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하지 않은 기록, 평범도 범이다입니다🐯
초복도, 중복도 지난 오늘도 한여름을 무사히 견디고 계시나요? 맘 같아선 두 손 두 발 죄다 들고 ‘그래, 네가 이겼으니 제발 그만해!’라고 말하고 싶은 폭염이 지속되네요.
저는 입추 매직을 믿는 편이에요. 입추가 지나면 더위가 한풀 꺾인다는 그 말을요!
올해는 8월 7일이 입추라고 해요. 평생 오지 않을 것 같던 계절이 벌써 이틀 후로 성큼 다가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요. (너무 기뻐서요 🥺)
그리고 저는 그 사실을 저희만큼 기뻐할 다른 친구들을 알아요. 체온을 낮추기 위해 혀를 내미는 강아지들과 내리쬐는 볕을 피해 그늘을 찾아 숨는 고양이들이요.
며칠 전에는 지친 고양이와 눈이 마주쳐서 조심스레 다가갔는데 결국 홱 도망가는 뒷모습만 바라봐야 했어요. 물을 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한참을 거기서 서성였죠.
그날은 비가 오지도 않았는데, 이상하게 땅을 보면서 가고 싶었어요. 그러다 집앞 자전거 도로에 축 늘어진 지렁이 서너 마리를 띄엄띄엄 만났어요. 아마 맞은편 흙으로 가다가 멈춘 것 같아요.
오른쪽 나무 밑, 왼쪽 화단. 둘 중 어느 곳에서 나와 어느 곳으로 향하던 중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전거 도로 위에 더 있다가는 말라 버릴 것 같아서 일단 되는대로 젖은 흙에 옮겨 주었어요.
'반대로 가는 길이었으면 어쩌지?' 싶다가도 그래도 목 축일 시간을 벌어 줄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다음날 아침 똑같은 길에서 그 친구들을 보지 못했다는 게 내심 기뻤거든요.
더위가 사람만을 괴롭히지 않는다는 사실이, 어떤 생명은 부채도 얼음도 없는 땅 위에서 이 여름을 버티며 바람이 한 점만 더 불어오길 바라야 한다는 사실이, 이런 날엔 마음을 더 쿡쿡 찌르는 것 같아요.
오늘 범레터는 동물에 대해 이야기하려 해요. 내 곁에 있는 반려동물, 길 위에 선 동물, 그리고 농장 동물까지. 다양한 대상을 담아 보았어요.
레터의 마지막 장엔 읽다 보면 마음이 말랑~해지는 이야기, 호랑이표 꿀떡까지 준비했으니 챙겨 가세요! ✨
오늘의 범레터가 건네는 이야기
🐈 칼럼|어느 날, 나의 죽음이 놀이가 되었다
🐓 칼럼|A4용지만 한 철창 속, 죽어 가는 동물들
🦮 오늘의 꿀떡|일상 속 펫티켓 지키기
칼럼|어느 날, 나의 죽음이 놀이가 되었다
: 길고양이 혐오 사태에 대하여
얼마 전, 광양에서 길고양이를 포획틀에 가둬 바다에 빠뜨리는 수법으로 길고양이 여덟 마리를 죽인 30대 남성이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2월에는 인천에서 학대가 사인으로 의심되는 길고양이 사체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길고양이 혐오 범죄는 지역과 수단을 가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범죄 수법이 점점 더 잔혹해지고, 그 수 또한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지금 길고양이 혐오는 엄연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지만, 그 시작은 일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단순 혐오와 조롱에서부터 퍼져 나갔습니다. 길고양이를 바퀴벌레에 비유한 혐오 표현 ‘털바퀴’를 시작으로, ‘캣맘’ 혹은 ‘캣대디’를 향한 비난을 거쳐, 끝내 길고양이에 직접적인 폭력을 가하는 과정으로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폭력은 개인의 단발적인 범죄를 넘어, 공유하고 인증하는 ‘놀이’의 개념으로 퍼지면서 연쇄적인 범죄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맨 처음 혐오가 시작된 커뮤니티만 아니라, 더 사적인 단체 대화방 속에서 길고양이 학대 과정 및 사진을 주고받고, 다른 이의 방식을 모방하고, 나아가 서로 경쟁하듯 더욱 가학적인 행태를 벌이는 지금의 상황까지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동물 학대를 범죄로 바라보는 것에 대한 의식 수준이 낮고, 그에 따라 마땅한 처벌책이 없는 상태입니다. 대법원 ‘2024 사법 연감’에 따르면 2023년 동물 보호법 위반 1심 사건 중 59%가 간단한 벌금형만을 선고받았습니다. 이에, 국내 동물 보호법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퍼지고 있습니다.
