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하지 않은 기록, 평범도 범이다입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건강히 지내셨나요?
연초가 정신없이 지나가고 어느새 2월도 끝나 가는 지금,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 지루하신가요? 앞으로는 월말마다 저희 범레터가 여러분들의 시간을 뺏어 가려고 합니다! 이거 봐 주면 안 잡아먹~지🤤
2025년의 저희를 지켜봐 주시고 또 2026년의 저희를 기다려 주신 여러분들께 새로 인사드리는 18호 범레터에서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자 해요.
지난해의 저희는 말 그대로 ‘남녀노소’를 주제로 삼아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그중 새로이 전달드릴 정보가 있는 주제에 대해 심층 분석🔎 해 알차게 채워 보았답니다. (어렵지 않으니 천천히 따라와 주셔요!)
그 글들을 모아서 보니, 역시 우리는 살아 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하여 저희는,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조금 더 마땅한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2026년 범레터의 장을 열고자 하는데요.
절대 빠질 수 없는 것도 있죠? 레터의 마지막 장에는 읽다 보면 마음이 말랑~해지는 이야기, 호랑이표 꿀떡까지 준비했으니 챙겨 가세요! ✨
오늘의 범레터가 건네는 이야기
⚠️ 칼럼|12·3 내란 이후 1년, 끝나지 않은 한국 경제의 후유증
🧍 칼럼|자립이라 부르고 ‘고립’이라고 읽는다
📦 칼럼|노동자의 생명을 연료로 한 로켓배송
👷 칼럼|12·3 내란 1년, 고공 농성 그 이후의 이야기
😟 영상|‘쉬었음’ 청년 70만 명, 비정규직의 덫
🔔 오늘의 꿀떡|오늘날의 절기 감각과 계절
칼럼|12·3 내란 이후 1년, 끝나지 않은 한국 경제의 후유증
12·3 내란 시도 직후 한국 경제는 즉각적인 지표 붕괴를 겪었습니다. 정치적 충격은 금융 시장부터 실물 경제까지 순식간에 전이되어, 코스피는 닷새 만에 90포인트 넘게 밀렸고 코스닥도 급락했습니다.
이 짧은 기간 동안 국내 증시 시가 총액은 2349조8770억원에서 2249조3340억원으로 100조5430억원이 증발했습니다. 단순한 경제 지수 조정이 아닌 ‘정치 리스크’가 자산 가치에 직격탄을 날린 전무후무한 사례입니다.

원·달러 환율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 이후 상승 압력을 높이다가, 내란 사태 이후 1400원 환율 방어선이 완전히 뚫려 버렸습니다.
2024년 12월 2일 1407원에서 2024년 12월 9일 1434원으로 불과 6거래일 만에 27원이 상승한 것입니다.
더하여,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됐음에도 환율이 내려오지 않았다는 점은, 환율 시장이 지난 내란 시도를 일시적 해프닝이 아니라 구조적 리스크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 환율 방어 과정에서 외환 보유액은 빠르게 줄었습니다.
2024년 12월 4156억 달러였던 외환 보유액은 2025년 1월 4110억 달러, 2월에는 4092억 달러가 되며 4100억 달러 선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이후 4280억 달러 수준으로 일부 회복됐지만 여전히 환율 불안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감소 압력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26년 현재, 일부 지표는 반등 조짐을 드러냈습니다. 주요 기관들은 올해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을 1%대 후반으로 전망합니다. 지난해 0%대 성장에서 벗어나는 모습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를 곧바로 회복이라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2024년과 2025년을 합산한 2개년 평균 성장률은 1%대 초반에 그칩니다. 기저 효과를 제거하면 사실상 제자리걸음인 것입니다. 이는 경기 반등이라기보다 침체 이후 저점에서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모습에 가깝습니다. 시장에서는 단기 반등 이후 장기간 저성장이 지속되는 ‘L자형 침체’ 가능성을 점점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보고 있습니다.
