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기46] 북페어에 나갑니다!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시인이기]의 연정모입니다. 

연휴 지난 후 일상으로 무사 복귀하셨나요? (전 아직입니다) 아직 더 놀고 싶으시다면… 다가오는 주간에 북페어 구경은 어떠신가요. [시인이기]가 10월 17일 금요일부터 19일 일요일까지 독립출판 페어인 서울 퍼블리셔스 테이블에 참가합니다. 🙋‍♀️

사실 몇 번의 난관에 부딪혔고…(당연함) 괜히 나간다 했나 종종 생각했고…(예견된 일) 심지어 다 뽑아 놓고 작업을 새로 하게 되어 추석 연휴 때는 집에도 못 갔어요. 그렇지만! 일단 해냈습니다. 

책을 만드는 일을 하는데도 한 권의 책을 온전히 혼자 만들기는 쉽지 않더라고요. 분명 파일로는 그럴듯해 보였는데 출력소에서 나온 책을 받아 보니 돈 주고 팔지 못할 정도였어요. 못생겨서요. 언제나 존경하던 디자이너들을 더욱 우러러 보게 되었습니다.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표지를 싹 바꾸고, 너무 얇으면 볼품없어 보여 내용도 대폭 늘렸어요.

아무튼. 갑니다. 완벽보다 완성이지요. 굿즈도 포스터도 없고 소박하게 책 몇 권뿐이지만, 갑니다. 아래의 책들을 가지고 갑니.

        ㄴ 펀딩 종료되어 오직 여기서만 구매 가능!

위치는 국립중앙도서관! 입장료 없음! 쟁쟁한 독립출판 창작자들 대거 출현! 프로그램 짱 많음!

그리고 저는 10월 18일 토요일 17시, 북토크에도 참여해요. 출판사 시절에서 선보이는 에세이 앤솔로지 ⟪네가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해⟫에 글을 한 편 실었는데요, 감사하게도 멋진 시인님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마련되었어요. 이날 시절 부스에서는 책도 최초 공개된다고 하니! 시간 되시는 분들은 놀러 오세요. (👉 북토크 신청은 링크)

차재신

백은선의 ⟪뾰⟫

이번 추천 책은 백은선 시인의 시+산문집인 ⟪뾰⟫다. 시만 있는 시집도 아닌데 왜 추천하느냐 하면, 그만큼 책이 기똥차게 좋기 때문이다. 정모가 추천해서 봤는데 앉은자리에서 후루룩 다 읽어버렸다. 다 읽고 난 소감은 ‘정말 작가 같다’다. 수록된 시들도 너무 좋은데 산문까지 잘 써 버리니 할 말이 없다. 배치된 시와 산문의 리듬, 흡인력 있는 문장, 자신의 경험을 매개로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 정말 좋은 부분이 많은 책이다.

사실 나는 에세이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타인이 뭘 먹고 어떻게 사는지에 대해 아무 관심이 없는 나의 싸가지 없는 성격이 첫 번째 이유가 되겠고, 두 번째로는 '자기 삶에 지나치게 몰두한 자가 저 혼자 완성하는 자기 고백적 서사'를 영 두 눈 뜨고 보기 힘든 탓이 있겠다. 이는 물론 에세이보다는 자기 계발서에서 많이 나타나는 양상이긴 하지만. 요점은 ‘나와 관련 없는 누군가가 삶에서 느끼는 감흥’을 굳이 알고 싶지 않다는 거다. 

그런데 ⟪뾰⟫는 다르다. 그녀가 시를 대하는 태도의 변화, 가족과의 이야기, 여행지에서 겪고 느낀 모든 것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책 전반에 우울과 슬픔과 쇠약과 위태로운 충동과 사랑이 담겨 있다. 이것들은 어떤 글이든 쉽게 볼 수 있지만(그리고 나는 이러한 소재들을 꽤나 경계한다. 자신의 아픔을 글로 다룰 때, 그 방식이 정작 아픔 자체와는 멀어진 채 '자신의 타고난 예술적 자질을 포장하는 데 소비되는 소품' 정도로 다룰 때가 있어서) 이를 아주 담백하고 정확하게 직시한다. 뛰어난 사유와 함께.

