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영포티가 던진 불편한 화두
저도 어느덧 30대 중반에 들어섰습니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며 30대 초반을 다 보내고, 이제는 뭔가 해내야 하고, 뭔가 되어 있어야 할 것 같은 시점에 서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30대 중반이니까, 이제 진짜 어른스럽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 건 아닐까?” 그런데 어른스러움이란 무엇일까요?
온라인에서는 늘 조롱과 혐오가 오가지만, 최근 들어 유난히 자주 보이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영포티’입니다. 원래는 긍정적 의미였던 것 같은데, 요즘은 “나 동안이지?”, “아직 20대 같지 않냐?”라는 식의 호소를 조롱하는 말로 변질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여전히 젊다고 느끼는 마음과 나이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 사이의 괴리, 그리고 그로부터 비롯된 정체성의 불안이 자기방어로 드러난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다 보니 ‘품격’과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일을 하다 보면, 나이나 사회적 지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철없는 언행을 하거나 기본적인 비즈니스 태도가 전혀 갖춰지지 않은 사람들을 종종 마주합니다. 아니, 어쩌면 자주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사회적으로 “다 큰 어른이 왜 저래?”라는 말을 듣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30대 중반인 지금 저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인간의 품격과 태도는 과연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아비투스』는 여기에 흥미로운 답을 제시합니다.
오늘의 책 📕 <아비투스>

아비투스란 무엇인가?

독일 최고의 컨설턴트 도리스 메르틴은 『아비투스』에서 우리가 가진 자본을 일곱 가지로 나눕니다. 경제자본(돈), 사회자본(지위·인맥), 신체자본(외모·건강), 언어자본(말투·표현), 문화자본(취향·교양·품격), 심리자본(자신감·회복력), 지식자본(전문성·배움).
아비투스란 이 자본들이 삶 속에서 스며들어 형성된, 태도와 습관의 총합입니다. 단순한 기술이나 포장술이 아니라, 살아온 궤적이 몸에 배어 드러나는 방식이죠.
태도는 어떻게 힘이 되는가
우리는 일상에서 아비투스를 쉽게 목격합니다. 같은 말을 해도 어떤 이는 신뢰감을 주고, 어떤 이는 불편함을 줍니다. 똑같은 옷을 입어도 어떤 이는 세련돼 보이고, 어떤 이는 어색해 보입니다. 그 차이를 만드는 건 돈보다 ‘자본의 사용법’에 가깝습니다.

특히 옷차림은 대표적인 문화자본입니다. 단순히 비싼 옷이나 명품 브랜드 자체가 아니라, 각각의 상황과 장소에 걸맞은 옷차림(코드화된 스타일)에 대한 이해와 실천이 문화자본의 핵심 요소 중 하나로 논의됩니다. 직장 미팅 자리에서 지나치게 캐주얼하거나, 격식 있는 행사에서 맞지 않는 옷차림을 하는 순간 상대방은 ‘센스가 없다’고 느끼게 되죠. 옷은 결국 태도의 연장선이자, 타인에게 보내는 비언어적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회의 자리에서 발언할 때, 언어자본이 풍부한 사람은 짧은 말에도 힘을 실을 수 있습니다. 동시에 심리자본이 뒷받침되면 주눅 들지 않고 당당히 의견을 낼 수 있죠. 여기에 문화자본으로서의 옷차림이 조화를 이루면 그 사람의 존재감은 한층 강해집니다. 이런 태도와 표현은 사회자본과 연결되어 더 많은 기회를 불러옵니다.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습관과 태도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차이를 만든다는 것이 아비투스의 작동 원리입니다.
돈과 품격, 그리고 넘을 수 없는 경계

