여행을 가지 않아도 충분히 보고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행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오히려 여행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왜 우리는 이런 수고로운 행동을 계속, 더 많이 하는 걸까요?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인류를 '호모 비아토르', 즉 '여행하는 인간'으로 정의했습니다. 인간은 끊임없이 이동해왔고, 그 본능은 우리 몸 깊숙이 각인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ChatGPT 생성 이미지
ChatGPT 생성 이미지

BBC 다큐멘터리는 칼라하리 사막의 한 부족이 쿠두 영양을 사냥하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그들은 사냥감의 흔적을 따라 무려 여덟 시간을 쉬지 않고 뛰어갑니다. 결국 영양은 탈진해 쓰러집니다. 2007년 하버드대와 유타대 공동 연구팀도 비슷한 결론을 내렸습니다. 인류가 다른 포유류와 차별화된 가장 큰 강점은 바로 '끝없이 걷고 달릴 수 있는 능력'이었다는 것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움직여야 했습니다. 그렇게 수십만 년을 이동하며 진화해 온 우리의 유전자는 여전히 움직임을 갈망합니다. 여행은 어쩌면 현대 사회에서 이동의 본능을 충족시키는 하나의 방식이 아닐까요?

 

여행에서 무엇을 추구하는가?


출처: Unsplash
출처: Unsplash

여러분은 여행을 떠날 때 목적을 가지고 떠나나요? 그렇다면 어떤 목적을 가지고 떠나나요?

저자는 여행기의 본질에 대해 흥미로운 관찰을 합니다. 여행기란 결국 여행의 성공이라는 목표를 향해 집을 떠난 주인공이 여러 시련을 겪다가 애초에 원했던 것과는 다른 무언가를 얻어 돌아오는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분명한 외면적 목표를 세우고 여행을 떠납니다. 유럽의 유명한 박물관을 모두 구경하고 오기, 동남아 휴양지에서 매일 수영하며 끝내주게 쉬기, 일본에서 맛있는 음식들을 잔뜩 먹기. 우리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모든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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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실 우리 내면 깊은 곳에는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하는 강렬한 바람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여행을 통해 '예상치 못한 무언가'를 마주하는 마법 같은 순간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바람은 애초에 의도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순간은 우리가 전혀 준비하지 못한 틈에서 찾아오기 때문이죠.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마주하게 되면 당황스럽고 실패한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난 후 그 순간들 속에서 진정으로 ‘예상치 못한’ 기쁨과 새로운 깨달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인생과 여행은 그래서 신비롭다. 설령 우리가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하고, 예상치 못한 실패와 시련, 좌절을 겪는다 해도, 우리가 그 안에서 얼마든지 기쁨을 찾아내고 행복을 누리며 깊은 깨달음을 얻기 때문이다.

(p.24)

 

나가며: 돌고 돌아 다시 나에게로 오는 환대


출처: Unsplash
출처: Unsplash

여행 중 누군가의 따뜻한 도움을 받았던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말이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길을 잃었을 때 직접 목적지까지 데려다주고, 무거운 캐리어를 들어주며, 도움의 손길을 요청할 때 대가 없이 기꺼이 도움을 준 낯선 이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저자는 한 여행기에서 읽은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여행하던 중 지갑을 잃어버리고 당황하는 여행자를 본 현지 할머니가 대신 버스 요금을 내줍니다. 그 여행자는 나중에 갚겠다고 말하자 할머니는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나한테 갚을 필요 없어요. 나중에 누군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에게 갚으세요."

환대는 이렇게 순환하면서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듭니다. 주고받는 것이 정확히 균형을 이루는 관계보다, 누군가에게 준 것이 돌고 돌아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세상이 훨씬 더 살 만하지 않을까요? 이런 환대의 순환을 가장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여행지입니다. 우리는 인생의 축소판과도 같은 여행을 통해 환대와 신뢰의 순환을 반복해서 경험합니다.

출처: pixabay
출처: pixabay

여행지에서 무엇을 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돌아온 당신은 떠나기 전과 조금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거라는 점입니다. 계획한 목적을 달성하든 그렇지 못하든, 여행은 예상치 못한 선물을 건넬 것입니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받은 환대는 언젠가 다른 누군가에게 기꺼이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 작성자: 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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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질문

  • 언제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나요? 여러분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인가요?
  • 여행지에서 낯선 이에게 환대를 받았던 경험이 있나요? 혹은 여러분이 여행자에게 도움을 주었던 순간이 있나요?
  • 여행 후 예상치 못한 깨달음을 얻거나 달라진 모습을 발견한 순간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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