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프로의 이책저책]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뇌 해석 연구소의 연구원인 수빈과 한나는 아기들의 울음을 분석하던 중 신생아들이 서로 이상한 대화를 나눈다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랍니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아기들은 이런 말들을 하고 있었어요. “어떻게 하면 더 윤리성을 부여할 수 있을까?” “다들 거기에 잘 계신가요?” “아냐, 우리가 살아가야 할 곳은 여기야.”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요?
처음에는 데이터 오염이 아닌가 의심했지만, 점차 이들은 일곱 살 이하 인간 아기들의 뇌에는 외계에서 온 다른 존재가 살고 있다고 믿게 됩니다. 오래전 소멸해버린 행성의 외계 생물체들이 지구에서 살아가는 방법으로 아기들의 뇌에 기생하는 법을 택한 거죠. 생존의 욕구에 충실하기만 한 인간 아기들에게 이타심과 도덕성과 소위 ‘인간성’을 부여하는 것은 바로 그 존재들이었다는 것이 연구진의 결론입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합니다. 나에게 혹시 무언가 선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나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요. 「공생가설」이란 과연,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는 가설이네요.
천상의 외계와 지구상의 존재들의 조우와 공존, 서로 돌봄의 가치는 김초엽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모티프입니다. 또 다른 단편 「스펙트럼」에는 조난당해 40년 동안 우주에 남겨졌던 우주인 할머니 ‘희진’이 지적인 외계 생물체 ‘루이’의 돌봄을 받는 이야기가 나오죠. 수명은 3-5년에 불과하지만 고유의 언어체계와 의사소통능력을 갖고 있는 무리인의 일원인 루이는 40년 동안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루이로, 죽음 이후에도 몸을 바꾸어가며 희진의 곁을 지켰어요. 희진이 드디어 루이에게 ‘말’을 건네 소통하게 된 일에 대해 소설은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떠남과 사라짐이 영원한 것이 아니고 어디서든 어떤 모양으로든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과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 그래서 존재가 영원히 지속된다는 것이 위로가 되는 이야기였어요. 한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우주과학의 세계에, 이렇게 울컥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니 새삼 놀랍기만 합니다.
[4회 모기영 주제를 공개합니다!]
이처럼 매력적인 장르 SF와 판타지 영화들을 올해 모기영을 통해 만나보세요. 제4회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는 “실상가상”이라는 주제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네, 맞아요. 실은 ‘설상가상’이라고 말하고 싶기도 했을 겁니다. 엎친 데 덮친 것 같은 어려움들로 가득한 세상을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도 대중예술로서 영화는 영화의 할 몫이 있다고 믿으므로, 조금 에둘러 말해보기로 합니다, “실상가상”이라고요.
가상의 이야기 속에서 실상을 만나고, 허상과 공상이나 망상에 불과한 것처럼 보이는 아이디어에서 상상의 힘을 얻어낼 수 있다면, 설상가상의 현실도 조금은 극복 가능한 세상으로 다가오지 않을까요.
김초엽 작가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같은 우주에 있다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썼죠. “우리가 아무리 우주를 개척하고 인류의 외연을 확장하더라도, 그 곳에 매번, 그렇게 남겨지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우리는 점점 더 우주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갈 뿐인 게 아닌가.”(「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182쪽) 라고요.
모기영은 할 수만 있다면, 빛의 속도로 여러분에게 다가가겠습니다. 그럴 수 없다면, 이 세계의 외로움의 총합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일에 힘써보겠습니다.
제4회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는 다음과 같이 진행됩니다.
