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스포츠 산업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TV 지상파 방송에 의존하던 중계 방식은 이제 대부분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나 유료 OTT 플랫폼을 통한 실시간 경기 시청이 일상이 되었다.
그러나 이런 전환은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에게는 ‘접근 불가능한 영역’으로 다가오고 있다.
2023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70세 이상 고령자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전체 국민 평균의 55.1%에 그쳤다.
특히, 스마트폰 활용 역량, 앱 설치 및 이용 능력에서 현저히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는 고령층이 스포츠 콘텐츠를 포함한 온라인 기반 여가 활동에 실질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다.
스포츠는 고령층에게 단순한 취미를 넘어선 정서적 복지 요소다.
특히 은퇴 이후 가족과 사회적 관계가 축소되며, 스포츠 관람은 고립을 해소하고 일상 속 활력을 부여하는 핵심 활동이 된다.
경기를 보는 행위 자체가 하루 일과를 구성하는 기준이 되기도 하며, 동년배 혹은 자녀 세대와의 대화를 유도하는 ‘소통 매개체’로 기능한다.
하지만 이런 스포츠 관람 활동이 디지털 기술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고령층은 자신이 누리던 문화 영역에서 점점 배제되고 있다.
주요 경기의 생중계 라이브는 유튜브, 쿠팡플레이, 티빙 등 온라인 중심으로 옮겨갔고, TV에서 시청 가능한 채널은 줄어들었다.
고령층은 이용 방법을 몰라 시청을 포기하거나, 요금 결제와 개인정보 입력 과정에서 혼란을 겪는다.
정부는 디지털 포용 정책의 일환으로 고령층 대상 스마트폰 교육, 디지털 기기 체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으나, 대부분 정보 습득에 초점을 맞출 뿐 문화 소비와 연결된 실질적 복지로는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스포츠 관람도 여가 복지의 일부이지만, 우리는 여전히 ‘기본 생존’ 중심의 복지 정책만 공론하고 있다.
문화적 참여권은 고령층의 자존감과 삶의 질 유지에 핵심인데, 그러한 부분은 소외되어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소외는 단지 중계 시청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는다.
프로야구, 축구, 농구 등 대부분의 스포츠 구단이 도입한 온라인 사전예매, 선예매, 회원 등급별 예매 우선권 제도는 고령층에게 또 다른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예컨대, 일부 구단은 앱 설치 후 회원가입, 실명 인증, 카드 연동, 티켓 오픈 시간 확인, 예매 성공 시 모바일 티켓 저장 및 QR 인증까지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입장이 가능하다.
이는 디지털 기기에 익숙지 않은 고령층에겐 사실상 ‘불가역적 과정’이다.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에서 “아들이 대신 예매해줘야만 야구장에 갈 수 있다”, “앱에 들어가도 뭘 눌러야 할지 몰라서 그냥 포기했다”는 반응이 다수 확인됐다.
이는 스포츠 자체에 대한 접근권이 ‘디지털 기기 숙련도’에 종속된 구조임을 보여준다.
롯데 자이언츠가 도입한 현장 티켓 판매 제도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실질적 대응이었다.
자이언츠는 2024년 4월, 온라인 예매가 어려운 팬들을 위해 경기당 70장의 티켓을 현장 판매분으로 전환했다.
이는 KBO 10개 구단 중 최초의 시도이며, 전체 좌석의 0.3%에 해당하는 수량이다.
자이언츠 관계자는 “온라인 예매가 어려운 분을 위해 구단 내부에서 논의를 통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시도는 디지털 환경에서 소외된 고령층과 같은 팬들에게 경기 관람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스포츠 관람의 접근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단순한 티켓 정책이 아닌, 관람권에 대한 포용적 접근의 예시라는 것이다.
반면, 여전히 대부분의 구단은 온라인 선예매와 특정 플랫폼 독점 예매 구조를 고수하고 있다.
인기 구단일수록 ‘선예매 티켓 완판 -> 일반 판매 잔여 없음’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온라인 플랫폼에 능숙하지 않은 이들은 경기장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애초에 갖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고령층은 그동안 지역 커뮤니티의 일원으로서 지역 연고 구단의 충성도 높은 팬층을 형성해왔다.
그러나 디지털 중심의 관람 환경 전황이 이들을 배제하고 있다면, 이는 단순한 불편이 아닌 문화권의 박탈로 보아야 한다.
고령층에게 스포츠는 기억이고, 습관이며, 세대 간 정서적 다리를 높아주는 통로다.
디지털 환경이 발달할수록 문화 콘텐츠 소비의 양극화는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삶의 질 격차로 이어진다.
스포츠 관람조차 ‘연결되지 못한 세대’에게는 사치가 되는 사회는 포용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이제는 스포츠 관람을 하나의 복지로 보고, 고령층이 기술 변화 속에서도 문화적 주체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때다.
디지털 포용은 단지 기술의 분제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권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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