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프로의 이책저책]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
여러 개의 마감이 겹쳐 숨이 턱에 걸릴 즈음엔 예쁜 그림이 글보다 많은 ‘고양이책’을 주문합니다. 읽는 게 아니라 주문한다는 게 중요합니다. 이 일이 끝나면 고양이책이 와 있을 거야, 라는 생각만으로 아드레날린이 솟는 것 같거든요. 마음이 힘들고 정신이 시끄러울 땐 가끔 난해한 철학서나 이론서 같은 벽돌책을 집어들기도 합니다. 평소라면 큰 맘 먹어야 시작할 수 있는 책이지만 몹시 힘든 순간에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이런 책을 집어드는 것은 저에게는 나름 자존심과 의지의 표현입니다. ‘생각이 제 마음대로 흘러가는 것을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다짐이라고나 할까요. 이 경우 제가 필요로 하는 것은 책의 주제나 의미보다는 그 책의 ‘그런’ 성격, 그러니까 물성 또는 스타일이겠죠.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의 앵거스 플레처라면 그건 “시선을 밖으로 돌리는” 일이며, 예컨대 “배외측 전전두피질의 강력한 걱정회로 같은, 반추를 부추기는 자기성찰적 뇌 부위가 점자 이완되는” 경험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해줄지 모르겠습니다.^^;
앵거스 플레처에게 문학은 ‘테크놀로지’이고 신기한 발명품입니다. 정확하게는 문학의 여러 수사법이나 서술기법들이 그렇다는 거겠지요. 그에 따르면 호머의 ≪일리아드≫는 인간이 내는 하나님 목소리(God-voice)를 고안하여 독자들에게 전능한 마음과 용기를 부여했고, ≪이솝우화≫는 풍자의 혁신인 패러디와 암시와 아이러니를 통해 평정심을 갖게 했습니다. ≪신데렐라≫의 샤를 페로는 도덕심과 미덕을 전제로 하지 않는 행운과 해피엔딩을 통해 기존의 동화를 전복해서 독자들에게 희망을 주었고,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그가 아들을 잃은 슬픔과 이룬 타협의 산물이었으며, 따라서 상실의 아픔을 달래준다고 플레처는 말합니다. 아이러니와 자유간접화법과 다중 입장의 내적독백이나 의식의 흐름 기법과 메타 호러처럼, 문학을 문학답게 하는 혁신과 새로운 시도는 모두 인간의 마음과 신경회로를 자극하는 정신활동과 관계있다며, 저자는 스물 다섯 개의 발명품에 과학적인 설명을 조목조목 덧붙입니다. 의미와 주제와 해석에 집착하기보다 문학이 주는 위로와 공감과 치유, 분노의 극복과 용기와 유대감 같은 효용과 혜택을 마음껏 누려보자고 제안하는 거죠. 혹시 여러분에게는 지금 어떤 문학이 필요하신가요?
바라기는, 너무 아프거나 슬픈 일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지금 영화가 필요하다”고 고쳐 말해 볼까요? 독서든 예술 감상이든, 의미추구가 우리의 정신을 고양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주는 놀라운 위로와 공감과 즐거움 덕분에 해석과 입장표명이 무색해지는 순간을 사랑하는 일도 절대로 포기할 수는 없겠죠. 우리는 그래서 영화를 보며 함께 울고 웃습니다.
그러고보니, 영화야말로 테크놀로지이고 20세기의 신박한 발명품이었네요.
[모기수다: 일곱 번째 이야기] <헤어질 결심>(2022)
영화제에서 상영 후 진행되는 모기영 시네토크가
깊이를 추구하는 해석을 향한 것이라면,
일상의 모기수다는 그야말로
영화의 효용가치와 공감력이 돋보이는 시간입니다.
누구나 아무 이야기나 하면서
각자 마음을 풀어내는 모임이죠.
일곱 번째 모기수다는
박찬욱 감독의 칸 수상작
<헤어질 결심>으로 만났습니다.
“분하다”
(불륜도 싫고 박찬욱도 별로 안좋아하는데, 이 영화는 좋다..ㅠ)
“통했다”
(감정이입, 붕괴직전..)
“당했다”
“독하다”
“천재다...ㅠ”
이런 이야기들이 오고갔다지요.
[모기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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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무더위가 기승이더니,
지난밤에는 뇌우가 대단했어요.
다시 맹렬해진 코로나와 더위와 한여름 폭풍 속에서도
안전하시기를, 잠시 빌어봅니다.
고맙습니다.
구독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2022.08.06.토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주간모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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