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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빈곤포르노, 이게 정답일까

2024.12.30 | 조회 6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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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교 유일 사회복지학회의 뉴스레터입니다!

학회장 조성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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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월 30,000원이 이 아이를 살립니다.”

정기후원을 독려하기 위해 제작한 수많은 비영리단체와 공동모금회의 홍보영상에서 담담하게 내뱉은 홍보 문구이다.

허나, 화면에는 담담함과는 거리가 한참이나 먼 상황이 연출된다.

피골이 상접하여 구걸 중인 아이들과 아파 쓰러져 울고있는 아이들, 한참 보호받아야 할 나이에 거동이 어려운 조부모를 보살피는 아이들이 화면에 비추어진다.

이러한 1분남짓한 영상과 구슬픈 음악에 뒤이어, 앞선 담담한 홍보 문구가 뒤따른다.

 

빈곤포르노

빈곤과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상황을 자극적으로 묘사한 소설, 영화, 사진, 그림 따위를 빈곤포르노에 대한 도시빈민의 태도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이는 흔히 감동적인 메시지와 충격을 통해 대중의 동정과 죄의식을 유발하여 모금을 유도하는 일에 이용되어 왔다.

그들이 모금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눈길을 이끌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점점 더 자극적인 충격을 선사해야만 했다.

그렇게 형성된 빈곤포르노는 빈곤의 개념을 헐벗음, 기형, 죽음의 이미지로 왜곡시킨 중독적인 콘텐츠가 되었다.

왜곡된 콘텐츠는 클라이언트를 헐벗음, 기형, 죽음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하고, 이들의 가난을 부각하여 구경거리로써 전시하고 있다.

NGO의 홍보 외에도, 미디어의 취재, 지하철역의 홍보물을 통해 거리를 지나가는 누구든지 훤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전시되고 있다.

이를 통해 다수의 자선기관은 빈곤포르노를 통해 빈민 이미지의 손상거액의 모금액을 교환하고 있다.

빈곤포르노에 대한 이러한 성과와 비난이 양립하고 있지만, 성과가 있다고 하여 묵인되어서 되는가?

 

기부하기 싫은 최악의 영상을 뽑아주세요

<출처: 공적인사적모임 SNS>
<출처: 공적인사적모임 SNS>

국제개발협력 청년 커뮤니티인 공적인사적모임의 프로젝트 그룹 빈포선셋은 지난 8월부터 온라인 영상 월드컵 빈포 월드컵을 개최하였다.

월드컵은 8강으로 진행되었으며, 도중 2개의 영상은 삭제되어 6강으로 진행되었고, 현재는 종료된 상태이다.

 

해당 활동뿐만 아니라, 해당 활동에 대한 반응도 가히 중요시봐야 할 대목이다.

이런 것(빈곤포르노)에만 반응한다고 어쩔 수 없다고 후원자 탓을 하지 말라

너무 노골적이어서 돕는 마음이 아니라 반협박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빈곤포르노의 자극은 그 지역에서 변화를 이루어냈는가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게 한다

기부자가 기부금을 냈음에도 얼마나 문제가 해결됐는지를빈곤포르노식 영상으로는 알 수 없다

빈곤포르노는 기부자의 기부의도또한 왜곡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한국사회복지행정학회에서 발행한 학술저널에 따르면, 과장된 모금광고는 클라이언트에 대한 사회적 거리감 등의 부정적 효과를 야기한다.

이와 더불어 비영리단체 자체에 대한 사회적 거리감을 형성한다는 사실도 발견하였다.

이를 통해 빈곤포르노가 기부문화 형성에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빈곤포르노는 기부자로 하여금 기부의 상생과 공존이라는 목적을 달성한 수단이 아닌, 시혜적인 동정의 표출의 수단으로써의 기부를 종용하는 매개체로 작동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빈포선셋은 월드컵을 개최하기에 앞서, 빈곤포르노가 의심되는 홍보를 하는 7 NGO단체(굿네이버스, 세이브더칠드런, 월드비전, 월드쉐어, 컨선월드와이드, 플랜코리아, 함께하는 사랑밭)에 질의서를 보냈다.

