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변하지 않는 것에 베팅해야 하는 이유

원문: <Betting on Things That Never Change(2017)>

2026.08.12 |
from.
비즈쿠키

Editor: Alex

 

언젠가 아는 분이, 사업을 공부하고 싶으면 제프 베이조스의 주주서한을 읽어보라고 했습니다.

 

새로운 걸 배울 생각으로 펼쳤는데, 다 읽고 손에 남은 건 이미 알고 있던 이야기였습니다.

 

고객 경험에 집착하라. 더 싼 가격에 제품을 제공하라. 조직의 기준을 낮추지 마라. 20년 넘게 같은 말이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조금 시시했습니다.

 

저는 늘 반대쪽을 봤습니다. 다음엔 뭐가 뜰지, 어떤 기술이 판을 바꿀지. 놓치면 나만 뒤처질 것 같았으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쫓아다닌 것들 중에 지금까지 남은 건 별로 없습니다. 시시하다고 생각했던 문장들만 아직 그 자리에 있고요.

 

베이조스는 20년 동안 같은 질문을 붙들고 있었습니다.

 

'무엇이 변하지 않을 것인가?'

 

이번 아티클은 그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에디터 픽!


  • 아마존이 첫날부터 집요하게 파고든 가치는 상업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오래된 원칙, 바로 '선택의 폭(Selection)'과 '가격(Price)'이었다.

 

  • 모든 성공적인 투자는 경쟁을 유발하는 '변화'와 복리 효과를 만들어내는 '불변성'이 절묘하게 결합한 결과다.

 

  • 변화는 흔히 폭발적인 기회를 창출한다. 하지만 기업과 투자자가 일회성 성공을 넘어 지속하여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잡기 힘든 일시적 폭발 그 이상이 필요하다. 그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지속력(Endurance)'이다. 그리고 그 지속력은 장기적인 베팅에서 나온다.

 

에세이

본 아티클은 <Betting on Things That Never Change(2017)>의 내용을 번역 및 편집한 글임을 밝힙니다.


아마존이 이번 주로 창립 22주년을 맞았다.

 

초기 웹페이지 화면은 아마존의 출발점이 어떠했는지 잘 보여준다.

<아마존의 초기 웹페이지, 출처: Collabfund>
<아마존의 초기 웹페이지, 출처: Collabfund>

 

이 화면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무엇이 변했는가가 아니다. 바로 무엇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어 왔는가다.

 

"100만 권의 도서, 늘 낮은 가격(One million titles, consistently low prices)"이라는 문구는 그저 흔한 마케팅 미사여구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한 문장이야말로 수많은 경쟁사가 사라져 가는 동안 아마존이 시장을 압도할 수 있었던 본질적인 이유를 설명해 준다.

 

1995년 인터넷이 선사한 매혹은 '변화에 대한 베팅'이었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했고, 기존 전략은 폐기되었으며, 완전히 다른 차원의 사고방식이 요구되던 시기였다.

 

그러나 아마존이 첫날부터 집요하게 파고든 가치는 상업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오래된 원칙, 바로 '선택의 폭(Selection)'과 '가격(Price)'이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수천 년 동안 변함없이 추구해 온 기본 중의 기본이다.

 

제프 베이조스는 왜 이 원칙이 중요한지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나는 '향후 10년 동안 무엇이 변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매우 흥미로운 질문이다. 하지만 '향후 10년 동안 변하지 않을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거의 받지 않는다. 단언컨대 두 번째 질문이 실제로 훨씬 더 중요하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견고한 사실을 중심에 둘 때 비로소 흔들리지 않는 비즈니스 전략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리테일 사업에서 고객이 저렴한 가격을 원한다는 사실은 1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 빠른 배송을 원하고, 다양하고 풍부한 상품군을 원한다는 점 역시 마찬가지다. 10년 뒤 어떤 고객이 찾아와 '제프, 아마존을 정말 사랑하지만 가격이 조금만 더 비쌌으면 좋겠어요'라거나, '배송이 조금만 더 느렸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미래는 상상조차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리가 오늘 이 가치들에 쏟아붓는 노력은 10년 후에도 고객에게 계속해서 커다란 결실로 돌아오리라 확신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도 변함없이 진실로 남을 가치를 손에 쥐고 있다면, 그곳에 대담하게 온 힘을 쏟아부을 수 있는 배짱이 생긴다.

 

이는 지극히 기본적이지만, 너무나 기본적이기에 오히려 수많은 똑똑한 이들이 놓치고 지나치는 핵심 원리다.

 

변화는 경이롭다. 폭발적인 성장을 끌어내는 기폭제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변화 그 자체를 추구하는 일은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투자자는 변화가 본격화되기 전에 이를 미리 파악해야 하고, 소비자는 그 변화를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해 자신의 오랜 습관을 바꿔야 한다.

 

이 두 조건은 자석의 같은 극처럼 서로를 강하게 밀어낸다. 게다가 변화하는 것들은 끊임없이 다시 변하려는 속성을 지닌다.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것을 하고 있다"를 내세우는 기업은 매년, 혹은 그보다 더 자주 자신과 제품 라인을 근본부터 다시 재창조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치르는 매번의 혁신 과정은 이전 전쟁으로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지난 승리에 도취한 채 치르는 아슬아슬한 전투와 같다.


