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주간모기영 106호

[은프로의 책과 영화] 슈테판 츠바이크의 『광기와 우연의 역사』(1927)와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펜하이머>(2023), [5회 모기영] 후원에 감사합니다!

2023.10.07 | 조회 4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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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프로의 책과 영화]

슈테판 츠바이크의 『광기와 우연의 역사』(1927)와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펜하이머>(2023)

 

오스트리아의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1881-1942)의 책들 중 『광기와 우연의 역사』(이화북스, 2020)를 특히 좋아합니다. 세계사의 획을 긋는 엄청난 사건들이 아주 하찮고도 우연한 계기나 판단착오 혹은 실수로 촉발되었다고 보고 그 순간들을 추적한 열 네 편의 이야기들이 실려 있는데요, 최근 출간된 완역판에는 키케로의 죽음과 공화국 로마의 종말을 다룬 에피소드, 그리고 강력한 국제협력에 대한 윌슨 대통령의 열망이 좌절되는 순간이 포함되었습니다. 그는 이런 순간들을 ‘별처럼 빛나는 순간들’이라고 불렀어요.

예술 분야의 천재가 시대를 넘어 영향을 끼치듯이 역사에서 별처럼 빛나는 순간은 수십 년에서 수백 년의 역사를 결정짓는다. 이런 경우에는 모든 대기권의 전기가 피뢰침 꼭대기로 몰리듯이, 헤아릴 수 없는 사건들이 지극히 짧은 구간의 시간에 몰린다...... 이 순간 단 한번 ‘예’ 혹은 아니오‘라는 말을 함으로써, 단 한 번 너무 빨리 혹은 너무 늦게 행동함으로써 사태는 영원히 돌이킬 수 없게 되면서 한 개인의 삶은 물론이고 한 민족의 삶, 심지어는 인류 전체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다.

『광기와 우연의 역사』 서문에서

그에 따르면 동로마제국의 멸망에 결정적이었던 순간은 콘스탄티노폴리스 성의 작은 출입문을 잠그는 것을 잊어버린 어느 문지기의 하룻밤 실수였습니다. 나폴레옹의 워털루전 패배는 지나치게 평범한 것이 문제였던 에마누엘 그루쉬 원수가 위기상황에서 고지식하게 주군의 명령에 복종했기 때문이었고요. 이와 같은 방식으로 츠바이크는 신대륙 탐험과 식민지 개척의 역사와 헨델과 괴테,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와 같은 위대한 예술가들의 역작이 탄생한 배경, 그리고 키케로와 레닌과 윌슨 같은 이름난 정치가와 전략가들이 남긴 결정적인 순간들을 소설보다 흥미진진하게 되살려냈습니다.

슈테판 츠바이크, 『광기와 우연의 역사』(1927), 정상원 옮김, 이화북스, 2020. [이미지출처: 인터넷교보문고]
슈테판 츠바이크, 『광기와 우연의 역사』(1927), 정상원 옮김, 이화북스, 2020. [이미지출처: 인터넷교보문고]

오랜만에 츠바이크의 책을 다시 들춰본 것은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오펜하이머> 때문이었어요. 인류에 핵을 가져다 준 사내의 이야기인 <오펜하이머>는 참으로 시의적절하게도 일본이 핵 오염수를 방류하기 시작한 2023년 8월 24일 직전에 우리에게 도달했지요. 과거 원자폭탄의 최초 피해자였던 나라가 현재와 미래 전 인류를 대상으로 한 ‘핵 테러’의 가해자가 되어 역사의 무대에 다시 오른 시점에 말입니다. 츠바이크의 『광기와 우연의 역사』는 맨 처음 출간된 1927년 다섯 개의 에피소드로 시작해서 해를 거듭하면서 에피소드들이 추가된 버전을 갖게 된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비록 그는 1942년에 브라질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지만, 만약 츠바이크가 살아서 제2차 세계대전의 종식을 경험했더라면 틀림없이 핵무기 개발의 역사를 그의 목록에 추가하지 않았을까요.

<오펜하이머>(크리스토퍼 놀란, 2023) [이미지출처: 다음영화]
<오펜하이머>(크리스토퍼 놀란, 2023) [이미지출처: 다음영화]

부유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1904-1967)는 천재적인 지능과 뛰어난 학습능력으로 어려서부터 두각을 드러내는 학생이었어요. 그는 영국과 독일에서 수학하고 미국에 양자물리학을 전파한 장본인으로 여겨지는데요, ‘원자폭탄의 아버지’라는 별명과 함께 그를 가장 유명하게 만든 것은 1950년대 매카시 광풍의 최대 피해자라는 사실이었어요. 원자폭탄을 만들어 제2차 세계대전을 끝내는 데 크게 기여했지만, 공산당과의 연루설 때문에 오래도록 감시와 도청에 시달려야했죠. 자신의 학문과 지적인 탐구의 결과가 대량학살무기로 실제 사용되는 것을 목격하고 핵사용을 감시하고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과 실천에 여생을 걸었지만, 20세기 초 눈부신 발전을 만들어낸 과학자의 지위란 냉전시대에는 국가기밀 이상이 될 수 없고 심지어 제거대상이라는 것을 아프게 깨닫게 될 뿐입니다.