성장의 질 역시 불안합니다. 한국은행은 반도체 수출이 두 자릿수 증가세를 유지할 경우 성장률이 2% 안팎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하지만, 이는 성장 경로가 특정 산업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자동차와 배터리, 석유 화학 등 다른 주력 산업은 글로벌 경쟁 심화와 보호 무역 강화라는 구조적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반도체 사이클이 꺾일 경우 성장률은 다시 1%대 중반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거시 환경도 마찬가지입니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1480원대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를 자극해 소비자 물가 전반에 압력을 가합니다.
2025년 12월 소비자 물가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2.3%로 4개월 연속 2%대를 기록했습니다.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통화 정책 역시 발이 묶여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당장 며칠 전인 2월 26일, 기준 금리를 연 2.50%로 또다시 동결했습니다. 2025년 5월 이후 다섯 차례 연속 동결입니다. 연초 원·달러 환율이 다시 1500원 선에 근접한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할 경우, 외국인 자금 이탈과 원화 가치 급락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내란 이후 누적된 불확실성이 통화 정책의 선택지를 극도로 제한하고 있는 셈입니다.
내란 직후의 지표 급락은 이미 과거의 사건이 됐지만 그 충격은 성장률 전망, 환율, 물가, 통화 정책 전반에 구조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현재의 1%대 후반 성장률 전망은 회복의 신호라기보다, 더 나빠지지 않기 위해 버티는 숫자에 가깝습니다. 정치적 충격이 남긴 경제적 비용은 단기적 지표 하락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한국 경제는 지금도 그 후유증 속에서 균형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만 합니다.
칼럼|자립이라 부르고 ‘고립’이라고 읽는다
: 자립 준비 청년의 명절이 말해 주는 것
[준비 없이 어른이 된 청년들의 명절]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명절 설날, 누군가는 들뜬 마음으로 기다려 왔을 만남의 시간입니다.
가족을 만나러 이동하는 사람들, 명절 음식을 준비하며 분주한 집,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 ‘소중한 사람과 행복한 시간 보내’라며 으레 하는 인사. 명절은 여전히 ‘함께 있음’을 전제로 둡니다.
하지만 모두에게 명절이 같은 의미로 다가오지는 않습니다.어떤 청년들에게는 설렘이 아니라, 고민을 가져다주기도 합니다. ‘어떻게 버텨야 하지’, ‘어디를 가야 하지’와 같이 막막한 질문들. 이들에게 명절은 축제가 아니라 공백에 가깝습니다.
오늘은 그중 자립 준비 청년에 대해 다루어 보려 합니다.

[준비되지 않은 자립의 이름, 자립 준비 청년]
자립 준비 청년은 아동 양육 시설, 그룹홈, 가정 위탁 보호를 받다가 만 18세 이후 보호가 종료되어 홀로 서는 삶을 시작한 청년들을 뜻합니다. 법적으로는 성인이 되었지만, 삶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조건은 충분히 주어지지 않은 상태기도 합니다.
주거, 생계, 진로, 행정 절차, 인간관계까지. 누군가는 자연스럽게 가족을 통해 배워 가는 것들을 이들은 한꺼번에 떠안는다.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이 ‘제대로 된 도움 없이 혼자’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자립이라는 이름은 붙어 있지만, 실제 삶은 고립에 더 가깝습니다.
[명절이 만들어 내는 더 큰 공백]
명절은 이 고립을 더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평소에 이용하던 공공시설이 문을 닫고, 급식이나 무료 식사 공간도 운영을 멈춥니다. 일상이 잠시 멈추는 이 기간은, 사회적 연결망이 약한 청년들에게 그대로 공백이 됩니다.
해럴드경제 보도에 따르면, 명절 연휴 동안 하루 한 끼로 버텨야 했다는 자립 준비 청년도 있었습니다. 연휴 동안엔 저렴한 가격에 끼니를 해결할 수 있던 도서관 구내식당마저 문이 잠기며, 선택지는 자연스럽게 줄어들었습니다. 명절의 ‘쉼’은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는 셈입니다.
