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장 조성연
사회서비스/돌봄 분야 노동자 중 처우 및 지위 향상에 관한 법적 의무가 국가 차원으로 보장된 집단은 '사회복지사 등'이 유일하다.
2011년,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하 법률)'이 제정되었기 때문이다.
법 시행 이후 중앙정부부터 시·도에 이어 시·군·구까지 사회복지사의 처우를 일관되게 약속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법률이 제정된 지 10년이 넘었다.
강산도 변한다는 이 세월 동안 과연 획기적인 변화가 있었을까?
작금의 사회복지 처우
2021년 사회복지사 통계연감 결과에 따르면,
사회복지시설 보수체계의 문제로 응답자의 49.7%가 보수 수준 자체가 낮다고 답했으며,
16.1%는 복지부 인건비 가이드라인이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인 점을 지적했다.
또 2020년 실태조사에서는
17개 시도 중 무려 12개 시도에서 인건비 수준이 복지부 가이드라인에 못 미치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현재의 사회복지 노동자의 처우가 여전히 열악하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법률 시행에 따른 실효가 보이지 않고, 현장의 체감도가 매우 낮은 것이 현황이다.
어쩌면 이러한 법률이 존재하는 사실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다.
얼마나 처우가 나쁘고 지위가 낮았으면 법까지 만들었느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모진 노동 환경과 처우는 길지 않은 한국의 사회복지 인식과 그렇게 이어진 역사가 빚어낸 결과이다.
사회복지사에게 희생과 헌신은 미덕으로 여겨졌으며, 이익을 추구하는 모습은 악덕으로 비추어졌다.
낮은 임금을 받고 보상 없이 초과근무를 하더라도 참고 감내해야 했다.
이러한 노동자의 피와 땀을 기반으로 지금의 사회복지가 성장했다.
처우개선위원회의 설치
이런 와중에 중요한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시행됐다.
개정 요지는 처우개선위원회를 신설하고, 처우개선 등을 심의하는 기능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위원회는 보건복지부뿐만 아니라 시도, 시군구까지 중앙위원회와 지역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중앙위원회와 지역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 관한 사항을 시행령에 규정했고, 법률에서는 각 자치단체의 조례로도 정하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2022년 하반기부터 2023년에 이르러 전국 시도의 조례 개정과 위원회 설치가 잇따랐다.
당사자가 빠진 처우개선위원회
시도마다 10~15인으로 구성한 전국의 처우개선위원을 다 합하면 총 192명이다.
그리고 위원 192명의 세부 구성비를 살펴보면 이러하다.
당연직 위원에 속하는 공무원이 19.3%로 가장 많으며, 다음으로 학자 집단(교수 및 연구원, 17.7%) ▷시설장 및 법인의 장(17.2%) ▷사회복지 관련 직능단체의 장이나 부장(12.5%) ▷시설 중간관리자(사무국장·부장·과장, 7.8%) ▷광역 의원(6.3%) ▷협회장(시도 협회의 장이나 부장, 5.7%) ▷변호사 등 법률가(5.2%) ▷협의회장(시도 협의회 장이나 부장, 4.7%) ▷시민사회단체 및 당사자 단체 활동가(2.6%) ▷현장 노동자(1.0%) 순이다.
여기서 위원회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나타난다.
위원회에 이해당사자, 즉 처우개선의 대상이 되는 노동자가 빠져있다는 사실이다.
현장 노동자에 시설 중간관리자직까지 포함하여도 노동자는 위원회 위원 10명 중 한 명꼴조차도 되지 않는다.
노동자의 처우개선에 대한 입장은 이해당사자별로 각기 다르기 마련이다.
처우개선을 논하는 위원회에 ‘시설장 등’으로 분류되는 시설장, 법인 대표, 각종 협회와 협의회의 장 등이 절반이 넘는 비중을 갖는 것은 실제적인 처우개선이 이루어지는 데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이들 중에서도 일부는 처우개선의 당사자가 속하기도 하지만, 근로기준법이나 노조법상 사용자에 속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들은 사용자의 입장을 과잉대표하거나, 현장 노동자에게 차별적인 논의를 조장하거나 방치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은 무시하기 어렵다.
어째서 위원회를 이렇게 구성하였는지 의문이 든다.
처우개선위원회의 개선을 위하여
노동자의 참여와 노동자의 입장이 배제된 위원회는 여러 논의와 제안을 거쳐왔음에도 실제적인 처우개선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앞서 보았던 작금의 처우만 보아도 이는 알 수 있다.
이에 지금의 처우개선위원회 자체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복지사 임금에 관하여 법률을 제정하였음에도 적정 임금 보장이 이루어지지 못한 현실을 근본적으로 다루어야 할 것이다.
이에 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을 다시 재정립해야 한다.
특히, 사용-종속 관계에 있어 임금 교섭이 불가하여 제대로 된 노동기본권을 갖기 못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사회복지 노동자의 임금 및 노동조건의 근본에 관하여 논의하고 결정하는 기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노동자의 의견을 포함하여 민주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민주적으로 논의가 이루어지기 위해선, 노동조합 등 노동자 단체의 참여를 유도하고 명문화해야 한다.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기구에 노동자가 참여하여 의견을 내는 것은 당연하고 필수적인 것이다.
중앙정부측에서 중앙위원회, 그리고 각 지역위원회에서의 혼선을 방지하고 현장 노동자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이들의 참여를 명문화해야 한다.
사회복지사의 처우개선을 위해선 처우개선위원회의 바른 역할과 기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처우개선위원회 또한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사회복지사는 배려를 할지언정, 언제나 헌신과 희생을 하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나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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