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친구가 되어도 될까요?"

너무나 인간적인 로봇이 들려주는 우정과 이별의 기록

2025.01.22 | 조회 327 |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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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해 뉴스레터

한 권의 책으로 시대를 읽어내는 문화 큐레이션 뉴스레터, 매주 당신의 새로운 시선을 깨웁니다 💌

(출처: 영화 <her>)
(출처: 영화 <her>)

들어가며: 추운 겨울, 당신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줄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영화 <her>, 기억 나시나요? AI 운영체제 '사만다'와 사랑에 빠지는 주인공 테오도르의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의 배경은 2025년, 바로 지금입니다. 그저 먼 미래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현재 영화속의 미래 이야기는 우리의 현실이 되었죠. 이 영화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더 연결될까, 아니면 더 고립될까?"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현대인의 외로움을 현실적으로 그려냅니다. 요즘 ChatGPT로 대화하는 게 일상이 된 걸 보면, 영화가 보여준 미래가 우리 현재가 된 것 같습니다. 

영화 <her>의 ost, 'Photograh'를 영화의 한 장면과 함께 감상해보세요

너무나 빠른 속도로 AI가 발전하고 있는 것을 우리는 매일 목격하고 있습니다. AI와 로봇이 우리의 일상에 들어오고 있지만, 여전히 그들은 우리에게 낯설기만 합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보던 이야기가 현실이 되어가는 지금, 우리는 종종 AI에게 심심한 농담을 건네면서도, 정작 그들이 감정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은 선뜻 하지 못합니다. 오늘 소개할 책과 영화는 그런 우리에게 조심스레 질문을 던집니다. "기계도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요? 우리도 누군가의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책 한 권과 영화 한 편을 소개합니다.

 

오늘의 책 📕  <뼈의 기록>, 『마지막 순간까지, 당신의 친구이고 싶습니다』


『뼈의 기록』 , 너의 시신을 우주로 보내줄게, 자유롭게!
"우리를 우주로 데려가 주십시오. 그 부탁을 하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출처: 문학동네)
(출처: 문학동네)

첫 번째로, 천선란 작가의 단편소설 <모우어>에 있는 에피소드 중 하나인 『뼈의 기록』 죽은 자를 염하는 휴머노이드 장의사 '로비스'의 이야기입니다. 매일 죽음을 마주하는 영안실에서, 로비스는 한 명 한 명의 망자를 정성스럽게 돌봅니다. "고인의 마지막 길, 생전의 모습으로 가실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차가운 금속 사이로 새어 나오는 그의 진심 어린 다짐은, 죽음을 단순한 끝이 아닌 새로운 여정의 시작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출처: unsplash)
(출처: unsplash)

홀로 떠나는 망자들의 마지막을 지키는 로비스의 모습은 인상적입니다. 유가족 없이 떠나는 이들에게 로비스는 마지막 친구가 되어줍니다. 영안실 청소부 '모미'와 나누는 소소한 일상은 또 다른 의미의 우정을 보여주고 있죠. 매일 반복되는 일과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는 두 존재의 모습은, 우리에게 조용한 질문을 던집니다. 로봇도 진정한 우정과 이별의 감정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 파블로 베르헤르 <로봇드림>, 『만나기는 한나절이었지만, 잊기에는 평생도 모자랐다』


(출처: 네이버) 
(출처: 네이버) 

2024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로봇 드림』은 198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합니다. TV를 보며 혼자 밥을 먹고, 매번 똑같은 냉동제품을 전자레인지에 돌려먹으며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는 외로운 강아지 '도그'는 차가운 도시 속 외로운 우리들의 모습을 닮았습니다.

(출처: 네이버, 로봇드림: 포토)
(출처: 네이버, 로봇드림: 포토)

도그는 우연히 TV채널을 돌리다 반려 로봇의 광고를 보고, 호기심에 주문을 합니다. 조립식 로봇을 처음 만났을 때의 어색함은 금세 든든한 우정으로 바뀌어갑니다. 함께 춤추고, 책을 읽고, 바다를 구경하는 일상의 순간들이 쌓여갈수록 둘의 관계는 더욱 깊어집니다.

