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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은 여성 탓이라던데, 아니더라구요.

90년대생은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지 않습니다. 이제 그만 인정하세요, 어르신.

2022.07.27 | 조회 1.74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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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잘 사는 여성들

비혼비출산 여성으로 한국에서 생존하기

@trytobenicetho_ from Twitter
@trytobenicetho_ from Twitter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네 번째 혼잘여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이번주도 비혼비출산 여성으로 살아남기에 퍽퍽했지만, 잘 버텨냈습니다. 저와 구독자님은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고야 마는 멋진 비혼비출산 여성이니까요.

지난 혼잘여는 어떠셨나요? 구독자님의 피드백은 제가 혼잘여를 써나가는데 큰 도움이 된답니다! 기다릴게요=)

'운이 좋지 않게' 가부장제의 지배당하는 쪽에 배치되었지만, 운이 좋게도 우리가 이렇게 함께네요. 머릿속에 뿌옇게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나와 비슷한 결을 가졌지만 나보다 훨씬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 적어준 말로 읽으니 저 자신의 가치관도 보다 더 정리되는 느낌입니다. (후략)

뉴스레터 '혼자서도 잘 사는 여성들', 남성에게 선택받지 않으려는데, 어디서 신청해요?, '말많'님

지난 뉴스레터에서 '말많'님께서 남겨주신 댓글입니다. '운 좋게도 우리가 함께'라는 문장이 큰 위로를 주네요. 댓글은 하나하나 읽고 있어요. 소중하게 적어주신 마음, 감사합니다.

 

오늘은 '저출생'을 다뤄보고자 합니다. 세 번째 뉴스레터에서 다룰 계획이었지만, 내용이 조금 복잡하고 무거워 순서를 바꿨습니다.

도대체 혼자서도 잘 사는 여성들이 비혼비출산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뭘까요? 사실 근 50년간 결혼과 출산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으로 간주했잖아요.
사람들의 비혼비출산 결심에는 확실한 단 한가지의 이유가 있긴 한 걸까요?


네 번째 혼잘여 뉴스레터 요약

  1. 요즘 20대, 결혼도 출산도 거부합니다
  2. 뭐든지 잘하는 80년대생 알파걸, 결국 출산 후 퇴사를 골랐습니다
  3. 여아낙태: "1990년도에 대구에서 태어난 셋째라고? 너 정말 대단하다!"
  4. 결혼과 출산보다 쉬울 비혼비출산을 위하여

요즘 20대, 결혼도 출산도 거부합니다

한국 문화에선 출산 이전에 결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죠. 우선, 여성 관점에서 '출산을 위한 결혼'을 이야기해봅시다.

나에게만 시선을 고정할, 잘생기고 키 크고 다리가 길어서 핏 좋고 집안에 문제 없고 인성 바르고 다정하고 친절하고 센스있고 위트 넘치며 월 500만원을 벌고 대출없이 자가자차를 갖춘 남성과의 결혼이 보장된 로맨스,
또는 그 보급형 하위호환 남성과의 로맨스를 거친 결혼.

*남성 비하가 아닙니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익숙한 조건입니다. '연애마저 똑부러지게 잘 해내는 여성'이라는 이름으로요. 그리고 구독자님은 한 번쯤 '내가 정말 사랑하는,이런 남성이 존재한다면 결혼할 수 있을 것 같아'라고 생각해보셨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만난 수많은 2030 여성들은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그게 취향이라면서요.

그리고 줄곧 이런 여성들의 이름 앞에는 '속물적인', '현실적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우리는 또다른 여성을 타자화하고 평가하면서 고립시키기 전에, 왜 여성이 남성과의 결혼을 원하게 됐는지 떠올려볼까요. 제가 지난 레터에서 언급했던 내용 기억나시나요?

가부장제가 알아서 유지되려면 '남성은 여성을 필요로 한다'는 기본조건이 충족돼야 합니다. 그렇다면 가부장제가 힘들이지 않고 이 기본조건을 충족시키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중략)
여성성을 갖추면 네게는 남성을 고를만한 힘이 주어질 것이라고 제안하는 것 아닐까요?

뉴스레터 '혼자서도 잘 사는 여성들', 남성에게 선택받지 않으려는데, 어디서 신청해요?

