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롱? 혐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 소수자에 관하여

2026.06.29 | 조회 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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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하지 않은 기록, 평범도 범이다입니다🐯

 

급격히 더워진 6월은 비가 오고 그치기를 반복하며 여름 감기가 돌았는데요.

모두 건강히 보내셨는지요?

 

저는 전에 없이 평화로운 시기를 보내면서,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에게 휴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체감하는 중입니다. 🥰

여러분의 여름에도 시원하고 달콤한 쉼이 가닿기를 바랍니다!

 

이번 범레터에서는 지난 스타벅스 문제를 짚고 넘어간 후 여성, 노숙자 등 사회의 소수자에 대해 말해 보려 합니다.

저희는 여러 차례 소수자에 대해 이야기해 왔는데요. 이번엔 특히 현실 가까이에서 바라보고자 하였으니, 더욱 흥미롭게 읽어 내려가실 수 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레터의 마지막 장엔 읽다 보면 마음이 말랑~해지는 이야기, 호랑이표 꿀떡까지 준비했으니 챙겨 가세요! ✨

 


 

오늘의 범레터가 건네는 이야기

 

☕ 칼럼|스타벅스의 선 넘은 5·18 모독 마케팅

🏳️‍🌈 칼럼|6월의 또다른 이름, 프라이드 먼스(Pride Month)

💥 칼럼|일상에 스며든 혐오와 차별

👵 칼럼|햇빛 아래 남겨지는 존재들

👩‍🦰 칼럼|여성은 어떻게 서사의 주인이 됐는가

📖 오늘의 꿀떡|AI 시대, 인간다움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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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스타벅스의 선 넘은 5·18 모독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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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결국 고개를 숙였습니다.

지난 5월 26일 정 회장은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타벅스코리아의 이른바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했습니다. 5·18민주화운동 유가족과 박종철 열사 유가족, 국민에게 사죄한다며 어떤 변명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대형 유통기업 총수가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에 나서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제품 결함도, 개인정보 유출도, 대형 안전사고도 아니었습니다. 텀블러 판매 행사 하나가 그룹 총수의 공개 사과까지 불러왔습니다. 그만큼 이번 사태가 단순한 마케팅 논란 이상의 문제였다는 의미입니다.

앞서 스타벅스는 5·18민주화운동 46주년인 지난 5월 18일 탱크 시리즈 텀블러 판매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행사명은 탱크데이였습니다. 홍보물에는 5/18이라는 날짜가 배치됐고,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도 등장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텀블러 용량인 503㎖를 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인번호를 떠올리게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습니다. 앞서 4월16일 세월호 참사 추모일에도 미니탱크데이 행사가 진행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습니다.

 

광주 시민들에게 탱크는 단순한 군사 장비가 아닙니다. 1980년 5월 광주를 짓밟았던 국가폭력의 상징입니다.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말은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은폐하려던 군사정권의 거짓 해명을 떠올리게 합니다.

광주와 박종철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어떤 희생 위에 세워졌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입니다. 그런 역사적 비극을 연상시키는 표현이 대한민국 최대 커피 브랜드의 마케팅 문구로 사용됐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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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은 자체 조사 결과 고의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의도가 없었다면 오히려 더 큰 문제일 수 있습니다.

수십 명이 참여하는 대기업의 마케팅 검토 과정에서 5·18 당일 탱크데이가 결정되고,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가 제작되고, 최종 승인까지 이뤄졌는데도 누구 하나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기획했고, 누군가는 문구를 만들었으며, 누군가는 검토하고 승인했습니다. 그 긴 과정 어디에서도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인 역사 왜곡이자 역사 인지 감수성의 부재입니다.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신세계그룹은 모든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해외 판매 텀블러 제품도 동일한 규격이며, 행사 일정 역시 우연이라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우연이 계속되면 의도입니다. 한두 개가 아니라 여러 상징과 일정, 문구가 겹치며 논란이 커졌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흔들렸다는 방증입니다.