길고양이 혐오 범죄는 그 자체로도 반사회적이고 중대한 윤리적 위반일뿐더러, 다른 범죄로 확산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까지 지닙니다. 동물 연쇄 살해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강간, 살인 등 강력 범죄로도 연계되는 비율이 높고, 한 연구는 동물 학대자의 70%는 적어도 하나 이상의 다른 범죄를 저지른 적이 있다는 결과를 밝혔습니다. 실제로 일부 사례에서는 돌봄 활동을 하는 캣맘·캣대디들이 폭력이나 협박의 대상이 되는 등, 혐오의 화살이 인간에게까지 향하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동물 보호법 개정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 수위를 상향하고, 민법에서 동물의 독립적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등의 개선 방안에 대해 논의해 봐야 합니다. 또한 동물 보호 단체는 ‘동물권에 대한 사회 인식 변화’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동물이 인간의 소유물이 아닌, 고유한 생명권을 지니고 함께 공존해야 할 존재라는 인식 전환에서 출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가오는 8월 8일은 세계 고양이의 날입니다.
세상엔 ‘고양이’만 있을 뿐, 그 어떤 ‘도둑고양이’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길’에 고양이가 존재하는 것이 이상한가요?
사람이 이 땅에 집을 짓고, 도로를 내어 그들의 길을 들어냈을 뿐입니다.
새침하지만 사랑스러운 이 오랜 친구에게 혐오와 무시가 아닌 사랑과 애정을 주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칼럼|A4용지만 한 철창 속, 죽어 가는 동물들
: 농장 동물 복지의 현실적인 대안이 시급하다
산란계를 밀집 사육 하기 위해 사용하는 철창에서 닭 한 마리에게 주어지는 공간은 고작 0.05㎡, 그 바닥면은 A4용지 3분의 2 크기 수준입니다. 돼지들도 효율과 생산성을 우선시하는 공장식 축사에서 고통스러운 삶을 강요당합니다.
공장식 축사의 어미 돼지는 어떻게 살아갈까요? 임신 기간 중에는 임신 스톨에, 분만 후 젖을 먹이는 기간에는 분만틀에 갇힙니다. 평생 일어서기와 앉기, 엎드리기, 눕기만 가능한 공간에서 출산만 반복하다 생을 마치는 것이죠.
반려동물을 넘어 소·돼지·닭 등 산업 동물에 이르기까지 동물 복지 인식이 확산되면서, 정부도 관련 정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합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축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실효성 있는 접근이 부족하다고 지적하죠.
최근 들어 농장 동물 복지는 윤리 문제만이 아닌, 안전하고 건강한 축산물 생산을 위한 중요한 요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동물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을 넘어, 안전한 축산물 생산, 지속 가능한 축산업, 그리고 사회적 책임까지. 농장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가 다양한 측면에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동물 복지 수준 향상은 쾌적한 사육 환경 제공, 스트레스 감소, 건강 증진으로 이어져 안전한 축산물 생산으로 직결됩니다. 동물 복지 기준을 준수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축산업을 위한 중요한 요소이자 사회적 요구에도 부응하는 윤리적인 생산 방식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현행 한국의 재난 관리 체계에서 농장 동물은 보호 대상에서 제외돼 있습니다. 농림 축산 식품부의 1차 동물 복지 종합 계획(2014~2019)보다 2차 계획(2020~2024)에서 오히려 농장 동물 관련 내용이 줄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3차 계획에서도 ‘농장 동물 표준 가이드라인 마련’과 ‘불법 유통 차단’ 정도의 선언적 문구만이 남았습니다.
