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자들(김초엽)_유노이아

"하지만. 여전히 살아가야 한다."

2024.01.22 | 조회 168 |
0
|

책전달자

바쁜 현대인을 위해, 책을 요약해 드립니다.

김초엽, <파견자들> 
김초엽, <파견자들> 

부쩍 추워진 날씨에 모두들 건강히 지내셨나요? 너무 오랜만에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저는 날씨가 쌀쌀해지면 쨍하게 무더운 날씨일 때보다 더욱 깊은 생각들을 하곤 합니다. 어쩌면 그런 이유로 제가 겨울을 사랑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이유로, 혹은 어떤 이유도 없이 무슨 계절을 사랑하시나요?

부디 여러분이 사랑하는 계절에 오래 머무실 수 있길 바라며, 김초엽 작가님의 <파견자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저는 김초엽 작가님 덕분에 국내 SF소설을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요. <지구 끝의 온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등의 SF소설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님은 포항공대에서 화학을 전공하셨다고 하는데, 이런 이력이 작가님 소설의 과학적인 설정에 더 현실성을 부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소설 속에서 지구는 '범람체'라는 미지의 물질에 뒤덮입니다. 이 범람체에 닿게 되면 인간은 이성을 잃고 광기에 휩싸이다 죽게 되기에, 살아남은 인간은 '범람체'가 없는 유일한 공간인 지하로 밀려나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하에 있는 사람들 중 일부만이, "파견자"라는 자격을 얻고 지상에 올라가 범람체를 연구하게 됩니다. 이 소설은 평생 파견자가 되기를 꿈꿔왔고, 그 꿈을 이룬 한 소녀, 태린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파견자가 되고, 지상에 나가 범람체를 마주하고, 경애하는 스승 아제프의 비밀, 나아가 자기자신에 대한 비밀까지도 알게 되는 태린을 둘러싼 여러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되어서 소설에 무척 몰입하면서 읽었습니다. SF소설의 매력은 같은 글을 읽어도 어떤 사람이 읽느냐에 따라 각자의 세계를 상상하게 된다는 점인 것 같아요.

"나는 너의 일부가 될 거야. 어떤 기억은 뇌가 아니라 몸에 새겨질 거야. 너는 나를 기억하는 대신 감각할거야. 사랑해. 그리고 이제 모든 걸 함께 잊어버리자."

-파견자들, 12p 중

이 문장은 어린 태린이 무의식적으로 종이에 적었던 글인데요. 그녀는 과연 누구에게 저런 내용을 전하고자 했을까요? 저 문장은 끝내 누구를 찾아가게 될까요? 


책 속의 한 문장

파견자는 매료와 증오를 동시에 품고 나아가는 직업입니다. 무언가를 끔찍하게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불태워버리고 싶을 만큼 증오해야 합니다. 그걸 견딜 수 있는 사람만이 파견자가 될 수 있을 겁니다

-41p

필요할 때 딱 한 번. 반드시 구하러 갈게.

-166p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불행할 때도 있다. 하지만 태어난 이상 살아가야 한다. 이 삶도 마찬가지다. 난 이 삶을 선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살아가야 해.

-227p

공존과 공생, 그 가깝지만 먼 관계에 대한 고찰

소설을 크게 관통하는 설정은 범람체와 인간 사이의 갈등입니다. 사실 쌍방간의 갈등이라기보다는 인간이 범람체를 규정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방적 갈등에 가깝죠. 그래서 범람체와 인간의 갈등이라기보다 사회 전반에 만연한 혐오와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혐오(惡) ; 싫어하고 미워함.

-표준국어대사전, <혐오>

표준국어대사전에서의 혐오의 뜻은 잔인하리만치 부정적입니다. 소설 속 인간은 본인의 행성을 망가트리고 침범한 범람체를 혐오합니다. 부정하고, 기피하고, 싫어하죠. 디스토피아 세계라는 비현실적인 세계가 아닌 현실세계에도 혐오는 존재합니다. 심지어 현실의 혐오는 범람체같은 무시무시한 외계생명체가 아닌, 우리 주변에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죠.

사람에 대한 혐오는 어디에서 오는걸까요? 저는 그 시작이 나와 다른 것에 대한 단순한 배척이라기보다, 부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는 모두 다를 수밖에 없는데도, 그것을 인정하고 이해하기보다는 부정하고 비난하게 되죠. 이해는 어렵고 비난은 쉽습니다. 이 소설을 읽으며 저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를 쉽게 비난하지 않았는지, 나와 다르다고 배척하고 부정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우리를 살리는 것은 부정보다 다정입니다. 다정한 마음으로 타인을 이해하는, 어렵지만 사랑스러운, 나를 살리고 타인을 살리는 길을 갈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디스토피아를 다룬 소설은 언제 읽어도 낯설고 무겁습니다. 어쩌면 그 묘한 감정은 머지않은 미래에 언젠가 실재하게 될 세계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두려워하는 와중에도 우리의 삶을, 유토피아도 디스토피아도 아닌 우리의 세계를 사랑하며 살아야겠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두려움을 없애줄 유일한 해답일지도 모르니까요. 


쓴이 소개

@eunoia_honey
@eunoia_honey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기 위해, '아름다운 생각'이라는 의미의 'Eunoia'를 필명으로 사용하는 사회초년생입니다.

책을 통해 위로와 응원, 조언을 받았고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었기에, 제가 받은 선한 에너지를 나눔으로써 키우고 싶다는 원대한 꿈과 희망을 가지고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https://instagram.com/eunoia_honey?igshid=YzgyMTM2MGM=

'책전달자'가 전해주는 뉴스레터는 구독료 없이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오늘 받은 글이 공감이 되었거나 유익했다면, 하단에 있는 커피 한 잔 보내주시는 건 어떨까요? 보내주신 구독료는 좋은 책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필진들에게 큰 힘이 됩니다! :) 관련 문의는 vlalvlal16@naver.com 으로 부탁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책전달자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4 책전달자

바쁜 현대인을 위해, 책을 요약해 드립니다.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