그 중 질의 기간 내 답변이 온 곳은 단 2(세이브더칠드런, 컨선월드와이드) 뿐이다.

응답하지 않은 기관 중 월드쉐어는 추후 빈포선셋의 지적을 인정하고 빈곤 포르노 근절을 위해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하였다.

함께하는 사랑밭또한 질의기간 이후에 별도의 답변을 보낸 것으로 알려왔다.

그 외의 기관(월드비전, 굿네이버스, 플랜코리아)는 이후에도 응답을 하지 않으며 투명성을 위한 책무를 져버리는 모습을 보였다.

 

인간 존엄성의 파쇄기, 빈곤포르노

빈곤포르노는 일종의 과대광고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과대광고와 크게 차이나는 점은 인간 존엄성을 해치고 있는가?’이.

과장되고 왜곡된 모금홍보는 클라이언트에 대한 인격적 존중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오히려 이들에게 낙인을 찍으며 사회로부터 격리하고 병리적인 존재로 치부한다.

병리적이고 안타까운 존재를 비교적 부유하고 풍족한 자가 시혜적으로 기부한다는 인식을 형성하여 사회를 수직적인 계급사회로 만든다.

이로써 절대 가까워질 수 없는 사회로부터의 거리감을 양성하는 공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어떻게 근절할 수 있을까?

빈곤포르노가 되지 않은 선에서, 모금을 유도하고 수혜자도 존중하는 방법으로 어떻게 사회적 공감과 행동을 유도하는 캠페인을 기획할 수 있을까?

국내외 기부 캠페인 중에 우수 사례들이 여럿 존재한다.

다음은 그 중에서도 가장 성공적이었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출처: OMGuarantee의 빈곤 퇴치의 날 기부 캠페인 사진>
<출처: OMGuarantee의 빈곤 퇴치의 날 기부 캠페인 사진>

OMGuarantee에서 진행한 빈곤 퇴치의 날 캠페인은 아이들은 수평적으로 바라보고, 이들의 미소를 담고 있다.

이를 통해 동정과 안타까움 등의 부정적 감정이 아닌, 인격적 존중과 행복이라는 긍정적 감정을 활용하여 모금을 유도한다.

 

<출처: sickkidsfoundation의 모금 캠페인 광고>
<출처: sickkidsfoundation의 모금 캠페인 광고>

또한 식키즈재단의 모금 캠페인의 경우, 아픈 아이들을 수혜의 대상으로 묘사하는 것이 아닌, 질병과 맞서 싸우는 영웅으로 묘사하는 캠페인을 진행하였다.

이들을 비단 수동적이고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존재가 아닌, 능동적으로 어려움에 대응하고 극복하며 성장하는 존재로 묘사하며 이들의 자긍심을 도취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이렇게 긍정적 감정을 활용한 모금 캠페인은 기부자의 행복과 공동체의식을 고취할 뿐만 아니라, 클라이언트의 존엄성과 가치를 존중할 수 있는 방법이다.

 

우리는 빈곤포르노의 단기적 성과와 자극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그로부터 야기된 파장과 장기적 효과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물론 빈곤 포르노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다.

빈곤 포르노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규제와 인식 제고를 위한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빈곤포르노임을 구분할 평가 지표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모금 콘텐츠의 질을 높여 기부문화의 역량을 함양하는 것에 있다.

모금활동의 궁극적 목적을 다시 성찰하고, 그에 맞는 방법을 공동으로 모색하고 협력하는 움직임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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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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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months 전

    추천해주신 논문과, 뉴스레터를 읽으면서 저도 빈곤포르노를 어떻게 대하고 있었는지 저의 시각을 많이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수혜자와 수요자의 권력관계와, 그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폭력성을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복잡다단한 사회를 관찰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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