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봄의 끝자락에 지난 편지를 보내드렸는데, 벌써 초여름이 되었어요. 어떻게 지내셨나요? 어떤 여름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저는 이제 우당탕탕 첫 학기가 거의 끝나가요. 한 과목은 과제물 채점은 남았지만 종강이라 조금 여유로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드디어 방학이라는 생각에 설레기도 해요. (동시에 어떤 강의평가가 올까 조금은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하구요.. 휴)
지난 편지에서 예고했던 대로, 오늘은 제가 요새 자주하는 생각인 "Play the game, Change the game"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해볼게요.
이 구절을 처음 들었던 건 대학원생 때였어요. 저는 그때도 지금도 교수님들의 동력이 궁금하거든요. 수학교육 박사과정 코스웍 초반에 교수님한테 물어봤어요.
"교수님한테 연구는 어떤 의미예요?"
"It's like playing the game."
게임...?
'게임하는 거 같다고...? 연구가 그렇게 즐거우신가..? 아니면 게임처럼 그다지 영향가가 없다는 말인가?'
머릿속에 물음표만 여러개 떴어요.
그 뒤에 덧붙여서 교수님이
"연구는 게임 같은 존재고, 내가 하는 진짜 일은 내가 예비교사들하고 하는 일이지."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그때는 '게임'에 꽂혀서 머릿속에 물음표가 남은 기억이 있어요.
시간이 더 지나, 문헌을 더 읽게 되니 분야에서 저명한 학자분이 하신 비유더라구요.
"It is not enough to learn how to play the game; students must also be able to change it. But changing the game requires being able to play it well enough to be taken seriously." (Gutiérrez, 2012, p. 21)
여기서의 '게임'은 수학이에요.
수학이 대학교 입시에서 관문이 되기도 하고 커리어에서도 영향이 있기도 하니, 현재의 상황에서도 잘 살아남을 수 있게 (?) 수학이라는 게임을 잘 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는 내용이에요. 그리고 그렇게 살아남는 데서 머무르지 않고, 그 게임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도 길러줘야 한다는 주장이에요.
수학교육 논문이니, 수학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비단 수학에 국한되는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우리의 진로에 대해서도 충분히 접목할 수 있다 느꼈어요.
내가 어떠한 부조리함을 느끼면 그 판 (game)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큼의 영향력이 있어야하니 바꾸고 싶은 부분이 있더라도 어느 정도 그 분야에서의 성취도 필요하다는 말이죠. 여러 우리 말로 요약하자면
판을 바꾸려면 그 판에 들어가야 한다.
이런 정도의 느낌이랄까요?
돌아보니 교수님의 말씀은 본인이 정말 하시고 싶었던 일은 예비교사들하고 일하면서 교육현장을 바꾸고 싶은 것이고, 그 일을 하기 위해 본인의 학자로서의 명성과 포지션이 필요하니 연구라는 게임을 하고 계신다는 말씀이었다는 것을 알겠더라구요.
나는 이렇게 바꾸고 싶은 게임이 있나? 바꾸고 싶은 판이 있나?
요새는 이런 생각을 자주 해요.
그리고 단순히 play the game하는 것을 넘어서, change the game까지 가려면 정말 많은 애정 혹은 (동전의 양면 같은) 분노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사실 여차저차 그 산만 넘고, 그 판에 들어가서 적당히 잘하거나, 아니면 그 과정을 지나 넘어가 버릴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어떠한 판을 바꾸고 싶다는 마음은, 그 분야를 정말 애정하지 않는 이상 쉽지 않은 일이 아니겠다 생각하거든요.
요샌 그래서 자주 이런 생각을 해요. 내가 그만큼 깊은 마음을 갖고 기여하고 싶은 게임이 어디인가?
그러면서 제가 마음이 쓰이는 이런저런 영역들을 생각해보고, 내 마음이 그 정도의 크기가 되나 또 가늠을 해봐요.
그러다보면 또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는 역량이 될까?' '아니, 근데 또 뭐 꼭 판을 바꿔야 해?' 이런 마음이 올라오기도 하구요 😂
어디로 어떻게 걸어가야 할까, 고민이 많은 채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박사까지 하고도 여전히 이런 고민을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요새 저는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답니다.
구독자님은 어떠세요? 바꿔보고 싶은 판이, 게임이 있으신가요?
혹시 있으시다면 제게도 알려주세요! 저는 요새 힌트도 용기도 필요하니 무엇이든 환영입니다💝
P.S. 이번 편지도 조금 늦어졌지만, 이 공간을 늘 생각하고 있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다음번엔 조금 더 따뜻한 이야기로 돌아와보려 노력해볼게요 :)
구독자님을 응원하며,
지혜
😊 언제나 여러분들의 피드백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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