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주간모기영 147호

[원중캉의 생태주의로 영화읽기]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과 에코페미니즘

2024.10.08 | 조회 2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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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중캉의 생태주의로 영화읽기

<삼진그룹 영어토익반>(2020)과 에코페미니즘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코로나 펜데믹으로 극장가가 직격탄을 맞은 시점에도 크게 흥행한 국내영화 중 하나입니다. 세 주연배우의 훌륭한 호흡과 90년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감성이 더해져 유쾌한 웃음과 쾌감을 주는 영화로 입소문을 탔지요. 영화는 90년대 국내 기업들 사이에 불었던 토익 열풍, 그리고 1991년에 일어난 두산그룹의 낙동강 페놀유출사건을 모티브로 삼고 있습니다.

이미지출처 - 연합뉴스
이미지출처 - 연합뉴스

 영화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있지만, 이 영화는 에린 브로코비치나 다크워터스와 같은 환경영화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생태주의자로서 저에게는 진작에 호감인 영화였지만, 이 영화가 좀 더 의미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야기의 중심에 여성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90년대에 만연한 차별적 풍경을 경유하여 여전히 가득한 오늘날의 차별을 인지하게 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환경오염의 서사와도 연결되면서 생태계를 바라보는 여성주의적 관점인 ‘에코페미니즘’과 딱 맞아떨어지는 구도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KBS
이미지 출처 - KBS

 90년대 초 자영과 같은 여성들이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지극히 부당한 처우를 겪는 동안, 지구 반대편의 페미니스트들은 에코 페미니즘 운동을 활발히 전개하기 시작했습니다. 인도의 생태사상가 반다나 시바에 의해 이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개념이 된 에코페미니즘은 오늘날 생태적 위기와 환경의 멸절이 가부장적 자본주의로 인한 결과이며 여성과 환경은 가장 먼저, 가장 심각하게 폭력을 입은 대상으로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우리는 페미니스트로서 무엇보다 남성의 지배로부터 여성이 해방되는 것을 추구하지만, 근대화 및 개발과정과 진보가 자연세계 오염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묵과할 수 없었다. 우리는 환경재난과 환경악화가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이 남성에 대한 영향보다 더 컸으며, 또 어디서나 환경파괴에 먼저 반대하는 사람도 여성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마리아 미스 & 반다나 시바, <에코페미니즘> p.49
이미지 - 롯데엔터테인먼트
이미지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도 정확히 그러한 구도를 엿볼 수 있지요. 여성들에 대한 가부장사회의 차별과 폭력은 학벌주의라는 폭력으로, 자본을 등에 업은 다국적기업의 악날한 사기행각으로, 급기야 독극물을 강에 쏟아내어 지역주민들과 생태계를 죽음에 이르게 만들고도 어떠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거대 악으로 연결됩니다. 그리고 그 폭력의 희생자는 누구보다 여성들이며 지역의 무고한 주민들이고 궁극적으로 자연생태계라는 것을 영화는 잘 담아내고 있지요. 페놀이 콸콸 쏟아지는 배수로 앞에서 자영이 안고 있던 어항 속 금붕어는 가부장적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구조 앞에 선 무력한 자영의 모습과 동일시됩니다. 그러나 영화는 바로 그 자영의 양심에 의해, 고졸출신 여사원들의 연대에 의해, 또한 이에 공감하고 일찍 깨우침을 얻은 몇몇의 남성들에 의해 변혁이 일어나는 과정을 유쾌하게 보여주지요. 비록 판타지스러운 결말이지만 영화에서나마 이루어지는 연대와 승리의 경험이 우리 삶의 현실에 펼쳐진 크고 작은 싸움을 계속해서 이어갈 발랄한 용기를 주는 영화라 여겨집니다. 

‘만일 우리가 계속해서 자본주의 가부장제의 낡은 패러다임, 즉 기계론적인 세계관, 자본 중심의 경쟁적 경제, 지배-폭력-전쟁 및 생태계와 인간에 대한 무책임의 문화에 기초한 패러다임에 뿌리를 둔 것으로 우리의 역할을 이해한다면, 점점 더 심해지는 기후재난, 생물종 멸종, 경제 붕괴, 인간의 불의와 불평등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마리아 미스 & 반다나 시바, <에코페미니즘> p.22
이미지 출처 -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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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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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페미니즘의 문제의식에 크게 공감하며, 이 운동이 제시하는 결론을 톺아보게 됩니다. 그것은 소비주의에 맞서는 자발적 소박함, 민중운동 속에서 피어나는 자급적 사회로 귀결됩니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결국 토익점수를 따내고 대리로 승진해서 회사의 소중한 일꾼들이 되었다는 점에서 별다른 해방을 이루어낸 것 같아보이지는 않지만, 결국 자신의 자리에서 새롭고 합리적인 사회를 재생산해낸다는 점만을 보자면, 에코페미니즘의 결론과도 퍽 맞아떨어지는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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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지난 한 주 포스트로잔, 창조세계돌봄 포럼에 참여하여 다녀왔습니다. 지난 50년간, 기독교 복음주의가 고백하는 바를 선언문으로 정리해 온 로잔대회의 역사에 이어 한국 인천에서 진행된 2024년의 로잔대회는 수치스러운 퇴보를 보여주었다는 평가가 곳곳에서 들려옵니다. 세계의 폭력과 굶주림, 환경적 재앙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채, 동성애를 향한 정죄에 집중하고, 애써 얻은 선교의 총체성에 관한 신학을 교회중심의 구호로 축소했다는 비판들이 슬픈 절규로 다가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로잔에 참여한 세계 교회의 리더들 중 많은 이들이 다양성 속에서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에 집중하며 한길을 걸어왔다는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창조세계돌봄이 그리스도인에게 중요한 선교적 과제임을 고백하며 이에 관한 신학적, 실천적 선언을 정리해 온 역사가 있었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큰 위로로 다가왔습니다. 창조세계돌봄에 대한 진지하고도 순전한 논의의 과정을 지켜보며, 피조세계에 대한 하나님의 관심이 여전히 그리스도인들의 손과 발을 통해 깨어진 세상 속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감격을 받습니다. 멸절해가는 생태계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조용히 어쩌면 신이 없는 것이 아닌가 절망하고 있던 차였나 봅니다. 어느새 그 절망이, 생태계를 바라보며 절규하시는 하나님의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받아들여지며 연일 눈물을 참기 어려운 나날을 보내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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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가을, 제6회 모기영도 성큼 다가왔다는 것이 느껴지네요!
여러 일들로 분주히 지나간 2024년이지만, 이제 다가오는 축제의 시간에 집중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정돈하는 중입니다!

조만간 텀블벅 펀딩소식과 전체 라인업 소식으로 찾아오겠습니다 :)

 

 / 편집디자인 강원중

2024년 10월 7일 월요일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주간모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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