아름다운 책이다. 문학에서의 아름다움은 역시 글을 읽는 내가 무너지는 순간인 것 같다. ⟪뾰⟫를 읽으며 나는 여러 번 무너졌다. 어쩌면 '작가'란, 함께 무너지는 순간을 향해 글을 쓰는 사람들인 것 같다.

연정모

⟪시 보다 2025⟫

무엇이 한 사람을 그 사람으로 보이게 하는가? 표정이나 말버릇? 결론에 도달하기까지의 방식? 경청할 때의 눈빛이나 몸을 풀썩일 때 나는 냄새?

오늘 프로필 사진을 찍고 왔다. 만나기 전 사진 작가님은 ‘이번 사진에 담고 싶은 모습’이 무엇인지 물어왔고 난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단단한 모습이요, 라고 어려움 없이 답했다. 왜 그렇게 말했을까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내가 타인에게 들었을 때 가장 기분 좋은 칭찬이기 때문인 것 같다. 

어쨌든 촬영 현장에서 작가님은 나의 ‘단단한 모습’을 제대로 끌어내기 위해 굉장히 애써 주셨다. 정모 님이 생각하는 단단한 모습은 자기 확신을 가진 직업인의 면모일까요? 괴로움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려는 밝은 태도일까요? 

그런데 어 전혀 모르겠는 것이었다. 내가 나의 것이라고 믿는 특질은 무엇이지. 내가 남들에게 보여 주고 싶은 모습은 어떤 것이지. 오래전 소개팅할 때 오가던 대화들이 떠올랐다. 한정된 시간 안에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밝히기 위한 문답을 계속하다 보면… 문득 깨닫게 된다. 내가 아는 나의 형상으로부터 훌쩍 벗어난 무엇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고 있군.

이번 시 보다를 읽으면서는 사실 좀 충격 먹었다. 자극 정도가 아니고, 진짜 충격. 물론 원래 좋아하고 따라 읽는 시인들이었기에 그들의 시를 모르지 않고, 문학상 후보 작품집이다 보니 좋은 시편들일 것도 예상 가능했지만 한 권의 책 안에 배치된 각각의 에너지들을 마주하고선 대책없이 놀랐다. 이것은 부러움. 이름을 가리고서 누구에게 보여 줘도 이건 구윤재야, 이건 이실비. 단박에 알아맞힐 것이라는 데서 오는 부러움.

그들의 개성이 멋지게 느껴졌던 이유는 ‘나는 이런 걸 쓸 거야’라는 노골적인 외침이 없는데도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려 하는지 다 전달되기 때문이었다. 다들 자기가 누구인지, 무엇을 하고자 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어서겠지. 

시집 준비를 하며 내 시들을 반복적으로 읽고 있다. 맨 처음 구성과 순서를 정할 때는 대체 어떤 기준으로다가 요것들을 배치해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했다. 출력한 종이를 방바닥에 흩어 놓고 보면 온통 뒤죽박죽 같기만 했다. 그러나 어찌저찌 기준을 잡고 구성을 마친 후에는 오히려 너무 비슷한 얘기만 하나 싶기도 했고. 

그래도 어떤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할 때 즐거워하는지는 알 수 있다. 거기서부터 많은 것이 시작되겠지.

🚶생활기

차재신: 제가 왜 생각 없이 행동하는지 깨달았습니다. 애초에 생각 없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알기까지 33년이 걸렸습니다. 생각 없이 살았기 때문입니다.

연정모: 지난 일요일에는 김용희 시인과 함께 한국작가회의 성평등위원회에서 주최하는 기부 플리마켓에 다녀왔어요. 한국시각장애인여성연합회와 연대하는 플리마켓이었는데요, 열심히 팔아서 후원금에 보탰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오늘 꿈에는 시각장애인 친구가 등장했습니다. 지하철역에서 만나 함께 미술관에 갔어요!

📖🌳

요즘 읽고 있는 최승자 시인의 산문집. 정말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