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주간모기영 108호

[원중캉의 생태주의로 영화읽기] <다크 워터스>(2019), [5회 모기영] 일정 안내

2023.10.21 | 조회 6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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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중캉의 생태주의로 영화읽기

<다크 워터스>(2019) - 약자의 편에 선 다윗의 노래

 

골리앗에 맞서는 헐크?

 헐크 캐릭터로 우리에게 친숙한 배우 마크 러팔로는 환경보호활동에 무척 진심인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언론이 그를 소개할 때 배우가 아닌 액티비스트로 언급할 만큼 전문성을 지닌 환경운동가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요. 그는 환경단체를 설립해서 미국 가스회사의 프래킹 공법이 일으키는 막대한 수질오염을 저지하는 영역에서 큰 영향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환경보호 활동가 배우 마크 러팔로
환경보호 활동가 배우 마크 러팔로

그렇게 수질보호 활동에 앞장서고 있는 그가 주연으로 참여했을 뿐 아니라 제작을 주도하여 만든 영화가 <다크 워터스>입니다. 영화의 바탕이 되는 사건을 뉴욕타임즈의 기사에서 알게 된 뒤, 직접 쓴 각본을 토드 헤인즈 감독에게 전달했을 만큼 그에게 있어 다크워터스는 이 세상에 꼭 알려야만 하는 중요한 진실을 담은 이야기였지요.

<다크 워터스>(2019) 스틸컷 (이미지 출처 : 구글 포털)
<다크 워터스>(2019) 스틸컷 (이미지 출처 : 구글 포털)

 영화는 세계 최대의 화학기업 '듀폰'사에 맞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이어오고 있는 변호사 롭 빌럿이라는 실존인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듀폰사는 장갑차의 외피에 방수성능을 강화하기 위해 사용했던 PFOA라는 유독성 화학물질을 폐기하고 매립하는 과정에서 웨스트 버지니아주 파커즈버그의 마을에 심각한 오염을 일으켰죠. 이 물질이 인체에 극도로 유해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듀폰사는 프라이팬과 건축자제 등 일상생활에 밀접한 제품들에 이것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며 세계 최대의 환경 스캔들을 일으킵니다. 이로 인해 오늘날 인류의 99%가 PFOA에 중독되어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영화를 통해 밝혀지지요. 영화에는 사건의 실제 인물인 롭 빌럿 본인 뿐 아니라 듀폰사가 감행한 인체실험의 피해당사자인 버키 베일리가 깜짝 출연함으로서 사건의 현실감이 더 크게 전달되기도 합니다.

<다크 워터스>(2019) 스틸컷 (이미지 출처 : 구글 포털)
<다크 워터스>(2019) 스틸컷 (이미지 출처 : 구글 포털)

 

약자의 편에 서기 위해

<다크 워터스>(2019) 스틸컷 (이미지 출처 : 구글 포털)
<다크 워터스>(2019) 스틸컷 (이미지 출처 : 구글 포털)

- 자넨 아직도 놈들과 한패야.
- 진심이에요? 제가 어떤 위험을 무릅썼는데요?
- 상이라도 줄까? 살면서 딱 한 번 약자의 편에 섰으니까?

피해 농장주 윌버 테넌트와 롭빌럿이 나누는 대화 

원래라면 화학기업의 입장을 변호해야 할 변호사 롭 빌럿은 듀폰에 의해 극심한 피해를 입은 농장주 윌버 테넌트로부터 갑작스러운 변호 의뢰를 받게 됩니다. 이로서 그는 변호사로서 사회적 약자의 입장과 거대자본의 논리 중 어느 편에 서야 할지를 선택해나가며 변호사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더 분명히해가는 모습을 보여주지요.

<다크 워터스>(2019) 스틸컷 (이미지 출처 : 구글 포털)
<다크 워터스>(2019) 스틸컷 (이미지 출처 : 구글 포털)

이 과정에서 그는 주요한 사업 파트너였던 듀폰사와 적대적인 관계가 되어야 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회사에 큰 재정적 부담을 안기는 등 많은 희생을 감내합니다. 하지만 도무지 넘기 어려운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을 반복하지요. 그럴 때마다 그의 마음을 흔들고 정신을 차리게 만드는 것은 고통받는 피해당사자들의 눈물과 억울함이었습니다. 그렇게 그는 장장 13년간 자리를 지키며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였고 듀폰으로 하여금 잘못을 인정하도록 만드는 작은 승리를 이루어 냅니다. 