[프로그램은 있었지만, 이어지지 않았다]
자립 준비 청년을 위한 명절 중의 지원 프로그램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함께 떡국을 끓이고, 명절 음식을 나누고, 선배 자립 준비 청년이 멘토로 참여해 조언을 나누어 주는 날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단발성 행사에 그쳤습니다.
문제는 특정한 해의 명절 하루에만 운영되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이후에도 이어질 구조입니다. 특히, 정례적으로 운영되는 전국 단위의 명절 지원 체계는 여전히 찾기 어렵습니다.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삶의 조건]
자립 준비 청년의 삶은 거주 지역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광역 자치 단체 대부분은 관련 조례를 제정했지만, 시·군·구 단위의 기초 자치 단체로 내려가면 절반 이상이 관련 조례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이는 단순한 행정 차이가 아닙니다.
조례가 없다는 것은 정착금, 심리 상담, 생활 지원 같은 필수적인 정책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같은 나이, 같은 조건의 청년이라도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삶의 출발선이 달라진다는 것. 자립의 부담은 개인이 아닌 구조에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먹지 못하는 문제, 혼자가 되는 문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립 준비 청년의 절반 이상이 지난 1년간 식비 부족으로 식사량을 줄이거나 거른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히 ‘먹을거리’만이 아닙니다.
자립 준비 청년을 향한 사회적 지지 수준는 매우 낮습니다.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 감정을 나눌 수 있는 관계, 실패해도 다시 기댈 수 있는 안전망이 부족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정립된 ‘혼자라는 상태’는 명절에 더욱 크게 체감되곤 합니다.

[자립이 고립이 되지 않기 위해]
자립 준비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특별히 주어지는 떡국 한 그릇이 아닙니다. 명절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관심, 지역과 무관하게 보장되는 지원, 그리고 사회적 가족을 형성할 수 있는 공간과 관계입니다.
자립은 맨땅에 홀로 놓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온전히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와 연결되는 과정입니다. 사회는 자립이라는 이름으로 고립을 포장하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는 지원의 빈틈이 메워지지 않은 공백을 다시 바라봐야 합니다.
누군가에게 버거운 시간이었을 명절이, 이다음엔 당연히 따스한 날로 인식될 수 있도록.
칼럼|노동자의 생명을 연료로 한 로켓배송

쿠팡은 자타공인 국내 최대 규모의 전자 상거래 업체입니다. 많은 시민이 쿠팡의 유통망을 이용해 생활의 편리함을 누리고 있죠. 요식업 자영업자들은 쿠팡의 새벽 배송 서비스 없이는 매장 운영이 어렵다고 할 정도이니, 쿠팡은 생활 영역의 전반에서 필요한 공공재로 자리매김했다고 보아도 과장되지 않습니다.
가정 용품, 전자 제품 등의 실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쿠팡은 어느새 우리의 일상생활 속 필수적인 업체가 되었습니다. 편리한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여, 2010년 소규모의 스타트업 기업으로 시작한 이후 2023년을 기준으로 자산이 10조원을 초과하면서 대기업의 규모로 성장했죠.
그러나, 이런 스타트업 성공 신화의 이면에는 노동 관계법 미준수와 노동자의 생존권 침해가 존재했습니다. 특히, ‘법규를 위반한 노동자 불법 파견’과 ‘과로사를 조장하는 야간 노동의 보편화’, ‘노동자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블랙리스트 작성’은 쿠팡 노동 환경의 문제점을 극명히 보여 주는 사례입니다. 이 글에서는 앞의 세 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쿠팡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들여다 보고자 합니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의 노동자 불법 파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이하 CLS)는 쿠팡의 배송 서비스를 담당하는 자회사입니다. 쿠팡을 통해 상품을 구매하면 각 지역에 있는 물류 창고에서 고객의 집으로 상품을 배송하는 것을 CLS가 담당하는데요. CLS도 여타의 택배 업체와 유사하게 하급의 배송 대리점과 배송 업무 위탁 계약을 맺습니다. 그리고 대리점은 다시 특수 형태 근로 종사자인 배송 기사와 위·수탁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입니다.
