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10년 차, 솔로프러너의 시작
지난 12월 1일은 창립(?) 기념일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독립기념일로 칭하며 소소하게 챙기고 있는데요! 대기업 10년을 포함해 조직 생활을 13년여 간 하고 난 후 2015년에 퇴사를 했으니, 이제 딱 독립 10년 차가 됩니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는지 지금껏 굶어 죽지 않고 살아남고 꾸준히 성장해 온 스스로가 참으로 기특하기도 합니다.😊 10년 전 퇴사를 선택하고 전문코치의 길을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던 당시만 해도 코칭 시장은 거의 불모지였습니다. 지금보다도 코칭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때였으니까요. 그 때는 무슨 용기로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요?😅
최근에 '솔로프러너'(Solopreneur)라는 단어가 자주 보이는데요, 'Solo(솔로)'와 'Entrepreneur(기업가·엔터프러너)'의 합성어로 '1인 기업가'를 의미합니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핫'한 단어 중 하나라고도 하네요. 하지만 단순히 '1인 자영업자' 의 의미를 너머, 최근엔 최신 인공지능(AI) 기술로 무장한 첨단 스타트업을 지칭할 때 쓰이기도 해서 새롭게 등장한 비즈니스 모델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Chat GPT가 촉발한 생성형 AI 혁명이 이끈 변화인 것이죠.
어쨌든 13여 년 간의 조직 생활 후, 전혀 다른 '업'으로 전환해서 지금껏 생존하고 있기에 많은 분들이 제게 궁금해 하거나 코칭 주제로 가지고 오는 것 역시 '커리어 전환'에 관한 고민, 혹은 직업으로서의 전문코치에 대한 궁금증 들입니다. 그때마다 저를 뒤돌아 보면, 나는 '솔로프러너'였는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여기까지 온 것이 참 많은 행운의 연속이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퇴사를 할 당시에는 꽤나 무모했던 것 같기도 하고,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었는지, 기업가 정신이 있었는지 다시 되묻게 됩니다.
하지만 어쩌면 일생일대의 중대한 결정이기에 저 역시 퇴사 전에 오랫동안 준비하고 치열하게 고민했었는데요, 10년 전 제가 치열하게 고민하며 던졌던 3가지 질문, 퇴사나 이직, 경력 전환 등을 고민하는 코칭 고객들과 나누며 많은 인사이트를 줬던 질문들을 나눠봅니다.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들
제가 퇴사를 결심하기 까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지고 치열하게 고민했던 질문 3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내가 원하는 삶의 방식은 무엇인가? 삶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
오랫동안 고민만 하고 결론을 내지 못할 때, 한 지인이 제게 했던 질문이 제 고민의 방향을 바꿨습니다. "재경님은 40대에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요?"
생각해 보면 그 전까지의 저의 고민은 이분법적이었습니다. 회사를 그만 둘까 말까, 사표를 쓸까 말까, 이 일을 할까 말까? 그만 두고 나면 뭘 할까? 역할과 doing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당연해 보이는 이 질문이, 그 당시에는 신선하고 충격적이었습니다. 30년 넘게 살면서 한번도 '어떻게 살고 싶은가' 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질문의 방향이 바뀌니 고민의 방향도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막연하기만 했던 원하는 모습을 명료화하고 역순으로 선택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하니 선택지는 분명해 지더라구요.
이 모습이 어느 정도 명료해지면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을 실현하는 방법이 꼭 퇴사나 이직, 전업이 아닌, 의외의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지금 몸담고 있는 조직 안에서 그 해답을 찾아볼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기도 합니다.
2. 최악의 상황은 무엇인가?
간과하기 쉬운 질문입니다. 특히 부양할 가족이 있는 경우 경제적인 준비는 필수이기에 '어떻게든 되겠지', '잘 되겠지' 라는 마인드로 다음을 선택하는 것은 무모할 수 있습니다. 지나치게 희망 회로를 돌리면 분명 '퇴사하지 말걸 그랬어' 라고 후회하는 순간이 옵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최악의 상황만 생각한다면 두려움으로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습니다.
최악의 상황을 생각해 보는 이유는, 그런 상황이 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찾고 대비하기 위함입니다. 그것이 경제적인 영역일 수도 있고, 사회적 지위와 관련한 영역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막상 알고 나면 별 게 아니게 느껴지는 것들도 많습니다.
우리가 두려운 이유는 실체를 명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명료해지면 불안보다는 행동을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3.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설사 집중적인 준비는 상황상 퇴사 이후에 하더라도, 커리어 전환을 위해 지금 당장 무엇이라도 작게 나마 시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직에 있는 동안 1번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은 혹시 없는지 찾아볼 수도 있습니다. 부캐를 잘 키워 Side Project로 시장 가능성이나 자신의 브랜드 가능성을 시험해 볼 수도 있습니다.
