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마케팅 회의에 들어가면 묘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한쪽에서는 "이제 브랜드는 끝났고 퍼포먼스가 전부"라고 말하고, 다른 쪽에서는 "결국 브랜드 없는 곳은 다 광고비에 잡아먹힌다"고 받아칩니다. 저는 이 논쟁 자체가 한 단계 낡았다고 생각합니다. 2026년의 진짜 질문은 "브랜드냐 퍼포먼스냐"가 아니라, "당신은 누구에게 말을 걸고 있는가"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누구'가 더 이상 사람만을 뜻하지 않게 된 게 핵심입니다.
올해 초 조사에서 온라인 쇼핑객의 45%가 제품을 찾을 때 AI 비서를 썼습니다. 2024년에는 18%였으니, 2년 만에 두 배 넘게 뛴 셈입니다. 비교 질문, 사이즈와 핏 확인, 호환성 체크 같은 구매 직전의 리서치가 점점 챗봇 안에서 끝나고 있습니다. Gartner는 2026년까지 전통적 검색량이 25% 줄어든다고 봤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파란 링크 열 개를 스크롤하지 않습니다. 그냥 묻고, 답을 듣고, 바로 삽니다.
저는 이 지점이 마케터의 일을 근본적으로 바꾼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사람을 설득해 왔습니다. 감정을 건드리고, 욕망을 자극하고,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을 만들었죠. 그런데 이제 구매 결정의 길목에 사람이 아닌 존재가 앉아 있습니다. 누군가 "30만 원대 무선 이어폰 뭐가 좋아?"라고 물으면, AI는 세 개의 이름을 댑니다. 그 세 개 안에 들어가는 것. 그게 2026년의 새로운 첫 페이지입니다.
여기서 마케터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AI는 감성 카피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멋진 브랜드 필름에 눈물 흘리지도 않고요. 그가 읽는 건 구조화된 데이터, 기계가 읽을 수 있는 스펙 표, 깔끔하게 정리된 속성값입니다. 실제로 AI 비서가 자주 인용하는 쇼핑몰들의 공통점은 화려한 카피가 아니라 상세한 속성 테이블과 정돈된 카탈로그였습니다. 우리가 그토록 공들인 산문형 브랜드 스토리는, 기계 앞에서 거의 무력합니다.
한 번은 어떤 브랜드 담당자가 자기네 제품 페이지 카피가 얼마나 감각적인지 한참 자랑하길래, 그 자리에서 바로 챗봇에 카테고리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답변에 그 브랜드는 없었습니다. 감각적인 카피는 사람에게는 닿았지만, 기계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았던 거죠. 그 짧은 침묵이 모든 걸 설명했습니다. 사람에게 잘 보이는 것과 기계에게 잘 읽히는 것은, 이제 완전히 다른 작업이 됐습니다.
생각해보면 이건 마케팅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지금 당장 제품을 적극적으로 찾는 사람은 어느 시장이든 전체의 약 5%뿐입니다. 나머지 95%는 아직 구매 창에 들어오지 않았죠. 분기 목표에 쫓기는 팀일수록 이 5%에만 예산을 몰아붙입니다. 그런데 그건 매번 같은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올리는 일입니다. 우물은 결국 마릅니다. 95%라는 거대한 저수지를 미리 채워두지 않으면, 다음 분기엔 더 비싼 값을 치르고 같은 고객을 다시 사와야 합니다. CAC가 끝없이 오르는 진짜 이유가 여기 있다고 저는 봅니다. 그리고 이제 그 저수지의 절반이 사람이 아니라 AI의 메모리 안에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제 데이터만 챙기고 브랜드는 버려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정확히 그 반대입니다.
왜냐하면 AI의 추천조차 결국 사람의 인식 위에 세워지기 때문입니다. AI가 어떤 브랜드를 답으로 내놓을 때, 그 근거는 무수한 리뷰와 언급, 평판, 검색 행동의 총합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이야기하고 좋게 평가한 브랜드일수록 AI 답변에 자주 등장합니다. 즉 사람의 마음을 사는 브랜드 빌딩이, 돌고 돌아 AI 추천의 연료가 되는 구조입니다. 한쪽을 포기하면 다른 쪽도 함께 무너집니다.
제가 현장에서 본 가장 흔한 실수가 바로 이겁니다. 팀이 둘 중 하나에만 올인합니다. 브랜드 팀은 여전히 감성 캠페인만 돌리며 자기 제품이 AI 답변에서 통째로 빠져 있다는 걸 모릅니다. 반대로 그로스 팀은 카탈로그 최적화에만 매달리며 정작 그 브랜드를 왜 사야 하는지를 비워둡니다. 둘 다 반쪽짜리입니다. 제 결론은 분명합니다. 2026년은 양손잡이만 살아남습니다.