시간 비워두고 기다려주실 거죠? :)
주제: 실상가상
일시: 2022년 10월 28(금)-10월 30(일)
장소: 에무시네마
[모기수다: 여덟 번째 이야기] <드라이브 마이 카>(2021)
4회 모기영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상의 영화 수다는 계속됩니다. 지난 모임에서는 하마구치 류스케의 <드라이브 마이 카>를 보고 만났어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면서 안톤 체호프의 희곡 「바냐 아저씨」가 훌륭하게 녹아 있는 영화입니다. 체호프의 희곡에서 상처입은 바냐 아저씨와 조카 소냐가 서로를 위로하고 살아갈 힘을 얻듯이, 연극 「바냐 아저씨」를 연출하는 주인공 가후쿠는 죽은 딸 또래의 운전기사 미사키를 만나 그의 아픔을 보듬으며 비로소 자신만의 바냐 아저씨를 연기할 수 있게 됩니다.
영화의 결말에 대해 이야기할 때 특히 수다스러웠던 기억이 나네요. 미사키는 지금 누구와 살고 있는가, 그는 혼자인가, 왜 빨간 차를 하필 거기서, 그가 몰고 있는가, 차에 타고 있는 개는 윤수네 ‘그 개’가 맞는가.... 정답이 없는 영화 수다여서, 각자 이해한 결말을 말해도 그저 신기하게 재미있어 했다지요. 당분간 내내 재미있을 예정입니다. 함께해 보아요.
[모기수다]는
주간모기영 독자여러분께
열려있는 작은 모임입니다.
격주로 열리는 모기수다에 참여하기 원하시는 분은
본 메일에 댓글이나 회신으로
관심을 표해주시거나
카카오채널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에 문의해주세요.
온라인 참여 링크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주간모기영 구독자 여러분들을
특별히 환영합니다.🙌🏻
장프로의 <애프터 양>(2022)
마침 장다나 프로그래머가 올린 리뷰 영화도 SF 작품이네요.
우리가 상상하는 SF와는 다른 결을 지닌 영화 <애프터 양>입니다.
제4회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서포터즈를 모집합니다.
제4회 모기영과 함께할 모디언즈를 찾고 있어요.
모디언즈는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이하 ‘모기영)
서포터즈를 지칭하는 애칭이에요.
모기영+가디언의 합성어입니다.
2022년 10월 28일 금요일부터 30일 일요일까지
3일 동안 진행되는 제4회 모기영을 지켜주세요.
장소는 작년과 동일한 에무시네마에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세요!
: https://www.notion.so/4595bc22aa49463f96603f5e808f4874
: 모디언즈 신청
: https://forms.gle/Vad1fnUrBARLmUq96
지난 2주간 정기후원으로 모기영을 응원해주신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 정기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여전히, 정기후원과 일시후원도 환영합니다.
(재)한빛누리 계좌이름으로 출금이 됩니다.
이 점을 꼭 기억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기부금 영수증 발급이 가능한 후원방법
(재)한빛누리 공익기금 후원신청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지정후원)
https://online.mrm.or.kr/9owCpHB
국민은행 343601-04-143128
예금주: (재)한빛누리(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기부금영수증 발행조건
: 성명, 주소, 주민번호를 꼭 입력해주셔야 기부금영수증이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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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598601-04-177174
(예금주: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이 계좌로 정기후원을 하실 경우
은행에 직접 CMS 출금을 신청해주시고,
모기영 자체 후원약정서를 작성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ttps://forms.gle/CZpi2XBat9RBqu6D8
10월 말,
영화제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자주 근심에 빠집니다.
영화제를 준비하는 일이란,
돌발상황은 또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어요.
벌써 네 번째 하고 있는 일이지만
매해 다른 영화제를 준비하는 것 같은
참신한 어려움에 깜짝 놀라죠.
단지, 놀라기만 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
응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스도의 평화를 빕니다.
2022년 8월 20일 토요일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주간모기영
이번 주간모기영에 답장을 하고 싶다면,,,
남겨주시는 이야기에 답장을 할 수는 없지만
더 나은 모기영을 위해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을 빠짐없이 읽으려고 합니다.
혹시 모르죠 주간모기영에 실릴 수도...? ✿˘◡˘✿
주간모기영에 바라는 점이나 아쉬운 점 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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