국내에서도 농장 동물 복지 수준을 높이기 위해 재난 대응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해뿐 아니라 화재·지진 등 재해에 대비한 대응 매뉴얼 보완과, 축산 시설 운영자에 대한 재난 교육 및 대응 계획 수립 의무화 등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올여름 하루 동안 전국에서 16만여 마리의 농장 동물이 더위로 폐사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동물 복지 축산 인증제(동물 복지 인증제)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동물 복지 인증제는 동물 복지 기준에 따라 인도적으로 사육한 돼지·닭·계란·소·오리·염소 등 7종에 대해 국가가 인증하고 이 인증 농장에서 생산되는 축산물에 대해 ‘동물 복지 축산 농장 인증 마크’를 표시하는 제도로 2012년부터 시행되어 왔습니다.
지난해 서삼석 국회 의원이 농식품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인증 가축인 오리·염소를 사육하는 농가는 인증 마크가 전무했습니다. 대상 종 중 인증받은 젖소(29)·돼지(26)·한우(12) 농가도 전체 농가 대비 1%수준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여기에는 농장주가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수익성 문제가 얽혀 있습니다. 동물 복지 농장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방목 또는 무리 사육을 해야 하며 각 가축별로 알맞은 환경을 조성해야 하기 때문이죠.
농장주가 짊어져야 할 비용 부담이 과중한 것은 또 하나의 원인입니다. 기존 농장 시설을 그대로 활용하면 사육 두수가 기존의 3분의 1로 줄어 생산성이 낮아집니다. 때문에 인증 농가에서 나온 축산물엔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을 책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이 가격이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지 못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그러다 보니 농장주는 시설 개선을 위한 많은 비용과 여유로운 우리 환경 조성으로 사육 두수를 줄여야 하는 부담을 감수해야 하고, 별다른 혜택은 없는 인증 자체를 망설이게 되는 셈입니다.
농장 동물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선 복지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적절한 사료와 물, 충분한 공간, 쾌적한 환경, 관리자 역량 등 모든 요소가 동물의 삶의 질을 결정합니다. 유럽 등 선도국에서는 동물의 행동과 사람과의 상호 작용을 중심으로 복지를 평가하는 방식이 자리 잡았기도 합니다.
끝으로 동물 복지 농장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단순한 확대 정책보다는 현실적인 지원과 제도 개선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동물 복지 이론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동물의 5대 자유’는 원래 1979년 농장 동물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개념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법 개정이나 정책 수립, 언론의 관심 모두가 여전히 농장 동물보단 반려동물에 집중합니다.
이미 농장 동물 복지를 향한 국민 인식은 달라지고 있습니다. 동물 복지 문제 연구소 ‘어웨어’와 ‘코리아 리서치 인터내셔널’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국 성인 2,003명 중 96.2%가 ‘농장 동물 복지 개선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습니다. 이 수치는 2021년 90%, 2022년 94.7%, 2023년 95.4%에 이어 계속 상승 중입니다.