즉, CLS와 배송 기사 사이에는 직접적인 계약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법적으로는 CLS가 배송 기사에게 업무 지시를 할 수 없으며, 업무 지시를 할 경우 불법 파견에 해당합니다.
쿠팡의 경우 2024년, CLS와 그 위탁업체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잇달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망의 원인을 조사하는 과정 중 CLS가 위탁업체의 배송 기사에게 직접적인 업무 지시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불법 파견의 명확한 증거로 보임 직합니다.
CLS는 배송 기사가 자신의 책임으로 배송 업무를 관리하는 개인 사업자이기에 근로자성이 부정되고 그렇기에 직접 업무 지시가 불법 파견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CLS는 배송 기사의 위·수탁 업무와 직결되는 업무 지시를 내렸습니다. 배송 서비스 관리를 위해 일정 이상의 배송 물량을 강요하는 ‘클렌징 시스템’을 사용했고, 신선 식품 배송이 완료되어야 하는 시간을 정하여 사실상의 근로 순서를 지시한 것입니다.
이것은 배송 기사를 개인 사업자로 여겼다면 행하지 못했을 지시·감독 행위입니다. 이를 비추어 보았을 때 배송 기사의 근로자성이 인정된다고 할 수 있고 기업은 불법 파견의 의혹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야간 노동으로 인한 과로사]
2020년 이후로 현재까지, 쿠팡과 그 자회사에서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는 알려진 것만 25명입니다. 이중 과로사로 인정되거나 추정되는 사례는 17건에 이릅니다. 민주 노총 택배 노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쿠팡의 배송 기사는 주 6일 기준 66.6시간을 노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는 근로 기준법상의 노동 시간 상한인 주 52시간을 크게 초과하며, 과로사 판정 기준인 주 60시간도 상회합니다.
배송 기사들은 쿠팡의 특화 배송 서비스인 ‘새벽 배송’을 위해 초심야 시간대에 많은 배송 물량을 강요받아 연속적인 장시간 노동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배송 기사에게 과도하게 강제되는 쿠팡의 배송 효율성 추구는 배송 기사 과로사의 주된 원인으로 이어집니다.
쿠팡의 물류 서비스를 담당하는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이하 CFS)에서도 야간 노동으로 인한 산업 재해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CFS에서는 물류 유통의 효율성을 위해 야간에도 물류 센터를 가동하는데, 물류 센터의 야간 노동자들이 과로로 사망한 경우도 적지 않죠.
국제 암 연구소가 2급 발암 물질로 분류할 정도로 야간 노동은 신체와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줍니다. 그러나 쿠팡에서는 영업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강도 높은 야간 노동을 보편화하였습니다. 이는 쿠팡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이익을 추구하는 결정이며, 노동자를 벼랑 끝으로 떠미는 행위나 다름이 없습니다.
[노동자의 일할 권리를 침해한 블랙리스트 작성]
2024년 초 MBC의 보도를 통해 쿠팡이 노동자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취업 방해를 한 것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근로 기준법에서는 노동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 기호를 사용하거나 명부를 작성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쿠팡에서는 인사 관리라는 명목으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자에게 문제를 제기하거나, 산재 보상 신청을 요청한 노동자를 재취업 금지 대상으로 지정하였습니다. 블랙리스트 대상 중에는 각종 언론사의 사회부 기자들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쿠팡 물류 창고의 노동 환경이 문제되자 이를 취재하는 것을 원천 봉쇄 하기 위해서 이들을 블랙리스트에 포함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32조에는 ‘모든 국민은 일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되어 있으며, 헌법 재판소는 ‘일할 권리의 보장은 생활의 기본적인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생활 수단을 확보해 주며, 나아가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과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해 주는 의의를 지닌다’라고 설명합니다.(2001헌바50)
따라서, 쿠팡의 노동자 블랙리스트 작성은 경영상의 인사 관리로만 치부하여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이를 노동자의 기본적인 생활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게 하고, 대한민국 사회가 법률로 지키고자 하는 사회권적 영역의 안전망을 무너트리는 반헌법적 행태로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쿠팡은 왜 처벌받지 않았는가]
이전 정부 시기에 위와 같은 쿠팡의 불법 행위는 여러 언론의 보도를 통해 문제 제기가 되어, 고용 노동부와 같은 정부 기관에서도 진상 조사에 임하였습니다. 그러나 정부 기관의 대처는 미온적이었고, 쿠팡은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열악한 노동 환경의 문제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쿠팡이 노동 관계법을 무시하는 영업 방식을 보였어도 적극적인 제재를 받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2020년부터 2025년까지 근무했던 쿠팡의 핵심 경영진인 ‘강한승’ 경영 관리 이사가 사법 연수원 제23기로, 전직 대통령이었던 윤석열 씨와 사법 연수원 동기인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 간 유착의 가능성을 보여 주며, 정부 기관의 소극적 대응의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셈입니다.