 

스타벅스는 논란이 확산되자 곧바로 책상에 탁!작업 중 딱~으로 수정했고, 탱크데이탱크텀블러데이로 바꿨습니다. 이후 관련 게시물도 삭제했습니다.

정 회장의 사과 역시 논란을 완전히 잠재우지 못했습니다.

정 회장은 사과문에서 각자 생각은 다를 수 있겠지만 더 나은 세상을 미래 세대에게 남겨주고 싶다는 마음은 같다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시민들은 이번 사태를 생각의 차이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광주 시민과 유가족들이 수십 년 동안 안고 살아온 역사적 상처의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된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의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광주의 분노는 단순한 온라인 여론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피해 당사자들이 직접 법적 대응에 나선 것입니다. 5·18기념재단과 5·18 공법 3단체는 정용진 회장과 스타벅스 관계자들을 고소했습니다. 황일봉 전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장 등 유공자들도 별도의 고발장을 제출했습니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관련 사건을 병합해 수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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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치권에서는 전혀 다른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국민의힘 일부 인사들은 스타벅스를 공개적으로 옹호했습니다.

충북도당 공식 계정에는 내일 스벅 들렀다가 출근해야지라는 글이 올라왔고, 지방선거 후보 캠프 관계자는 가서 샌드위치 먹어야징이라는 댓글을 남겼습니다. 이수정 국민의힘 수원정 당협위원장은 유세 현장에서 스타벅스 인증사진을 올리라고 독려했습니다. 일부 정치인들은 탱크는 액체를 담는 용기일 뿐이라는 취지의 발언까지 내놓았습니다.

스타벅스가 이미 사과한 사안을 두고 역사적 논란을 진영 논리의 소재로 소비하는 모습이 나타난 것입니다.

 

5·18은 정쟁의 대상이 아닙니다.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입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극우 진영의 반응입니다.논란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스타벅스를 극우의 상징처럼 소비하는 각종 밈 콘텐츠가 등장했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합성 이미지부터 스타벅스를 자유의 상징으로 묘사한 게시물까지 확산됐습니다.

 

정용진 회장이 서둘러 사과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마케팅 실패가 아닙니다.

역사를 숫자와 문구 정도로만 이해하고, 소비자의 감정을 데이터 정도로만 인식한 결과입니다.

광주는 마케팅 소재가 아닙니다. 박종철 열사는 홍보 문구가 아닙니다. 5·18은 행사 일정표 속 하루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라면 그 정도의 역사 문해력은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사과보다 중요한 것은 왜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밝히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대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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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6월의 또다른 이름, 프라이드 먼스(Pride Month)

 

봄을 지나 여름이 시작되는 6월. 누군가에게는 스스로의 자긍심을 드높이는 달이기도 합니다. 전세계 성소수자의 자긍심을 기념하는 ‘프라이드 먼스(Pride Month)’, 그 역사부터 다른 이들과 함께 즐길 만한 다양한 행사들까지 정리해 봤습니다.

프라이드 먼스는 1969년 6월 28일 미국의 스톤월 항쟁(Stonewall riots)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미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동성애는 ‘자연을 거스르는 범죄’로 여겨졌고,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스톤월 주점’은 성소수자들이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피난처 같은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6월 28일 새벽, 경찰 9명이 스톤월 주점을 급습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마샤 P.존슨, 실비아 리베라, 스토메 델라베리에를 포함한 수많은 이들이 경찰의 억압에 저항했고, 지금까지 국제 성소수자 운동의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이듬해인 1970년 6월 28일, 사람들은 스톤월 항쟁을 기념하기 위해 뉴욕, 샌프란시스코, 워싱턴 등 미국 곳곳에서 ‘성소수자 자긍심 행진’을 열었습니다. 국가와 사회의 억압에 맞서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낸 것입니다. 스톤월 항쟁 이후 60년 가까이 흐른 지금, ‘프라이드 먼스 행진’은 지구촌 축제가 되어 전세계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 
 ⓒ서울퀴어문화축제 