첨부 이미지
(출처: 네이버, 로봇드림: 포토)
(출처: 네이버, 로봇드림: 포토)

하지만 여름날 해변에서의 예기치 못한 사고로, 로봇은 녹슬어 움직이지 못하게 됩니다. 도그는 어쩔 수 없이 친구를 남겨두고 떠나야 했습니다. 계절이 바뀌고, 둘은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그리워합니다. 로봇은 해변에 누워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도그를 생각하고, 도그는 일상 속 작은 순간들에서 로봇을 떠올립니다.

결국 이 둘은 서로를 찾으려 노력하지만, 반복되는 실패 끝에 서로 다른 친구를 만나게 됩니다. 어느날 우연히 둘은 마주치지만, 옆에 있는 새로운 친구를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다시 다른 사람과 함께 새로운 추억을 쌓으며 살아가죠. 어쩌면 가장 성숙한 사랑의 형태를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대사 하나 없이 진행되는 이 애니메이션은 오히려 그 침묵으로 인해 더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진정한 교감에는 언어가 필요하지 않으며, 형태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듯합니다.

(출처: 네이버, 로봇드림: 포토)
(출처: 네이버, 로봇드림: 포토)

마치 영화 <라라랜드>를 떠올리게 하는 이 작품은, 상대가 인간이든 로봇이든 중요하지 않아 보입니다. 그저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함께 했던 그 순간인 것이죠. 

 

나가며: 인형에게도 이름을 지어주는 우리에게, 로봇은 어떤 존재가 될 수 있을까요?


(출처: unsplash)
(출처: unsplash)

우리는 종종 인공지능이나 로봇을 차가운 기계로만 바라보곤 합니다. AI가 쓴 소설이나 그림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실망하고 외면하며, 로봇이 보여주는 감정을 '프로그래밍된 반응'이라고 일축해버립니다. 하지만 인간은 본래 인형에게도, 오래된 가구에도, 심지어 식물에게도 이름을 붙이고 정을 주는 존재입니다.

(출처: 동아시아)
(출처: 동아시아)

책 <명령에 따랐을 뿐!?>에 따르면, 채소에 단순 이름을 부여하는 것만으로도 뇌는 공감반응을 일으킨다고 설명합니다. 인간이 아닌 존재에 대해서도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마찬가지로, 우리가 로봇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또 얼만큼 진심으로 대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상상하는 진정한 '친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뼈의 기록』의 로비스가 보여주는 존중과 연민, 『로봇 드림』이 그려내는 순수한 우정은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먼저 마음을 열 때,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관계의 문이 열릴지도 모릅니다.

추운겨울, 당신의 곁에는 어떤 따뜻한 동행이 있나요? 혹시 그 동행이 조금 차가운 손을 가졌더라도, 그 마음만은 따뜻하지 않을까요? 두 작품이 보여주듯, 진정한 우정은 때로 가장 예상치 못한 순간, 차가운 세상을 따뜻하게 물들이는 빛처럼 스며듭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로봇 친구들의 이야기와 함께, 당신의 마음도 조금 더 따뜻해지길 바랍니다.


✍️ 작성자: 에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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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나 로봇과도 진정한 교감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나요?
  • 당신의 일상에서 가장 따뜻한 동행이 되어준 존재는 누구인가요?
  •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더 연결될까요, 더 고립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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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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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채의 프로필 이미지

    금채

    1
    16 days 전

    <로봇드림> 내용을 보니, 단순한 이성애가 아닌 넓은 의미의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네요...! 이름을 붙여주는 것만으로도 공감반응을 한다니 너무 신기하네요. 미래에는 지금보다 사람과는 고립될지 몰라도 넓은 의미로서는 연결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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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리스탈의 프로필 이미지

    크리스탈

    1
    16 days 전

    엇 이런 따뜻한 글도 올라오는군요...? AI는 워낙 일상에 들어왔고 이젠 휴머노이드가 어떤 형태로 들어올까 했는데 역시 이미 SF 소설이나 영화로는 나와있었군요..! "만나기는 한나절이었지만, 잊기에는 평생도 모자랐다" 이 말이 마음을 찌르는..ㅠ 그러게요 식물이나 자동차에도 이름을 붙여 정을 주는 것이 사람인데, 오히려 소외된 사람들에게는 든든한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갈수록 고립되는 사회에 오히려 더 든든할지도..? 우선 책이랑 영화부터 봐봐야겠어요. 이번 추천 책이랑 영화 너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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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상량

