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기29] 충돌하며 태어나는 세계

사월엔 꿈에 대해 쓰기

2025.04.28 | 조회 2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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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시인이기]의 연정모입니다. 

 

고백합니다. 저 이번 달에는 모든 종류의 글을 거의 못 썼는데요. 농구를 보느라 그랬어요.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시즌이거든요. 변명을 해보자면, 일이 좀 바빴던 탓에 쉬는 시간을 잘 운용해야 했는데요… 그 시간의 대부분을 농구 보는 데 써버렸습니다. 

 

농구는 너무 실물이라 좋습니다. 공이 있고, 선수들이 있고요, 함성이 있고… 그렇습니다. 체육관의 철문을 열고 들어갈 때 단숨에 쏟아지는 백색 조명과 더운 공기, 그 에너지의 입자가 너무 실물감 있어서요. 일하고 공부하고 왔다갔다 같은 길을 반복해 걷고 사회적 관계 유지에 필요한 말들을 나누고 하는 생활 속에서는 무언가 '진짜 있다'고 느낄 일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그렇기에 농구를 보는 시간이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그나저나 방금 끝난 경기는 어수선하기 짝이 없어서 보는 내내 스트레스 받았습니다. 😇 지금까지 스포츠 팬들이 화내가면서 경기 보는 걸 의아하게 여겼었거든요… 반성합니다)

 

어제 친구에게 나 농구 보느라 시를 못 썼다고 말하니 농구 시를 쓸 수 있을 거야, 응원해 줍니다. 그렇지만 위에서 말한 이유 때문에 농구 시를 쓰는 건 상상이 잘 안 돼요. 시를 시로 완성하는 건 조금 더 실체 없는 감각인데, 농구는 너무 생생한걸요. 농구에는 멜랑콜리가 없는걸요.

 

아무튼 변명 않고, 시를 건실히 써나가 보겠습니다. 사실 5월 초면 농구 시즌이 끝나서 더 이상 볼 것도 없어요. (안 돼!!)

 

그리고 소식 하나 더! 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열리는 서울 퍼블리셔스 테이블에 참가합니다. 몇 편의 창작물을 가지고 갈 예정이에요. 물론 아직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힘을 내 볼 작정입니다. 준비 소식도 종종 전할게요!

 


차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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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대해 뭘 쓸 수 있을까… 고민만 하다가 시간이 다 지났다. 꿈이니까 무엇이든 쓸 수 있다는 자유로움이 오히려 무엇도 쓰기 어렵게 만들었다. 개꿈에 대해 쓸까, 아니면 꿈을 안 꾸는 것에 대해 써야 하나…

 

그러다 겨우 한 편 썼다. 이번 시는 사실 정모의 원고에서 힌트를 얻었다. 꿈은 연속성이 없어도 납득 가능한 세계라는 것. 그 부분에 의지해 서로 거리감이 있는 문장들을 한 편의 시로 기워 보았다. 물론 독자를 납득시키는 것은 이후의 문제지만.

 

나는 꿈을 거의 안 꾸는 편이다. 좋은 꿈을 꾼 적은 거의 없다. 보통 안 좋은 기억이나 감정들이 오래 남아 있으면 그때 악몽을 꾼다. 군대 재입대, 퇴사한 회사에 다시 입사하는 내용, 농구하다 중요한 슛을 놓치는 내용, 이빨이 모조리 뽑혀버리는 내용(치아 교정을 하게 된 이후로 꾸게 되었다), 앙금이 있는 친구와 싸우는 내용 등..

 

하나도 문학적인 내용이 없다. 꿈속이랍시고 멋지게 은유화된 이미지조차 없다. 대부분 내가 겪는 현실이 직접적으로 재현된 형상이다. 상상력이 부족한가. 아니면 무의식도 유아적이라 그런 것인가.

 

간혹 잠들기 직전까지 시를 고민하다 보면 꿈에서 시의 장면이 이어질 때도 있다. 그럴 때면 꿈속에서도 '이거 문장으로 옮겨 놔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일어나자마자 메모하기도 한다. 매일 시 꿈을 꾸면 참 좋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매일 시 생각을 해야 하고, 매일 시를 실천하는 것은 몹시도 어려운 일이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나에게 '꿈'은 다소 부정적이고 어두운 느낌이다. 예측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으며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금세 희미해진다. 어떻게 보면 시 쓰기와 비슷한 것 같다. 내가 쓰기 전까지 어떤 문장이 나올지 모르고, 희미해질수록 붙잡게 된다는 점에서.

 


연정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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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합평을 했다. 등단하고 가장 아쉬운 건 합평 수업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거였는데, 우쭐해져서는 전혀 아니고 오히려 멋지게 써 내지 못할 것이 부끄러워서다. 내공이 있는 사람이라면 혼자 써도 전혀 문제 없겠지만 나는 아직 거기엔 한참 못 미치기에 누군가 봐 줄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대학원에 진학한 데 그 이유도 한 몫 했다. 