한국에서도 6월 한 달 동안 서울 곳곳에서 퀴어문화축제를 즐길 수 있었는데요. 이번 축제의 슬로건은 “교집합: 다름을 연결로”로, ‘서로의 다름을 없애거나 같아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차이를 간직한 채 서로의 삶이 겹쳐지는 지점을 발견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
ⓒ서울퀴어문화축제

지난 13일에는 2026 제27회 서울퀴어퍼레이드가 열렸습니다. 남대문로 및 우정국로 일대에서 개최되며, 부스와 환영무대, 행진, 축하무대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죠.

 ⓒ서울퀴어문화축제  
 ⓒ서울퀴어문화축제  

6월의 마지막주에는 2026 제26회 한국퀴어영화제가 열렸는데요. 서울 노원구의 더숲아트시네마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올해의 슬로건은 “흔들리는 불빛 사이로”이며, 16개국 36개 작품이 상영됩니다.

“극장을 채우는 빛의 입자들 사이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와, 다시 나아갈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을 발견하실 수 있길 바랍니다.” -영화제 소개글 中-

무더운 날씨와 함께 시작된 프라이드 먼스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를 함께 만들어가기 위한 시간입니다.

이번 여름, 나와 다른 누군가를 이해하는 마음과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자긍심을 떠올리며 시간을 보내 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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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일상에 스며든 혐오와 차별

나도 모르게 내뱉는 혐오의 불씨, 혐오 표현에 대하여

 

우리의 현실에는 특정한 집단을 비하하는 혐오 표현이 당연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혐오는 대개 사회적 약자를 향합니다. 인간에게 언어란 사고방식과 인식을 형성하는 그 시작점이기에 더욱 위험한데요. 그 표현들이 일상어로 자리잡은 지금, 변화는 분명히 필요합니다.

 

[잼민이? 금쪽이?]

나이가 어려 사회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이들조차 혐오의 대상이 되곤 합니다. 어리숙하거나 어설픈 실력을 지녔다는 의미로 쓰이는 ‘-린이’, 철없는 아이를 속되게 이르는 잼민이를 지나 청소년을 싸잡아 묶는 급식충까지. 이러한 표현은 일부의 행동을 세대 전체로 일반화하며 부정적인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한 설문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어린이 다수가 이러한 표현에 불쾌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동의 행동을 교정하는 TV 프로그램 속 호칭에서 따온 ‘금쪽이’라는 표현 또한 요 몇 년 사이에 아이들을 이르는 말로 흔히 쓰이고 있는데요. 다만 ‘금만큼이나 소중한 아이’라는 기존의 의미는 퇴색된 채 ‘잼민이’와 유사하게 활용된다는 점에서, 두 표현 모두 적절치 않을 듯합니다.

ⓒ경남도민일보
ⓒ경남도민일보

[낯섦이 혐오의 사유가 될 수 없기에]

제노포비아(Xenophobia)는 외국인이나 다른 문화권 사람들을 향한 혐오와 배척을 의미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다양한 국적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사회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이 문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발벗고 나서는 것이 성숙한 자세겠지요. 그러나 누군가는 짱깨, 똥남아와 같은 표현으로 출신 국가가 다른 이들을 조롱하고 배제하곤 합니다. 그것이 한 집단을 차별하거나 미워할 핑계가 될 수 없는데도 말입니다.

 

[인생의 선지자를 향한 푸대접]

노인은 도움이 필요한 대상이기 이전에 우리의 사회를 먼저 겪고 다듬어 온 구성원입니다. 그러나 ‘꼰대’, 틀딱과 같은 표현은 노인을 조롱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그들의 존재 자체를 민폐인 것처럼 인식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언어는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는 계기가 될 수 있기에, 비하가 아닌 존중의 태도가 필요해 보입니다.