오늘날은 누구나 자본을 축적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SNS와 온라인 플랫폼 덕분에 지식자본이나 사회자본을 키우는 방법은 다양해졌습니다. 투자를 통해 경제자본을 늘리는 것도 과거보다 훨씬 쉬워졌고, 자기계발을 통해 심리자본과 언어자본을 강화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본을 갖는 것’과 ‘품격을 드러내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아무리 다양한 자본을 확보했다 해도 그것이 몸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지 않으면 금세 티가 나기 마련입니다.
“문화자본은 어떤 자본보다 사회적 경계를 더 많이 만들고, 이 경계는 한 번의 도약으로 뛰어넘을 수 없다.”
p.87
책에서는 특히 문화자본을 가장 획득하기 어려운 자본으로 설명합니다. 하룻밤 사이에 비트코인으로 백만장자가 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상류층의 생활양식을 오랜 시간 경험한 사람만이 그곳의 ‘게임 규칙과 관심사’를 알고, 그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p.90).
결국 “경제자본과 문화자본을 모두 풍족하게 가진 사람만이 최고의 사회적 명성을 누린다”(p.88)는 말처럼, 단순히 돈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경계가 존재합니다. 흔히 “돈은 문을 열어주지만, 품격은 자리를 지켜준다”는 말이 있듯이, 경제자본은 필요조건일 수는 있어도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돈(=경제자본)과 지위(=사회자본)가 있다고 해도 언어자본과 문화자본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그만큼 부박한 인상을 남깁니다. 말투, 표현, 태도는 단순한 겉치레가 아니라 그 사람의 내면과 역사가 응축된 자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언어와 태도는 돈과 지위가 결코 대신할 수 없는, 넘을 수 없는 경계에 속합니다.
갑자기 돈을 벌어 단숨에 성공할 수는 있어도, 진정한 의미의 품격 있는 사람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돈은 문을 열어줄 수는 있지만 자리를 지켜주지는 못합니다. 결국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야 하는 것이죠.
왜 나이 들수록 태도가 경쟁력이 되는가

젊을 때는 능력이나 외모가 앞에 서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태도와 품격이 더 크게 드러납니다. 20대, 30대에는 능력만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었던 사람이, 40대 이후에는 품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금세 한계를 드러냅니다.
나이가 들수록 인간의 진짜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돈이나 지위를 가졌는가가 아니라, 어떤 태도와 습관을 몸에 지니고 살아가는가에 있습니다. 아비투스는 바로 그 태도와 습관이 쌓여 만들어내는 총합이자, 시간이 지날수록 차이를 크게 만드는 힘입니다.
원래 긍정적 의미였던 ‘영포티’라는 단어가 조롱 섞인 말로 변질된 것도, 어쩌면 외적인 자본(경제자본(돈), 사회자본(지위·인맥), 신체자본(외모·건강))에만 집착하고 정작 내면의 자본(언어자본(말투·표현), 문화자본(취향·교양·품격), 심리자본(자신감·회복력))—태도와 품격—을 소홀히 했기 때문은 아닐까요?
결국 나이가 들수록 우리를 지켜주는 건 외모나 능력이 아니라, 쌓여온 태도와 품격이라는 사실을 되새기게 됩니다. 그리고 이는 비단 '영포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우리들 역시 마찬가지로,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과 성숙한 태도를 갖춰야 할 때가 아닐까요?
나가며: 당신은 어떤 아비투스를 가지고 있나요?
『아비투스』는 우리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어떤 자본을 축적하고 있으며, 그것이 어떤 태도로 드러나고 있는가? 스스로를 돌아보면, 때로는 능력보다 태도가, 성취보다 품격이 더 잔잔하게 마음에 남습니다.
30대 중반의 저는 여전히 부족하지만, 이 시점에서 다시금 묻게 됩니다. “내가 가진 아비투스는 어떤 모습인가?” 오늘의 질문은 독자 여러분께도 똑같이 건네고 싶습니다. 당신은 지금 어떤 아비투스를 가지고 있나요?
✍️ 작성자: 에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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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질문
- 여러분은 지금 어떤 자본(경제·사회·문화·언어 등)을 가장 많이 쌓아가고 있다고 느끼시나요?
- 돈이나 지위보다 ‘태도와 품격’이 더 중요하다고 느낀 순간이 있나요?
- 나이가 들어갈수록, 어떤 아비투스를 키워가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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