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학회장 이자령
‘무책임’, ‘알코올 의존’, ‘시끄러움’, ‘서울역’, ‘불청결’
이 단어들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거리 노숙인에 대한 인식을 나타낸다.
당신은 이따금씩 보이는 거리 노숙인을 보고 얼굴을 찌푸린 적이 있는가?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려는 노력보다는 공공장소에서 나앉아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않은 낯선 이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거리 노숙인을 바라보는 흔한 사회적 시선이기도 하다.
▲출처: Chat GPT 이미지 생성
노숙인의 분류는 흔히 알려진 바보다 다양하다.
“상당한 기간 동안 일정한 주거 없이 생활하는 사람”, “노숙인 시설을 이용하거나 상당한 기간 동안 노숙인 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 “상당한 기간 동안 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 이 세 조건 중 하나에 해당하는 18세 이상 인구를 “노숙인 등”으로 정의한다.
우리가 서울역에서 볼 수 있는 거리 노숙인뿐만 아니라, 노숙인 시설에서 생활하는 시설 노숙인과 쪽방촌과 같은 최저 주거 기준에 미달된 주거 환경에서 사는 자, 주거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이용자가 그 예시이다.
2021년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거리 노숙인에 해당하는 이들은 1,595명으로 전체의 11.1%에 해당한다.
거리 노숙인들은 과연 아무 책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일까?
이들 중 54.1%는 근로 능력이 없는 미취업자에 해당한다.
건강상의 이유로 근로활동이 어렵고, 이는 빈곤과 맞물려 안식처를 구하지 못해 거리로 나오게 된 것이다.
근로 능력이 있지만 미취업자인 이들은 34.1%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음에도 구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 아니다. 2022 서울시 노숙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거리 노숙인에게 일자리를 얻는 데 가장 필요한 지원을 묻는 문항에 ‘일정한 주소지 확보’가 가장 많은 답변으로 응답되었다.
일자리를 구하려면 이력서를 내야 하는데, 주거지가 없다는 사실만으로 취업 기회에서 배제되는 것이다.
이는 곧 주거불안정이 고용 불안정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악순환을 보여준다.
주거 빈곤은 경제적 빈곤으로, 또 경제적 빈곤은 사회적 연결망의 약화로 이어진다.
거리 노숙인의 다수는 연락하는 가족이나 친구 및 이웃이 없으며, 이러한 고립은 우울감과 정신 건강 문제로 이어진다.
노숙인에게 경제적 어려움은 쉽게 고려되는 사항이지만 이들의 정신적 어려움은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 않다.
정신 건강 문제나 심리사회적 문제는 노숙의 원인임과 동시에 장기적 노숙 생활을 할수록 심화된다.
사회적 지지는 노숙인이 자립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물질적, 정서적, 정보적 지지를 통해 스스로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이는 노숙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기도 한다.
노숙인를 무책임한 개인으로 바라보는 건 결코 옳지 못한 시각
노숙인은 각자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또 다른 사회의 일원일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노숙인 가리기에 급급하다.
지하철 역사 내 노숙인 추방부터, 정류장 벤치 없애기 등 우리는 사회의 변두리에 내몰린 이들을 제도 안쪽으로 편입시키기는커녕 이들의 존재를 부정하려 든다.
잠깐 노숙인을 잘 곳으로부터 내쫓는다고 해서 이들이 사라지는 것이 결코 아님을 모를 수가 있겠는가.
노숙인이 생길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바라보아야 한다.
우리의 시선은 늘 유연해야 함을 잊지 말자.
*본 기사의 견해는 동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의 모든 의견을 대표하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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