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아카이브 53. 천재로 산다는 것

천재로 산다는 것

구독자은 엉뚱한 상상을 해 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중차대한 시험을 앞두고 있을 때면 “아인슈타인 IQ의 절반이라도 갖고 싶다”라는 허무맹랑한 상상을 넋두리 삼기도 하는데요.🥹 특히 모태 수포자라 이과의 두뇌를 타고난 사람들을 보면 부러움을 넘어 어떤 동경심 같은 것이 생기기도 합니다. 미적분 근처는 얼씬도 하지 않은 탓에 ‘7살에 미적분을 풀었다’와 같은 이야기를 들으면 “저런 두뇌로 사는 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해지기도 하고요.🤔 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영재를 넘어 천재로 불리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굿 윌 헌팅>과 <뷰티풀 마인드>입니다.

굿 윌 헌팅 (Good Will Hunting), 구스 반 산트, 1997년 개봉

<굿 윌 헌팅>은 명석한 두뇌를 타고났지만 불우한 환경으로 재능을 펼칠 기회를 얻지 못했던 청년이 마음의 문을 열고 세상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주조연을 맡은 맷 데이먼과 밴 애플렉이 함께 각본을 쓴 작품이기도 합니다. 로빈 윌리엄스가 주인공 윌 헌팅의 멘토 역을 맡아 <죽은 시인의 사회> 이후 다시 한번 인상적인 스승상을 표현했는데요. 이 작품을 통해 매번 노미네이트에 그쳤던 아카데미에서 마침내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탄탄한 각본과 연출, 배우들의 연기에 힘입어 제70회 아카데미에서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어 각본상과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어요.

영화는 맷 데이먼이 각본을 집필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더욱 주목받았는데요. 하버드 재학시절 과제로 제출한 50페이지 분량의 단편 소설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맷 데이먼은 하버드 영문과 재학 시절 배우로 데뷔, 배우 활동에 집중하기 위해 학업을 그만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보스턴 출신의 동네 친구이기도 한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은 매년 수백 편의 시나리오를 읽지만 대부분 진부한 내용이라 직접 시나리오를 쓰게 되었는데 이때 맷 데이먼의 단편 소설을 시나리오화 한 것이 <굿 윌 헌팅>입니다. 영화는 영재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중에서도 보스턴의 학구적이고 서정적인 분위기, 감미로운 음악, 탄탄한 각본과 연출, 배우들의 열연이 조화를 이룬 대표적인 명작으로 꼽힙니다.

모든 분야에 재능을 타고 난 윌은 천재적인 두뇌를 가졌지만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인해 세상에 날을 세우고 마음을 닫은 채 반항아로 살아갑니다. 동네 친구이자 절친인 척키와 어울리며 MIT 청소부로 일하던 윌의 재능을 알아본 램보 교수는 그의 재능을 키워보려 하지만 윌의 반항심 때문에 어려움을 겪자 대학 동기이자 심리학 교수인 숀에게 그를 부탁합니다. 윌은 숀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내면의 상처를 조금씩 치유해 나가고, 삐딱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숀의 태도와 그의 삶도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굿 윌 헌팅>은 주인공 윌이 마음을 문을 열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렸는데요. 윌이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 숀 교수의 역할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지만, 다른 주변 인물들 역시 윌의 변화에 영향을 미칩니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연인 스카일라와 절친 척키인데요. 윌은 두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진심으로 마음을 열고 사랑하는 법과 타인의 행복을 빌어줄 수 있는 우정을 깨닫게 됩니다.

윌의 상처를 치유하고 보듬어 준 인물은 숀이지만, 윌의 변화에 결정적 순간을 만들어 준 사람은 척키처럼 보였는데요. 비슷한 환경에서 살고 있지만 친구의 천재성을 알고 있는 척키가 자신의 재능과 기회를 외면하는 윌을 보며 건넨 한 마디는 투박하지만 그 속에 담긴 진심과 우정의 깊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불우한 환경으로 인해 비롯된 아픈 상처와 기억은) 너의 잘못이 아니라 위로하던 숀의 위로보다, 무심하게 친구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어주던 척키의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누군가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어준다는 것이 쉬워 보여도 결코 쉽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요. 모두가 부러워하는 재능을 타고난 이의 행복을 빌어줄 수 있는 윌과 척키의 관계는 성공지향주의적 사회가 당연시된 지금 더욱 와닿을 수밖에 없습니다.