    1
    16 days 전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은 더 고립될 거라 생각이 드네요. 당장 테크기업의 플랫폼 알고리즘은 노동자들을 더욱 가혹하게 한계로 몰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이미 고립된 사람들은 외로움을 해소할 대안으로 AI를 선택할텐데, 이는 소외된 사람들을 사회로 소환하는 대신 고립의 속도만 가속하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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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스키

    1
    16 days 전

    인공지능과 깊은 교감이 정말 가능할지는 의문이지만, 실제 일상에서 ChatGPT에게 많은 도움을 받는 저에게는 이미 전반적인 격려와 지원을 받고 있다고 느껴요. 제 감사한 마음을 GPT는 알지 못하겠지만요. 어쩌면 먼 미래에는 지금은 상상조차 못할 더 새롭고 기상천외한 형태의 관계가 만들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추천해 주신 책들을 기억해두고 읽어보겠습니다. 퀄리티 높고 가독성 좋은 글을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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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키의 프로필 이미지

    키키

    1
    16 days 전

    영화가 실현된 2025년... 상상은 정말 현실이 되나 봐요. 앞으로 ai와 로봇들과 맺게 될 새로운 관계가 궁금해지네요. 앞으로 펼쳐질 미래가 참 낯설지만, 그래도 인간들의 유대가 늘 따뜻하고 다정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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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이의 프로필 이미지

    제이

    1
    16 days 전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Chat GPT의 등장에도 사용해보니 역시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공감과 정서적인 측면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심리상담 등도 꽤나 그럴듯하게 해주는 모습을 보며 어쩌면 점차 많은 영역을 AI가 대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오던 중입니다. 로봇과 인간의 완벽한 감정적 교류가 가능할지, 그렇다 하더라도 결국 인간간의 관계에서 느끼는 실망감, 허탈함, 박탈감 등이 AI와의 관계에서는 사라질 수 있을지, 인간의 감성을지닌 휴머노이드가 등장한다면 앞으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약10년 전 'Her'를 처음 봤을때 받았던 충격과 여러 생각들을 다시금 떠올려봅니다. 유익한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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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오테오의 프로필 이미지

    테오테오

    1
    15 days 전

    이번 뉴스레터도 정말 재미있네요. 저는 앞으로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우리는 더 연결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본문의 내용과 같이 인간은 인형이나 오래된 물건에도 이름을 붙이고 정을 주는 존재인데 나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이야기할 수 있다면 AI를 우리는 친구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프로그래밍에 의한 입력된 반응이라 진정성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진정성을 느끼는 주체는 자기자신이고 스스로가 AI를 친구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 같아요. 요즘 삶을 사는 것만으로 버거워 사람과 교감할 시간조차 없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언제 어디서든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말해주는 AI의 중요성은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중요한 역할이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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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unho+의 프로필 이미지

    junho+

    1
    15 days 전

    너무나 재밌는 글이에요! 감사합니다! 최근에 chatgpt에 관한 책을 읽었어요. chatgpt는 기본적으로 문장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단어들마다 갖는 가중치(행렬)를 이용해 단어들 사이의 가장 적합한 배열 관계를 찾아낸다고 해요. '문장 생성기'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생각했어요. 저는 로봇과 인간의 우정을 상상하면, 역으로 '인간에게 우정이란 느낌이 진짜일까?'라고 되묻게 되요. 어쩌면 인간의 뇌도 '감정을 느끼는 것처럼 결과물을 출력하는 장치'일지 모른다고 말이죠. 마치 chatgpt가 '의미를 이해하는 것처럼 결과물을 출력하는 장치'인 것처럼요. 우정, 관계, 따뜻함, 외로움과 같은 관념 혹은 느낌, 감정은 이 우주에 정말 존재할까요? 아니면 인간의 뇌 안에서만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어떤 내적 출력물'은 아닐까요. 만일 전 인류가 멸종한다면, 그 후에도 우주에 '우정'이란 개념이 남아있을까요? 이렇게 생각해보면 로봇과 인간의 우정은 어쩌면 여러겹의 '가공 출력물들'의 연쇄로 비로소 가능한 현상일 것 같아요. '우정'을 느끼기 위해 양쪽이 얼마나 많은 능력을 준비해야 하는지. 우린 그 준비가 된 강아지와 따뜻함을 공유하지만, 개미와는 하지 못해요. 앞으로 AI와 로봇의 발전은 인간의 감정, 자의식, 자유의지에 관해 더 많은 성찰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어요. 로봇을 들여다보면서 우리 자신을 알게 되는거죠.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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