 

[구슬땀을 비웃는 한마디]

육체노동은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중요한 힘입니다. 하지만 딸배와 같은 표현은 값진 노동을 가볍게 여기는 사회의 인식을 담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빠른 배달·배송, 더 정교한 건축은 육체노동자들의 노력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감사 인사 대신 조롱의 표현을 듣는 게 현실입니다.

 

[우리도 모르게 혐오에 노출되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혐오 표현은 이제 가볍게 꺼내는 일상어가 된 지 오래입니다. 특정 집단을 조롱하고 비하하기 위해 만들어진 말들이 유행어처럼 소비되고, 심지어 마케팅에도 활용됩니다.

 

그러나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말처럼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이 아닙니다. 우리가 반복해서 사용하는 표현은 사고방식과 사회적 인식을 형성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혐오 표현을 멀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혐오 아닌 존중을 향한 사회]

언어는 문화를 만들고, 문화는 사회를 만듭니다. 특정 집단을 조롱하고 배제하는 언어는 편견과 차별을 키우며, 결국 누군가의 일상과 존엄을 위협하게 됩니다. 사회적 해악이 큰 혐오 표현에는 적절한 제도적 대응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그 심각성을 인식하고 스스로 사용을 멈추는 것입니다. 타인을 향한 존중은 거창한 행동이 아니라, 우리가 사용하는 말에서부터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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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햇빛 아래 남겨지는 존재들

여름철 여성 노숙인의 안전 문제

 

1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길어진다는 하지(夏至)가 며칠 전이었습니다. 하지는 곧,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을 의미합니다. 점점 올라가는 기온에 지치고 때때로 이마에 맺히는 구슬땀을 훔치다 보면, 어느새 여름의 중턱에 발을 들이게 됩니다. 이 계절에, 누군가는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친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더운 여름날 지하철에 타는 상상을 해 봅시다. 어디선가 코를 찌르는 땀냄새와 지린내가 풍겨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악취의 근원은 노약자석에 앉은 남루한 차림의 여성입니다. 그는 아마 정처 없이 지하철에 머무르며 더위를 피하려는 노숙인일 것입니다. 악취를 참지 못한 승객들은 그를 못마땅하게 응시하다 하나둘 자리를 떠납니다. 여름의 가혹한 태양 아래, 여성 노숙인들은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죄인이 되어 홀로 남겨집니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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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기에 이건 참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더운 날에는 노숙인들이 쉼터, 보호시설 등을 이용하면 될 일 아닌가 싶기도 하죠. 특히 범죄에 취약한 여성 노숙인들은 더더욱 노숙인 쉼터나 보호센터 등을 이용하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요.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지하철 역사와 버스 정류장에서 여성 노숙인들을 마주치곤 합니다. 이들은 왜 ‘안전한’ 보호시설을 찾지 않는 것일까요? 이 질문에 여성 노숙인들은 보호시설이 ‘안전하지 않기에’ 갈 수 없다고 답합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24년 발간한 연구보고서 ‘여성노숙인의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안전과 건강할 권리 보장을 위한 연구’은 여성 노숙인들의 현황 및 안전 관련 문제를 상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노숙인들은 남성 노숙인에 비해 일시보호시설 등을 찾는 비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보고서는 첫째로 여성노숙인들이 보호시설에 대한 정보 습득이 어려워 나타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거리노숙이 장기화되면서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하게 돼 보호시설 관련 정보를 습득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것. 이외에도 정신질환으로 인한 입소 거부 등이 일시보호시설 등의 이용률이 낮은 원인으로 지목되었습니다.

