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1조에 회사를 매각하고 방황하고 있습니다

원문: <I am rich and have no idea what to do with my life>

2026.08.19 |
from.
비즈쿠키

Editor: Alex

 

뉴스레터를 쓰면서 종종 생각합니다.

 

좋은 글이란 무엇일까.

 

아직 명료한 답은 찾지 못했습니다.

 

다만 좋은 글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제가 좋아하는 글이 무엇인지는 알게 되었습니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솔직한 글입니다.

 

남에게 보여주기 창피한 결핍과 흑역사, 숨기고 싶은 욕망을 다루는 글을 읽을 때, 저는 그 글이 살아있다고 느낍니다. '이런 것까지 얘기한다고?' 싶은 순간에요.

 

며칠 전, 오랜만에 그런 글을 읽었습니다.

 

1조 3000억 원에 회사를 성공적으로 매각했지만, 그 이후 오히려 삶의 방향을 잃어버린 한 창업가의 글입니다.

 

흔한 성공담이 아닙니다. 한 사람의 불안과 허영, 이별과 방황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조금 더 나아가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재밌게 읽으시길 바랍니다.

 

에디터 픽!


  • 회사를 매각한 후, 나는 평생 다시는 일할 필요가 없는, 그 누구의 공감도 얻기 힘든 철저히 이질적인 상황에 놓였다. 세상 모든 일이 그저 게임 속 '사이드 퀘스트'처럼 느껴질 뿐, 내게 어떤 영감도 주지 못한다.

 

  • 나는 이것이 내 '인생의 소명'이라며 스스로를 기만하기 위해 온갖 거창한 명분들을 끌어다 붙였다. "지금까지의 모든 과정은 정확히 이 순간을 위한 것이었다"라고 되뇌면서 말이다.

 

  • 내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다름 아닌 '일론 머스크처럼 보이는 것'이었고,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낯이 뜨거워졌다.

 

  • 결국 나는 한계를 밀어붙여 계획했던 두 번의 정상 등정을 모두 완수했고, '어려운 일을 해내는 것'이 내 삶에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 다시금 깨달았다.

 

  • 하지만 아직 내 안에는 해답을 찾지 못한 몇 가지 질문들이 맴돌고 있다.

 

에세이

본 아티클은 <I am rich and have no idea what to do with my life>의 내용을 번역 및 편집한 글임을 밝힙니다.


 

지난 한 해, 내 삶은 짙은 안갯속을 헤매는 듯했다. 회사를 매각한 후, 나는 평생 다시는 일할 필요가 없는, 그 누구의 공감도 얻기 힘든 철저히 이질적인 상황에 놓였다.

 

세상 모든 일이 그저 게임 속 '사이드 퀘스트'처럼 느껴질 뿐, 내게 어떤 영감도 주지 못한다.

 

돈을 벌고 지위를 얻기 위해 나를 몰아붙이던 욕망은 자취를 감췄다. 내게는 무한한 자유가 주어졌지만 이를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하며, 솔직히 말해 삶에 대해 그리 낙관적이지도 않은 상태다.

 

안다. 이것이 억만장자가 할 법한 배부른 소리라는 걸. 이 글을 쓰는 목적은 자랑을 하려거나 동정을 구하기 위함이 아니다. 솔직히 나조차도 이 글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억지로 목적을 쥐어짜내 보려 했지만, 그저 위선자가 된 듯한 기분만 들었다. 당장 내 삶에 뚜렷한 확신이나 목적이 없는 마당에, 블로그 글 하나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려 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오로지 나의 이기적인 목적을 위해, 현재 내 상황을 있는 그대로 늘어놓으려 한다. 인터넷 너머 익명의 대중 앞에 나 자신을 완전히, 그리고 낯부끄러울 정도로 무방비하게 드러내기 위해서다. 이 글을 통해 무언가를 얻겠다는 기대는 추호도 없다.

 

1. 6,000만 달러를 포기하다

지난해 3월, 나는 내 삶의 다음 행보를 전혀 갈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창업한 회사(Loom)를 인수한 대기업(Atlassian)에 남는 것은 결코 내 길이 아님을 직감했다. 흔히 짐작할 수 있는 대기업의 병폐들—만연한 사내 정치, 굼뜬 업무 속도, 게임 속 NPC처럼 영혼 없이 일하는 동료들—때문이었다.

 

하지만 6,000만 달러(약 800억 원)에 달하는 보상 패키지를 포기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이미 평생 쓰고도 남을 돈을 벌었음에도, 인간의 마음이란 저런 거대한 숫자 앞에서는 참으로 간사하게 흔들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해답을 찾기 위해 레드우드(Redwood) 숲으로 떠났다.

 

하이킹을 시작한 지 5분 만에, 거대한 나무들이 내게 미소를 지으며 단순명료한 진리를 속삭였다.

 

'자유를 얻기 위함이 아니라면, 돈이 대체 무슨 소용인가?'