가부장제는 '갑에게 선택받으려면 갑의 입맛에 맞게 을인 네가 잘 꾸며둬라'는 말을 유려하게 꾸밉니다. '주체적 여성성'을 조금 더 확장해서 생각해봅시다. 여성에게 당연한 임무로 주어지던 결혼과 출산으로요. 알겠어요, '여성의 욕구'로 정정하겠습니다.

그런데 그게 만약 정말로 욕구라면, 왜 여성들은 갑자기 결혼도 출산도 하지 않겠다는 걸까요? 그럼 남성들은 또 뭐가 문제길래 결혼하지 않는 걸까요?


뭐든지 잘하는 80년대생 알파걸, 결국 출산 후 퇴사를 골랐습니다

*마킹된 부분을 클릭하면 출처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출처=통계청, 이미지를 클릭하면 출처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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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은 꾸준히 결혼하고 있다고 생각하셨나요? 지난해 말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11월 기준 인구동태 코호트 DB 분석 결과에 따르면, 88년생 기혼자수는 여성과 남성 모두 83년생보다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오른쪽 그래프) 왼쪽 그래프에서도 기혼자수는 급감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80년대생 여성에게선 가부장제 양상이 여전히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80년대생들은 처음으로 결혼을 거부한 고학력 X세대라고 자부하지만, 통계상으로는 (90년대생에 비해) 기존 시스템에 잘 순응했습니다. 이상하게도 그래프에서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이런 경향이 더욱 강하게 나타납니다.

'80년대 초중반생 여성들이 너무 가부장적'이라는 이야기가 꾸준히 들립니다. 통계상으로도 80년대 초중반생들은 가부장제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만큼 가부장제에 깊게 잠겨 있습니다. 현실에선 80년대생들이 90년대생에게 '아직 결혼할 나이가 아니라서 뭘 잘 모른다'고 말할지 몰라도, 통계상 이들은 가부장제에 굉장히 충실합니다.

*00년대생은 결혼 관련 통계자료가 적어 비교하지 않았습니다.

*가부장제를 이야기합니다. 특정 세대를 비하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가부장제와 결합'은 여성의 결혼과 출산,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가면 출산 이후의 여성 커리어 포기를 의미합니다.

*전업주부를 폄하하지 않습니다.

검색해보니 현재 만 33세에서 42세인 80년대생 여성들은 2000년대에 '알파걸'이라는 명칭으로 불렸고, 현재는 '밀레니얼 맘'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고 하네요. 00~10년대생 자녀를 둔 학부모가 됐고, '육아에서도 직장처럼 퇴근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살아간다는 뜻의 '육퇴'를 자주 이야기한다고 합니다. '알파걸들에게 주눅 든 내 아들을 지켜라'라는 독특한 제목의 책이 발간되기도 했지만, 80년대생 여성은 제 생각보다 더 가부장제와의 결합이 강한 세대로 보입니다. 통계청이 제시한 수치를 볼게요.

*통계청 조사방법을 논의하지 않습니다.

출처=통계청, 이미지를 클릭하면 출처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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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이미지는 인구동태 코호트 DB 분석 결과에서 83년생을 분석한 그래프입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결혼하는 비율이 15.4%p 높습니다. 남성 미혼 비율은 그만큼 여성보다 높고요.

저는 83년생 여성이 동갑 남성과 결혼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가장 먼저 떠올렸습니다. 83년생 여성과 남성이 1대1로 결혼했다면, 여성 기혼율이 남성보다 높을 수 없겠죠.

 

그 다음 궁금했던 건, 성별 기혼비율이 아닌 '성별 기혼자 수'였습니다. 8~90년대 여아낙태는 뉴스에서도 다룰만큼 유명했으니까요. 80년대생 여성이 남성보다 적을텐데, 여성기혼자 수도 남성보다 많을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위 그래프대로 계산해보면, 여성은 277천명, 남성은 236천명이 결혼했습니다. 여성만 4만 1천명이나 더 결혼했습니다. 여성 출생자 수는 남성보다 2만 7천명이나 적은데도요. 가부장제의 운좋은 성별, 남성은 여성보다 더 적게 결혼했네요. 주체적인 여성인 알파걸들은 주체적으로 남성과의 결혼을 선택한 걸까요? 흠...잘 모르겠습니다. 통계 수치를 더 살펴볼까요?