제가 독립을 하던 당시에는 부캐의 개념도 없었고, 지금처럼 온라인 교육이나 SNS가 그렇게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기입니다. 그 당시 저의 경우에는 다소 엉뚱하게 들릴지는 모르지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로 선택한 것은 '운전 배우기'였습니다. 스케줄 근무를 했던 저는 일정한 요일에 진행하는 코칭 교육을 들을 수 없는 상황이었고, 지금처럼 온라인이나 VOD 서비스가 활발하던 때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 다음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생각해 낸 것이 운전 연수였습니다. 수능 시험이 끝나자마자 따 놓은 운전면허가 30대 중반이 될 때까지 장농 안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있었는데, 프리랜서가 되면 기동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운전부터 배워두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운전은 강사와 시간을 조율해서 만날 수 있었기 때문에 스케줄 근무에도 가능했습니다.
그 전까지 운전을 두려워하기도 했고 굳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는데, 운전을 배운 일은 제가 태어나서 3번째로 잘 한 일이 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하고 있는 것'입니다.
🙍팀장님, 저 퇴사할래요.
이럴 때 참 당황스러우시죠?
요즘 리더들은 "팀장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라는 말이 가장 무섭다고 합니다. 또 퇴사한다고 그러는 거 아닌가 싶어서 덜컥 걱정이 된다고 하시더라구요. 팀원들을 성장시키는 것도 리더의 중요한 역할이지만, 좋은 인재를 잘 유지하는 것 역시 무척 중요합니다.
팀원이 퇴사하고 싶다고 이야기할 때 리더는 어떤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요? 무조건 다시 생각해 보라고 회유하거나 달래는 방법 말고!
퇴사의 결정은 한 사람의 인생에서 중요한 이슈이므로 일방적으로 조언을 하는 것보다 질문을 통해 보다 팀원의 삶에서 지혜롭게 후회없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어떨까요? 그렇다면 다양한 관점으로 다시 생각해 볼 수도 있고 마음을 바꾸거나 다른 가능성들을 찾아볼 수도 있습니다. 혹은 이미 마음을 결정했더라도 좋은 마무리를 하고 떠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거나 회사, 리더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을 가질 수 있습니다. 요즘은 On-boarding만큼이나 Off-boarding(퇴사자 관리)도 중요하니까요.
앞에서는 스스로에게 던져볼 수 있는 질문들을 나눠봤지만, 아래와 같은 질문들도 활용해 볼 수 있습니다.
- 퇴사를 고민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 OO님의 퇴사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무엇인가요?
- 처음 입사할 때 우리 조직에서 어떤 성장을 기대했나요?
- 그동안 일해오면서 어떤 성장이 있었다고 생각하나요?
- 퇴사 이후 OO님의 삶에서 어떤 변화가 있기를 기대하나요?
- 지금 이 결정이 OO님의 삶에서 좋은 선택이 되려면 어떤 기준이 가장 중요할까요?
- OO님의 커리어에서 우리 조직에서의 시간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 이직이나 퇴사를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커리어 목표는 무엇인가요?
- 그것을 위해서 퇴사 외에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 퇴사를 생각할 때 가장 우려되는 것은 무엇인가요?
- 최악의 상황은 무엇일까요?
- OO님이 이곳에서 배운 점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하지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 정보 탐색 질문보다는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질문하기
- 진심으로 경청하기
- 공감의 표현 잊지 않기
- 의도가 담긴 질문은 피하기
- 비난, 조언, 회유 보다는 한 개인의 성장과 삶의 관점에서 존중하고 질문하기
저 역시 코칭을 하다보면 퇴사 예정 사실을 코칭 중에 고백(?)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간혹 '코칭 받고 나면 다들 퇴사를 하더라' 라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입니다. 미처 생각해 보지 못한 자기 자신에 대해 깊이 들여다보게 되면서 더 원하는 삶을 위해 퇴사를 선택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퇴사하지 않는 것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실제로 한 팀장님이 저와의 코칭 이후에 경쟁 업체로 이직을 하셨는데, 이후 전해 들은 바에 의하면 퇴사 통보 이후 HR 담당자가 해당 팀장님께 물었다고 합니다.
"팀장님, 혹시 코칭 받아서 퇴사하시는 거 아니에요?"
"아니요, 그 반대에요. 코칭이 아니었으면 진작에 퇴사했을 거에요!"
독립 10년 차.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프리랜서에서 1인 기업가로, 그리고 이제는 진정한 솔로프러너로. 올 한 해는 10년 전 이맘때의 제가 그랬던 것처럼, 다음 10년을 준비하는 한 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새로운 여정을 앞두고 있는 기분이기도 한데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즈음, 여러분 스스로에게 여러가지 질문으로 셀프 코칭을 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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