'시간이 아니라면, 나에게 가장 희소한 자원은 대체 무엇인가?'

 

나는 무언가를 하기 위해, 그게 무엇이든 다시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그곳을 떠나야만 했다.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는 전혀 몰랐다. 하지만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내 삶을 잘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기어코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그것은 내 알량한 자존심 때문이었고, 미지의 세계로 내던져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삶을 온전히 집어삼킨 무언가에 몰두하다 보면, 그동안 익숙해졌던 삶의 확실성과 목적의식을 내려놓기란 결코 쉽지 않다.

 

2. 흑역사

숨 막히던 10년의 여정을 마친 직후의 2주 동안, 나는 '건강한 정신을 가진 정상인이라면 으레 그러하듯' 로보틱스 분야의 투자자와 창업자 70여 명을 미친 듯이 만났다. 나는 한동안 로봇 공학을 공부해왔고, 컴퓨터에 팔다리를 달아주는 일에 내 온몸을 던지겠다고 굳게 확신하고 있었다.

 

나는 이것이 내 '인생의 소명'이라며 스스로를 기만하기 위해 온갖 거창한 명분들을 끌어다 붙였다. "지금까지의 모든 과정은 정확히 이 순간을 위한 것이었다"라고 되뇌면서 말이다.

 

"전 세계가 심각한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는 중국에 맞서 경쟁력을 갖춰야만 한다!"

"단순 반복 노동을 대체할 시장은 수조 달러 규모에 달한다!"

 

하지만 2주가 끝날 무렵, 나는 완전히 김이 빠져버렸고 스스로가 바보처럼 느껴졌다. 나는 로봇 회사를 창업하고 싶지 않았다. 내게 흥미로웠던 유일한 대상은 휴머노이드뿐이었다.

 

내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다름 아닌 '일론 머스크처럼 보이는 것'이었고,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낯이 뜨거워졌다.

 

지금 이 문장을 타이핑하는 것조차 고통스러울 지경이다.

 

3. 여자친구와의 이별

로봇 회사를 차리지 않기로 결심한 후, 나는 방향타를 잃은 배처럼 표류했다. 삶의 지향점이 사라졌다. 나는 한없이 다정하고 헌신적인 (전) 여자친구와 함께 수많은 아름다운 곳을 여행했다. 이 6개월의 시간만으로도 에세이 몇 편은 거뜬히 쓸 수 있겠지만, 결론적으로 이 시기에 제대로 굴러가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우리는 수시로 다투기 시작했고, 원인은 그녀가 아니라 내게 있었다. 나는 지난 몇 년간 마음 한구석에 깊이 욱여넣어 두었던 거대한 불안감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나누었던 2년여의 관계에 마침표를 찍었다. 뼈를 깎는 듯한 고통이었지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나는 나 자신과 온전히 독대해야만 했다.

 

나는 Loom 초창기 시절, 내 삶의 위치에 대해 강한 안정감을 느꼈다는 사실을 이제야 조금씩 깨닫고 있다. 그 안정감의 8할은 내가 걷고 있는 여정에 대한 극도의 감사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나는 있는 그대로의 모든 것에 만족했다. 회사의 성장 곡선은 내가 꿈꾸던 그 이상이었다. 나는 행복했고 안정적이었다. 다음 날 이 모든 것이 잿더미로 변한다 해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회사가 연일 새로운 정점을 갱신하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자, 스스로에 대한 내 기대치가 높아졌고 다른 사람들이 내게 거는 기대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우리가 첫 번째 대규모 구조조정을 맞았을 때, 내 자아와 끈끈하게 결속되어 있던 회사가 치명상을 입으면서 나는 나 자신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Loom과 함께한 이 거대한 챕터는 나의 내면에 실타래처럼 엉킨 콤플렉스와 불안감을 낳았고, 나는 이제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 그 지독한 매듭을 힘겹게 풀어내야만 한다.

 

(만약 내 전 여자친구가 이 글을 읽는다면. 그동안 모든 것에 고마웠어. 네게 필요한 사람이 되어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

 

4. 히말라야 등반

여자친구와 헤어진 후, 나는 다시 한 번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으레 그러하듯' 등반 경험이나 훈련이 전무한 상태에서 히말라야의 6,800미터 고봉을 등반하여 내 감정을 외부로 발산하기로 결심했다.

 

계곡 트레킹 초입, 고산병과 살인적인 추위, 그리고 만성 기관지염이 본격적으로 내 숨통을 조이기 전까지만 해도 이것은 세상에서 가장 끝내주는 아이디어처럼 보였다. 하지만 길에서 마주친 모든 이들이 "도대체 훈련을 얼마나 오래 했느냐"고 묻기 시작하면서, 내가 얼마나 정신 나간 짓을 벌였는지 뼈저리게 실감했다.

 

두말할 필요 없이 끔찍한 고비의 연속이었다. 어느 정상 부근에서는 극심한 저산소증에 시달렸고, 환각에 빠져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절벽을 레펠로 내려와야 했다.