또한 여성 노숙인들이 노숙인 지원시설을 찾을 때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꼽은 것은 ‘여성전용 시설 여부’였습니다. 이들의 노숙에 대한 결정적인 요인이 과거 남성에 의한 괴롭힘 및 폭력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더운 여름, 그녀들이 길거리를 전전하는 것은 그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었을 뿐입니다. 그 누구도 그녀들에게 ‘미련하게 보호시설도 안 가고 뭐하느냐’, ‘일할 의지가 없으니 자립센터 같은 곳도 안 찾고 저러고 있다’ 같은 비난을 던져서는 안 됩니다. 그녀들은 그저 이 여름을, 그리고 매서운 겨울을 살아가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이니까요.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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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노숙인이 안전한 환경에서 자립해갈 수 있도록 우리의 시선부터 바꾸어야 합니다. 각종 폭력과 성범죄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시설 이용마저 두려워하지 않도록, 안전을 위해 구석으로 숨지 않도록. 이제는 더욱 실효성 있는 지원과 사회적 담론이 형성되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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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여성은 어떻게 서사의 주인이 됐는가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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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을 해결하는 형사, 조직의 문제를 파헤치는 직장인, 자기 욕망을 따라가는 주인공. 이들이 모두 여성인 작품은 오늘날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때 남성 캐릭터의 서사를 위해 민폐 여주가 되거나 조력자의 자리에만 머물렀던 여성 캐릭터는 이제 서사의 중심에서 극을 이끌어갑니다.

 

최근 방영된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가 여성 캐릭터를 다룬 방식을 두고 비판을 받은 것 또한 이러한 변화와 연결됩니다. 시청자들은 더 이상 남성의 결핍을 채워 줄 목적으로 존재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여성 서사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이제 시청자들은 여성 캐릭터가 서사 안에서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묻기 시작했습니다.

드라마는 늘 시대가 여성을 바라보는 방식을 비추어 왔습니다. 그 안에서 순종적이고 희생적인 여성은 사랑을 통해 구원받았고, 욕망을 드러내거나 성공을 좇는 여성은 처절하게 응징당했습니다. 성녀와 악녀라는 이분법은 여성의 욕망을 위협으로 간주해 온 사회가 만들어 낸 결과였습니다.

이러한 구도 안에서 여성 캐릭터들은 서로를 질투하고 경쟁하는 존재로 그려졌습니다. 여성 캐릭터는 시대가 허락한 역할의 범위 안에서만 존재할 수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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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구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건 2010년대부터였습니다.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은 여성들이 일상에서 느껴온 공포와 불안, 차별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죠. 이후 여성들은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오랫동안 당연하게 요구됐던 것들에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시대가 강요한 역할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스스로 써내려가겠다는 여성들의 움직임은 스크린 속 여성을 바라보는 기준도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전까지 여성에게 주어졌던 서사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변화는 최근 방영된 드라마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레이디 두아〉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원하는 것을 손에 넣으려는 여성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그려 냈습니다. 〈옥씨부인전〉의 여성은 유교사상과 가부장제가 만연한 조선 사회 안에서도 스스로 삶을 개척해 나갔죠.

〈은중과 상연〉은 두 여성 사이의 감정과 관계에 집중하며 메시지를 완성합니다. 이제 드라마 속 여성은 자기 자신의 인생을 살아내기 위해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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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여성들은 현실 여성들의 인식 변화를 반영합니다. OECD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 정규직 여성의 중위소득은 남성보다 29.0% 낮으며, 남녀 임금 격차는 38개 회원국 중 가장 큽니다. 현실의 불평등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스크린 속 여성들은 그 경계를 먼저 넘어서고 있습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욕망하고, 실패하고, 살아 내는 여성의 이야기가 쌓일수록 현실의 여성들이 자신의 삶을 상상하는 폭도 넓어질 것입니다. 스크린 위의 서사는 현실을 비추는 동시에 현실을 만들어 갑니다. 여성 서사가 계속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는 거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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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꿀떡|AI 시대, 인간다움을 묻다 

: 서울국제도서전의 호모 두두리

 

“AI는 정답으로 문을 닫고, 인간은 질문으로 문을 연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의 주제는 ‘호모 두두리’입니다. 두려움을 이겨 내고 불을 다스렸던 대장장이처럼, 인간은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냅니다.