[우리가 쿠팡의 노동 환경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쿠팡은 배송 기사를 근로자로서 고용하는 것이라 여기지 않고, 전자 상거래 플랫폼을 활용하는 개인 사업자로 보는 방식으로 노동자들을 간접 고용 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여타 플랫폼 노동 환경에서도 주되게 채택되는 고용 방식으로, 순전히 쿠팡이라는 한 기업에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비교적 규제가 느슨한 플랫폼 노동 환경에서는 배송 기사와 같은 특수 형태 근로 종사자가 노동 관계법의 보호를 받기 어렵기에 열악한 노동 조건에서 일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플랫폼 고용 방식을 택하는 다른 기업에서도 쿠팡과 유사한 원인의 노동 문제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절대적인 수가 쿠팡에 비해 적고 강도가 낮다고 해서 이러한 상황을 괄시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쿠팡의 성공 신화 이면에 가려진, 노동자의 생명권을 경시한 일그러진 모습들에 주목해야만 합니다. 노동자를 부품으로 취급하는 이 사회. 언론과 기관의 관심이 줄면 사고가 생기는 사회. 우리는 오래간 같은 문제가 발생해 온 원인을 바로잡기 위해 애써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안전하게,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도래할 것입니다.
칼럼|12·3 내란 1년, 고공 농성 그 이후의 이야기
: 고공 농성이 해제되어도 여전히 남아 있는 문제들
2025년 5월 21일, 현직 언론사 기자들과 사진작가, 노동 운동가 등의 연대로 네 번째 ‘굴뚝신문’이 발행되었습니다. 3호의 발행일으로부터 자그마치 10년 만의 일입니다. ‘굴뚝신문’이 다시 우리에게로 찾아온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노동자 3명의 고공 농성이 장기화되었기 때문입니다. ‘굴뚝신문’이 발행된 그날,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박정혜 노동자는 고공 농성 500일을, 세종호텔 고진수 노동자와 한화오션 김형수 노동자는 각각 98일과 68일을 맞았습니다.

12.3 내란 사태도 어느덧 1년 전의 일이 되었습니다. 지난 1년이라는 시간 동안, 하늘에 오른 이들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2024년 1월 8일, 박정혜 한국옵티칼지회 수석부 지회장과 소원숙 조직 부장이 한국옵티칼에 고용 승계를 요구하며 공장 옥상에 올랐습니다. 2022년 10월 구미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뒤 사측은 노동자들에게 공장을 재가동시키겠다고 했지만, 한 달 뒤 갑자기 말을 바꿔 공장 청산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후 한국옵티칼은 구미 공장을 청산하며 노동자 193명을 희망퇴직시키고 퇴직을 거부한 17명을 해고했습니다. 이에 박정혜 수석부 지회장과 소원숙 조직 부장이 공장 옥상에 올랐고, 박정혜 수석부 지회장은 그곳에서 600일을 버텼습니다.
고공 농성 600일째인 지난해 8월 29일, 고공 농성은 해제되었습니다. 이들의 외침은 ‘세계 최장기 고공 농성’이라는 기록으로 남았습니다.
