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아카이브 54. 픽사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Part. 1)

픽사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씨네아카이브를 초창기부터 구독하셨다면 픽사를 향한 발행인의 애정이 남다르다는 것을 짐작하셨을 것 같은데요.😅 픽사 작품에 애정을 쏟는 이유는 동심을 간직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픽사의 이야기 속에는 어릴 적 한 번쯤 해봤을 상상력이 깃들어 있고, 아이들의 언어로 어른들의 동화를 그리며 건네는 메시지 속에는 위로와 응원이 담겨있는 느낌이거든요. ‘어른들을 위한 동화’ 전문 집단답게 픽사가 선보인 작품들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가 아이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소개했던 영화가 ‘위로와 응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상상력’에 초점을 맞춰 봤습니다. “맞아! 나도 어릴 때 저런 상상해 봤는데!” 싶은 작품들로요. (물론, 위로와 응원 역시 담겨 있습니다.😊)

니모를 찾아서 (Fiding Nemo), 앤드류 스탠튼, 2003년 개봉

<니모를 찾아서>는 픽사의 5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인간에게 납치된 아들 물고기 ‘니모’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빠 물고기 ‘말린’의 모험담을 그렸습니다. 영화는 21세기 초반 픽사의 전성기를 열어준 대표작이기도 한데요. 개봉 당시 미국에서 최고의 흥행 수익을 올리며 제76회 아카데미에서는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수상했고, 골든글로브에서도 최우수작품상에 노미네이트 되는 등 흥행과 작품성 모두 인정받았습니다. 개봉 10년 후인 2013년에는 3D 버전으로 재개봉하기도 했는데요. 기존 제작진과 감독이 모두 참여하여 탄탄한 스토리 위에 바닷속을 보다 생생하게 구현한 영상미까지 더해져 호평받았습니다.

영화는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에서 출발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어릴 적 경험과 부모가 되어 아들을 양육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감정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해요. 감독은 평소 아들과 자주 놀아주지 못한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는데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때는 ‘하지마, 안 돼, 조심해’ 등 조바심 나는 말만 하는 것을 발견하고 스스로의 모습에 아빠 물고기 ‘말린’의 모습을 떠올리게 됐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아이의 성장’이 아닌 ‘부모로서 어른의 성장’을 다루고 있는데요. 감독은 자신의 아버지가 건넸던 “인생에서 가장 힘든 결정 중 하나는 아이들의 부모가 될 것이냐 혹은 친구가 될 것이냐 하는 문제이고 둘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전하며, 자신이 항상 가지고 있던 고민을 다룸으로써 많은 이들과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랐다고 해요.

영화가 바다 생태계를 다루고 있는 만큼 애니메니터들은 제작 과정에도 심혈을 기울였는데요. 수백 마리의 물고기를 연구하기 위해 아쿠아리움과 다이빙 답사 과정을 거쳤을 뿐만 아니라 사무실에 수족관을 설치하고 물고기를 연구했다고 합니다. 또한 어류학자를 초빙하여 내부 강연을 진행하며 제작에 참여한 모든 스텝들이 물고기 박사(?)가 되는 과정을 거쳤다고 하니 픽사의 집념은 들을 때마다 놀랍습니다.😲 <니모를 찾아서>가 호평받았던 부분 중 하나가 팔다리가 없는 동물에게 물속 세계에서의 움직임만으로 생명력과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는 건데요. 작품을 위해 기꺼이 물고기 박사 과정을 마다하지 않아야 가능한가 봅니다.😂

