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찾아간 곳엔 행복이 있었을까

6펜스를 뒤로 하고 달빛을 좇은 그의 이야기

2025.07.09 | 조회 5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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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꿈을 향하는 사람들


70살에도 그림을 시작해서 화가가 될 수 있을까요? 실제로 70대 중반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서 미국을 대표하는 화가가 된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모지스 할머니'라 불리는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입니다.

그녀는 평생을 농장에서 일하며 자녀를 키우는 데 전념했습니다. 그런데 76세가 되어 관절염으로 더 이상 바늘질을 할 수 없게 되자, 가족의 권유로 처음 붓을 들었습니다. 전문적인 미술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지만,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듯 그린 소박한 시골 풍경화로 뉴욕의 갤러리에 전시되며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Sugaring Off by Grandma Moses
Sugaring Off by Grandma Moses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당신 나이가 80이라도." -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혹시 여러분도 마음 속 깊은 곳에 이루고 싶은 꿈이 있나요? 아니면 이미 그 꿈을 선택해서 살고 있나요?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는 안정적인 삶을 버리고 예술의 길로 빠져든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꿈을 좇아 떠난 그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요?

 

*이번 뉴스레터는 『달과 6펜스』 독서모임 일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의 책 📘 『달과 6펜스』, 서머싯 몸  


출처: 민음사
출처: 민음사

 

6펜스를 뒤로 한 스트릭랜드와 폴 고갱


소설의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는 40대, 런던의 증권 브로커입니다. 상류층 사회에서 존경 받는 직업을 가지고 있고, 사랑하는 아내와 자녀들이 있으며, 안정적인 수입과 사회적 지위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삶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모든 것을 버리고 화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파리로 떠납니다. 가족에게 한 마디 작별 인사도 없이 말입니다. 그의 행동은 주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고, 아내는 남편이 다른 여자와 도망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것보다 더 충격적인 이유였습니다. 그는 다른 여자가 아닌 '미술'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한 것이었습니다.

폴 고갱의 자화상
폴 고갱의 자화상

이 소설은 실제 화가 폴 고갱의 삶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고갱 역시 중년에 안정적인 증권 중개인 생활을 그만두고 화가의 길로 들어섰으며, 마지막에는 문명에서 완전히 벗어나 타히티 섬으로 떠나 원시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서머싯 몸은 고갱을 닮은 스트릭랜드라는 인물을 통해 '문명 사회에서 추구하는 성공'과 '개인의 예술적 소망' 사이의 갈등을 그려냅니다.

 

타히티 섬: 자신만의 고향에서 찾은 진정한 자유


타히티의 모레아섬의 전망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벨베데레 전망대(Belvedere Lookout) (출처: 타히티관광청)
타히티의 모레아섬의 전망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벨베데레 전망대(Belvedere Lookout) (출처: 타히티관광청)

여러분에게도 '바로 여기가 내가 살 곳이다'라고 느껴지는 장소가 있나요? 소설의 후반부에서 스트릭랜드는 문명 사회를 완전히 등지고 타히티 섬으로 떠납니다. 그에게 타히티는 단순한 이주지가 아니라, 마침내 찾은 '진정한 고향'이었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원주민 여성 아타와 함께 살면서 물질적으로는 가난하지만, 비로소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왜 하필 ‘타히티’였을까요? 타히티는 19세기 유럽인에게 낙원, 원시, 순수, 자유를 상징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스트릭랜드는 현실 세계의 끝, 유토피아 같은 그곳에서 사회의 시선이나 판단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집니다. 원하는 대로 그림을 그리고, 원하는 대로 살아가면서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합니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폴 고갱 - 스트릭랜드가 죽음을 앞두고 벽화 같은 그림을 완성했다는 묘사와 흡사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폴 고갱 - 스트릭랜드가 죽음을 앞두고 벽화 같은 그림을 완성했다는 묘사와 흡사

그는 죽기 직전 자신의 집 벽면에 최고의 대작을 그렸고, 그 작품을 모두 불태워버리라는 유언을 남깁니다. 이는 그가 추구했던 것이 작품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창작 과정 자체'였음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타히티에서의 스트릭랜드는 물질적 가난에도 불구하고 정신적으로는 완전한 해방을 누립니다. 그는 더 이상 사회적 성공이나 타인의 인정을 추구하지 않고, 오직 순수한 창작 욕구에만 충실한 존재가 된 것입니다.

 

관찰자에서 성찰자로: 화자의 깨달음


출처: Unsplash
출처: Unsplash

소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또 다른 인물은 바로 '화자'입니다. 스트릭랜드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화자는 소설을 쓰는 작가입니다. 화자 역시도 예술가이지만 스트릭랜드와는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는 문학 살롱이나 사교 모임에 자주 출입하며 미술계 사람들, 예술 후원자들과 교류하는 등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죠.

하지만 이 화자에게도 변화가 일어납니다. 처음에 그는 스트릭랜드의 극단적인 선택을 전혀 이해하지 못합니다. 스트릭랜드의 선택에 감춰진 비밀을 찾고자 그의 삶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관찰하면서, 그는 인간의 복잡성을 깨달아갑니다.

그때만 해도 나는 사람의 인격이란 하나로 통일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 훌륭한 여자에게 그토록 깊은 앙심이 들어 있는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한 인간이 얼마나 다양한 특질로 형성되는지 아직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한 인간의 마음 안에도 좀스러움과 위엄스러움, 악의와 선의, 증오와 사랑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음을 너무도 잘 안다. 