뷰티풀 마인드 (A Beautiful Mind), 론 하워드, 2001년 개봉

<뷰티풀 마인드>는 1949년 발표한 박사 논문으로 신경제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천재 수학자 존 내시의 실화를 그린 작품으로 실비아 네이사의 전기를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천재성으로 인해 점차 영혼이 황폐해져 가는 존과 그를 치유하기 위해 헌신하는 아내 알리샤의 사랑을 감동적으로 그렸는데요. 전기 소설에 가까운 원작에 ‘미스터리적인 구성’을 더한 각색이 돋보입니다. 이는 “치밀한 심리 묘사와 예기치 못한 반전을 통해 실존 인물인 존 내시의 삶을 토대로 새로운 픽션 세계를 만들어 냈다”는 평을 받으며 제74회 아카데미에서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어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이자 실존 인물인 존 내시(John Forbes Nash)는 게임 이론에 대한 분석을 통해 제2의 아인슈타인으로 불린 천재 수학자이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데요. 게임 이론에서 사용되는 개념 중 하나인 ‘내쉬 균형(Nash Equilibrium)’을 만든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존 내쉬는 학업적 성취와 동시에 오랫동안 정신분열증에 시달린 비운의 천재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괴짜 천재의 면모와 정신병을 앓는 불안한 내면을 동시에 표현해야 하는 존 내쉬 역은 글래디에이터의 막시무스로 깊은 인상을 남긴 러셀 크로우가 맡아 섬세한 표현력을 더해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참고로 게임 이론은 “여러 경제 주체가 모여 의사 결정을 내리는 상황에서 합리적인 경제 주체들이 상호 의존성 아래에서 전략적 고려를 할 때 어떤 의사 결정을 내리는지 탐구하는 경제학의 한 분야이자 응용 수학의 한 분야”인데요. 존 내시가 정립한 내쉬 균형은 게임 이론에 사용되는 개념으로 “게임의 경기자 모두가 상대방의 전략에 대해 최선의 대응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상황”을 지칭하는 것으로 “경쟁자 대응에 따라 최선의 선택을 하면 서로가 자신의 선택을 바꾸지 않는 균형 상태로 상대방이 현재 전략을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 나 자신도 현재 전략을 바꿀 유인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고 합니다.

(해당 내용은 기획재정부 시사경제용어 사전을 참고하였습니다! 평범한 제 두뇌가 받아들이기로는 어떤 상황에 놓인 인물들이 모두 최선의 선택지를 가지고 있다면, 즉 모두가 내쉬 균형 상태라면, 해당 균형에서 이탈하여 다른 전략을 택하지 않는다는 말 같은데... 사실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