 

합평에는 부담이 따르지만 내 작품을 고심하며 읽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점에서 확실한 즐거움이 있다. 예리하게 독해당하는 즐거움, 전혀 새로운 해석을 듣게 되는 즐거움. 그리고 또 하나, 나도 모르던 나의 단서들이 발견되는 즐거움.

특히나 합평장의 사람들은 (대부분) 시 속의 화자가 좀 희한해 보여도 그러려니 한다. 이걸 쓴 사람이 지나치게 감상적이라거나 음침하다거나 일그러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학은 전혀 읽지 않는 친구가, 어느 날 내 시를 보더니 ‘이런 걸 사람들한테 보여준다고?’ 했던 기억이 있다) 아마 조금씩 예민하고 희한한 구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기에 남들의 예민함과 희한함을 이상하게 보지 않는 것이겠지.

 

여러 얘기가 오갔지만, 그중 선생님이 내 시에 대해 짚어 주신 내용 중 하나를 공유해 본다. 내가 가져간 한 편의 시에 대해, ‘이 화자가 느끼는 게 외로움인지 수치심인지 모르겠다’는 말씀을 해주신 거였다. 그 말을 듣고 조용히 놀랐는데… 두 감정을 분리해서 생각해 본 적 없단 사실을 깨달은 거다.

감정이나 생각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못한다. 그것들은 동시다발적으로 떠오른다. 서로 밀접하게 얽혀 있을 때도 있고, 아무 연관 없이 그저 동시에 등장한 것일 수도 있다. 그 여러 감정과 감각이 구분되지 않고 하나의 덩어리처럼 느껴질 때, 그것은 쓰고 싶은 장면이 되고… 내 시의 장황함 역시 같은 맥락에서 파악 가능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지난 호에 이어 잠시 꿈 얘기를 해 보자면, 꿈에서는 공간과 시간이 뒤죽박죽이다. 공원에 있다가 다음 장면엔 곧바로 교실로 전환되기도 하고, 십 년 전 아는 사람이 전혀 다른 얼굴로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꿈 안에서는 그 개연성 없는 진행이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그것이 꿈속 세계의 논리이기 때문이다. 

시에서도 마찬가지다. 시간과 공간이 뒤섞이고, 감정과 감정이 뒤엉키며, 이미지와 이미지가 충돌한다. 그럼에도 그것은 하나의 세계를 이룬다. 외로움이 수치심이 되고, 수치심이 외로움이 되는 그 경계를 탐색하는 것. 그것이 재밌다.

 

아무튼 나에게 당연한 감정이 다른 사람에겐 전혀 공감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깨닫다- 그 사실이 오히려 더 재밌게 느껴지지만 ‘난 이게 좋은데요!’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용도도 쓸모도 없는 글이 존재의 의미를 가지려면, 적어도 (남들도 보기에) 아름답거나 가치 있거나 해야 한다. 적어도 이 쓰기의 주인인 나만은 좀 더 정교해져야 한다. 

 

그리고 합평 후 가장 크게 느낀 점: 역시 시를 쓰고 싶다. 계속 뭘 쓰고 싶다. 시만 쓰고 싶다. 언제나 시간이 조금만 더 있으면 좋겠다.

 

덧.

30호 메일로 보내드리는 이번 달의 시 역시 합평 후 꽤 많은 부분을 수정했다. 새로 쓰거나 고친 부분은 없고 전부 덜어내기만 했다는 것이 웃기는 점… 초고와 완성본을 비교하며 떠들어도 재밌을 것 같다. 혹시 궁금한 분 연락 주세요.

 


🚶생활기

차재신: 잘 먹고 잘 운동하고 잘 사는 중입니다. 그동안의 삶에서 가장 최저점의 시기를 보내는 중이지만요.

연정모: 4월에서 6월까지 총 세 지면에 시를 발표할 수 있게 됐어요. 기쁩니다!

 

🦄🌿

전 라일락 때문에 4월을 기다리는데요. 라일락을 좋아하게 된 이유가 있어요. 초등학생 시절 옆 아파트 단지에 라일락이 가득 피어 그 향기를 한참 맡고 있었거든요. 이 꽃 이름이 뭐지? 옆에 있던 친구에게 물었는데 (답을 얻을 수 있단 기대는 안 했고요) 지나가던 정장 아저씨가
전 라일락 때문에 4월을 기다리는데요. 라일락을 좋아하게 된 이유가 있어요. 초등학생 시절 옆 아파트 단지에 라일락이 가득 피어 그 향기를 한참 맡고 있었거든요. 이 꽃 이름이 뭐지? 옆에 있던 친구에게 물었는데 (답을 얻을 수 있단 기대는 안 했고요) 지나가던 정장 아저씨가 "라일락" 요렇게 나지막이 말하고 떠나시는 게 아니겠어요. 아직도 그 음성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4월의 라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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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달 14, 28일에는 시 쓰는 과정을 담은 글이 발송됩니다.
• 멤버십 구독자 분들은 28일에 한 통의 메일을 더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그 달에 완성한 시가 담겨 있어요. 한 명에 한 편씩, 총 두 편입니다.

✉️ 차재신: js2yam@naver.com | 연정모: 3337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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