『달과 6펜스』, p.85

이런 깨달음은 화자로 하여금 '성공'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해 의문을 갖게 만듭니다. 소설 마지막 부분에서 그는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자기가 바라는 일을 한다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조건에서 마음 편히 산다는 것, 그것이 인생을 망치는 일일까? 그리고 연수입 일만 파운드에 예쁜 아내를 얻은 저명한 외과의가 되는 것이 성공인 것일까?"(p.259)

ChatGPT로 그려본 화자에 대한 상상도
ChatGPT로 그려본 화자에 대한 상상도

 

나가며: 행복의 정의, 성공의 기준


출처: Unsplash
출처: Unsplash

이 소설을 덮고 나서 가장 오래 남는 질문은 바로 이것입니다. 스트릭랜드는 정말로 행복했을까요?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면 스트릭랜드는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가족을 잃었고, 사회적으로 고립되었으며, 물질적으로 가난했습니다. 또한 그는 자신의 예술을 인정받지도 못했고, 사후에 명성을 얻게 될 것도 미리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그는 매우 행복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하며 살았고,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완성했습니다. 그에게는 그림을 그리는 것 자체가 최고의 즐거움이었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만족감이 다른 모든 것보다 소중했습니다.

결국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행복'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만약 행복을 '사회적 성공과 타인과의 원만한 관계'로 정의한다면, 스트릭랜드는 불행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행복을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하며 사는 것'으로 정의한다면, 그는 매우 행복한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첨부 이미지

『달과 6펜스』를 통해 스트릭랜드의 삶을 따라가며 우리는 삶의 선택에 대해 성찰해 볼 수 있습니다. 과연 무엇이 진정한 성공일까요? 사회적 인정과 안정적인 삶일까요, 아니면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꿈을 이루는 것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결국 각자 자신만의 답에 따라 ‘달과 6펜스’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 이 소설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일 것입니다.  

 

📚 독서모임 안내

  • 일시: 7월 19일(토) 오전 10:00
  • 장소: 보사노바 커피로스터스 잠실점
  • 신청: 아래 '소모임 신청' 버튼을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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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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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질문

  • 여러분에게도 스트릭랜드가 타히티를 찾아간 것럼 '바로 여기가 내가 살 곳이다'라고 느껴지는 장소가 있나요?
  • 여러분에게 '성공'이란 무엇인가요? 사회적 인정일까요, 아니면 개인적 만족일까요?
  • 만약 지금 모든 것을 버리고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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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리스탈의 프로필 이미지

    크리스탈

    0
    5 months 전

    ‘잘하는 일’, ‘하고 싶은 일’, 그리고 ‘해야 하는 일’. 우리는 이 세 가지의 교차점에서 자주 방황합니다. 특히 ‘잘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완전히 일치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현실과 욕망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곤 합니다. 현실적으로는 생계를 위한 선택이 먼저입니다. 일단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요. 이런 인식 아래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미루거나 포기하게 되죠. 그래서였을까요, 앞서 뉴스레터 <미세공격 주의보>에서 언급한 ‘리젠티즘’이 우리 사회에 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유난히 ‘눈치’라는 사회적 시선을 크게 의식합니다. 다른 사람과 다르게 행동하거나 선택하는 것이 마치 규칙을 어기는 일처럼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심지어는, 그 규칙에서 벗어나면 큰일이라도 나는 듯 숨죽이며 살아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상하리만큼 비슷한 선택과 삶의 방식을 고집합니다. 마치 ‘K-스탠다드’라는 기준에 맞추어 살아야만 인정받을 수 있는 것처럼요. 그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저는 스트릭랜드처럼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사람들은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미래만을 바라보며 오늘을 포기하지만, 사실 우리 삶은 뉴스에서 들려오는 수많은 사망 소식처럼 언제 끝날지 모릅니다. 만약 내일 혹은 한 달 뒤에 생이 끝난다고 가정한다면, 지금처럼 획일적인 삶을 당연하듯 선택할 수 있을까요? 물론 하루하루를 ‘내일 죽을 것처럼’ 살아간다면 그것은 방탕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제게는 ‘하고 싶은 것을 최대한 시도해보는 삶’이 더 의미 있는 가치관으로 느껴집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오래 살 수는 있어도, 젊음을 무한히 누릴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젊음은 생각보다 훨씬 유한한 자원입니다. 젊은 날에는 좌절도, 실패도, 도전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것을 두려워하거나 미루다 보면, 정작 그럴 수 없는 시기에 뒤늦게 마주하게 됩니다. 그때의 후회가 더 크고 고통스럽지 않을까요? 젊음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에 귀 기울이며 용기 있는 선택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다른 누구의 기준이 아니라, 나의 기준으로 살아가는 삶’이 어쩌면 우리가 놓치고 있는 진짜 삶일지도 모르니까요.

    ㄴ 답글 (1)
  • T.drgn의 프로필 이미지

    T.drgn

    0
    5 months 전

    이글을 읽으면서 저 또한 성공이라는 개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있어 성공은 가정과 직장에서 다르게 정의됩니다. 가정에서는 가족 간의 화목과 따뜻한 관계가 성공이라 생각하고, 직장에서는 내가 잘하는 일을 하며 경제적으로 부족함 없이 살아가는 것이 성공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저도 어릴 적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제 뜻대로 진로를 선택하지는 못하게 되었고, 어느 시점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은 다르다는 말을 듣고 나서 진지하게 고민하였습니다. 그 고민이 끝나기도 전에 사회에 발을 들이게 되었고, 현실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선뜻 시켜줄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처음엔 어린 호기로움으로 현실에 반발도 많이 했지만, 차츰 받아들이게 되었고 점점 그 삶에 익숙해져 녹아 들게 되었고, 그러면서 저의 ‘성공’에 대한 기준도 점차 바뀌게 된 것 같아요. 단지 원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지속할 수 있는 능력과 여건이 함께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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