소비 심리도 이 흐름을 거듭니다. 불황기일수록 사람들은 작은 보상에 지갑을 엽니다. 최근 조사에서 소비자의 36%가 자신이 즐기는 것에 쓰기 위해 단기 부채까지 감수하겠다고 답했습니다. 핵심은, 그 작은 사치의 순간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건 데이터 정리만으로는 안 됩니다. 사람의 감정 속에 미리 심어둔 브랜드만이 그 찰나에 호출됩니다. 보세요, 돌고 돌아 결국 다시 사람입니다. 그래서 두 전선은 따로 노는 게 아니라, 서서히 한 몸이 되어가고 있는 겁니다.
더 불편한 진실도 있습니다. 전선이 둘로 늘었는데, 정작 브랜드 투자에 대한 사내 신뢰는 흔들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 조사에서 자사 CEO와 CFO가 장기 브랜드 빌딩의 가치를 믿는다고 답한 CMO 비율이 2024년 80%에서 69%로 떨어졌습니다. 1년 만에 11%포인트가 증발한 겁니다. 이유는 뻔합니다. 돈이 빠듯하니까요. CMO의 84%가 예산 배분의 최우선 지표로 ROI를 꼽습니다. 그리고 브랜드 빌딩은 본질적으로 ROI 증명이 가장 어려운 영역입니다. 효과가 6개월, 1년 뒤에 나타나니까요.
저는 이 구조가 브랜드의 진짜 위기라고 봅니다. AI 전선이라는 새 숙제는 늘었는데, 그걸 할 예산을 따낼 명분은 오히려 약해졌습니다. 그래서 마케터의 역할도 바뀌어야 합니다. 이제 우리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기 전에, 브랜드의 가치를 숫자로 번역하는 통역사가 되어야 합니다. ROI 대화를 피하는 순간, 숫자를 들고 오는 퍼포먼스 팀에게 예산을 통째로 내주게 되니까요.
그럼 당장 뭘 해야 할까요. 거창한 전략 워크숍보다, 오늘 5분 안에 시작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ChatGPT나 Perplexity를 열고 우리 카테고리 질문을 던져보세요. "○○ 추천해줘"라고 물었을 때, 우리 브랜드 이름이 나오나요? 놀랍게도 대부분의 팀이 이걸 한 번도 안 해봤습니다. 만약 우리 이름이 안 나온다면, 그 침묵이 곧 당신의 첫 번째 할 일입니다.
그다음 순서도 어렵지 않습니다. 제품 데이터를 기계가 읽을 수 있게 정리하세요. 속성 표, 정확한 스펙, 정돈된 카탈로그. 화려할 필요 없습니다. 정확하고 일관되면 됩니다. 동시에 사람을 향한 브랜드 자산은 절대 줄이지 마세요. 앞서 말했듯 사람의 평판이 곧 AI 추천의 연료니까요. 리뷰를 모으고, 진짜 경험을 만들고, 기억에 남을 한 장면을 계속 찍는 일을 멈추면 안 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걸 새 KPI로 묶으세요. 인지도와 선호도 옆에 'AI 인용률'을 나란히 놓는 겁니다. 주요 챗봇에 핵심 질문 스무 개를 정기적으로 던져, 우리 브랜드가 몇 번 호명되는지 세는 수작업부터면 충분합니다. 완벽한 도구를 기다리지 마세요. 경쟁자가 측정조차 안 하는 지금, 거친 숫자라도 손에 쥔 쪽이 이깁니다. 측정하지 않는 것은 관리되지 않고, 관리되지 않는 것은 결국 경쟁사에게 넘어갑니다.
예전엔 브랜드를 "사람들의 머릿속에 사는 인식"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이제 그 정의는 더 넓어졌습니다. 브랜드는 사람의 기억과 기계의 데이터, 두 곳에 동시에 살아야 하는 존재가 됐습니다. 둘 중 하나라도 비면, 미래의 고객에게 닿지 못합니다. 그러니 오늘 회의에서 이 질문 하나만 던져보세요. 우리 브랜드는 지금 사람과 기계 중 어느 한쪽에게만 말을 걸고 있지는 않은가.
그런데 저는 왜 이 변화를 위기보다 기회라고 부르는지, 그리고 지금 움직이는 브랜드가 왜 3년 뒤 가장 싸게 자리를 사게 되는지, 그 진짜 이유는 결론에서 뒤집힙니다. 검색 시대 SEO가 반복했던 그 법칙이 AI 추천에서 다시 한번 작동하기 시작했거든요. 이 타이밍을 놓치면 반쪽만 본 겁니다. 전체 그림은 원문에서 확인하세요.
원문 보기: https://medium.com/p/d62003c3c05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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