고공 농성이 해제된 지 어느덧 반년이 다 되어 갑니다. 하지만, 기다리던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 소식은 여전히 들려오지 않습니다. 한국옵티칼 해고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KBS 다큐멘터리의 2부 방영은 갑작스레 취소되었습니다.
11월 27일에 1부가 방영되고 며칠 지나지 않아 KBS가 돌연 담당 PD를 전보 발령 하고 2부 방영을 불허한 것입니다. 국정 감사 과정에서는 한국옵티칼의 쌍둥이 회사인 한국니토옵티칼 노동자 중 백혈병을 비롯한 암 발병 피해자가 20명에 달하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지난해 2월 13일, 고진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 지부장이 세종호텔에 복직을 요구하며 호텔 앞 10m 높이의 철제 구조물 위에 올랐습니다. 세종호텔은 2021년,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을 이유로 구조 조정을 실시했습니다.
이후 팬데믹이 끝나고 명동 상권이 회복하면서 세종호텔 역시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세종호텔은 아직도 해고 노동자들을 복직시키지 않고 있습니다. 호텔 매출이 코로나 이전을 넘어서고, 노조가 두 차례에 걸쳐 양보안을 제시했음에도 말입니다.
고진수 지부장은 하늘 위에서 336일을 보내고 지난달 땅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점차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달 2일, 경찰은 세종호텔에서 업무 방해 및 퇴거 불응 혐의로 고진수 지부장을 포함한 노조원 2명과 연대 시민 10명 등 총 12명을 체포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고진수 지부장에 대해서만 구속 영장을 신청했습니다.
구속 영장 신청서에는 “현시점에서 ‘노동 행위를 빙자’한 노동 행위에 대한 피의자 등의 인식에 경종을 울릴 국가 기관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적혔습니다. 법원이 구속 영장을 기각했지만, 세종호텔이 제기한 각종 소송은 이 순간에도 노동자들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 15일, 김형수 민주노총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지회장은 서울 중구 한화 본사 앞 30m 높이의 CCTV 철탑에 올랐습니다. 하청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2023년,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서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과 복지를 한화오션 정규직의 80% 수준까지 맞추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습니다.
이후 하청 노동자들의 단식 농성, 천막 농성 등 역시 무시했습니다. 하청 업체가 2024년 임단협 교섭안에 합의하면서 고공 농성은 97일 만에 해제되었지만, 이것이 모든 문제의 해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끝내 한화오션은 교섭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올해 2월 12일,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와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웰리브지회는 기자 회견을 열고 “한화오션은 단체 교섭에 응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이날 조선하청지회와 웰리브지회는 올해 첫 단체 교섭 자리를 마련하고 한화오션이 자리에 참석하기를 기다렸지만, 한화오션은 끝내 교섭 테이블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한국옵티칼과 세종호텔, 그리고 한화오션까지. 이 세 사안은 모두 우리에게 하나의 메시지를 전하는 듯합니다. 고공 농성의 해제와 정권 교체가 모든 문제의 해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
계절이 지나가고 대통령이 바뀌었어도, 사회 대개혁을 향한 길은 멀고 험하기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연대하기를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스스로를 비좁은 철 구조물에 가둔 어느 조선 하청 노동자의 외침처럼 ‘이대로 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영상|‘쉬었음’ 청년 70만 명, 비정규직의 덫
한 해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입춘. 그리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춘. 입춘과 청춘은 분명 다르지만, ‘출발’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닮아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의 청춘은 다른 계절로 나아가지 못한 채, 출발선에 머물러 있습니다. 정규직이 되기 위해 계약직을 택하고, 계약직이 되기 위해 다시 인턴 과정을 거쳐야 하는 시대. 고용 안정을 향한 목표는 수많은 ‘경력의 계단’을 올라야만 도달할 수 있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상위 500대 기업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2023년 하반기 기업 채용동향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35.6%는 신규 채용 결정 요소로 ‘직무 관련 일 경험’을 꼽았습니다. 이미 다른 곳에서 경험을 쌓은 ‘중고 신입’을 선호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채용 구조는 20·30대 청년층의 비정규직 증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가는 사다리 역할을 하기를 바라지만, 현실에서는 저임금·저품질 일자리에 머무르게 하는 ‘덫’이 되기도 합니다.
