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15 | 제5장 | 유료구독으로 후원하기💛
안녕하세요, 주디입니다.
‘자기 서사의 재발견을 돕는 뉴스레터’ 자기서재 시즌2, 다섯 번째 편지입니다.
요즘 다이어트를 하느라 나름의 식단과 식후 움직이기에 열성을 기울이는 중입니다. 특히 식사 후 바로 앉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해서 산책 시간을 늘리거나 가벼운 체조를 하는데요. 얼마 전 조금 여유가 생긴 평일 오후, 밥을 먹고 걸을 겸 사무실 근처 중고서점에 들렀습니다. 최근 대학원 학기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교재와 새로운 정보에 조금 지쳐 있었기 때문인지, 썩 읽고 싶은 책이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손때가 묻은 흰색 표지의 책 한 권을 발견했습니다.
<부자의 그릇> : 돈을 다루는 능력을 키우는 법
제목만 봤을 때는 오래된 자기계발서 같았습니다. 그런데 뒤표지에 적힌 ‘교양 소설’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판권지를 보니 2015년에 초판이 발행되어 2020년에는 25쇄를 찍은 책이었습니다. 여러 번 독자들의 선택을 받은 책이라면 나름의 이유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몇 페이지를 펼쳐보고 감상평도 검색해봤습니다. “한 번에 쉽게 읽기 좋다”는 표현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실제로 페이지를 넘기니 글이 술술 들어왔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쉽게 읽히는 책이 필요해.’ 이런 마음으로 책을 구입했습니다.

책은 사업 실패와 도산으로 가족과 재산을 잃은 한 남자가 자신을 ‘조커’라고 소개하는 노인을 우연히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남자는 조커와의 대화를 통해 과거의 선택과 돈에 대한 가치관, 사업 실패를 돌아봅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에게 남은 경험과 살아가는 데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갑니다.
군데군데 전형적인 자기계발 문장도 있었지만, 그만큼 “맞아, 맞아” 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대목도 있었습니다. 그중 주인공과 조커 노인의 대화를 소개합니다.
오늘의 장면
"인생은 영원하지 않아. 그리고 인생에서 행운이란 건 손에 꼽힐 정도로만 와. 따라서 한정된 기회를 자기의 것으로 만들려면, 배트를 많이 휘둘러야 해. 물론 때로는 크게 헛스윙을 할 때도 있을 거야. 많은 사람들은 바로 이 헛스윙이 무서워서 가만히 있지. ‘하지만, 배트를 휘두르면 경험이 되고, 마침내 홈런을 치는 방법을 익히면 행운을 얻으며 홈런을 날린다.’ 이게 바로 그들의 공통된 생각이야." (중략)
"누구나 제비뽑기에서 100번 이내에 당첨될 제비를 뽑을 정도의 행운은 가지고 있다네"
"성공한 사람들은 실제로 당첨 제비를 뽑았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겁니다."
"아니야, 이 사고의 이면에는 한 가지 생각이 더 들어 있어.도전이 늦어지면, 실패를 만회할 기회가 적어진다는 거야. 그래서 젊은이들에게만 허용된 유명한 표현이 있잖은가.‘우리에게는 실패할 권리가 있다.’"
👉 이즈미 마사토, <부자의 그릇> 中
네, 오늘은 한 문장으로 가져오기 아까워 책 속 장면을 길게 소개했습니다. 사실은 또 하나 기억에 남은 문장이 있습니다. 한때 남자가 잘나갔던 시절의 사업 이야기를 듣고 조커 노인이 한 말입니다.
“나이가 들면, 성공 이야기는 지루해져서…”
책 속 표현들이 아주 새롭거나, 이전에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같은 문장도 읽는 사람의 상황에 따라 무게가 달라진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실패할 수 있는 권리와 자유’라는 말은 영화 <탈주>에서도 기억에 남았던 대사입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성공 이야기는 지루해진다”는 문장을 읽고 피식 웃다가, 곧바로 “맞지”라고 생각하는 제 자신에게 흠칫했습니다.
‘나도 나이가 들었나?’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몇 가지 생각이 연달아 떠올랐습니다. 진짜 실패 서사가 많아야 해.그냥 이도 저도 아닌 것보다, 실패할 거면 확실하게 하는 게 나아. 그러면 재미라도 있지. 이런 생각까지 하고 나니 제가 왜 이 글들이 오래 남는지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
요즘의 저는 큰 성공을 이뤘다는 느낌도 그렇다고 완전히 실패했다는 감각도 없는 애매한 중간 지점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많습니다. 버크만과 자기이해 분야에서 국내에서 가장 먼저 떠올릴 만한 사람이 되고 싶고, 제 교육관과 ‘일의 의미’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물으면 조금 뜨끔합니다. 버크만 콘텐츠를 더 자주 올릴 수도 있고, 강의 제안서를 더 많은 기관에 보낼 수도 있고, 유튜브를 다시 시작할 수도 있고, 공개 프로그램을 열거나 먼저 협업을 제안할 수도 있습니다.