 

다음 통계 주제는 출산과 출산 시 여성 커리어 포기입니다.

출처=통계청, 이미지를 클릭하면 출처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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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네카라쿠배에서 일하던 여성이 육아휴직을 쓰더니, 결국 육아에 집중하지 못함에 죄책감을 느끼며 퇴사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신(神)의 직장이라 불리는 네카라쿠배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평범한 직장에서는 조금 더 흔한 일이겠죠. 아기에게 떳떳한, 더 나은 엄마가 되고 싶다면서 퇴사하는 현상 말입니다.

위 그래프를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출산시 직업이 사라지는 비중이 높습니다. '직업있음_유지' 항목에서는 남성이 93%인데 비해 여성은 39.6%만 직업을 유지합니다. '혼인 직업있고 출산 직업없음' 항목에서는 여성 25.5%가 출산 시 직업이 없어집니다. 남성은 기혼 이전의 삶을 유지하면서 가부장제에도 편입할 수 있습니다. 여성은 하나를 포기해야 하네요.

 

과거였다면 근로기준법 제 23조 제 2항에 명시될만큼 '출산한 여성이 육아휴직을 써서 회사에서 눈치 줬다'는 논리가 우세했을지도 모르겠지만, 80년대생은 뭐든지 잘하는 알파걸이니 다른 이유로 퇴사를 결정했을 가능성을 고려해봅시다.

'뭐든지 잘하는 알파걸'은 일과 육아를 모두 잘해야 하는 걸까요? 결혼은 남성과 짝을 이뤄 시작했지만, 육아는 뭐든지 잘하는 알파걸혼자 만능으로 해내야만 했던 걸까요? '잘한다'는 단어에는 '전제는 가부장제의 평가와 인정'이 깔려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걸까요? 가부장제는 남편, 시부모, 가족, 친구, 동기, 동료, 카페 알바생, 커뮤니티 사람들을 비롯한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는 시스템이라는 사실을 몰랐던 걸까요

 혼자서 이겨내기 버거웠기에, 결국은 그 시스템에 동화된걸까요? 고학력 여성이 결혼을 '선택'하려 들자, 가부장제가 여성에게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민 걸까요? 수많은 추측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출처=통계청, 이미지를 클릭하면 출처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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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80년대생 여성이 가부장적이라는 주장이 미심쩍다고요? 그렇다면 이번에는 1983년생부터 1993년생까지 10년간의 추이를 추적한 통계를 보여드릴게요.

왼쪽 그래프를 보세요. 남성의 푸른색 영역이 압도적으로 넓죠. 여성은 짙은 남색 영역이 훨씬 넓습니다. 83년생부터 93년생까지 모두 해당됩니다. 남성은 결혼할 때도 출산 시기에도 직업이 있지만, 여성은 결혼할 때 있던 직업이 출산만 하면 사라집니다. 10년간 이어진 전통(?)입니다.

오른쪽 83년생과 88년생을 비교한 그래프는 조금 더 처참합니다. 남성은 '혼인시 직업 있음_출산시 직업없음' 비중이 줄었는데, 여성은 오히려 그 비중이 늘었습니다.

80년대생 여성은 남성보다 결혼한 사람도 더 많고, 출산하면 직업을 잃는 비중도 높네요. 3~40대 성인 여성이 꾸준히 법정근로 시간을 지키고 4대 보험을 보장받는 근로자로 살기란 이렇게 어렵습니다.

 

흔한 이야기로는, '남성의 임금 수준에 따라 여성과의 결혼 가능 여부가 결정된다'가 있더군요. 요약하면 돈 많은 남성만 결혼한다는 뜻입니다. 돈 많은 남성은 알아서 다들 여성과 결혼하더라는 주장입니다. 주어가 남성인 이야기입니다. 가부장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겠죠.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시다면 색칠된 문장을 눌러주세요. 남성 입장에서 촘촘히 잘 쓰여진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저는 가부장제에서 운이 좋지 않은 성별인 여성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가부장제가 원하는 주제로 토의하고 싶진 않습니다. 비혼비출산 여성 주제, 저출생으로 넘어갈게요.


여아낙태: "1990년도에 대구에서 태어난 셋째라고? 너 정말 대단하다!"

출처=통계청, 이미지를 클릭하면 출처로 이동합니다.
출처=통계청, 이미지를 클릭하면 출처로 이동합니다.