 

하지만 결국 나는 한계를 밀어붙여 계획했던 두 번의 정상 등정을 모두 완수했고, '어려운 일을 해내는 것'이 내 삶에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 다시금 깨달았다.

 

그것은 내 삶을 박동하게 하는 심장과도 같다. 그 이유를 100% 이해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썩 순탄치 못했던 나의 어린 시절 환경과 어떤 연관이 있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 친구들에게 나의 신나는 산악 무용담을 늘어놓자, 한 친구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제안을 던졌다. 일론(Elon)과 비벡(Vivek)이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에 합류해, 국가 채무 불이행이라는 최악의 파국으로 곤두박질치는 미국을 구하는 데 힘을 보태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몇몇 인맥을 동원해 연락을 취했고, 곧바로 합류하게 되었다. 랩을 하듯 말이 빠르고 특정 분야에 자폐적일 만큼 경이로운 천재성을 번뜩이는 사람들과 8번의 통화를 거친 후, 나는 여러 개의 시그널(Signal) 메신저 방에 초대되었고 즉시 실무에 투입되었다.

 

5. DOGE에서의 4주

DOGE의 최종 면접관과 대화를 시작한 지 단 2분 만에, 그는 내게 팀에 합류하고 싶은지 물었다. 내가 "그렇다"고 답하자 그는 "좋아"라고 짧게 답했고, 나는 즉각 여러 시그널 그룹에 편입되었다. 나는 곧장 소프트웨어, HR, 법무 팀과 연결되었고 0에서 100으로 순식간에 기어를 올려 쉴 새 없이 회의를 돌리며 닥치는 대로 일했다. 추수감사절 바로 전날 벌어진 일이다.

 

이후 4주 동안 내 삶은, 내가 지금껏 대화를 나눠본 이들 중 가장 기민하고 똑똑한 인재들을 영입하기 위한 수백 통의 전화와, 외부에는 절대 발설할 수 없는 극비 프로젝트들, 그리고 정부 시스템이 얼마나 처참하게 망가져 있는지 두 눈으로 목격하는 과정이었다. 정말이지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시간이었다.

 

나는 '절박함'과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거대한 미션'이 지닌 파괴력을 배웠다.

 

활자로나 읽어서 안 것이 아니라 피부로 직접 부딪히며 체득했다. 그 압도적인 에너지를 경험하고 나니, 앞서 시도했던 나의 로보틱스 창업 소동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동시에, DOGE의 미션이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과제임은 틀림없지만, 현재의 내게 가장 절박하게 집중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아니라는 사실 또한 깨달았다. 나는 다시 불확실성 속으로 걸어 들어가 나의 불안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한동안 그 불안과 기꺼이 동거하는 법을 배워야만 했다. DOGE는 내 근원적인 결핍을 채워줄 수 없었다.

 

그래서 그 강렬하고도 취할 듯이 매혹적이었던 4주의 시간이 흐른 뒤, 나는 가장 똑똑한 사람들과 함께 미국 정부를 구원하겠다는 장대한 계획을 접고 워싱턴 D.C.로의 이주를 전면 취소했다. 그리고 하와이행 편도 티켓을 끊었다.

 

6. 하와이 생활

그렇게 나는 지금 하와이에 머물고 있다. 여기서 물리학을 공부한다. 왜냐고? 내가 나 자신에게 둘러대는 표면적인 이유는, 제1원칙(First principles) 사고의 근간을 탄탄히 다져 현실 세계의 실물 제품을 제조하는 하드웨어 회사를 창업하기 위함이다.

 

꽤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나는 그저 물리학을 배우는 행위 자체로 내가 행복하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중이다. 배움 그 자체가 목적일 뿐이다. 이것이 아무런 결과물로 이어지지 않는다 해도 괜찮다. 이로 인해 두 번 다시 Loom 시절만큼 눈부신 업적을 남기지 못한다 할지라도 기꺼이 감수할 것이다.

 

가식 없는 날것 그대로의 진짜 내 모습과 마주한 지 너무나 오랜 세월이 흘렀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내뱉는 모든 말과 행동에 건강한 수준의 겸손을 덧입히고 있다. 그것만이 내게 가장 진정성 있게 느껴지는 유일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내 안에는 해답을 찾지 못한 몇 가지 질문들이 맴돌고 있다.

 

  • 왜 나는 이 지점에 도달하기 위해 나 스스로를 극한까지 몰아붙여야만 했을까?
  • 왜 나는 Loom을 떠나며 그저 쿨하게 "다음에 뭘 할지 아직 모르겠다"고 솔직히 털어놓지 못했을까?
  • 왜 나는 그 여정이 오직 '거창하고 원대한 것'일 때만 뛰어들 가치가 있다고 믿었을까?
  • 지극히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존재로 남는 것이 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 누군가를 실망시킨다는 사실이 내게는 왜 이토록 끔찍한 고통일까?

 

아직 정답은 모른다.

하지만, 나는 기필코 답을 찾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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