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아의 요즘 한국영화
그게 사랑스러워서 보러 갑니다
<익스트림 페스티벌> (김홍기, 2023)
제2회 정조페스티벌을 기획했던 망진군은 군수의 뜻으로 축제 하루 전날, 연산군페스티벌로 이름을 바꿉니다. 또한 수개월 전부터 무대를 준비해왔던 지역예술 극단에게 ‘코로나19’를 물리친 내용으로 수정을 요구하고, 유학을 다녀온 군수 아들의 행위예술 프로그램을 집어넣으라는 압박까지 하죠. 이 모든 황당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축제 전반을 기획했던 대행사 ‘질투는 나의 힘’ 대표 혜수(김재화)는 불평 한마디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번 축제에서 관공서에 잘 보여야 몇 달 뒤에 있을 망진군의 벤뎅이 젓갈축제도 기회가 주어질 것이니 말이죠. 영화 <익스트림 페스티벌>은 다양한 이해관계에 따라 축제가 산으로 간다고 해도 일단 치르고 봐야 하는 중소지역 기반의 축제 현장을 블랙코미디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영화는 지역 축제를 둘러싼 각 단체의 이익 곧, 지역경제와 홍보를 위한다며 끼워 넣기식으로 전시 행정을 일삼는 관공서와 지역예술 부흥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라고 하나 지원사업에 좌우되는 예술단체의 생존 문제, 그리고 코앞의 문제를 해결하기에 급급한 대행사까지 영화는 대한민국 중소규모 축제의 현주소를 마음껏 조롱하지요. 하지만 ‘코미디’라고 하기엔 편히 웃을 수가 없습니다. 그 안에서 개개인의 실현되지 못한 꿈과 욕망,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눈물겹게 적나라하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글이 써지지 않는 작가이자 전(前) 질투는 나의 힘 직원 래오(박강섭), 학벌 좋은 동생과 비교당하는 집에서 탈출하고자 질투는 나의 힘에 입사하려는 축제 스태프 은채(장세림), 개그맨 공채에 붙었지만 일거리가 소중한 축제 사회자(김윤배) 등. 모든 절차가 무시되고 예산 소모적으로 진행되어 보이는 작은 축제지만 이곳에 사활을 건 듯한 개인들의 노골적인 몸부림은 마음이 저릴 만큼 현실적입니다.
축제를 만들어가는 멤버들이 열정적으로 일할수록 축제는 점점 더 산으로 가고, 어쩌다 보니 군수가 원하는 데로 흘러가게 되면서 참고 참던 혜수도 폭발하게 됩니다. 모든 게 끝났다고 낙담하는 순간, 축제의 전 과정을 참여했던 구경꾼 커플은 그녀에게 이런 말을 남기죠.
하루 전날 바뀐 축제 이름부터 지역극단의 보이콧 사태, 초대가수 펑크, 축제관계자 난동까지 엉성하지만 생동감 넘치는 작은 축제는 모든 것이 순조롭고 문제없이 흘러가는 프로패셔널한 대규모, 대자본의 축제와는 분명 다른 매력이 있다는 따스한 위로였지요. 그리고 이것은 개그도, 연극도, 진행도 ‘일류가 아니면 안 된다’는 강박에서 조금은 마음을 느슨하게 만들었을까요? 혜수는 현장을 떠나는 관람객들을 불러세우기 위해 몸개그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녀도 왕년에 이름은 날리지 못했던 개그맨이었을지, 어쩌면 대학로에서 오랜 시간 무명 배우 활동을 했던 한 명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혜수는 축제를 참여하러 오신 분들을 그냥 보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으로 몸 개그를 하지 않았을까요? 어쨌든 축제를 즐기는 마음은 일류가 아닌 여유에서 가능한 것이기에 말입니다.
왜 이 영화를 보고 모기수다가 쓰고 싶었는지 글을 쓰면서 정리가 되었습니다. <익스트림 페스티벌>을 보면서 1회 모기영부터 4회 모기영이 떠올랐던 거 같아요. 어쩌면 1회 모기영 관객분들부터 축제를 즐기기 위한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오셨던 게 아니었을까요? 빈틈 많은 모기영을 웃음과 너그러움으로 채워주셨던 스태프분들, 자원활동가분들. 그리고 관객분들 덕분에 5회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 기억하며 준비하겠습니다.
찾아가는 모기영! - IVF 전국수련회 & 성서한국 전국대회
"'기독교 영화'란 무엇일까요? '피조세계에 대한 하나님의 관심을 읽을 수 있는 영화'라고 저는 정의하고 싶어요."
지난 7일, 호서대학교에서 열린 IVF(한국기독학생회) 전국수련회 선택강의 '영화로 만나는 세상'에 참여한 100여명의 학생들에게 최은 프로그래머가 전한 말입니다. 영화에 관한 모기영의 분명한 관점이 담긴 정의가 아닐까 합니다. 이 날 강의가 너무 좋아서 모기영 인스타를 팔로우하고 카카오채널 친구추가한 IVF 학생들이 많았다지요! 여러 수련회와 전국 모임이 많은 시기, 모기영도 분주히 여러분을 만날 자리로 찾아가고 있습니다.
오는 27일부터 서울여자대학교에서 열리는 성서한국 전국대회에서도 모기영을 만날 수 있어요! 28~29(금~토) 이틀간 '사회선교 박람회' 부스에서 모기영 부스를 찾아주세요. 28일 금요일 오후에는 박일아 프로그래머의 <내일을 위한 시간> 씨네토크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 풍성한 모기수다, <알카라스의 여름>(2022)
역대급으로 많은 분들이 함께한 7월의 모기수다!
스페인의 여성감독 카를라 시몬의 영화 <알카라스의 여름>은 요즘 같은 여름날 함께 보고 이야기나누기 딱 좋은 영화였어요. 특히 카를라 시몬의 전작 <프리다의 그 해 여름>에 반해, 이번 작품도 꼭 보고 이야기나누고 싶어서 함께하신 분들이 많았지요.
영화에 등장하는 가족 구성원 한사람 한사람에 대한 공감어린 시선부터, 농민 가족이 처한 사회구조에 관한 심도 있는 이야기까지 정말 다채로운 수다가 펼쳐지며 시간 가는줄 몰랐답니다!
점점 흥해가는 모기수다, 아직 한번도 안와보셨다구요~? 아래 이미지를 클릭하시고 모기수다 문토 클럽에 함께해주세요 :)
[5회 영화제 후원모금]
강*중, 강*영, 강*철, 김*현, 김*관, 김*정, 김*호, 김*교, 더불어숲평화교회, 로고스서원, 류*, 박*혜, 박*영, 박*애, 박*선, 배*우, 박*홍, 북인더갭, 신*주, 신*식&변*정, 아카데미숨과쉼, 윤*훈, 윤*원, 이*기, 이*욱, 전*영, 정*하, 지*실, 최 *, 허*호 님 (총 33명)
후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좋은 영화의 힘을 믿으며
혐오와 배제없는 축제의 시간을 함께 만들어가시는 분들을
계속해서 기다리겠습니다.
응원해주시고, 함께해주세요!
글 : 박일아, 강원중
편집디자인 : 강원중
2023.7.15.토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주간모기영
주간모기영에 바라는 점이나 아쉬운 점 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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