엘리트만 모이는 프린스턴 대학원에 장학생으로 입학한 웨스트버지니아 출신의 한 천재가 캠퍼스를 술렁이게 만드는데요. 그 주인공은 존 내시입니다. 명석한 두뇌에 수려한 용모를 지녔지만 내성적이고 오만할 정도로 자기 확신에 가득 찬 괴짜 천재이기도 한 존은 자신의 기숙사 유리창을 노트 삼아 하나의 문제에만 매달리는데요. 바로 자신만의 ‘오리지널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어느 날 친구들이 금발의 미녀를 둘러싸고 경쟁을 벌이는 모습을 보고 섬광처럼 스친 직관에서 ‘균형 이론’의 단서를 발견, 1949년 27장 분량의 논문을 발표하며 학계의 스타이자 제2의 아인슈타인으로 떠오릅니다. 이후 MIT 교수로 승승장구하던 그는 자신의 수업을 듣던 물리학도 알리샤와 사랑에 빠지고, 두 사람은 결혼합니다. 동시에 존은 비밀리에 진행된 소련의 암호해독 프로젝트에도 투입되는데요. 비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점점 소련 스파이가 자신을 미행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존의 삶은 예기치 못한 나락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뷰티풀 마인드>는 존 내쉬가 프린스턴 대학원에 입학했을 때부터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게 되는 순간까지 다루고 있는데요. 플롯의 일부는 실화와 다른 부분도 있지만 학업적 성취가 정점에 이른 순간, 인생의 동반자를 만난 순간, 암흑 속에서 고군분투하던 순간, 의지와 사랑으로 다시 일어서게 되는 순간까지 존 내쉬의 삶에서 중요한 사건은 모두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들은 ‘현실과 망상’이라는 두 축으로 나뉘어 전개되는데요. 두 개의 축이 빚어내는 긴장감은 비운의 천재로 낙인찍혔던 존 내쉬의 내면에 집중하며 그가 노벨 경제학상 수상으로 다시 복권되기까지의 과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영화는 존 내시의 천재성 보다 정신분열증으로 황폐해진 내면을 치유하는 과정에 집중하는데요. 평생을 시달린 환각과 환청에도 그가 학자의 길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천재성이 아닌 ‘의지와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습니다. 존 내시는 아내 알리샤의 말처럼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정신병을 극복해 나가는 기적을 만들었는데요. 경제학을 비롯한 학문 전반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던 연단에서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발견은 어떠한 논리나 추론이 아닌 사랑이라는 신비한 방정식이었다” 말합니다. 어쩌면 영화의 제목이 이야기하는 ‘뷰티풀 마인드’는 사랑 위에 단단하게 뿌리내린 자기 극복 의지가 아닐까요.

Epilogue

 🎞함께보면 좋은 추천 콘텐츠: <어메이징 메리 (Gifted)>, 마크 웹, 2017년 개봉

<어메이징 메리>는 7살 수학 천재 메리와 그녀를 사랑으로 돌보며 메리가 평범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삼촌 프랭크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2호 레터에서 소개한 <500일의 썸머>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마크 웹 감독의 작품으로 천재의 재능만 원하는 세상에 진정한 삶의 의미와 행복에 대한 메시지 전하며 호평받았습니다. 국내 관객들에게는 캡틴 아메리카로 익숙한 크리스 에반스가 하나뿐인 조카의 평범한 행복을 지켜주려는 삼촌 ‘프랭크’ 역을 맡았는데요. 평소의 강렬한 이미지와 달리 섬세한 감정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수학 천재 소녀 ‘메리’ 역은 8개월에 달하는 캐스팅 과정을 뚫고 만장일치로 뽑힌 맥케나 그레이스가 맡았는데요. 천재 수학자들도 풀기 힘든 미적분을 막힘없이 푸는 연기를 위해 또래 아이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에 공식을 대입해서 대본을 외우며 진짜 천재 배우 다운 면모를 보였다는 후문입니다.

영화에는 세계 7대 수학 난제 중 하나로 꼽히는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Navier-Stokes Equation)’이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데요. ‘공기나 물의 흐름을 설명할 수 있는 미분방정식’으로 상금 100만 달러가 걸린 물리학 최대 난제 중 하나라고 합니다. 제작진들은 완벽한 수학적 고증을 위해 필즈상 수상자이자 가장 근접한 방정식 풀이법을 발견한 수학 천재 테렌스 타오를 만나 조언을 얻은 것은 물론, 사립 영재 학교를 찾아가 천재 아이들과 부모들을 통해 그 가족들이 직면한 문제를 살피는 등 제작에 많은 심혈을 기울였다고 해요. <어메이징 메리>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재능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으로 함께 보기 좋은 콘텐츠로 추천합니다!

🔖 Reference (씨네아카이브 참고자료 출처 표기방식)

씨네아카이브 수신에 동의하지 않으면 하단의 구독 취소하기(unsubscribe)를 눌러주세요🥹 구독을 해지 않은 경우 메일리를 통한 씨네아카이브 구독 및 수신에 동의하는 것으로 간주하여 이메일이 발송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