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책방, 두번째 이야기
모기책방 2-3주차 이야기
*모기책방 시즌1이 진행되는 3~5월의 3주차 주간모기영은 모기책방 모임의 내용을 갈무리하여 전해드립니다. (책방 참여자로 함께하는 강원중 사무국장의 시선으로 기록합니다.)
아름답고도 가슴시린 4월, 모기책방 멤버들은 격주에 걸쳐 두 권의 책을 함께 읽고 나누었습니다. 리처드 마우의 <무례한 기독교>(IVP)와 제임스 스미스의 <누가 포스터모더니즘을 두려워하는가?>(도서출판 100)입니다. 두 책의 저자 모두 아브라함 카이퍼(Abraham Kuyper, 1837~1920)가 강조했던 모든 창조영역에서의 하나님의 주권, 그리고 일반은총의 중요성과 신앙의 공공성을 기본적인 바탕으로 삼고 있습니다.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에 관해 그동안 진행되어 온 논의의 흐름을 이해하고 함께 대화를 이어갈 출발점으로서 알맞은 책들이라 여겨졌습니다.
무례한 기독교 - ‘갈등에 빠진 세상이 요구하는 그리스도인의 예의란 무엇인가?’
그리스도인의 공공철학에 관한 논의에 천착해온 리처드 마우는 각종 문화와 사조가 거칠게 충돌하는 우리 시대 속에서 그리스도인이 복음의 진리를 타협하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다른 신념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지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진리를 수호한다는 명목으로 폭력과 혐오와 배제를 양산해 온 ‘무례한 기독교’를 넘어 기독교적 교양과 예절을 갖춘 ‘신념있는 시민교양’을 강조하고 있지요. 마우는 시민교양을 갖추는 것이 결코 신앙을 포기하는 태도가 아니라는 것을 밝히며, 그동안 기독교인들이 대화하기 꺼려하고 갈등에 부딛혀 온 주제들(타종교, 다원주의, 사후 세계, 성의 문제, 언어생활 등)에 관해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기를 촉구합니다.
그가 결론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그리스도인들이 ‘변혁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변혁이라 함은 ‘세상을 변혁시키겠다’는 태도가 아니라, ‘세상과 함께 변화되어가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를 뜻합니다. 우리가 옳다고 믿는 신념에 대해 강요와 주입이 아니라 수용과 경청의 능력을 갖추고 설득과 동기유발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지요. 복음의 범위는 모든 창조세계를 포함하고 있기에, 그리고 역사의 주권이 하나님께 있음을 신뢰하기에 그리스도인들은 무례함이 아닌 포용으로서 교회 안과 밖의 변혁을 이루어갈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이는 모기영이 그동안 지나온 걸음, 그리고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들과 연결되는 내용이라고 여겨집니다. ‘기독교’라는 이름을 놓지 않으면서도 세상으로부터 배우고 대화하며, 영화가 주목하는 피조세계에 대한 해석을 제공하는 이른바 변혁적 리더십을 추구하는 일이기 때문이겠지요.
책모임에 참여한 이들도 각자의 삶에 스며든 무례함에 대해 돌아보고 생각의 범위를 넓힐수 있는 유익을 얻었다고 나누었습니다. 보수적인 신앙적 배경을 가진 저자가 10년 전 쓴 글이기에 지금의 기준으로는 다소 불편하게 다가오는 지점들도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수용하는 그의 태도를 신뢰하며 소중한 배움들을 얻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10년을 주기로 자신의 하나님 이해가 점차 확장되어 간다고 고백하는 리처드 마우와 현 시점에서 다시한번 대화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답니다.
<누가 포스트모더니즘을 두려워하는가?> - 데리다, 리오타르, 푸코를 교회로 데려오기
주차가 지날수록 책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지만.. 그래도 저희는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기로 했습니다! ㅎㅎ 3주차 모임에서는 제임스 스미스의 <누가 포스트모더니즘을 두려워하는가?>를 읽고 나누었습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종교다원주의나 허무주의로 이어진다는 오해 속에서 기독교가 그동안 두려움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지요. 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자율성과 합리적 이성에 천착한 근대적 사고가 복음을 더욱 심각하게 왜곡했으며 그러한 근대성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된 포스트모더니즘이 복음을 온전히 이해하는데에 탁월한 도구가 된다는 점을 밝혀냅니다. 이를 위해 포스트모더니즘의 대표적인 사상가 자크 데리다와 장-프랑수아 리오타르, 미셸 푸코의 주요 발언들을 살펴보고 그들의 주장에 담긴 오해들을 풀어내며 포스트모더니즘이 근대성에 갇힌 교회를 구출하게 되는 지점에 주목합니다.
철학적인 개념을 다루는 책이기에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었지만, 각 장마다 영화 이야기로 시작하며 내용을 소개하기에 이해하기가 수월했습니다. 근대성에 물든 교회는 복음의 이야기를 우리의 삶과 분리하여 정신적인 영역으로 떨어뜨리거나, 신앙을 합리적 이성으로 증명해내려는 시도를 해왔습니다. 그러나 성경의 복음은 섬기고 고난받는 그리스도인의 삶과 이야기로 선포되는 기쁜 소식임을 저자는 보여줍니다. 그리고 포스트모더니즘은 세상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공존하는 가운데 기독교의 복음이 하나의 ‘옳고 좋은 해석’으로 선포되는 기회를 열어주며, 복음을 내러티브로 이해하여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시킬 수 있도록 돕는다고 소개합니다. 또한 예전과 습관의 형성을 통해 기독교의 가르침이 세계를 나은 길로 인도하는 신적 권위를 회복할 수 있음을 드러냅니다.
영화를 매개로 하여 교회 안과 밖의 사람들과 대화하고자하는 모기영에 소중한 배움을 주는 책이었는데요, 모기영의 운동이 근대적 교회가 추구했던 대로 복음을 세련된 언어로 포장하고 진리를 희석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야기를 전하는’ 하나님의 방식과 닮은 모습이 되기를 소망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벌써 절반을 지나온 모기책방! 소수정예로 모였기에 더 깊이 있는 대화와 책임감 넘치는 (빠질 수 없는ㅎㅎ) 만남이 이어지고 있네요 :)
다음 모임에서는 폴틸리히의 <문화의 신학>(IVP)을 읽고 나눕니다. 여전히 일회성 참여도 열려 있으니, 여기까지 읽으신 모기영의 찐팬이시라면, 책방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 (모기영 사무국 010-2567-4764)
글 / 편집디자인 강원중
2024년 4월 20일 토요일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주간모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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