불안정한 고용에 지친 일부 청년들은 구직을 멈추고 ‘쉬었음’ 상태로 향합니다. 쉬었음 청년이 70만 명을 넘어선 시대. 이 숫자는 우리 사회에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요.
청년층의 구직 문제는 이후의 고용과 소득, 그리고 삶의 방향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시작이 불안정하면, 다음 단계 역시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구조가 반복된다면, 청년들의 늦은 사회 진출과 고용 불안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비용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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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꿀떡|오늘날의 절기 감각과 계절
절기는 오랜시간 우리나라의 생활 기준으로 여겨졌었습니다. 절기란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계절의 변화를 스물넷으로 나눈 것으로, 자연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시간의 기준점이었던 것이죠.
하지만 기후 변화로 인해 계절의 경계가 흐려지는 지금, 절기에 대한 인식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는데요. 오늘 꿀떡에서는, 이전까지 우리 삶에 함께하던 절기는 무엇이 있었고 현재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지 가볍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봄의 시작을 알리던, ‘입춘’]
입춘은 우리에게 계절의 출발선이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닙니다. ‘입춘대길’이라는 글을 적어 대문에 붙여 놓는 것이 일례이죠. 더하여, ‘입춘이 지나면 마법같이 날이 풀린다’는 의미의 ‘입춘 매직’ 또한 올해는 제한적으로 통했습니다. 서울 기준 2월 3일 최저 기온이 -8°, 2월 5일의 최저 기온이 -3°인 가운데 2월 4일 입춘엔 최저 기온이 1°로 영상권에 진입했는데요. 그러나 그 이후에 다시금 영상권으로 오른 날은 2월 13일로, 입춘이 지났음에도 한파가 이어지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만물이 깨어나는 시간, ‘경칩’]
경칩은 곤충과 동물이 겨울잠에서 깨어 활동을 시작하던 절기로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 몇 년을 보면 경칩 이전부터 개화를 비롯한 생물 활동이 시작되거나, 반대로 꽃샘추위가 길어지며 봄의 시작이 미뤄지는 등 이전과는 다른 자연의 리듬으로 변화되었습니다.

[태양과 가장 멀어지는 시간, ‘하지’]
하지는 태양이 가장 높게 또 오래 떠 있는 날로, 밤이 가장 짧은 날이기도 합니다. 옛부터 하지는 더위의 중점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기후 변화로 인해 하지 이전부터 괴로울 정도의 더위를 느끼는 일이 많습니다.
[팥죽으로 액운을 막는 하루, ‘동지’]
온 가족이 둘러앉아 팥죽을 먹던 동지. 과거에는 동지가 혹한의 기준점이었지만, 최근에는 겨울 전반은 따뜻해지고 그 사이사이 짧고 강한 한파가 반복되는 양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 시대, 새로운 절기를 맞이하다]
기후 변화로 과거 절기가 의미하던 기준이 비교적 무색해지면서, 우리가 느끼는 감각도 변하고 있습니다. 사라져 가는 계절의 감각을 인식하고자 하는 것, 그것이 달라진 기후에 대응하는 시작점이 될지도 모릅니다.
잠깐, 꿀떡까지 잘 챙기셨나요? 😎
올해 범레터는 보다 알맞은 시기에, 더 많은 글을 한 번에 보여 드리기 위해서 매월의 마지막 금요일에 발송될 예정인데요. 이번에도 어여삐 보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추위도 점차 가시고 해 뜨는 시간이 빨리지는 게 체감되는 요즘, 계절이 바뀌며 독한 감기가 유행하고 있다 하는데요. 환절기에 찾아오는 몸의 변화를 무사히 이겨 내시기를 바라며, 이번 범레터는 이만 인사드리겠습니다.
꽃이 조금씩 피어 무렵, 다음 범레터에서 다시 만나요!
📧 3월 27일, 다음 범레터가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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