<다크 워터스>(2019) 스틸컷 (이미지 출처 : 구글 포털)
<다크 워터스>(2019) 스틸컷 (이미지 출처 : 구글 포털)

 롭이 듀폰과의 지난한 싸움을 이어가면서 느끼는 심리적 중압감을 표현하기 위해 영화는 그를 시종일관 짖누르고 옥죄어오는 세로로 된 직선들을 롭의 주변에 배치합니다. 그의 동료로서 함께하는 변호사들은 자신의 입장에 따라 롭과 함께 그 세로선들 아래에 놓이기도 하고, 때로는 애매한 경계에 걸쳐있기도 하지요. 롭이 끝내 자리를 지키며 밝혀낸 진실이 점차 수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되기 시작하면서 마침내 이야기의 반전이 이루어지는 순간, 수직으로 그를 짖누르던 선들은 불현듯 가로로 펼쳐진 큰 대로를 이루며 오랜기간 버텨온 그의 인내에 경이를 표합니다. 

<다크 워터스>(2019) 스틸컷 (이미지 출처 : 구글 포털)
<다크 워터스>(2019) 스틸컷 (이미지 출처 : 구글 포털)

수백건에 달하는 재판에 어김없이 출석하며 자리를 지켜온 그와 판사가 나누는 대화에서 그가 던지는 마지막 한마디는 큰 울림을 줍니다.

- 안녕하십니까, 재판장님. 원고측 변호사 롭 빌럿입니다.
- 아, 아직 있었군요?
- 아직 여기 있습니다.

<다크 워터스>(2019) 스틸컷 (이미지 출처 : 구글 포털)
<다크 워터스>(2019) 스틸컷 (이미지 출처 : 구글 포털)

 

약자의 편에서 부르는 다윗의 노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견되는 무거운 싸움을 견디는 동안 롭과 그의 아내 사라는 그리스도교 신앙에서 마음의 위로와 힘을 얻습니다. 

주여, 당신이 내 곁에 계심을 압니다. 언제나 저의 편에 서 계시지요.
Lord i know you are near, standing always at my side.

적으로부터 나를 지키시며, 영원히 나를 인도하십니다.
You guard me from the foe, and you lead me in ways everlasting.

가톨릭 성가 'You are near'의 가사

세 아들과 함께 미사에 참여한 롭과 사라가 덤덤한 표정으로 따라 부르는 이 오래된 성가의 가사는 약자의 편에 서며 짖누르는 현실의 시간을 견디는 두 사람의 상황과 어우러지며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시편 139편, 다윗의 노래로 이루어진 이 성가의 가사는 골리앗과 같은 거대 자본의 폭력 앞에서, 평화를 소망하는 이들이 품는 기도가 어디로 향해야 할지를 시사합니다. 신을 향해 감히 내 편에 서달라고 구하는 우리의 기도는, 시대의 죄악에 짖눌려 고통당하는 약자의 입장에서 고백할 때 온전하고 분명한 의미를 띄게 되는 것이겠지요. 독자님의 기도 속에는 어떠한 울음의 목소리가 담기어있는지요?

<다크 워터스>(2019) 스틸컷 (이미지 출처 : 구글 포털)
<다크 워터스>(2019) 스틸컷 (이미지 출처 : 구글 포털)

 영화에서와 같이 인간의 폭력 앞에 절규하는 생태계와 이웃들의 눈물을 기억합니다. 잼버리의 파행으로 그 분명한 실패를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새로운 논리로 고개를 내미는 새만금 개발사업, 산양의 터전을 파괴하며 지어지는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천연기념물 팔색조의 거처를 밀어내고 기어이 추진하는 노자산 골프장의 투쟁 현장들을요. 그 슬픔과 한탄의 현장에서 골리앗과의 싸움을 함께 견뎌낼 이들을 기다리는 이웃들의 눈빛이 어른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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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 모기영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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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늑하고 프라이빗한 KT&G 상상마당 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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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카펫 대기실에서 강원중 사무국장, 강신일 위원장, 박일아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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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영화제에서 뭉치는 게 취미인 모기영,
깊은 가을 울주에서 펼쳐지는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서 또한번 뭉쳤습니다.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 장다나 프로그래머의 GV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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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일 집행위원장
강신일 집행위원장

환경과 사람을 고민하는 영화제에서
모기영 식구들과 만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참 반갑고 뜻깊은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다가오는 5회 모기영, 많이 기대해주시고
다가오는 텀블벅 펀딩에도 많이 참여해주세요! :)

 / 편집디자인 강원중

 

2023년 10월 21일 토요일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주간모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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