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걸 봐서 오히려 아무것도 출력되지 않을 때가 꽤 있다. 스물일곱, 책덕 출판사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27년 내내 그랬다. 손가락으로 목구멍을 쑤셔도 도무지 뱉어지지 않는 응어리를 어떻게든 끄집어내고 싶었지만 마치 종이가 없어 잉크통만 돌리고 있는 프린터기처럼 말들은 내 머릿속에서만 헛돌 뿐이었다.
그때 인터넷에 떠도는 MBTI 검사를 해보고 INFJ라는 유형이 나와서 이리 저리 검색을 해봤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유형이라 어떻게든 끊어내고 결과물을 배출해야 한다는 조언이 적혀 있었다. 그러지 않으면 자신의 머릿속에서 존재하지 않는 완결성을 찾다가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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