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속이 좁다.
또 예민하다.
그래서 매우 사소한 것에 늘 꿍하고 서운함을 느낀다.
하지만 요즘 이런 생각이 들 때면
‘내 그릇을 빚는 중’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 잘될레터는
교육 콘텐츠 브랜드를 운영하며 겪는 예상 밖의 일들 속에서,
어떻게든 잘될 포인트를 찾아내고 마는 1인기업 에세이입니다.

나는 ‘인사 예절’에 있어서 혼자 상처를 받는 편이다.
과거 회사원 시절에는
매일 만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인사’ 때문에 혼자 꿍해지는 일이 많았다
나의 인사 방식을 그대로 반겨주거나
비슷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나는 사람이 서로 인사할 때
얼굴을 보고, 눈을 마주치며, 웃으며
“안녕하세요”라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먼저 실천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늘 밝게 인사하려 노력했다.
먼저 와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보며 인사하고,
내가 먼저 와서 일을 하고 있다가
누군가 나중에 도착하면
그의 자리와 얼굴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한다.
그런데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인사는 이런 식이다.
내가 먼저 도착한 사람에게 인사를 하면
나를 보지 않은 채 컴퓨터를 보며
“네 안녕하세요.”
나중에 도착한 사람은
자리에 앉고 컴퓨터를 켜면서
또는 말로만 “안녕하세요.”
인사를 안 한것도 아니고
받아주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 속 좁고 예민한 나는
그런걸 또 마음에 담아둔다.
오죽하면 과거엔 이렇게까지 생각했었다.
아니, 인사를 왜 저렇게 해? 하는거야 마는 거야?
인사는 얼굴 보고 해야지.
모니터한테 인사할거면 왜함
이 글을 읽은 내 친구들이
나의 과한 인사 매너 강요에
나를 이상하게 보지는 않을지 조금 걱정되기도 한다.
여하튼 나는 이토록 일상적인 장면에서도
마음속으로 과하게 반응하는 나를 마주할 때가 많다.
· · ·
이런 내가 힘들 때도 있고, 조금 싫을 때도 있다.
어쩔 땐 그 하나의 장면이 그 사람의 전체도 아닌데
혹여 내가 그 사람에 대한 선입견이 생길까봐 걱정스럽기도 하다.
사람이 얼마나 복잡하고 다양한 면모를 지닌 존재인데,
인사 한 번, 말투 한 번, 표정 한 번으로
그 사람에 대한 인상이 생기고
한 번 생긴 인상, 특히 부정적인 것은 생각보다 오래 가니까.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인사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한 나머지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리고 무엇보다,
타인이 나에게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내 하루의 기분까지 흔들리는 게
참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은 그냥 바빴을 수도 있고,
원래 그렇게 인사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인사를 나만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혼자 서운해하고,
혼자 의미를 붙이고,
혼자 그 사람에 대한 판단까지 끝내버린다.
이쯤 되니 조금 피곤했다.
· · ·
그래서 내가 혼자 서운해하고 꿍해질 때이런 마인드를 가져보기로 했다.
첫째. 인정하기 싫지만, 나는 참 꿍하다.
“나는 이런 걸 서운해하는 사람이구나.”
그냥 인정하기.
둘째. 쟤는 그런가 보다 하고 남겨두기.
왜 저러지,
나를 싫어하나,
예의가 없나까지 가지 않고
‘저 사람은 저런다.’
거기까지.
셋째. 내가 이만큼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세세한 것을 많이 보고 느끼는 사람이라는 뜻일 수도 있다.
그러면 생각을 조금 바꿔본다.
아, 나 지금 또 예민하네.
그만큼 섬세한 능력이 계속 길러지고 있구나.
대박.
이렇게 생각하면
조금 웃기기도 하고,
마음도 가벼워진다.
그리고 그릇이 커지는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예민한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알고 느낄 수 있는 것도 많다.
인생은 외부 컨트롤 게임이 아니라
내부 컨트롤 게임이라고 한다.
내가 지향하는 세계는
가능하면 편안함과 감사,
그리고 즐거움과 건강함으로 채우고 싶다.
그렇다면 타인의 인사 방식까지
내가 통제하려고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어떻게 인사할지,
내가 어떤 태도를 선택할지,
그리고 내 감정을 얼마나 오래 붙잡고 있을지를 정하는 일이다.
· · ·
도자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상기해보자
흙이 계속 만져지고,
눌리고,
모양이 흐트러졌다가 다시 잡히고,
마지막에는 뜨거운 불까지 견딘다.
사람도 그런 게 아닐까.
사소한 일에 꿍하고,
서운해하고,
혼자 생각이 많아졌다가,
또 어느 순간
“아,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하고 알게 되고,
다음에는 조금 덜 흔들리는 법을 배워가는 것.
그 시간이 내 안에 쌓일수록
밖으로는 더 편안해 지고
속으로는 그 시간을 견딘 만큼
조금 더 단단해지는 것 아닐까.
그리고 인생이 늘
나와 다른 사람들로만 가득한 것도 아니다.
얼마 전, 한 친구에게 이런 메시지를 받았다.
“현주님, 제가 아까 정신이 없어서
반갑다는 표시도 못하고 인사도 제대로 못해서 미안해요~!”
그 문자를 보니 마음이 좋았다.
아.
세상에는 나처럼
인사와 리액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누군가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을
나처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됐다.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그중에는 나와 아주 다른 사람도 있고,
나와 비슷한 결을 가진 사람도 있다.
모두가 나와 같을 필요는 없지만
가끔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만났을 때 느끼는 반가움은 꽤 크다.
그러니 결국 중요한 건
세상 사람들이 나와 같은 방식으로 움직여주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내가 내 편이 되어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예민하면 예민한 대로,
꿍하면 꿍한 대로,
그걸 나쁘다고 몰아붙이지 않고
“그래,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하고 알아주는 것.
그리고 조금씩 덜 휘둘리는 법을 배워가는 것.
생각해보면
이것도 꽤 잘되어 가는 과정 같다.
역시 세상은 요지경, 정신없이 돌아가고 재밌는 것.
나의 사소한 꿍함 포인트
오늘의 편지에서는 덜어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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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일화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블로그에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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