다행히 93년생 통계수치(초록색 네모)에서는 가부장제 흔적이 희미해졌습니다.

그런데...이번에는 출생률이 낮은 게 90년대생 여성 탓이라네요? 결혼은 성별 상관없이 고려하지 않는 추세인데도 말이죠. 80년대생까지는 여성이 결혼출산육아했으니, 이제는 90년대생 여성 차례라는 걸까요?

 

출처=통계청, 이미지를 클릭하면 출처로 이동합니다
출처=통계청, 이미지를 클릭하면 출처로 이동합니다

위 83년생 그래프에서 여성은 29세에 첫째 아이를 출산하고, 2명을 출산한 여성이 무려 42.3%에 육박합니다. 이런 83년생 여성에 비해 93년생 여성은 출산하지 않았습니다.

 

누가 여성에게만 출산하라고 '강요'했냐고 여쭤보실 수도 있겠네요. 여성이 출산을 진정 원했다면, 세상이 어떻든 출생률이 이렇게 낮진 않겠죠. 잠깐 멈춰서 보고 갈게요.

낮은 출생률이 여성 탓이라는 인식은, 흔히 쓰는 '저출산'이라는 단어에서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여성'이 '출산'하지 않았기에 '아이가 태어나지 않았다'는 겁니다.

사실 '저출산'을 '저출생'으로 바꾸는 법안이 발의됐는데, 20대 국회에서 임기 만료로 폐기됐고 21대 국회에선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습니다.
여성이 저출생 원인으로 오인받는 건 안타깝지만, 오랫동안 저출산이라고 표기해서 바꾸기 쉽지 않다는군요.

이 뉴스레터에 표기된 통계청 출처들도 모두 '출산'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습니다. 별 거 없는 근거라고 생각하기엔, 수많은 곳에서 이런 흔적을 실시간으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출산이 포함된 지하철 '임산부석'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최근에는 여성이 반드시 출산해야 할 이유가 없으므로, 임신한 여성을 가리키는 단어로 '임신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하철에서는 '분홍색'으로 '내일의 주인공을 맞이하는 핑크카펫, 임산부 배려석'이라는 문구를 적어뒀지만요. 사람들은 오늘의 주인공인 여성이 출산 외 다른 생각을 하는지는 관심없나봅니다. 임신 그 자체로 힘들어하는 여성을 배려할 순 없나요?

 

출생률이 낮은 이유는 온전히 여성 탓이라기보단, 가부장제에 있다고 봅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여아낙태입니다. 여성 수가 절대적으로 적습니다. 일단, 출산할 여성이 많지 않습니다.

*출처=통계청, 이미지를 클릭하면, 통계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출처=통계청, 이미지를 클릭하면, 통계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통계청의 '시도/출산순위별 출생성비' 데이터를 봅시다.

1990년도 대구광역시 셋째아 출생성비는 무려 400에 조금 못 미치는 390대입니다.

*다른 도시도 숫자가 치솟습니다. 가장 극단적인 수치를 도입했습니다.
1990년도 전국 출생성비는 무려 116.5입니다.

자연성비는 여성이 100일 때 남성이 105입니다. 출생성비 400은 여성이 1명 태어날 때, 남성은 4명 태어났다는 뜻입니다. 1990년도에는 셋째아 성별이 여성으로 밝혀지면, 대부분 태어나지 못했다는 의미죠. 3명의 여성은 어디로 갔을까요?

이 자료에서 가장 오래된 기록은 1990년도입니다. 80년대부터 이어진 남아선호사상의 영향으로, 1990년대 이전부터 성별에 따라 여아만 낙태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90년도 이전 통계청 데이터를 아신다면 알려주세요. 개인 경험도 좋습니다.

*저출생편에서는 낙태권을 다루지 않습니다.

제가 어릴 때 보고들은 여아낙태 수준은 심각했고, 뉴스에 자주 오르는 단골 소재 중 하나였습니다. 아나운서느들은 출산 전까지 파란색과 분홍색을 알려주지 말라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하더라구요. 90~00년대 초반생이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는 반마다 남아들이 넘쳤습니다. 학교가 여1-남1로 짝지어 앉혀두면 반마다 여러 남아들이 짝지어 앉곤 했습니다. 구독자님도 비슷한 학생 시기를 보냈을 것 같습니다.