대어 말린은 아내 코랄과 2세들의 부화를 기다리던 중 상어의 습격을 받고, 알을 보호하려던 아내는 상어의 뱃속으로 행방불명됩니다. 수 백 개의 알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기에게 말린은 아내가 마음에 들어 했던 ‘니모’라는 이름을 붙여줍니다. 습격 사건 이후 큰 바다를 두려워하게 된 말린은 한쪽 지느러미에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들 니모를 과잉보호하며 키우고, 그러던 중 호기심 가득한 니모가 다이빙 중이던 열대어 수집가의 눈에 띄어 인간에게 납치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말린은 두려움을 무릅쓰고 바다로 나가 아들을 구하기 위한 모험을 떠나고, 말린의 모험에는 건망증이 심한 물고기 도리가 동행하게 되는데요. 과연 말린은 니모를 구해내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영화는 열대어를 수집하는 치과의사에게 납치된 니모의 탈출기와 아빠 물고기 말린의 모험을 교차해서 보여주는데요. 아들을 구하기 위한 떠난 모험 속에서 부모로서의 의미와 역할을 깨닫게 된다는 아빠 물고기의 성장기가 뻔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동물에게 관객들의 고민을 투영해서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곳곳에 내재된 픽사 만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캐릭터와 요소들도 재미를 더합니다. 말린과 도리를 덮친 상어들은 알고 보니 물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이고, 건망증을 앓고 있는 도리의 기억력은 결정적 순간 대체할 수 없는 무기가 되어 말린과 니모를 이어주거든요. 특히 말린이 모험 속에서 만나는 거북이, 날치 떼, 등 다양한 바다 생물을 묘사하는 방식은 종의 특성을 제대로 활용하면서 우리가 상상했던 모습을 보여줍니다.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OST도 함께 사랑받으며 오래도록 기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레터는 추천작마다 가장 좋았던 사운드 트랙을 한 곡씩 골라봤는데요. <니모를 찾아서>는 ‘Beyond the Sea’를 골랐습니다. 개인적으로 우주만큼 신비로운 곳이 바다라고 생각하는데요. 로비 윌리암스의 곡을 들으면 아직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깊은 바닷속에도 무시무시한 심해어가 아닌 알록달록 열대어들이 산호초를 누비며 살고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월-E (WALL-E), 앤드류 스탠튼, 2008년 개봉

<월-E>는 픽사의 9번째 장편으로 쓰레기만 남은 지구에 홀로 남겨진 폐기물 처리 로봇 월-E와 식물을 탐색하기 위해 지구에 온 탐사 로봇 이브의 모험과 사랑을 그린 작품입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보기 드물게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배경으로 로봇의 우정과 사랑이라는 생소한 조합을 다뤘는데요. ‘픽사가 픽사했다’는 수식어에 걸맞게 픽사 만의 상상력과 스토리, 연출, 영상미를 선보이며 관객과 평단에게 호평받았습니다.

로봇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대사가 거의 없는 무성영화에 가깝지만 극의 흐름을 재미있게 이끌어 나가는데요. 개인적으로 픽사 작품 중 주인공에게 깊은 공감과 감정 이입을 느끼게 만든 작품입니다. (주인공이 로봇인데 인간인 내가 이토록 공감하는 것이 과연 정상인가 의문이 들 정도로🥹 발행인에게는 픽사 한정 TOP5 영화에 꼽힙니다.) 영화는 픽사 전성기 대표작 중 하나로 BBC 선정 ‘21세기 위대한 영화 100편’에도 올랐고, 미국 의회도서관 국립영화등기부에 픽사 작품으로는 4번째로 영구 등재되었습니다.

<월-E>의 오리지널 아이디어는 픽사 창립 멤버들이 함께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나왔다고 하는데요. 당시 <토이 스토리>의 제작이 시작된 무렵이었는데 이때 <벅스 라이프>,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의 아이디어와 함께 미래 세계의 로봇을 주인공으로 한 판타지 물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왔고, 이를 발전시켜 탄생하게 된 것이 <월-E>입니다. 연출을 맡은 앤드류 스탠튼은 “우주에 남겨진 가장 인간적인 존재가 결국은 한 기계”라는 컨셉이 신선했다고 회상하기도 했는데요. 2000년대 초반에 나온 작품이지만 AI가 화두인 지금 시기에 봐도 시사하는 점이 많습니다.