<오펜하이머>(크리스토퍼 놀란, 2023) [이미지출처: 다음영화]
<오펜하이머>(크리스토퍼 놀란, 2023) [이미지출처: 다음영화]

인류 최고의 발명품에서 최고의 근심과 공포가 된 핵에너지의 영락도 그러하지만, 오펜하이머 개인의 쇠락 또한 20세기의 초상이며 그 자체로 수많은 우연과 광기가 만나 만들어진 작은 역사입니다.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저의 눈에 들어온 결정적인 순간은 아인슈타인(톰 콘티)과 오펜하이머(킬리언 머피)가 호숫가에서 대화하는 것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로버트 스트로스(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의심과 질투에 찬 시선이었어요. 이후 오펜하이머는 동위원소 수출에 대한 공개석상의 논쟁에서 스트로스를 우스갯거리로 만들었고, 스트로스의 생일파티에서 그의 딸과 사위의 인사를 외면하기도 했지요.

<오펜하이머>(크리스토퍼 놀란, 2023) [이미지출처: 다음영화]
<오펜하이머>(크리스토퍼 놀란, 2023) [이미지출처: 다음영화]

천재 물리학자들 사이에서 자신이 ‘평범한 구두쟁이’로 취급당할까봐 전전긍긍했던 스트로스는 결국 권력자의 자리에서 이 영웅을 응징하기로 합니다. 인류를 궤멸시킬 수 있는 중대한 결정에서 조차도 원한이나 질투 같은 개인적인 감정에 이렇게 충실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더욱이 그의 원한은 오해에 기인한 것이었어요. 스트로스는 어떤 면에서는 자신의 가치와 존재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했고, 어떤 면에서는 자신이 지닌 권력의 무게를 과소평가했던 인물입니다. 전자는 천재 물리학자 오펜하이머와 천하의 아인슈타인이 만나 자신의 험담을 할 만큼 자신이 중요한 인물이라는 착각을 낳았고, 후자는 자신의 권력과 지위를 “자기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사적인 복수를 하는 데 동원하는 폭력이 되었죠.

놀란의 <오펜하이머>는 이처럼 역사의 어떤 챕터가 위대한 명분이 아닌 참으로 얄팍한 범인들의 심리와 하찮은 오해에 의해 쓰이기도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분히 ‘츠바이크스럽’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이란 우리가 기대하는 것처럼 그렇게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20세기 환멸에 대한 알레고리 같기도 하고요,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권력 수행의 매커니즘인 것 같기도 합니다.

<오펜하이머>(크리스토퍼 놀란, 2023) [이미지출처: 다음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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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 모기영 서포터즈 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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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를 채워주실 서포터즈를 모집합니다 :)
2023년 11월 16일 목요일부터 19일 일요일까지, 홍대 상상마당시네마/롯데시네마 홍대입구점에서 열리는 제5회 모기영과 함께하실 분들을 찾습니다. 영화를 사랑하고 좋은 사람들과 연결되고싶은 누구나!! 함께할 있습니다. 

🔸프로그램 지원팀 (10명) *영화제 자원봉사 경험자 우대
-영화상영시 문제가 없는지 모니터링
-관객 동선 안내 / 현장 발권관리

🔸 홍보팀(3명) *디자인, 홍보, 촬영 등에 관심이 있는 분 환영!
-영화제 현장 SNS홍보
-현장 촬영 보조

🔸 모집기간
-2023년 9월 18일(월) ~ 10월 6일(금) 자정까지

🔸 활동기간
-2022년 11월 16일(목) ~ 19일(일) 4일간

🔸 모집일정 
*1차 발표 : 10월 10일(화), 개별연락 
 *2차 온라인 면접 : 10월 11(수) ~ 12일(목)
-최종 합격자 발표  : 10월 13일(금), 개별연락(교육 일정)
-영화제 활동가 오리엔테이션 : 10월 14일(토), 오리엔테이션(발대식)

🔸 활동지원
- 소정의 활동비(식비) 제공
- 영화제 기념품 제공
- 영화제 상영작 티켓 증정
자원활동가 활동증명서 증정 (자체 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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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지원과 관심, 공유를 부탁드려요! :)

서포터즈 신청 링크 ▶︎▶︎▶︎  https://forms.gle/EgugfgN2efJLWUke8


소중한 정기후원 감사드립니다 ❤️

* 2023년 9월 1-30일 기준

강도영 강원중 강종철 구귀남 김대현 김동석 김명관 김소혜 김영준 김재균 김지향 김진선 김혜영 김희라 대지교회 류현 문형욱 박성민 박은영 박일아 박재우 박준용 박준형 박진숙 박현선 박현홍 배재우 서경희 송정훈 신동주 신원균 오늘교회 이동은 이범진 이신석 이유리 이유혁 장다나 정민호 조소희 지은실 채송희 최규창 최은 최현 한송희 님

보내주신 소중한 후원금에 감사드립니다.

모기영 후원안내 ( ▲ 이미지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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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중인 최은 프로그래머
10/6(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중인 최은 프로그래머

영화제의 계절이 돌아왔어요. 이번 주간모기영은 영화의 바다 부산에서 인사드립니다.

올해 다섯 살이 되는 모기영은 여러 영화제들을 부지런히 쫓아다니며 좋은 영화를 만나고 영화제 운영의 노하우들을 보고 들으면서 꾸준히 자라가고 있습니다.

참 어려운 시절, 힘을 다해 생존하고 각자의 미덕을 나누어주는 모든 크고 작은 영화제들을 응원하며 모기영도 누군가에게는 배울만한 것이 있는 영화제가 될 수 있기를 빌어봅니다.

깊어가는 가을날, 홍대인근에서 뵙겠습니다.

최은
편집디자인 강원중

 

2023년 10월 7일 토요일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주간모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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