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스포트]는 연극과 뮤지컬로 일상을 채우는 자매가 깊은 취향들을 담아 보내는 다정한 편지예요. 관극 기록과 소식, 취향별 추천을 담아내지만 결국 저희가 나누는 건 무대가 남긴 생각과 감정 그리고 삶의 이야기랍니다. 무대를 핑계 삼아 세상을 바라보는 수많은 시선을 함께 나누고 싶을 뿐이니까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날엔 아늑한 아지트 [포코피카]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참, 편지가 닿을 머묵이들에게는 친근하게 반말로 보낼게요 ෆ

이번 주 뉴스레터 미리보기 👀
✦ 지난주 • 고쳐서 나가는 곳, 클로저,
더 헬멧, 옥상 밭 고추는 왜
✦ 티켓팅&공연 일정
✦ 공연 개막 소식


지난주는 연극 위크.ᐟ.ᐟ 각자 연극만 세 편씩 봤더라고. 연극을 볼 때 휘몰아치는 수많은 대사 속에서 갑자기 내 마음속으로 훅 들어오는 순간을 좋아해. 그리고 그 순간이 볼 때마다 달라지는 것도 좋아하고. 또, 같은 대산데 어느 날은 아무런 감흥이 없기도 하고 말이야. 마침 지난주는 유난히 한 번씩은 마음에 콕콕 박혀서 작품별로 문장 하나씩도 함께 꺼내볼게 ⊹ ۪ ⟢
〈고쳐서 나가는 곳〉은 처음 시놉시스를 보고 1970년대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라 궁금했어. 그런데 픽스포트 홈페이지에 기본적으로는 14일 이상 공연하는 작품만 게시하다 보니 자연스레 관심이 떨어졌지(아쉽게 13일 공연). 그러다 평이 좋아 보이고 티켓 기본 가격도 20,000원? 마침 시간도 비길래 부담 없이 다녀왔는데 만족스러웠어. 아래 인용은 공연 전단지에 실린 연출의 글이야.
노동은 이들을 만나게 하지만, 같은 노동을 한다고 해서 같은 삶을 사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에게는 이곳이 머물고 싶은 자리이고, 누구에게는 벗어나야 할 곳이며, 또 누구에게는 처음으로 자기 몫을 가질 수 있었던 곳입니다. 서로 다른 그들의 삶이 무대 위에서 어우러져 하나의 이야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저마다'라는 말을 참 좋아하는데 보자마자 평소 내 생각과 정확하게 닿아있고, 이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잘 보여주는 부분이라 머묵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어. 사실 중반 정도까지는 각 인물의 이야기가 조금 클리셰적이라고 생각해서 '왜 평이 좋은 거지'하고 의아하기도 했지만, 섣부른 판단이었지.
우선 배우들이 정말 그 인물로 살아 숨 쉬고 있는 듯한 기분이야. 모두 각자 캐릭터가 지닌 특징도 잘 살리시고. 배를 다시 바다에 띄우기 위해 선체에 붙은 녹과 조개껍데기, 따개비를 쇠망치로 제거하는 일을 하는 '깡깡이 아지매' 이야기라 철판을 두드리는데, 망치질에도 지지 않는 정말 딴딴한 발성 ⸝⸝
여성 서사를 좋아하는 머묵이라면 무조건 추천이야. 순수 체급으로 재미가 있고, 살짝씩 나오는 러브라인도 귀여워. 뉴스레터 발행일 기준으로 어제 폐막해서 아쉽다😢 여성의 연대란 이런 것이다를 보여주면서 앞으로 나아갈, 또는 자신의 방식으로 자리에 머무를 용기를 주는 작품이야. 참, 요즘도 깡깡이라는 직업이 존재하는지 궁금했는데, 이제 망치 대신 그라인더로 바뀌었고 조선업도 크게 줄었다고 전단지에 적혀있더라.
〈클로저〉도 꽤 오랜 시간 기대하며 기다린 연극인데 ••• 지난 시즌엔 공연 마지막 주에 보고, 이번엔 개막 첫 주에 봐서 배우 간의 합도 조금 아쉬울 수도 있겠다 싶긴 했어. 또, 무대에 계단이 생긴 이유를 모르겠어.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기만 할 뿐 뭘 표현하는 것도 아닌데 굳이 싶달까. 그리고 클로저는 날것을 감정을 보여주는 작품인데 무대가 너무 깔끔해진 느낌이야.
내가 생각하는 이 작품의 매력은 찌질한 남자들의 모습이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점이야. 육체적인 욕망만 좇으며 징징대는 걸 보는 게 좀 괴롭긴 해도 그런 찌질한 대화 속에서 툭툭 와닿는 지점들이 있으니까. 이번 관극을 하면서는 안나와 댄이 대화할 때 두 문장이 콕 박혔거든? 그중 하나는 떠올랐는데, 나머지 하나는 죽어도 생각이 안 나네.