 

현재 2030 여성은 남성과 마찬가지로 결혼할 마음이 없을 뿐더러, 남성보다 수가 현저히 적어 그 중 출산할 수 있는 여성도 적습니다. 대구에서 출생한 셋째 90년생들은 여성1-남성1로 결혼하고서는, 나머지 남성 3명은 결혼하지도, 출산하지도 못합니다. 가부장제가 아끼는 성별인 남성은 여성보다 수가 많고, 자연스럽게 모든 남성이 자신의 아이를 얻지 못한다는 결론으로 귀결합니다.

저출생의 원인은 여성에게 있지 않으며, 저출생의 정의 또한 여성 중심이 아닙니다. 저출생 탓은 자꾸만 여성에게로 돌아오는데, 여성의 이득을 위한 안타까움에서 시작된 논의는 아니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저만 느낀 게 아니란 것도 알고 있습니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셋째아 성비는 자연 성비로 돌아옵니다. 30여년간 셋째아 성비는 여아낙태를 의미하며 가부장제의 상징으로도 불렸습니다.

*출처=통계청, 이미지를 클릭하면, 통계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출처=통계청, 이미지를 클릭하면, 통계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그러나 2020년대에 들어서도, 대구는 여전히 저출생 지역입니다. 대구만 그럴까요? 합계출생률을 보면, 서울, 부산, 대구가 치열하게 순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무슨 순위냐고요? 저출생률 순위입니다.

*합계출산율: 가임기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추정되는 자녀 수

넘볼 수 없는 1위를 차지하는 서울의 합계출생률은 무려 0.642에 달합니다. 그리고, 2022년 한국의 합계출생률은 1.1로 3년 연속 세계 최하위를 기록합니다.

 

현재 한국의 90년대생(그리고 00년대생(추정))은 결혼에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이제 그만 인정하셨으면 좋을 사람들이 여럿 떠오릅니다. 결혼할 나이가 아니라기엔 이미 90년대 초반생은 30대 초반에 들어섰고, 10년간 혼인 비율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가부장제 입장에선 가뜩이나 출산할 여성도 적은데, 여성이 결혼-출산 의지도 없다고 하니 미칠 노릇이겠죠.

 

이런 삭막한 상황에서 여성이 반드시 출산을 선택할 만한 이득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출산 이전에 안정적인 출산과 육아를 보장해줄 결혼을 선택해야 할 이득은 무엇인가요?

결혼과 출산은 과연, 여성에게 이득인가요?
즉, 성인 여성이 독립 개체로 자립하는데 도움이 되는 이득이 맞나요?


결혼과 출산보다 쉬울 비혼비출산을 위하여

이번 뉴스레터는 길이가 아주 기네요. 데이터 분석이 여성을 공격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조심스럽게 작성했습니다. 기혼 80년대생 여성과 대구 출생분들께는 불편한 내용일 수 있습니다. 먼저 사과드립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제가 가부장제의 운좋은 성별이라고 표현했던 남성은 세대를 불문하고 가부장적이라는 설명을 덧붙입니다.

비혼비출산이 결혼과 출산보다 어렵지 않기를 바라고 있어요. 제 능력이 닿는 데까진 최선을 다해 데이터를 쉽게 풀어내려고 노력했는데, 어려웠다면 조금 더 노력하겠습니다.

혼잘여에서 다루는 내용은, 제가 궁금한 내용을 찾아나서면서 알게 된 사실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여전히 수많은 가정과 추측의 결합체에 불과할지도 모르죠. 저는 정답을 드리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계속 저를 따라 혼잘여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구독자님께서 뉴스레터 속 데이터가 더 풍부하면 좋겠다고 느끼신다면, 댓글과 메일로 추가적인 데이터와 개인적인 경험을 제공해주세요. 혼잘여가 탄탄해지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메일은 뉴스레터 하단에 적어뒀습니다.

다음 뉴스레터 주제는 '일 잘하는 여성'입니다. 다음 뉴스레터를 위한 정보를 제공해주셔도 좋습니다.

 

물 한 잔 마시고,
오늘도 즐거운 비혼비출산 인생을 즐기시길.

구독자님, 다음에 또 만나요!

@trytobenicetho_ from Twi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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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출처=뉴스레터 '혼자서도 잘 사는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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