쓰레기 더미로 뒤덮인 텅 빈 지구에 홀로 남아 수백 년의 시간을 외롭게 보내던 폐기물 처리 로봇 월-E (WALL-E: Waste Allocation Load Lifter Earth-Class, 지구 폐기물 수거-처리용 로봇). 인류의 흔적을 정리하며 그 속에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잡동사니를 수집하고, 좋아하는 뮤지컬을 돌려보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인 월-E는 지구에 남아 있을지도 모를 식물의 흔적을 찾기 위해 보내진 탐사 로봇 이브를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됩니다. 이브는 지구의 미래를 결정할 열쇠가 될 식물의 흔적을 월-E의 아지트에서 발견하고 탐사선으로 돌아가게 되자 월-E는 이브의 뒤를 쫓아 은하를 가로질러 수백 년 동안 인류의 임시 거처가 된 탐사선에 당도합니다. 과연 월-E는 이브와의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인류는 고향별 지구로 귀환할 수 있을까요?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게 된 지구에 최후로 남아 있는 존재가 로봇이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것이 <월-E>가 탄생한 기본 전제입니다. 청소 로봇 월-E는 인간이 남기고 간 흔적 속에서 감정을 배우게 되는데요. 지구로 보내진 탐사 로봇 이브는 월-E가 습득한 감정을 자각하고 ‘사랑’이라는 감정과 함께 자신의 존재 의미를 깨우치게 만듭니다. ‘관심이 가면 궁금하고, 좋아하면 손을 잡고 싶다’라는 감정을 순수하게 표현하는 월-E를 보며 감정을 느끼는 것에 인간이냐 로봇이냐는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관객들은 월-E와 이브의 몸짓만으로도 어떤 감정을 표현하는지 느낄 수 있는데요. 특히 월-E의 감정은 쌍안경 모양의 눈 움직임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지는데 이는 감독이 야구장에서 경기를 관전하다 쌍안경의 각도가 조금만 바뀌어도 표정과 인상이 바뀐다는 것을 발견하고 월-E의 얼굴 디자인에 활용한 것이라고 해요.

영화는 월-E와 이브의 만남을 통해 ‘순수한 감정’의 가치를 전하는데요. 이는 곧 ‘인간답게 산다는 것’의 의미와도 일맥상통합니다. 영화의 후반부는 이브를 쫓아 인류가 머물고 있는 거대 탐사선에 당도한 월-E의 모험이 그려지는데요. 이곳의 인류는 자의식과 개성을 상실한 기계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감독은 의도적으로 ‘인간적인’ 로봇의 반대편에서 ‘철저하게 프로그래밍된 삶을 사는 인간’을 구상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프로그래밍이라는 단어가 현대의 삶에 대한 완벽한 은유라고 봤다. 우리는 방 안에 앉아 휴대폰에 머리를 대고, 자신만의 세계에 고립되어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것을 피하고 있지 않는가”라고 말하며, 기술과 고도로 발전한 문명의 안락함에 굴복한 인간들의 미래를 보여줍니다.

<월-E>의 사운드 트랙 중 일부는 기존에 곡을 활용한 경우가 있는데요. 제가 선정한 ‘Put On Your Sunday Clothes’는 1969년 뮤지컬 영화 <헬로, 돌리(Hello, Dolly)>에 나온 곡입니다. 영화에서는 월-E가 해당 작품을 계속해서 돌려보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배워가는데요. 이 노래를 들으면 월-E의 천진난만함이 떠올라 선정했습니다. 감독은 영화의 스토리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1960년대 뮤지컬 영화의 비주얼과 노래를 테마로 월-E의 캐릭터를 구상하겠다고 마음먹으면서 영화와 어울리는 뮤지컬을 찾던 중 <헬로, 돌리(Hello, Dolly)>를 만나게 되었다고 해요. ‘Put On Your Sunday Clothes’는 월-E가 ‘손을 잡고 싶은 마음이 사랑’이라는 감정을 배우게 되는 ‘It Only Takes a Moment’와 같은 느낌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토이 스토리 3 (Toy Story 3), 리 언크리치, 2010년 개봉