오늘의 꿀떡에서는, 도서전이 던지는 질문을 닮은 출품작 다섯 권을 소개합니다!

 

ⓒ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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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홉 번째 몸

저자 천쓰홍 / 통역 김정민

에세이

출판 클레이하우스 2025.07.09

타이완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세계를 떠돌며 살아온 작가 천쓰홍의 자전적 에세이. 성소수자로서 겪은 혼란과 상처, 가족과 고향에 대한 복잡한 감정, 그리고 베를린에 정착하기까지의 여정을 담담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풀어냅니다. 몸에 새겨진 기억과 떠도는 삶의 흔적을 따라가며, 우리는 결국 어디에 속하는 존재인지 질문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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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저자 김슬기

장편소설

출판 클레이하우스 2025.07.09

삶에 지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었던 청년 ‘강하고’ 앞에, 세상에서 가장 강한 할머니들이 나타납니다.

바다 마을 구절초리에서 시작된 뜻밖의 동거는 잃어버린 삶의 의지와 사람의 온기를 다시 찾아가는 여정이 됩니다.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는 “어른도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하다”는 따뜻한 메시지를 유쾌한 웃음과 감동으로 풀어낸 소설입니다.

 

ⓒ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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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여튼 이상해

저자 현단

그림책

출판 뜨인돌어린이 2025.01.30

마음에 쏙 드는 짝꿍을 원했던 주인공은 뜻밖에도 반에서 가장 ‘이상한’ 아이 김다빛과 짝이 됩니다.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고 불편하기만 했던 다빛이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주인공의 마음에도 작은 변화가 찾아옵니다.하여튼 이상해는 어린이의 시선으로 관계와 감정의 변화를 유쾌하게 그려낸 그림책입니다.

 

ⓒ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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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까스로-있음:브뤼노 라투르와 파국의 존재론

저자 김홍중

사회학

출판 이음 2025년 09월 09일

기후위기와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시대, 우리는 어디에 발 딛고 누구와 함께 살아가야 할까.

가까스로 있음은 프랑스 철학자 브뤼노 라투르의 사상을 바탕으로 인간과 자연, 사회가 서로 얽혀 존재하는 방식을 새롭게 탐구합니다. 사회학자 김홍중은 가까스로 있음이라는 개념을 통해 존재란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유지되고 갱신되는 과정임을 보여 줍니다.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인문서입니다.

 

ⓒ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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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은 다음

저자 희정

사회학

출판 이음 2025년 05월 06일

장례라는 낯설고 생경한 세계를 마주해야 할 우리 모두를 위해, 저자가 직접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따고 현장에 뛰어들어 완성한 사려 깊은 길잡이 같은 책입니다. 시신 복원가부터 화장 기사까지 장례 최전선에 있는 전문가들의 생생한 삶의 궤적을 통해, 지금 시대 한국의 장례 문화와 산업의 면면을 따뜻하고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담아냈는데요. 단순한 이별의 기록을 넘어 ‘죽음 이후’에 필요한 개인적·사회적 준비와 변화의 가능성을 성실하게 짚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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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꿀떡까지 잘 챙기셨나요? 😎

 

오늘 범레터는 쉽게 지나치기 쉬웠을 우리 주변의 소수자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오래 곱씹어 보면 좋을 사회 상황을 알려 드리고자 하였는데 어떻게 보셨나요?

여러분들의 진땀 나게 바쁜 일상 속에서 저희 범레터가 잠시 머물 그늘이 된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이제 곧 장마가 시작되고 눅눅한 날이 올 텐데요. 건강에 특히 유의하시고 냉방병 꼭 조심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럼 우리는 다음 범레터에서 다시 만나요! 🐯

 

📧 7월 31일, 다음 범레터가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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