농장 동물 복지란 이름 아래 마련되는,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 대한민국 축산업을 옥죄어서는 안 됩니다. 모든 농장이 최고 수준의 동물 복지를 실현할 수 있다면 물론 가장 좋겠지만, 당연하게도 농장의 규모와 재정 여건은 제각각입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우리나라 또한, 농장 수익성 등 출혈을 최소화하면서도 실현 가능한 한국형 동물 복지 모델을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오늘의 꿀떡|일상 속 펫티켓 지키기
: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삶
KB 경영 연구소가 진행한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 통계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반려 가구’는 591만 가구로 국내 전체 가구의 26.7%를 차지했습니다. 그 가구원을 세어 보자면 1,546만 명으로, 국내 인구 5,175만 명 중 약 30%를 차지하는 수준입니다. 이중 반려견 보호자는 1,196만 명, 반려묘 보호자는 346만 명으로 추산됐습니다. 오늘은 ‘반려 사회’로 나아가는 대한민국의 현시점, 특히 반려견 보호자가 필수적으로 지켜야 할 펫티켓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 반려견 보호자의 첫 걸음, 동물 등록! ✅
반려견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첫 단계는 바로 동물 등록입니다. 동물 등록은 반려동물에게 고유의 동물 등록 번호를 부여하고, 실종 시 외장형 인식표나 내장칩 등을 통해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합니다. <동물 보호법> 시행령 제4조에 따라 2개월령 이상의 반려견은 모두 해당됩니다. ‘해당 동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날로부터 30일 내’에 동물 등록을 마쳐야 하며, 미등록 시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고양이의 경우 아직까진 동물 등록 의무 대상이 아니지만 전국 시범 사업 중 희망 시 등록 가능합니다! 🐾
🐶 외출 시 리드 줄(목줄·하네스 등) 착용! 🤝
산책 필수품인 리드 줄은 혹시 모를 사고를 예방하는 것은 물론, 반려견을 안전 범위 내에서 살피게끔 하는 보호막이 되어 줍니다. 또한 반려견이 돌발 상황에 흥분하거나 갑작스러운 공격성 행동을 보일 경우 타인 및 타 동물과의 접촉을 저지할 수도 있습니다. 리드 줄의 길이는 공공장소에서는 2m 이하, 도로나 혼잡한 장소에서는 1m 이하가 적절합니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 오프 리시*는 절대 금물!
*오프 리시(off leash): 반려동물이 리드 줄을 착용하지 않은 상태
🐶 배변 처리! 🧻
산책길을 나선 반려견들이 주변의 냄새를 맡으며 마킹을 하고, 배변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동입니다. 하지만 도로 등 공공장소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서 배변 봉투(풉백), 배변 집게 등 처리 용품을 항상 소지하고 다니며 배설물을 직접 수거해야 합니다.
🐶 대중교통 이용시 전용 이동 가방 필수! 🔐
국내 시내버스·지하철, KTX나 SRT 같은 고속 철도의 경우 10kg 이하의 반려동물만, 이동장에 넣어진 상태로 탑승이 가능합니다. 이동장은 4면이 막혀 반려동물의 머리 등 신체가 밖으로 나오지 않아야 합니다. 단, 시·청각 장애인의 안내 등의 역할을 하는 장애인 보조견은 무게 및 이동장 여부에 관계 없이 국내 모든 대중교통에 자유롭게 탑승이 가능합니다.
반려견과 함께 살아가는 일상에는 작은 예의와 따뜻한 책임이 필요합니다. 펫티켓은 누구 한 명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기 위해 지켜야 할 배려의 약속입니다. 길 위에서, 공원에서, 일상 곳곳에서 나누는 작은 배려가 공존의 시작이 되기 마련입니다.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아가는 사회. 그 첫걸음은 일상 속 작은 실천에서 시작될 것입니다!
잠깐, 꿀떡까지 잘 챙기셨나요? 😎
일상 속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상황과, 굳이 찾아 보지 않았다면 알기 어려웠을 이야기를 동물이라는 주제로 묶어 선보이게 되었는데요. 저 또한 이번 레터를 엮으며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며 다양한 시선을 차근히 이해할 수 있었어요. 😃
여기까지 읽어 주신 분들께도 비슷한 감정이 가닿았기를 바라며, 이만 인사드릴게요 🐯
다음 범레터에서 다시 만나요!
📧 8월 19일, 다음 범레터가 찾아옵니다.
: 8월 15일 광복절, 청년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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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구
항상 좋은 내용 전해줘서 고맙다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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