질투를 이길 수 있는 감정은 없어
유독 이번에는 지난번에 좋아했던 대사들은 후루룩 지나가고, 새롭게 들리는 대사들이 많았어. 번역이 바뀌어서 그런 건지 우리 기분 탓인 건진 잘 모르겠지만. 결국 클로저 속 인물이 보이는 이해되지 않는 행동들이 모두 질투라는 감정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어서 와닿더라. 요즘 질투라는 감정을 딱히 느낀 적이 없는데, 문득 사랑을 할 때 가장 극대화되는 감정이라고 느껴졌어.
8월 5주 뉴스레터에서 연극 〈더 헬멧〉을 이야기했었지. 이때는 하랑이 에피소드 서울만 보고 왔는데, 지난주엔 함께 에피소드 알레포를 보고 왔어. 난 처음부터 공간이 분리되어 있는 줄 알았는데, 처음에 다 같이 공유하는 장면들이 있긴 하더라고. 벽으로 분리되지 않는 시간이 꽤 길고(서울보다 긴 거 같다고 해) 어두워서 좀 졸리기도 했는데.. 한 공간을 벽이라는 매개체로 분리해서 연출하는 방식은 정말 어디에서도 경험해 보지 못해서 인상적이었어.
알레포는 내용이 조금 어렵다는 후기가 있었는데, 하랑도 서울보단 이해가 어려웠대. 또, 빅룸만 봤을 때와 스몰룸까지 봤을 때랑 결말이 다르게 느껴져서 신기했다고. 확실히 빅룸만 봤을 때는 의아했던 요소들이 스몰룸에서 그나마 풀리는 느낌이더라. 극의 메시지도 스몰룸까지 봐야 더 강하게 들어오는 거 같았어.
아저씨, 있잖아요. 나는요, 나는 어른이 되고 싶어요.
〈옥상 밭 고추는 왜〉는 일정 있는 걸 깜빡하고, 조기 예매 할인 끝나는 날 같이 예매했다가 어쩔 수 없이 취소하고 하랑만 보고 왔어. 이 작품도 순수 체급으로 재미가 있고, 무려 17명의 인물이 나오는데 다 잘하신대. 특히 고수희 배우랑 장석환 배우가 🫢 오래된 빌라 안에서 생기는 사소한 사건들이 모두 사회에서 일어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등장인물 대부분이 이해되지 않는데, 한편으로는 이해되는 인물들이래. 이 한 문장만 봐도 완전 내 취향인데 ಢ‸ಢ 다만, 보는 내내 답답하긴 해서 가슴을 치고 싶었다고.
그깟 고추가 뭔데? VS 세상이 망가지는 건 그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지난주도 다양한 작품들이 개막과 캐스트 소식을 알렸어. 〈시카고〉, 〈화이트 래빗 레드 래빗〉, 〈3학년 10반〉, 〈페이티드〉, 〈안티피플〉, 〈에너미〉, 〈못생긴 남자〉, 〈포쉬〉,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까지. 〈식스〉와 〈아가사〉는 아직 캐스트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식스〉는 티저 공개를 캐스트 공개 급으로 했더라.
연극 〈화이트 래빗 레드 래빗〉은 1인극으로 공연 당일에 배우에게 대본을 주고, 바로 무대가 시작되는 신기한 극이야. 내용 자체도 호불호가 갈리는데, N회차 관람하는 관객 때문에 이런저런 탈이 많은 작품이지.
연극 〈안티피플〉, 〈에너미〉는 헨리크 입센의 고전 '민중의 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야. 〈안티피플〉은 지난주에 〈전락〉 소식을 전하며 언급했던 양손프로젝트의 신작이고, 〈에너미〉는 이봉련 배우와 문소리 배우가 참여해.
뮤지컬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동명 웹툰 원작으로 박보영 배우 주연으로 드라마로도 방영했던 작품이래. 따뜻한 힐링극으로 보여.


7월 마지막 주에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9번 째 편지야. 그동안 편지를 읽어준 머묵이들👻 진심으로 고마워. 이번 주는 3일만 버티면 된다.ᐟ.ᐟ 우린 기차 타고 2시간 반 떨어진 곳으로 떠나야 해서 항상 명절에는 강제 휴덕이라, 명절 타임 세일이 무척 배아픈 사람들••• 다음 주 뉴스레터는 명절을 맞아 한 주 쉬어가려고 해. 푹 쉬고, 10월 첫째 주에 9월 관극 정산과 10월 취향별 추천을 가득 안고 만나자. 머묵이들도 맛있는 음식 많이 먹고, 풍성한 한가위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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