할 수 있는 행동이 정말 많은데 막상 움직이려고 하면 조금 더 준비한 뒤에, 방향이 좀 더 정리되면, 대학원 방학이 시작하면, 콘텐츠를 충분히 쌓은 다음에 하겠다는 말로 시작을 뒤로 미루곤 합니다.
실패가 두렵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진짜 실패할 만한 시도는 피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큰 실패가 없었던 이유가 제가 모든 일을 잘해왔기 때문이 아니라, 실패할 만큼 크게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그런 질문이 생겼습니다.
저는 “도전이 늦어지면 실패를 만회할 기회가 적어진다”는 말을 나이를 이유로 사람을 재촉하는 문장으로 해석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한 가지 직업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시대도 아니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시기도 사람마다 다릅니다. 누군가에게는 스무 살의 도전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마흔 살, 쉰 살에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늦었다는 말로 조급함을 만드는 것보다 각자에게 맞는 시기를 존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위 문장을 “실패해봐도 괜찮다”는 의미에 더 가깝게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도를 미루지 않을수록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은 나와 맞지 않았다는 것. 생각보다 내가 이런 일에 강하다는 것. 나는 결과가 늦게 나올 때 쉽게 지친다는 것. 혼자 할 때보다 누군가와 함께할 때 더 잘 움직인다는 것. 원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해보니 그렇지 않았다는 것. 이런 것들은 생각만으로는 알기 어렵습니다.
배트를 직접 휘둘러봐야 내가 어떤 자세에서 힘을 잘 쓰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패할 권리는 아무렇게나 무모해질 권리와는 조금 다르게 느껴집니다. 결과를 장담할 수 없어도 일단 시도해볼 자유. 한 번의 실패가 내 능력 전체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라고 믿는 태도. 그리고 실패를 통해 나에 대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 저에게 다음과 같은 의미에 더 가깝습니다. 실패하더라도 무엇을 선택했고, 어디까지 해봤으며, 왜 잘되지 않았는지 알 수 있다면 그 경험은 다음 선택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가 되기도 하고, 일의 기준이 되기도 하고, 나를 더 정확히 이해하는 자료가 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은 채 잘되기를 바라는 상태에 오래 머무르면 실패하지는 않을 수 있어도 나에 대해 새롭게 알 수 있는 것도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실패하지 않는 사람이 되기보다 실패를 지나 다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결과가 없더라도 경험을 남길 수 있는 사람.
실패한 일을 부끄러워하기보다 그 안에서 다음에 다르게 해볼 것을 찾는 사람. 그리고 이왕 실패할 거라면 내가 분명하게 선택한 일에서 실패해보고 싶습니다.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 흘러가다가 애매하게 남는 것보다는, 한번 해보겠다고 정하고 제대로 부딪혀본 경험을 갖고 싶습니다.
지금 저에게 필요한 것도 조금 더 몸을 사리지 않는 태도인지 모르겠습니다. 버크만 콘텐츠를 한 편 더 발행하고, 강의 제안서를 한 곳 더 보내고, 완벽하지 않은 영상이라도 업로드하고, 만나고 싶은 기관에 먼저 연락해보는 것. 당장 홈런을 치겠다는 각오보다 우선 배트를 몇 번 더 휘둘러보는 것. 그 과정에서 실패하더라도 적어도 제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데이터는 남을 테니까요.
책 속 문장을 읽으며 저에게 남은 기회와 시간을 생각했습니다. 몇 살까지 무엇을 이루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아직 해볼 수 있는 일이 있고, 실패한 뒤 다시 선택할 시간도 있으며, 배운 것을 다음 시도에 사용할 수 있을 때 조금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보고 싶다는 뜻입니다.
저는 올해 큰 성공 하나를 기다리는 사람보다 작더라도 분명한 시도를 많이 해본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그때 한번 해볼걸”이라는 말보다 “해봤는데, 이런 걸 알게 됐어”라고 말할 수 있도록요.
그게 멋진 것 같아요!
오늘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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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결과를 장담할 수 없어도 한번 휘둘러보고 싶은 여러분의 ‘배트’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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