<토이 스토리 3>는 픽사의 기념비적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토이 스토리>의 세 번째 속편으로 시리즈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토이 스토리>가 픽사의 정체성을 확립시켰다면 <토이 스토리 3>는 ‘속편은 전편의 아성을 넘을 수 없다’는 편견을 보란 듯이 깨 부쉈는데요. ‘아름다운 이별’을 가장 동화처럼 그린 작품이라 <토이 스토리> 시리즈 중에서 제일 좋아합니다.😊 영화는 성인이 된 앤디가 유년시절의 추억이 되어준 우디, 버즈 그리고 장난감 친구들과 이별하게 되는 과정을 그렸는데요. 모든 장난감들이 겪는 가장 큰 슬픔인 ‘주인이 성장해 더 이상 놀아주지 않는 일’을 주제로 시간이 흘러서 찾아오는 이별을 인상적으로 그렸습니다.

앤디는 대학에 진학할 나이가 되어 곧 집을 떠날 예정입니다. 이미 오랜 세월 상자 안에 갇혀 지냈던 장난감들은 버려지게 될까 불안에 떨지만, 앤디는 우디를 제외한 장난감들을 모두 다락방에 보관하기로 합니다. 그러나 앤디 엄마의 실수로 장난감들이 쓰레기차에 버려질 뻔 하자, 자신들이 버림받았다고 오해한 장난감들은 탁아소로 향합니다. 한편, 우디는 장난감들의 오해를 풀어보려 노력하지만 쉽지 않고, 아이들에게 기쁨이 될 생각에 들떠 있던 장난감들은 탁아소에서 예기치 못한 난관을 맞닥뜨립니다. 과연 우디는 장난감들의 오해를 풀고 다시 집으로 데려 올 수 있을까요? 앤디와 장난감들은 아름답게 작별할 수 있을까요?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말 자체는 모순적이지만 어쩌면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와 ‘장난감’과의 이별이기에 가능한 것 아닐까 싶은데요. <토이 스토리 3>가 ‘이별’을 주제로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어도 추억으로 마음에 간직하는 것’ 역시 가치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픽사 만의 따뜻한 시선과 감성이 제 안에 남은 마지막 동심 한 자락을 지켜주는 것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픽사를 영원히 놓아줄 수가 없어요🥹)

시리즈 물에도 특징이 있다면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것이죠. 사운드트랙도 시리즈마다 새로운 곡이 추가되는데요. 역시 토이 스토리 시리즈 전체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것은 ‘You’ve Got a Friend in Me’이기에 추천곡으로 골랐습니다.

Epilogue

픽사의 번뜩이는 상상력이 돋보이는 영화들은 픽사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넘어 ‘픽사 만의 독창성을 보유한 이야기 집단’이라는 것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소개한 작품들은 어릴 적 상상으로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던 이야기들이 물성을 지닌 하나의 작품으로서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기에 더 기억에 남는데요. 누군가는 ‘동심’을 어른이 되면 흘려보내야 하는 것으로 치부하지만, 저는 ‘동심’이야말로 어른이 되어도 인간으로서 간직해야 할 최소한의 순수함이라고 생각해요. 순수함을 잃지 않는 것만으로도 살아가면서 때때로 마주하게 될 절망과 불행을 극복할 수 있는 의지와 희망으로 바꿔주는 것 같거든요. 그렇기에 어른들에게 ‘동심’의 가치를 일깨워 주는 픽사의 무궁무진한 상상력과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됩니다!

🔖 Reference (씨네아카이브 참고자료 출처 표기방식)

© 2025. ciné-archives.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