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승리의 확률은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40년의 커리어 동안 여러 산업에 걸쳐 일어나는 연쇄적 변화를 연속해서 맞춰 승부수를 던지려는 투자자는 최상위 난이도의 임무를 수행하는 셈이다. 거의 미래를 내다보는 예언 능력을 요구하는 수준이다.

 

변화는 흔히 폭발적인 기회를 창출한다. 분명 엄청난 기회다. 하지만 기업과 투자자가 일회성 성공을 넘어 지속하여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잡기 힘든 일시적 폭발 그 이상이 필요하다.

 

그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지속력(Endurance)'이다. 그리고 그 지속력은 장기적인 베팅에서 나온다.

 

오늘 에너지와 자본을 투입했을 때, 10년 후에도 여전히 결실을 맺을 합리적 기대가 있는 대상 말이다. 그리고 이는 대개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가치들이다.

 

벤처캐피털 세계에서 이러한 접근법은 자칫 이단처럼 보일 수 있다.

 

마크 안드레센(Marc Andreessen)은 과거 워런 버핏(Warren Buffett)과의 투자 스타일 비교에 대해 질문을 받았을 때 이렇게 답했다.

(버핏은) 변화하지 않는 쪽에 베팅하고, 우리는 변화하는 쪽에 베팅한다. 버핏이 실수를 저지른다면 예상치 못한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고, 우리가 실수를 저지른다면 일어날 것이라 믿었던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측의 방식은 이보다 더 다를 수 없다.

 

겉보기에는 맞는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것이 완벽한 흑백 논리라고 보지는 않는다. 두 투자자 모두 본질적으로 같은 요소를 추구하되, 단지 무게중심을 어디에 두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모든 성공적인 투자는 경쟁을 유발하는 '변화'와 복리 효과를 만들어내는 '불변성'이 절묘하게 결합한 결과다.

 

기업의 규모나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이 법칙에서 벗어나는 예외는 거의 없다.

 

버핏은 1951년부터 가이코(GEICO) 주식을 보유해 왔다. 그 기간 동안 가이코는 구내식당에서 공무원만을 대상으로 자동차 보험을 팔던 회사에서, 모든 고객에게 아이폰으로 다양한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거대 기업으로 진화했다. 데이터 분석 도구 역시 주판에서 AI로 완전히 바뀌었다.

 

결코 작은 변화가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끝까지 변하지 않았다. 중개인을 거치지 않고 직접 보험을 판매하는 회사가 비용과 편의성 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지난 66년간 버핏의 가이코 베팅을 이끌어온 원동력이며, 시대를 관통하는 불변의 가치다.

 

앤드리슨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의 파트너 프랭크 첸(Frank Chen)은 최근 보험 스타트업의 두 가지 트렌드를 언급했다.

 

첫째는 더 뛰어난 소프트웨어의 도입이다. 그는 "소프트웨어가 우리가 보험 상품을 구매하고 경험하는 방식 전체를 판가름할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는 자본 구조의 혁신이다. "더 많은 크라우드소싱 기반 보험사가 등장할 것이며, 이는 자본을 모으는 훨씬 더 저렴한 방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가지 혁신 모두 더 낮은 비용과 추가적인 편의성을 약속한다. 이는 가이코가 지닌 경쟁 우위만큼이나 시대를 초월한 불변의 가치다.

 

투자자마다 변화와 불변성에 두는 가중치는 다르지만, 시장에서 살아남은 모든 위대한 기업은 이 두 가지 요소를 반드시 겸비하고 있다. 치명적인 문제는 어느 한쪽의 극단으로 치우칠 때 발생한다.

 

1990년대의 세 기업, 시어스(Sears), 빈즈(Beenz), 그리고 아마존을 비교해 보자.

 

시어스는 인터넷이 아무것도 바꾸지 못할 것이라는 쪽에 베팅했다가 쇠락의 길을 걸었다. 빈즈는 인터넷이 모든 것을 바꿀 것이라 베팅하며 온라인 가맹점에서만 쓸 수 있는 포인트 기반 통화를 만들었으나 결국 실패로 끝났다. 반면 아마존은 인터넷이 '유통 방식'을 바꿀 것이라 베팅하는 동시에, 결코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핵심 가치에 자신들의 전략을 굳건히 뿌리내렸다.


한쪽에는 '변화', 다른 한쪽에는 '불변성'이 자리한 벤다이어그램의 정확한 교집합을 사수한 것이다. 변화는 경쟁력을 만들어냈고, 불변성은 복리 성장을 이끌었다. 성공하는 모든 기업은 예외 없이 이 공식을 따른다.

 

지난 100년 동안 인류는 말에서 제트기로, 편지 교환에서 스카이프 영상 통화로 진화했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모든 비즈니스의 배경에는 언제나 시대를 관통하는 몇 가지 불변의 전략이 함께 존재한다.

 

  1. 더 낮은 가격
  2. 더 빠른 문제 해결
  3. 자신의 시간에 대한 더 큰 통제권
  4. 더 넓은 선택의 폭
  5. 향상된 편안함
  6. 즐거움과 호기심
  7. 더 깊은 인간적 상호작용
  8. 더 높은 투명성
  9. 부작용 및 피해의 감소
  10. 더 높은 사회적 지위
  11. 향상된 신뢰와 확신

 

이러한 가치들에는 과감하게 장기적인 베팅을 던져도 좋다. 미래의 인류가 이 가치들에 대한 관심을 끊을 확률은 단언컨대 '0%'에 가깝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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